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한번 소개 했었던 테일러 미스테이크 베이에 한번 더 가게 되었어요. 이번주를 마지막으로 뉴질랜드를 떠나는 친구들이 또 있는데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서 이 곳으로 한번 더 가게 되었죠. 매 주마다 떠나는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있다보니 이제는 이별이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아웃팅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제가 있던 200A 클래스의 모든 친구들이 함께 갔었거든요.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함께 움직이는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재밌고 기억에 남는 좋은 시간이 되었답니다.
↗ 테일러 미스테이크 베이입니다. 테일러 미스테이크 베이에 가면 수영도 할 수 있고 스노쿨링, 서핑까지 즐길 수 있답니다. 썸너비치와 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썸너비치에 비해서 덜 알려진 곳이라 약간 더 비밀의 공간 같은 느낌이 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해변이 싫다면 치치의 테일러 미스테이크 베이에 오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 곳에서 고들리 헤드로 가는 트래킹이 시작됩니다. 테일러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고들리 헤드로 떠나시면 됩니다.
고들리 헤드 트래킹 코스로 진입하자 마자 찍은 테일러 미스테이크의 아름다운 모습이에요. 햇볕을 받아 반짝반짝 거리면서 넘실대는 바다가 너무 예뻤어요.
제 뒤에서 걸어오던 타이완 친구는 [ 트윙클~ 트윙클~ ] 을 외치면서 한국에서도 유명한 반짝반짝 작은별 노래를 불렀답니다.
↗ 어쩌다보니 장을 저희 부부가 보게 되었어요. 총 12명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자니 살 것이 생각보다 많았죠. 음료의 선택권도 저희에게 있었기에 모두 음료수로 통일했어요. 삼겹살, 스테이크용 소고기, 미니 양배추, 버섯, 호박, 소세지, 야채팩, 물, 일회용 접시와 젓가락, 키친타올 등 다양하게 구입했답니다.
↗ 분명히 트레킹을 가는 것이라고 사전 설명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트래킹 할 준비를 해오지 않아서 고들리 헤드 코스를 완주하지는 못했어요. 딱 이 사진에 보이는 곳까지만 갔다가 돌아왔답니다. 고들리 헤드 트래킹 코스는 끝까지 완주하면 3시간 코스라고 해요. 다음번에는 꼭 완주를 해야지!
↗ 유난히 햇볕이 뜨거웠지만 모두들 신나게 걸었답니다. 뉴질랜드는 땅이 넓은데 비해 살고 있는 사람이 적어서 대부분의 가볼만한 곳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요. 그래서 차가 없으면 어딘가로 이동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지요. 치치에서는 버스를 타고 움직일 수 있지만 근교로 나가게 되거나 더 멀리 있는 좋은 곳에 가고자 하면 개인의 차가 없으면 이동이 힘들어요. 그래서 많은 친구들이 더 이 날을 즐겼던 것 같아요. 집 근처에서 늘 시간을 보내다가 이렇게 근교로 나들이를 나왔으니까요.
↗ 작은 벤치가 있는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어요.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너무 잘 어울리죠?
↗ 따로 색감을 조절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아름다운 색감의 고들리 헤드 트래킹코스! 저 바다는 테일러 미스테이크라고 불러야 하나요? 사진을 찍는다고 서있는 저희들의 모습이 보이네요. 멀리서 이렇게 예쁜 사진을 찍어준 신랑에게 참 고맙습니다.
↗ 트래킹을 끝내고 테일러 미스테이크 베이로 돌아왔어요. [ 날씨도 좋은데 그래도 발은 담궈야지~ ] 라고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 들어 갔어요. 모두들 우물쭈물 고민하더니 하나둘씩 바다로 들어왔어요. 날씨가 이렇게 좋을줄 알았다면 수영할 준비를 해서 가는건데 말이죠.
↗ 200A 친구들을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모두들 만나서 너무 행복하고 좋았어요. 아마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잘가, 친구들!
