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스타운에서 즐거운 일주일간의 캠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날 아침, 홀리데이 파크 체크아웃을 한 다음 잠시 퍼그 버거를 사러 갔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매일 먹었지만, 절대 질리지 않죠. 매일 너무 맛있게 먹었고 떠나는 날에도 아쉬운 마음이 커서 또 사러 갔습니다. 치치까지 가려면 6시간에서 7시간을 가야 하는데 중간에 먹을 밥이 필요하기도 했고 이동 중에 간편하게 먹기에 퍼그 버거가 제격이라고 생각했죠.
이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퍼그버거에 줄이 약간 있었습니다. 뭐 그래 봤자 과거에 비하면 이런 줄은 줄도 아니죠. 신랑이 줄을 서는 사이 저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에 잠시 들렀습니다. 아침에 늦잠을 자서 커피를 내리지 못했어요. 스타벅스 스텐 텀블러를 사랑하기에 스타벅스를 좋아하지만, 스타벅스 커피는 별로 안 좋아하는 저희 부부는 그나마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콜드브루를 주문했습니다.
카라멜 브리오슈 도넛, 레몬 커스터드 브리오슈 도넛, 바닐라 슬라이스, 초콜릿 래밍턴, 스트로베리 래밍턴이 캐비닛 상단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브리오슈는 굉장히 식감이 부드럽고 약간 쫀득한 빵인데 제가 느꼈던 맛은 파리바게트의 굿모닝롤이나 후레쉬번과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보통 브리오슈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곳이 많은데 이렇게 도넛류로 진열된 건 저도 처음 봤습니다. 맛이 궁금했어요.
초콜릿 브라우니와 카라멜 슬라이스입니다. 뉴질랜드 어느 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캐비닛 스윗류라고 볼 수 있죠. 보통 롤리케이크나 오트바, 초콜릿 슬라이스도 흔하게 있는 편인데 스타벅스에서는 찾을 수 없었어요.
따뜻한 음식이 들어있는 캐비넷에는 베이컨&에그 랩, 베이컨&에그 프리타타, 스페니치&페타 프리타타, 민스&치즈 파이, 스테이크&치즈 파이, 크리미 치킨 파이가 준비되어 있었어요. 프리타타는 한국에서도 많이 먹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서는 카페서 많이 판매하는 것 같아요. 베지테리언들을 위해서 베지 프리타타를 판매하는 카페도 종종 있어요. 프리타타는 간단하게 달걀찜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고기가 들어간 파이류는 뉴질랜드에 와서 처음 봤어요. 그 이전에는 외국 여행이라고 해봤자 오키나와,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이었기 때문에 이런 음식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요. 한국에서 안 먹던 음식이라 솔직히 처음에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지만 한번 먹어보니 정말 맛있더라고요. 다만 칼로리 부담에 자주 먹지는 못하고 가끔 정말 맛있는 파이 맛집에 갈 때 사 먹고 있어요. 여기서는 보통 저 파이의 뚜껑(?)을 열어서 케첩을 듬뿍 뿌려서 먹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나고 자란 젊은 세대들은 다들 그리 먹더라고요. 따라먹어보니 정말 맛있더군요. 여러분도 혹시나 외국에서 고기가 들어간 파이를 드신다면 케첩 추천입니다.
햄&치즈 토스티, 페리페리 치킨 터키쉬 피데, 에그 베네딕트 터키쉬 피데, 소세지롤이 진열되어 있네요. 햄&치즈 토스티나 소세지롤도 뉴질랜드 카페에서는 보통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뉴예요. 식빵 안에 진짜 간단하게 햄과 치즈만 들어간 게 햄치즈 토스티고 이걸 주문하면 보통 토스터에 구워주는 편입니다.
