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고치는 키위아저씨에게 열쇠를 3개나 받은 사연

처음 이사 올 때부터 현관 문고리가 흔들리긴 했었어요. 반년이 넘게 쓰다 보니 이제 열쇠 구멍에 열쇠가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아, 이러다가 어느순간 집에 못 들어갈 수도 있겠다' 싶어서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여긴 한국과 다르게 대부분의 집을 부동산 에이전트가 관리를 하는데요. 집주인이 부동산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게 되면 렌트부터 관리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3개월에 한번씩 이루어지는 집 검사도 에이전트가 도맡아 하고 있어요. 집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도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하면 해결이 됩니다.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부동산 에이전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세입자와 집주인은 만날 일도 서로 연락할 일도 없게 되죠. 

 

현관문에 열쇠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는 꽤 급한 경우라서 그런지 메일을 보낸 다음날 오전에 바로 전문가를 보내주셨어요. 사실 이전에 살던 아일람 집에서는 이런 사소한 문제들은 신랑이 직접 재료를 구입해서 교체하거나 고치곤 했었는데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는 웬만하면 저희가 건드리지 않고 에이전트를 통해 집주인이 책임지게 하고 있답니다. 사실 저희가 직접 고치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어서 좋겠지만, 아직 1년도 채 살지 않는 집이라 저희도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답니다 ^^ 

 

 

메일을 보낸 뒤 업자에게 문자가 왔었어요. 아주 간단하고 짧은 대화로 예약이 되었죠. 

 

 

다음날 약속한 시간에 맞춰 아저씨가 방문하셨어요. 사실 제가 영어가 어려운 입장이라 키위가 집에 방문할 때 혼자 있으면 꽤 긴장을 하는 편인데요. 이 날도 생각보다 긴장을 상당히 했었답니다 ^^;; 외국인들 중에서도 백인들 영어는 유독 더 빠르고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영어가 서툴고 어려워하는 것이 느껴졌는지 아저씨는 처음부터 아주 천천히 친절하게 모든 과정을 설명해주셨어요. 기존에 달려있던 문고리가 어떤 상태였는지, 얼마나 위험한 상태였는지 말해주셨죠. 카드나 칼로 문 옆을 슥 찔러 올리면 문을 따고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더라고요. 그래서 새로 다는 문고리는 그렇게 열 수 없는 조금 더 좋은 것으로 달아주신다고 하셨어요. 

 

 

점심시간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맥심 스틱커피를 드실지 물어봤지만 이미 마시고 왔다고 하셔서 따로 차를 대접하지는 않았어요. 아저씨는 이런 모양의 커피 스틱은 난생처음 보는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한국에서는 집에 손님이 오든, 고치는 사람이 오든 차 한잔을 대접하는 것이 아주 일반적이잖아요? 여기서는 집 고치는 사람이 왔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매번 차를 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 

 

 

짜잔, 20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문고리를 새 것으로 갈고 열쇠도 3개나 받았답니다. 원래는 딱 하나만 주는거라고 아저씨가 그러셨어요. 하나는 세입자에게 주고 하나는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별히 남편 주라고 하나 더 주는 거라고 하셨죠. 아저씨는 예전에 홈스테이 학생으로 한국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학생의 이름과 저희 신랑의 이름이 똑같아서 기념으로 주는 거라고 하셨죠 ^^ 그럼 하나는 어떻게 더 얻었을까요? 

 

 

감사의 마음으로 미리 준비했던 작은 한국 전통 북마크를 아저씨에게 선물했어요. 이건 그저 마음이니 편하게 받아 달라고 말했죠. 사진에 보이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드렸는데 아저씨가 꽤나 기뻐하셨어요. 한국의 전통 드레스 '한복'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너도 가지고 있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저도 2개나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답니다. 정말 정말 예쁜 드레스라고 아저씨가 한국의 드레스 '한복'을 재차 칭찬하셨어요. 

 

그리고 아저씨는 '잠시만, 나도 선물을 줄게' 라는 말과 함께 차로 가시더니 뚝딱뚝딱 열쇠를 하나 더 만들어 주셨어요. 차에서 즉석으로 열쇠를 파는 것도 가능하더라고요. '이건 네 플랫 메이트용이야'라고 말씀하시면서 주셨죠.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기본적인 열쇠지만 밖에 나가서 파려면 적어도 6불은 줘야 하거든요. 열쇠 값이 꽤 비싼 편이에요.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하고 손을 흔들며 아저씨를 배웅했습니다. 

 

 

몇 년 전에 한국에서 주문했던 한국 전통 문양이 새겨진 북마크에요. 꽤 많이 주문했었는데 외국인 친구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이제 이만큼 남았네요. 조만간에 한 번 더 주문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각 북마크에 대해 영어로 설명이 꽤 잘 되어 있어서 한국의 작은 문화를 알리기에도 참 좋은 선물인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얻은 교훈은 '친절'입니다. 친절과 호의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분명히 다시 내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한 번 더 실감했네요. 다음에 또 누군가를 만나게 될 경우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영어공부 꾸준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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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2019.07.31 08:17

    비밀댓글입니다

    • 2019.07.31 08:20 신고

      흐흐 진짜 신기한게 정말정말 고마워하시는게 눈에 보이는데 대부분 거절을 한다는거? 흠... 그래서 제가 실수하는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는데ㅎ 이쪽 문화에서는 어렵게 느껴지나봐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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