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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남섬 여행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근교, 애슐리 협곡 캠핑장에 가다.

by Joy_Tanyo_Kim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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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캠핑을 다녀왔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애슐리 협곡(Ashley Gorge)'인데 가족 단위의 캠퍼들에게 인기가 좋은 곳이라고 한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샌드플라이(Sandfly)가 심각하게 많다는 것인데 약을 꼼꼼하게 바르고 간다면 그나마 있을만하다. 사실 우리는 캠핑을 가면 구축해놓은 사이트에서 앉아 주전부리를 먹거나 보드게임을 하거나 소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덕분에 샌드플라이에게 더 시달렸던 것 같다. 샌드플라이는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붙고 움직일 때는 다가오지 않는다. 애슐리 협곡에는 숲 속으로 걷는 코스가 많아서 트랙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장소인 것 같다. 또한 캠핑장 안으로 애슐리 강이 흐르기 때문에 카약킹이나 수영 등을 즐기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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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보는 길이었다. 남섬 이곳저곳을 참 많이도 다녔는데, 지척에 놓인 좋은 곳은 모르고 지냈다니... 치치 외곽으로 조금만 나오면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는 소와 양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 속 들판에도 많았지만, 달리는 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라 잘 나오지 않았다.

 

캠핑장에 먼저 도착해서 우리를 마중나온 밀리와 루카스! 이곳은 사이트를 예약한 이용자들에게만 열려있는 곳이다. 입장할 때는 조금 번거롭지만 게이트를 직접 열고 닫아야 한다. 

 

마운트 쿡이나 퀸스타운의 캠핑장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확실히 가족 단위의 캠퍼들이 많은 곳이라 대형 텐트가 많았는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사실 캠핑을 여러 차례 다니면서 우리만큼 큰 텐트를 쓰는 사람들을 거의 본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우리 텐트가 작게 느껴지더라. 

 

친구가 사이트를 예약해준 덕분에 우리는 준비된 자리에 편하게 텐트만 쳤다. 서로의 텐트 사이에 테이블을 셋팅하고 우리만의 다이닝룸을 만들었다. 사실 둘이서 캠핑을 할 때는 텐트 안 리빙룸에 이런 다이닝 공간을 만들어서 지냈었는데 이번에는 친구네와 함께 간 김에 캠핑 분위기를 더 살려서 야외에 셋팅을 했다. 

 

두 텐트 모두 에어텐트이다. 5년 전 우리가 에어텐트를 찾을 때는 톨피도에서 나온 빨간색과 검은색이 섞인 저 텐트밖에 없었는데, 요즘에는 무난한 색상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친구가 최근에 구입한 에어텐트의 색상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는 꼭 모노톤의 텐트를 구입해야지. 

 

사이트를 다 구축하고 잠시 뒷동산으로 산책을 나갔다. 아빠와 함께 먼저 이곳에 와봤던 적이 있었던 루카스가 우리를 인도했다. 엄청난 크기의 나무가 참 많았다. 

 

산책 코스를 따라 번호가 붙은 작은 우편함 같은 것들이 나무에 달려 있었다. 몇 년 전 보틀 레이크 공원에서 요정의 집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것들과 느낌이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일단 집이 아니고 각각의 작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

 

아이는 쉴새없이 '이모'를 부르며 길목마다 붙은 이것들을 보여주기 바빴다. 

 

캠핑장 옆으로 흐르고 있는 애슐리 강이다. 물이 굉장히 맑고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이렇게 차가운 물에도 키위들은 수영을 하는데 볼 때마다 참 신기하다. 

 

중국 당면을 듬뿍 넣은 떡볶이와 삼겹살 구이 

 

샌드플라이가 쉴 새 없이 붙어서 에밀리가 가져온 샌드플라이 퇴치제를 여기저기 발랐다. 더 강력한 약도 있지만, 이게 그나마 몸에 해롭지 않은 성분의 제품이라고 한다. 대신 조금 덜 강력하다. 
 

