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국과는 조금 다른 뉴질랜드의 세탁기에 대해서 조금 나눠볼까해요. 2달 전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 때는 집에 세탁기가 없었어요. 저희가 직접 구매해서 넣어야 했죠. 세탁기를 구입할 때까지는 온전히 손빨래로 모든 빨래를 했어요. 카페 일을 오래하면서 손목이 많이 안좋아졌다보니 제 속옷 빨래를 제외한 모든 빨래는 신랑이 했었어요. 손목이 약한 저를 위해 빨래를 열심히 해준 신랑에게 참 많이 고마웠죠.
처음에는 차가 없었으니 열심히 걸어서 세탁기를 보러 다녔습니다. 뉴질랜드의 상권은 한국과는 아주 많이 다른 모습이에요. 한국은 주거지역 안에 상권이 함께 들어와 있지만, 뉴질랜드는 주거지역과 상권의 분리가 아주 분명합니다. 게다가 한국처럼 편리하게 모든 것들이 한 곳에 모여있지 않아요. 예를 들어 한국의 대형마트에는 식재료, 의류, 장난감 문구류, 가전, 스포츠용품, 도서, 키즈라인, 병원, 음식점, 생필품 등 모든 것이 다 있어요. 그렇지만 이 곳에는 식재료만 파는 대형마트, 가전과 가구만 파는 대형마트, 의류와 생필품만 파는 마트 등으로 보통 대부분 분리가 되어 있어요. 그렇게 여기저기 다 떨어져 있죠. 게다가 차가 없으면 보통 이동 거리가 30~ 40분은 걸리니 오고 가며 다니는게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어요. 장을 볼 때도 살 것들을 다 적어놓고 들러야 하는 곳들을 체크해야하죠. 이동 거리를 계산하며 동선을 짜야해요. 안그러면 왔다 갔다 아주 피곤해지니까요^^;;
가전을 파는 리카톤몰과 웨어하우스를 열심히 돌아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뉴질랜드는 이불 빨래를 하지 않는 문화라서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15~ 19kg의 드럼 세탁기를 찾아볼 수가 없어요. 보통 5~ 7kg의 통돌이 세탁기가 표준이고 조금 간혹 조금 더 큰 사이즈가 있다면 8kg정도의 통돌이 세탁기에요. 가전코너에 삼성과 LG에서 수입된 세탁기도 있었지만, 아주 작은 미니 드럼세탁기거나 대부분 6.5kg의 통돌이 세탁이였답니다. 뉴질랜드는 이불 빨래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솔직히 생각도 못했어요. 뉴질랜드는 이불에 커버를 씌워서 사용하며 커버를 때마다 세탁한다고 합니다. 한국처럼 커버와 이불이 한 몸이 되어 바느질로 붙어 있는건 상상도 못할 일인거죠. 아, 이렇게 작은 통돌이 세탁기가 그나마 조금 싼게 $500이라고 합니다. 브랜드도 들어보지도 못했던 중국 브랜드에요. 삼성과 LG는 입이 벌어질만큼 비싸서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에 두고온 제 혼수 드럼세탁기가 너무 그리웠어요.
그러던 중에 중고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에코샵'이었어요. 웨어하우스 옆에 위치한 에코샵은 모든 중고 물건들이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많은 종류의 물건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괜찮은 물건을 찾을 수가 없었죠. [ 여긴 50~60% 세일도 많이 하는 나라니까 곧 세일을 할거야,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 이렇게 이야기하며 저희는 손빨래를 하면서 조금 더 기다렸어요. 모든 마트에 하프프라이스 세일을 하기도 했지만 가전은 딱히 세일을 하지 않았어요. 실망감이 아주 컸었죠.
그러던 중에 신랑이 키위가 운영하는 게라지샵을 알게 되었어요. 수리기술과 손재주를 가진 키위가 자신의 게라지(차고)에서 중고 세탁기를 팔고 있었죠. 기술이 있다보니 고장나서 버려진 냉장고들을 주워와서 부품을 교체하거나 고쳐서 판매하는 것 같았어요. 대부분의 부품을 교체했는지 외관상 물건도 아주 깨끗했죠. 아주 감사하게도 냉장고를 구입하면 반년동안 무료 A/S도 가능하다고 했어요. 가격도 생각보다 아주 저렴하게 내어 놓았죠. 웨어하우스에서 $500에 봤던 세탁기인데, 중고라서 거의 반값으로 판매하고 있었어요. 그것도 조금 더 깎아서 $200에 구입을 하게 되었답니다. 딜리버리까지 해준다고 하니 완전 마음에 드네요. 뉴질랜드는 인건비의 나라라서 딜리버리비도 굉장히 비싸고 대부분 유료배송이거든요. 이럴 때 느끼는건 배송도, 서비스도 한국만한 곳이 없다는거에요.
↗ 집으로 도착해서 '라운더리 룸(Laundry room)'에 설치된 세탁기의 모습이에요.
