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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매년 열리는 뉴질랜드 한인들의 벼룩시장

by Joy_Tanyo_Kim 2019.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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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치치에서는 아주 쉽게 게라지 세일을 접할 수 있어요. 일종의 벼룩시장 같은 것인데 게라지 세일은 말 그대로 자신의 집 차고에서 작은 벼룩시장을 열어서 사람들에게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거죠.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 중에 아직 쓸만하지만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이런 물건들을 차곡차곡 모아뒀다가 이렇게 저렴하게 사람들에게 내놓습니다. (*참조링크 : 뉴질랜드의 게라지 세일)

 

한국에서는 물건을 쉽게 버렸던 기억이 나는데, 이 곳에서는 최대한 그 물건이 낡고 낡아 못쓸 때까지 쓰는 돌려서 쓰는 문화라서 처음에는 꽤 신선하게 다가왔었던 것 같아요. 아무리 낡아도 아직 쓸만하다면 사람들은 그 물건을 다시 팔곤 합니다. 길을 가다보면 자신의 집 앞 도로변에 물건들을 진열해두고 물건을 판매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답니다. 

 

그중에서 규모가 조금 큰 것들도 있는데요. 이런 개인들이 모여서 공원에 중고시장을 오픈하는 날도 정기적으로 있으며 중고 물품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세컨핸드샵도 꽤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는 편이에요. 새 것보다는 헌 것을 구입하는 문화에 저도 익숙해지다 보니 저희 집에도 중고로 구입한 가구나 물건들이 꽤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예들 들면 지금 사용하는 책상도 게라지 세일에서 20불 주고 구입한 것이고 거실에 있는 소파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을 저렴하게 가져온 것이죠. 이 곳에서 3년을 넘게 살면서 그래도 이제는 좋은 것으로 사용해보자고 구입한 것이 있다면 냉장고와 침대, 세탁기, 식사 테이블 정도인 것 같네요. (*참조링크 : 뉴질랜드의 세컨핸드전문점 '에코샵)

 

냉장고는 20불(15,000원)짜리 중고를 3년 내내 꾸준하게 사용하다가 결국에는 고장이 나서 올 초에 이사 올 때 큰 마음먹고 새 것으로 구입했었고 세탁기도 처음 와서 중고로 구입해서 잘 사용했던 통돌이가 작년 연말에 고장이 나서 새 것으로 구입했었답니다. (*참조링크 : 뉴질랜드에서 처음 구입해본 중고세탁기)

 

 

만약 제가 한국에서 살고 있었다면 아마도 이렇게 못 살았을 것 같아요.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건을 구입할 때 새 것을 구입하는 편이잖아요.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데 나 혼자 늘 중고 가구, 중고 가전만 찾아 다닌다면 솔직히 마음 한편에 부끄러운 마음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근데 여긴 다들 중고를 찾아다니고 너무 당연한 분위기니 오히려 더 편한 것 같습니다. 구멍이 나거나 조금 낡은 옷을 입어도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것이 참 좋아요. 

 

오늘 소개하는 사진은 현지에서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리는 한인들의 바자회 모습입니다. 한국인들이 주도하지만 홍보는 모두에게 하기 때문에 키위 손님들도 많이 찾아옵니다. 이 바자회에서는 일반적인 게라지 세일의 모습인 중고 물건들도 많이 판매를 하고 있지만, 한국인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코너는 역시 한국음식 코너인 것 같네요. 

 

 

올해는 제가 김밥을 맡았습니다. 김밥은 1줄에 7불에 판매되었는데 햄, 당근, 시금치, 달걀, 어묵, 단무지까지 듬뿍 들어가서 정말 맛있는 김밥이었어요. 주관하시는 어른들이 재료를 모두 준비해오시면 스텝으로 봉사하는 저희는 싸기만 하면 됩니다. 싸기만 했는데도 그 양이 100줄을 넘어서니 생각보다 힘들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참 보람차고 좋았답니다. 김밥을 한창 싸고 있었는데 누가 말을 걸더군요. 

 

"저 인터넷에서 블로거님 글 봤어요!"

 

흣.. 굉장히 민망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더 좋은 글 많이 써야겠다는 힘이 나더라고요. 

 

잔치국수는 주문을 넣으면 곧바로 따끈하게 말아주시는데요. 6불 값어치를 충분히 하는 엄청난 맛을 가졌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이민을 온 경우에는 엄마들이 잔치국수를 집에서 끓이기도 하지만, 이제 정착을 하러 온 청년들이나 유학으로 온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럴 때만 먹을 수 있는 별미가 바로 잔치국수인 것 같네요. 

 

 

잡채는 누들이 익숙한 키위들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한국음식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고구마 맛탕의 경우에는 한국인들에게 워낙 인기가 좋아서 가장 먼저 품절되었던 음식인 것 같네요. 

 

 

호떡은 어른들이 직접 반죽도 하고 소까지 듬뿍 준비해서 즉석에서 바로 구워서 판매합니다. 3개 5불이면 가격이 아주 괜찮은 것 같아요. 물론 한국보다는 조금 더 비싸겠죠? 호떡을 오랜만에 먹어보니 한국에서 먹던 씨앗호떡이 그리 당기더군요. 

 

 

매년 준비하는 음식에는 닭튀김과 김말이도 빠지지 않습니다. 닭튀김은 여기서도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김말이의 경우에는 워낙 귀한 음식이라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특히 저희 신랑이 굉장히 좋아하는 분식이랍니다. 떡볶이가 없는게 아쉬웠죠. 

 

 

호박죽 1컵에 2불, 깍두기 1봉지에 10불, 김치 1봉지에 10불, 치킨까스 1개에 10불에 판매되었어요. 호박죽은 한국에서 먹던 딱 그 호박죽 맛이에요. 김치는 이 바자회에서 아마 가장 좋은 가격에 판매되는 음식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재료값도 꽤 비싸고 담그는 수고도 있다 보니 10불이면 정말 남는 거 없이 판매하는 것 같았어요. 혹시나 다음에 이 바자회에 오신다면 김치는 꼭 구입하시길~ 

 

 

이 쪽은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에요. 물건은 하나씩 다 찍지는 못했습니다. 식기부터 시작해서 냄비, 가전제품, 골프채, 난로, 거울, 공구, 캠팽용품, 의자, 테이블, 의류, 문구류, 침대 등 굉장히 다양한 물건들이 매년 이 곳에 나옵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도 한국인들은 집 깨끗하게 쓰는 민족 또는 깨끗한 민족으로 소문이 나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키위들이 이 곳에 물건을 사러 오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 물건은 깨끗하다는 인식이 있거든요. 이 곳에서 나오는 모든 수익은 '피지'에 살고 있는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들에게 전액 후원되고 있답니다. 

 

 

좋은 일을 모두 마치고 몇몇 지인들과 함께 저희 집에 모여 앉아 샤브샤브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배추, 청경채, 숙주, 어묵, 만두, 버섯, 소고기, 칼국수, 월남쌈 넉넉하게 준비해서 아주 배부르고 따뜻하게 먹었답니다. 요즘은 날이 워낙 쌀쌀해서 따끈한 국물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주도하는 사람들은 피지의 학생들을 돕기 위한 마음으로 이 행사를 준비하고 이 바자회를 매년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 이맘때 쯤이면 한인 바자회 하지 않냐? 맛있는 한국음식 곧 먹겠다!'라는 마음으로 이 행사를 기다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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