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오후 3시 30분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바쁘게 준비해서 오후 4시쯤 트와이젤(Twizel)로 출발했습니다. 트와이젤은 퀸스타운으로 가는 방향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데요. 마운트 쿡 근처에 위치한 주유소가 있는 유일한 마을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마운트 쿡에 갈 때면 저희는 늘 트와이젤에 숙소를 잡는 편인데요. 이곳에 묵으면 위치상 어디로 가기에도 참 좋은 위치입니다. 마운트 쿡을 가도 가깝고 오마라마를 가도 가깝죠.
어쨌든 이번 여행은 저희에게 나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의 일정으로 가는 여행인데 신랑 방학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여행이자 신랑 생일 기념 여행이었고 둘이서 처음 가는 마운트쿡 여행이었습니다. 마운트 쿡에 10번은 넘게 간 것 같은데요. 단 한 번도 둘이서 갔던 적이 없었네요. 뉴질랜드에서 생활한 지 5년 만에 신랑과 둘만의 마운트 쿡이라 설렘이 컸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죠. 이른 아침 공복으로 출근해서 하루종일 일했더니 배가 너무 고팠습니다. 어차피 숙소에 도착하면 저녁 시간도 놓칠 것 같아서 애쉬버튼에 있는 맥도널드에 들러서 허기를 달랬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햄버거는 정말 꿀맛이었어요. 아마 그날의 첫끼라서 더 맛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80센트 더 주고 라지 사이즈를 주문했습니다. 케첩을 달라고 했더니 9 봉지나 주셨어요... ^^;;;
5시부터 해가 지고 6시가 되자 해가 떨어져 캄캄해졌습니다. 뉴질랜드의 겨울은 여름에 비해 해가 너무 짧아서 사실 여행하기 좋지는 않습니다. 한여름에는 밤 9시가 넘도록 밖이 환해서 더 많은 시간을 밖에서 보낼 수 있는데요. 겨울은 그 반대라서 최대한 빨리 움직이고 저녁시간에는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는게 안전한 편이죠. 그러나 저희는 선택지가 없었어요. 제가 일을 3시 30분에 마쳐서... 그래도 다행히 날씨는 좋아서 운전하기 좋았습니다. 캄캄하지만 달리는 내내 눈으로 가득한 산이 조금씩 보였었죠.
밤 9시 30분에 숙소에 도착했을 때 안개가 너무 짙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트와이젤에 진입하니 유독 안개가 심하더라고요. 겨울이라 그런지 다른 유닛에는 사람이 없었어요. 저희가 잡은 숙소는 총 5개의 유닛으로 이루어진 작은 홀리데이 파크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저희뿐이라 그런지 더 고요하게 느껴졌어요. 1박에 90불로 트와이젤 숙소 중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은 곳에 갔습니다.
화장실은 매우 좁았습니다. 뭐, 저희가 잡은 숙소 자체가 스튜디오 스타일이라 한 공간에 침실, 주방, 다이닝, 거실, 화장실까지 모든게 합쳐진 곳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최소한으로 모든 게 준비되어 있었죠.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샴푸, 핸드워시, 바디워시, 수건, 휴지 등 모든 게 다 있었어요. 따뜻한 물도 아주 잘 나오더라고요.
주방 쪽에서 바라 본 침실 모습입니다. 생각보다 침대 상태가 좋아서 잘 때 허리 아프지 않고 좋았어요. 스프링 침대라 조금 꿀렁거렸지만, 자고 일어났을 때 허리만 아프지 않다면 대만족입니다. 침대 옆에는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소파와 맞은편 벽에는 TV가 달려 있었어요. TV에 랩탑을 연결해서 영화를 보려고 준비했었는데 안타깝게도 TV가 너무 높은 위치에 달려 있어서 소파에서 보기에는 목이 많이 아팠어요. 그래서 그냥 랩탑으로 봤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만족!
주방 싱크대를 열어보니 다른 숙소와 다를 바 없이 모든게 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식용유, 소금, 후추, 쓰레기봉투, 키친타월, 도마, 칼 세트, 주방행주, 냄비 닦는 솔, 퐁퐁, 토스터, 스텐볼 3종, 와인잔, 물컵, 머그컵, 프렌치 프레스, 티포트, 접시, 볼 등...
서랍을 열어보니 강판과 잉글리쉬 브랙퍼스트 티와 커피, 설탕, 조리도구, 포크, 나이프, 캔 따개 등이 있었어요. 하지만 조리도구는 너무 싸구려 플라스틱에 이미 많이 녹아내려 사용하기가 찝찝했어요. 매번 이런 식이라 저희는 캠핑 세트로 빼놓은 저희 조리도구를 가지고 다닙니다. 이번에도 제 개인 조리도구를 사용했어요. 오른쪽 서랍에 있는 일회용 나무젓가락과 밥주걱은 제가 가져간 것입니다.
커틀러리도 서랍에 있는 것을 사용하지 않고 제 개인 용품을 사용했어요.
가져간 식재료를 냉장고에 채웠습니다. 트와이젤에 슈퍼가 하나 있긴 한데 아무래도 치치보다 가격이 많이 비싼 편이라 집에 있는 것들을 웬만하면 챙겨가거나 장을 미리 봐서 왔습니다. 제가 여기저기 서랍이나 화장실 선반에 가져온 물건들을 수납하고 있으니 신랑이 그러더군요.
'어디 살림 차리나? 나중에 돌아갈 때 그 중에 하나는 꼭 까먹고 두고 간다~ ㅋㅋ'
절대 굶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음식입니다. 참치, 스팸, 갈릭 허브솔트, 후추, 각종 컵라면, 사과, 카페 사장님이 챙겨주신 머핀과 스콘
가져온 짐을 정리하는 동안 신랑은 영화 볼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함께 영화를 보면서 김치전을 구워 먹었답니다. 세상에 고기도 안 들어갔는데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너무 맛있는 김치만 들어간 김치전을 먹으면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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