오랜만에 아카로아에 다녀왔다. 아카로아는 우리 동네에서 차 타고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 마을인데 과거 프랑스 사람들이 들어와 만든 마을이라 지금까지도 프랑스 마을로 유명하다. 사실 내 눈에는 치치나 아카로아나 그냥 서양권의 외국 마을인데, 여기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프랑스 느낌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오래 살면 내 눈에도 그런 차이가 보일지 모르겠다.
아카로아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인 'Akaroa fish&cips shop'에 들러 1차로 피시 앤 칩스를 먹었다. 1차가 조금 과하긴 했다. 다음 코스를 기대한다면 자고로 조금 먹어야 했거늘, 우린 언제나 그렇듯 과식을 했다. 성인 3명이 함께 갔는데 씨푸드 믹스($19.50)와 피시 3개, 칩스 1개($3.80)를 주문했으니 말이다. 씨푸드 믹스는 피시 앤 칩스와 함께 맛살, 생선 크로켓, 홍합, 새우, 샐러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시에도 돈을 조금 썼다. 저렴한 엘리펀트 피시($4)만 시키면 아쉬울 것 같아서 블루코드($13)도 함께 주문했다. 블루코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물고기 '대구'와 같은 것인데 맛이 참 깔끔하다. 뉴질랜드에서도 블루코드는 좋은 식재료에 속한다. 근데 중요한 건 블루코드와 엘리펀트 피시가 섞여 나와서 뭐가 뭔지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웠는데, 실제로 맛도 구분하지 못했다. 이런 막입이라면... 다음에는 그냥 저렴한 엘리펀트 피시만 먹는 걸로.
바닷가를 조금 거닐다가 우리는 아카로아 피시&칩스 가게 바로 옆에 있던 'Bully Hayes Restaurant & Bar'로 들어갔다. 2차를 먹겠다는 욕심도 살짝 있었지만, 무엇보다 날이 너무 추웠다. 지금은 분명 1월이라 뉴질랜드의 한 여름인데! 요즘 뉴질랜드는 일교차가 상당하다. 최고 온도가 31도를 찍었다가 최저 온도가 8도를 찍기도 한다. 하루에 사계절을 여러 번 느끼는 곳이 바로 뉴질랜드 남섬이다.
창가에 앉아 신랑이랑 꽁냥거렸다. 정말 오랜만에 휴가였다. 작년 연말 뉴질랜드 99%의 사람들이 연말 휴가를 즐겼지만, 우리는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남들 휴가가 다 끝났을 때 우리는 일주일 정도 쉬었다. 그마저도 이제 끝나고 내일이면 신랑은 다시 출근을 시작한다. 그것도 새 직장으로!
대략 40분 전에 1차로 거하게 먹었던 우리의 양심이 조금 가책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열심히 주문했다. 정성을 다해 메뉴를 고르고 메뉴가 나왔을 때는 진심으로 기뻤다. 평소 피자 욕심이 있는 신랑은 마르게리타 피자를 주문했고 쌀쌀한 날씨에 차우더가 굉장히 당겼던 나는 씨푸드 차우더를 주문했다. 사실 피시&칩스 가게에서도 씨푸드 차우더를 먹고 싶었지만, 거기 주력 메뉴가 아닌지라 포기했었다. 하지만 레스토랑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진심으로 반갑게 씨푸드 차우더를 주문했다!
잉 완전 꿀맛.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딱 그 맛이었다. 생선 살코기와 통통한 새우, 조갯살, 홍합, 오징어 등 온갖 해산물이 들어간 이 수프는 뉴질랜드에 와서 처음 맛 본 마음에 쏙 드는 새로운 음식 중 하나이다. 잘 못하는 가게가 걸리면 가끔 비린내가 심하게 나기도 하는데 다행히 이 집은 맛집이었다. 다음에도 꼭 씨푸드 차우더 먹으러 와야지.
바닷가에 서서 신랑과 함께 발도 꽁냥 거려 봤다. 아카로아는 모래사장이 있는 곳은 아니다. 돌이 많다.
구름이 많아서 날은 흐려도 아카로아는 여전히 참 예뻤다. 언젠가 저런 요트 하나 띄울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아카로아에 왔으면 그래도 아이스크림은 먹어야지. 많이 쌀쌀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후식 타임! 사진 속 총각이 믹스 베리와 요거트,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번에 넣어 이렇게나 맛있는 믹스베리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줬다. 믹스베리 아이스크림 라지 사이즈는 $7이다. 꿀맛
떠나려고 하니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잉 구름 걷히는데 그냥 가기 조금 서운해서 사진 조금 찍었다. 신랑이 찍어준 뒷모습들... 나이가 들수록 앞모습 찍는 게 서글프다.
이건 아카로아에서 촬영된 결혼식 사진이다. 아카로아는 이렇게 낭만적인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곳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리틀리버에 차를 세웠다. 리틀리버는 아카로아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과거에 있던 기차역과 기차가 지금까지 멋들어지게 보존되어 있다. 나름의 작은 리틀리버 역사박물관이라 볼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이 동네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다. 전화, 문자, 인터넷 모두 불가능하다. 응급 시에는 공중전화를 사용할 것.
하늘이 이렇게까지 개이는 건 약간 배신 아닌가? 하늘이 너무 맑으니 어이가 없었다. 어쨌든 덕분에 돌아오는 길은 화창한 날씨를 즐길 수 있었다. 바람도 좋고 모두 좋았던 날. 당일치기 우리의 나들이가 끝이 났다. 아카로아에 대한 글을 쓴게 처음이 아니기때문에 간략하게 내 감정만 기록했지만, 혹시라도 아카로아 마을 자체가 더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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