이튿날 아침, 노릇하게 구운 치아바타에 치즈를 곁들여서 커피와 함께 아침 식사를 즐겼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트랙킹 장소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강도와 시간이 다른 몇 개의 코스가 있었는데 우리는 어린아이와 함께인지라 가장 짧은 코스 글렌투이 폭포 코스를 선택했다. 

 

몇 년 전 조카들이 왔을 때 함께 마운트 쿡 후커밸리를 걸었던 적이 있는데, 그 이후 아이와 함께 하는 트랙킹은 처음이었다. 이럴 때 조카들 생각이 더 많이 난다. 

 

꼭 불에 탄 것처럼 보이지만 불에 탄 것이 아니다. 검은색은 일종의 곰팡이인데 꿀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 현상이라고 한다. 또한 몸에 해로운 곰팡이는 아니라서 숲의 공기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란다. 숲 속을 걷는 내내 꿀 향기가 진동을 했다. 

 

꿀을 따고 있는 꿀벌이 많았다. 

 

나무에는 하얀색 실 같은 것이 많이 나와 있었는데 그 끝마다 방울방울 달린 것이 바로 꿀이다. 향기가 너무 진하고 좋았지만, 맛 볼 자신은 없었다. 

 

계곡 물이 흐르는 곳에는 다리가 놓인 곳도 있었다. 

 

생각보다 오르막 코스도 많았는데 등산 지팡이를 챙기지 않은 것을 굉장히 후회했었다. 만약에 여길 간다면 꼭 지팡이를 챙기길 바란다. 생각보다 열심히 잘 올라가는 아이의 모습이 신기했다. 나는 내 체력의 부족을 쉴 새 없이 느꼈다. 

 

물이 흘러 진흙으로 덮힌 곳도 많았다. 이런 구간을 지나가는 모든 순간이 아이에게는 재미난 순간이었다. 

 

거대한 고사리 나무가 종종 있었다. 이런 고사리 나무는 사실 우리 집 정원에도 있는데 그 행색이 꽤 징그럽다. 우리가 흔히 먹는 작은 고사리만 생각하다가 뉴질랜드에 와서 이런 대형 고사리를 처음 봤을 때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르겠다. 

 

뉴질랜드에는 70종 이상의 고사리가 있다고 한다. 그만큼 고사리가 많은 나라여서인지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식물도 고사리다. 한국인들이 먹는 고사리도 이곳에서 자생하고 있는데 치치에서도 고사리를 수확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이것도 징검다리라 볼 수 있을까? 자연이 만들어 놓은 큰 돌 몇개를 밟고 시냇물을 건넜다. 

 

드디어 도착한 글렌투이 폭포의 모습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작은 규모의 폭포였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기분이 참 좋았던 것 같다. 물이 정말 맑았는데 각도 상 아래가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간혹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은 펜스를 넘어 저 아래로 내려간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정면에 있는 폭포 같지만, 생각보다 아래에 있고 깊다. 

 

캠핑장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슈퍼마켓에서 간단하게 먹을 빵과 밀가루, 과일 등을 구입했다. 프레시 초이스는 뉴질랜드 3대 대형마트 중 두 개인 뉴월드와 파킨세이브와 자매 슈퍼라 볼 수 있다. 같은 회사에서 나온 중간 규모의 슈퍼이다. 

 

대형 마트에 가면 보통 이런 캐비닛에 든 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비치된 집게로 원하는 빵을 집어서 봉투에 넣은 다음 카운터로 가져가면 알아서 계산을 해준다. 처음 뉴질랜드에 왔을 때부터 마트에서 이런 빵을 볼 때마다 사고 싶었던 적이 많았지만, 실제로 구입했던 것은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영어는 어렵지, 빵 이름은 생소하지, 만약 내가 여러 가지 빵을 사려면 구입하는 모든 빵의 이름을 내가 다 외워야 하는 건지, 이 캐비닛을 직접 열어도 되는 건지, 빵을 직접 꺼내도 되는 건지.. 안내 문구는 없고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하하, 촌스럽기도 했지. 그래서 누가 이 빵을 구입하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려고 몇 번이나 눈치를 살폈었다. 뭐, 이제 이런 것에 두려움은 없다. 모르면 물어보면 되지 뭐! 라는 생각으로 잘 몰라도 자신 있게 살아가고 있다. 