↗ 주인 아저씨가 타고 온 트럭이에요. 트럭의 뒷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리프트가 달려있어서 바닥까지 내려왔어요. 아주 손 쉽게 세탁기를 내려서 집 안으로 배달했어요.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해 신발을 벗는게 저희 집의 룰이지만, 키위의 문화가 당연한 키위 아저씨는 신발을 신고 집으로 들어오셨어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웃고 말았죠. [ 아, 이따 대청소 해야겠다~ ] 라고 말하면서요.
↗ 설치를 끝내시고는 사용법을 알려주셨어요. 드라이 기능이 있는지 궁금해서 신랑이 물었지만 정작 사장님은 기능을 잘 모르시더군요^^;; 그저 고장난 곳을 잘 고치고 판매하는 것까지만 전문가였어요. 나머지 기능은 직접 연구해보기로 했답니다^^;;
↗ 허전했던 라운더리 룸에 작은 세탁기 하나 들어왔다고 이렇게 다르게 느껴집니다. 히히, 옆의 빈자리는 건조기가 들어갈 자리인 것 같으나, 전기세 관계로 저희는 구입하지 않는걸로 결정했답니다.
↗ 물이 빠지는 호수가 들어갈 구멍이 조금 애매했는데, 이게 애매한게 아니고 원래 저렇다고 합니다. 모든 집의 생김새가 비슷한가봐요. 한국은 보통 하수구가 바닥에 있어서 호수를 하수구로 빼잖아요? 그렇지만 여긴 물 빠지는 호수를 위로 번쩍 들어서 옆 싱크대의 작은 구멍으로 넣어줘야합니다.
↗ 싱크대 문을 열어보니 이런 모양이 되어 있습니다. 구멍으로 들어온 물 빠지는 호수는 여분의 파이프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싱크대의 물빠지는 파이프로 이어집니다. 굉장히 단순하죠?
↗ 한편으로는 걱정이 약간 되는게 [ 호수가 저렇게 위로 올라가 있는 구조라면 물이 분명이 고일텐데, 괜찮을까? ] 라는 생각. 뭐, 별 일 있겠어요? 세탁을 적어도 2~3일에 한번씩은 해야할텐데 물이 썩지는 않겠죠^^;;
↗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인 'Haier'은 중국제품입니다. 그리 큰 믿음은 가지 않지만, 중고샵의 모든 제품이 중국제품이였기에... 뉴질랜드의 키위들이 대부분 즐겨 쓰는 세탁기가 요놈이랍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삼성과 LG처럼? 튼튼한지는 써봐야알 것 같네요^^;; 사이클에 여러가지 단계가 있는데, 무조건 울(Wool)기능으로 돌려야 합니다. 한국의 통돌이 세탁기를 생각하면 안됩니다. 한국의 통돌이는 아무리 강해도 옷이 찢어지지는 않잖아요? 옷이 크게 상하지 않는 선에서 세탁도 아주 말끔하게 잘 되는게 한국의 세탁기인데, 이 곳의 세탁기는 힘이 너무 쎄서 세탁기가 움직이며 춤을 추기도 하고 옷에 구멍이 금새 송송 나기도 합니다. 바느질 선이 잘 터지기도 하고(절대 옷이 문제는 아니였어요.) 새로 구입한 세탁망이 연달아 찢어지기도 했죠. 그래서 가장 약한 울 기능으로만 세탁을 하고 있습니다. 멋 모르고 다른 기능으로 돌렸다가 후회 엄청 했어요.
↗ 6.5kg의 세탁기입니다. 이불 빨래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신랑과 함께 분위기 있게 발로 빨래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큰 용기에 이불 넣고 물 받아서 발로 밟아가며 세탁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두근하는군요!
↗ 혹시나 하는 생각에 먼지 필터를 빼서 손을 넣어봤습니다. 음? 뭔가 만져집니다.
↗ 윽, 얼마나 안 치우고 빨래를 했던 걸까요? 어마어마한 양의 찌꺼기들이 나옵니다.
↗ 와우, 정말 놀랍네요. 별게 다 나왔습니다 ^^;;
↗ 필터도 깨끗하게 씻었습니다. 칫솔로 문질러 씻었더니 새 것처럼 깨끗합니다.
↗ 필터를 꽂았습니다. 사진에는 하나만 찍혔는데, 총 두개의 필터가 마주보고 있습니다. 이제 신랑의 수고스러운 손빨래도 끝이 났고, 손목이 아플까봐 걱정할 일도 사라졌으니 너무 좋습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묵은 때들이 있을 수 있으니 세제만 넣고 세탁기를 한번 돌려야겠습니다. 새 것을 샀더라면 이렇게 묵은 때, 찌꺼기 걱정할 필요가 없었겠지요. 가진 모든 것들을 털어서 이 곳으로 왔기에 현재 가진 것이 없으니 이 정도에도 참 많이 감사합니다. 남이 쓰던 것이지만 깨끗하게 청소했으니 문제 없답니다. 세탁만 잘되면 괜찮아요.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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