피데류는 말 그대로 터키 스타일의 빵인데요. 그걸로 샌드위치를 만든 음식이에요. 그리고 소세지롤에는 소세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소세지가 들어간 소세지롤을 기대했는데요. 안에 민스가 야무지게 들어가 있답니다. 이것도 케첩이나 토마토 랠리쉬와 함께 먹으면 훨씬 맛이 좋아요. 카페에서 이걸 팔아보면 보통 한국인들은 토마토 랠리쉬를 요구하시는 편이에요.
다른 쪽의 낮은 캐비넷에서는 다양한 머핀과 건강에 좋은 과일주스, 잘린 과일, 병 음료 등이 판매되고 있었어요. 트리플 초코머핀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퍼그 버거를 구입했기에... 최대한 절제하며 딱 커피만 주문했습니다.
이놈 저놈 사진을 이렇게나 찍을 동안 제 커피는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콜드브루 시켰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잘 모르겠지만 ^^;; 어쨌든 기다리며 구경하다 보니 텀블러들이 눈에 보입니다.
뉴질랜드의 상징적인 것들이 잔뜩 그려진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고사리부터 과일 키위, 높은 산과 키위들이 사랑하는 조리(잰들 : 뉴질랜드 사람들은 조리를 재패니즈 스타일 샌들이라고 '잰들'이라 부릅니다), 크리스마스 꽃으로 불리는 '포후투카와', 키위새 등이 그려져 있네요.
저희는 미리 준비한 각자의 텀블러에 커피를 받았습니다. 오래 전 스타벅스에서 구입했던 스텐 텀블러인데요. 스타벅스가 텀블러는 참 잘 만드는 것 같아요. 벌써 7년 가까이 사용 중인데(갈색 뚜껑은 5년째) 여전히 보냉 보온이 확실합니다. 입구도 큼직해서 손이 들어가다 보니 씻기도 참 좋고요. 세월의 흔적으로 여기저기 조금씩 찌그러진 곳이 있어서 새로운 텀블러를 매번 눈여겨보고 있는데요. 가장 기본형인 이런 류의 텀블러가 잘 안 보이네요.
이 날, 날씨가 참 좋았어요. 마침 이 날은 제 생일이기도 했죠. 하필 생일날 돌아가려니 차 안에서 시간을 다 보낼 것 같아서 처음에는 일정이 마음에 안들었지만, 생각해보니 신랑과 좋은 경치를 바라보며 하루 종일 드라이브하는 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을 바꿔 먹으니 다시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업업~
주차장으로 가는 길 정면에 퀸스타운 곤돌라가 보입니다. 올해는 곤돌라를 타지 않았지만, 아쉬울건 하나도 없었어요.
코로나로 관광객들이 뜸한 틈에 많은 곳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어요. 정말 한적해 보이는 퀸스타운의 길거리 모습입니다. 여행객들이 들어오지 못해 이곳 상권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여행하기는 너무 좋았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길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잠시 다니는 것도 스트레스였을텐데.. 이번에는 정말 여유롭게 여행했던 것 같아요.
크롬웰을 지나 조금 더 가다보면 Clutha River가 나옵니다. 그곳 끝자락에 화장실과 Bendigo 무료 캠핑 사이트가 있어요. 그곳에 잠시 들러 점심을 먹었습니다. 사람도 없고 테이블도 비어있고 딱 좋았어요. 물가에 앉아 퍼그 버거를 먹고 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습니다.
잉, 식었지만 너무 맛있는 퍼그버거! 칠리 박스에 아직도 시원하게 보관 중인 노슈가 콜라 꺼내서 같이 먹었습니다. 여전한 감동을 주는 퍼그 버거는 '이거 먹으러 또 퀸스타운 가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실 테지만... 저희 입맛에는 정말 그만큼 맛있어요. 세계 3대 버거라고 하죠? 퀸스타운 가시면 퍼그 버거 디럭스로 꼭 추천드려요! 혹시라도 호기심에 사슴고기 드시는 분도 계신데.. 호불호 강하니 꼭 명심하시고요. 저는 불호입니다. ^^;;
트와이젤을 지나 푸카키 호수를 지날 때입니다. 날이 너무 좋아서 멀리 마운트 쿡 봉우리가 보이네요. 사진의 중심에 만년설이 있는 산 봉우리가 마운트 쿡입니다. 저래뵈도 엄청 먼 거리에 있는 마운트 쿡이에요. 여기 날씨가 좋아도 보통 저 안 쪽은 날씨가 엉망일 때가 많은데요. 이 날은 운이 참 좋았습니다.