 

마트에서 산 식빵, 햄, 치즈, 토마토 등을 사용해서 폴을 위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그래도 폴은 키위인데, 너무 한국 음식만 먹은 것 같아서 조금 미안했었다. 우리 식성에 맞춰줘서 고마워. 

 

카페 15년차 바리스타의 정확한 서빙🥪

 

폴이 답례로 마마이트 치즈 토스티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마마이트는 뉴질랜드 사람들의 전통음식이라 볼 수 있다. 영국에서 나온 것인데 뉴질랜드 사람들이 본래 영국인이다 보니 영국의 것이 대부분 뉴질랜드의 전통적인 것이라 볼 수 있다. 

 

마마이트는 맥주 이스트를 농축해서 만든 것인데 그 맛은 대략 국간장을 아주 진하게 졸인 잼? 그런 맛이다. 처음 뉴질랜드에 왔을 때 어학원에 다니던 시절, 키위 선생님이 뉴질랜드에 대해 소개해주면서 마마이트를 먹어보는 챌린지를 했던 적이 있다. 마트에서 샀던 마마이트 한 통을 딱 한입 먹고 버렸었다. 도저히 못 먹을 아주 충격적인 맛이었다. 그래도 키위사람이 만들어주는 토스티니까... 뭔가 다를 것이라 기대를 했지만, 이런 기억 때문인지 한편으로는 조금 두려웠던 것 같다. 

 

오븐에 굽는 정성까지 들인 폴의 마마이트 토스티는 예상과 다르게 굉장히 맛있었다. 마마이트를 이렇게 살짝 발라야 했었나보다. 역시 현지 음식은 현지인의 손을 거쳐야 제 맛을 내나 보다. 

 

저녁이 되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스트 뿌리듯 흩날리는 비가 대부분인 뉴질랜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큰 비였다. 

 

이런 날에는 역시 전을 구워야지. 전만 굽자니 아쉬워서 마라탕을 곁들였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뉴질랜드의 장점 중 하나는 각 나라별 마트가 있다는 것이다. 한인마트가 있는 것처럼 중국 마트, 베트남 마트, 인도 마트, 일본 마트 등이 모두 있어서 그 나라별 식재료를 구하는 것이 굉장히 쉽다. 크라이스트처치 안에 작은 중국, 작은 일본, 작은 한국이 있는 것이다. 중국마트에서 가장 즐겨 구입하는 재료는 역시 마라탕 재료이다. 

 

캠핑장 중앙에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있다. 세탁실, 샤워실, 화장실, 주방 등이 있는데 세탁실과 샤워실은 코인을 넣어야 사용이 가능하다. 얼음장 같은 물로 샤워할 수 있다면 무료지만, 따뜻한 물은 코인을 넣어야 하고 5분, 10분 단위로 물이 끊긴다. 

 

주방에 있는 각종 조리도구와 뜨거운 물, 조미료 등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공동 냉장고와 냉동고에는 가끔 여행자들이 두고 떠나는 식재료도 종종 있다. 하지만 내 것을 누군가가 훔쳐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알아서 조심하는 것이 좋다. 기본적인 설거지 도구는 비치되어 있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아 나는 언제나 내 것을 챙겨 다니고 있다. 

 

떠나는 날 아침 간단하게 빵과 커피로 배를 채웠다. 오랜만에 핸드프레소로 내린 커피는 맛이 좋더라. 아메리카노에 우유 살짝 부어서 먹으면 세상 부드러운 꿀맛 커피가 완성된다. 

 

즐겁게 보낸 2박 3일의 캠핑이었다. 둘이서 다니는 캠핑도 좋지만, 친구네와 함께 가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다음 캠핑을 기약하며 집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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