푸카키를 지나 테카포에 진입했습니다. 저희는 내리지 않고 차를 타고 그냥 지나갔어요. 이미 20번도 더 갔던 선한목자교회에 딱히 미련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참 예쁘네요. '여보, 조금만 천천히 가요~' 라고 말하며... 지나치면서 빠르게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
잉, 진짜 날씨 좋았네요. 테카포 물빛이 이렇게 아름다운 색감을 띄는 날을 매번 만날 수는 없거든요. 고산지대라 날씨가 매번 참 다른데요. 정말 예뻤어요. 한여름이라 루핀도 없었지만, 물빛만으로 그냥 완벽했습니다.
테카포에서 4시간을 더 달려 치치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저녁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집에도 들르지 않고 곧바로 '카이요'로 향했어요. 카이요는 저희 동네에 위치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본요리 음식점인데요. 특별 메뉴로 짬뽕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근데 진짜 한국에서 먹던 짬뽕만큼 맛있고 완벽해요. 치치에서 가장 맛있다... 남섬에서 가장 맛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오클랜드에는 더 맛있는 짬뽕집이 있다고 하지만 저는 가보지 못했으니 여기가 최고입니다) 치치에 계시는 분 이 제 글을 보신다면 위그람에 위치한 '카이요' 완전 추천해요.
집에 도착하니 문고리에 생일 선물이 걸려있었어요. 예쁜 분홍빛 다이어리와 귀여운 펜 3종세트입니다. 옆방에 살고 있는 플랫 동생이 준비했네요. 너무 고마운 선물 ^^
다이어리와 함께 받은 털보네 순대국밥! 무려 오클랜드에서 포장해온 국밥인데요. 한식은 보통 집에서 해 먹는 편이고 국밥 같은 경우에는 한국처럼 만드는 곳이 치치에는 없기에... 진짜 몇 년 만에 먹는 국밥이었는지... 거의 3년 만에 먹는 국밥이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입이 호강했어요.
당장은 국경도 닫혀있고(뉴질랜드 국경은 아직 닫힌 상황이라 출국은 가능하지만, 저희같은 비영주권자들은 다시 입국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함부로 나갈 생각을 못하는 현실입니다.) 아직 백신 접종도 하지 못했기에 언제 한국에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국 가면 '국밥집 매일 가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삽니다.
당시 일주일 동안 집을 비웠기 때문에 가장 걱정스러웠던 것은 가든에 있는 제 농작물이었어요. 깻잎 밭이 가장 크고 중요한 텃밭인데요. 다행히 주중에 비가 내렸던지라 크게 마르지 않았더라고요. 집에 오자마자 물부터 듬뿍 줬습니다. 저 깻잎으로 참 잘 먹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깻잎이 나지 않는 계절이라 깻잎 사진만 봐도 깻잎이 먹고 싶어 지네요.
지난 1월 초 신랑과 함께 단 둘이 여행했던 시간들의 기록이었어요. 그 후 쭉 일하느라 바쁘고 신랑도 학기 중이라 여행은 커녕 당일치기 나들이도 가지 못했는데요. 조금만 여유로워지면 그냥 치치 안이라도 좋으니 어디 잠시 소풍이라도 가고 싶네요. 이제는 겨울이라 춥지만.. 또 추울 때 캠핑이 더 즐거운 법이죠. 추울 때 마시는 커피는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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