↗ 날씨가 이렇게 좋았는데도 물안개가 살짝 끼었어요. 그래서 더 분위기가 좋았죠. 딱 1명의 친구가 수영복을 준비했었는데, 나머지 친구들이 모두들 준비를 하지 않았으므로 살짝만 놀고 밥 먹으로 이동을 했어요. 수영복을 준비했던 친구는 굉장히 많이 아쉬워했었죠^^;;
↗ 다시 차를 타고 썸너비치를 지나 근처의 버넷파크로 왔어요. 테일러 미스테이크 베이에서 차로 10~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버넷파크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바베큐 스토브가 있어요. 전기 스토브 사용은 누구나 가능하며 무료로 사용이 가능해서 굉장히 좋았어요.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치치 곳곳의 많은 공원에 요런 무료 바베큐 스토브가 비치되어 있답니다. 놀러 가실 때 미리 알아보시고 가면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그래도 불이 그렇게 강한 건 아니라서 따로 버너를 하나 챙겼어요.
↗ 야채는 불이 좀 약해도 괜찮으니까 전기 스토브에서 바로 구웠어요. 소금이랑 후추를 쳐서 먹으니까 꿀 맛!
↗ 고기는 저희가 가져간 버너에 미리 구워준 다음 전기 스토브로 옮겨서 잘랐어요. 겉은 바삭하게, 속은 부드럽게 덜 익혔죠. 어디 나가서 사먹는 스테이크만큼 수준있는 스테이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맛있는 소고기! 뉴질랜드는 고기가 좋아서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거 같아요.
↗ 혹시 공원에 비치된 요런 전기 스토브를 사용하실 분들이 계시다면 식용유나 버터를 꼭 챙겨가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초반에 들러붙어서 애먹었어요. 그래도 맛있게 잘 구워 먹긴 했답니다. 삼겹살은 역시 쌈장에 찍어 먹어야 맛이 나는 것 같아요. 솔직히 한국인이 저희 부부 뿐이고 신랑은 된장을 좋아하지 않으니 저 혼자 먹으려고 된장을 챙겨 갔었는데 한번 먹어본 친구들이 맛있다고 된장을 다 먹어버렸어요^^;; 이렇게 된장이 인기가 좋을 줄이야! 시판용 집된장에 고춧가루, 마늘, 참기름, 파 넣고 섞어 만든 쌈장이었는데 친구들이 레시피를 달라고 해서 적어줬었답니다. 된장의 힘!
↗ 중국인 친구인 홀리, 윌과 함께 셀카를 찍었어요. 베이징에서 온 친구인 홀리는 어린시절 아역배우로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연예계 일을 그만둔 것이 아니라서 베이징으로 돌아가면 다시 일을 한다고 했지요. 사교성이 좋고 굉장히 정이 많은 친구라서 인기도 굉장히 많아요. 옆에 있는 윌은 아마 다음주 쯤에는 저희집에 두번째 홈스테이 학생으로 들어오게 될 것 같은데 16살에 대학에 들어갔다는 머리가 굉장히 좋은 친구입니다. 두사람 다 지금 굉장히 어린 나이인데 30살이 넘은 저에게 얼마나 편하게 대해주는지 모릅니다^^ 외국에서는 서로 나이 차이로 언니 동생이 없으니 더 편하게 서로를 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제가 같이 어려진 것만 같아서 더 좋은 것 같아요 ^^
↗ 오늘 오전에 찍은 사진이에요. 중간에 앉아 있는 친구가 슈샨이라는 타이완에서 온 친구인데, 내일이면 뉴질랜드를 떠나서 일본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슈샨은 타이완 사람이지만 일본에서 공부를 했고 현재 일본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어요. 모국어인 중국어는 물론이고 일본어를 모국어만큼 구사하는 슈샨은 이 곳에서 영어도 굉장히 유창하게 잘 말한답니다. 400레벨까지 올라갈 수 있었지만 부끄럼이 많아서 말을 거의 하지 않다보니 200레벨에 머물렀던거죠. 뭐, 그 덕에 저는 슈샨을 알게 되어서 굉장히 좋았지만 말이죠.
↗ 슈샨이 선물로 준 타이완을 상징하는 천등, 메모지, 카드, 태극기 종이학이에요. 타이완에서 구입을 해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등을 보니 [ 아, 나도 한국에서 올 때 한국을 기념할만한 선물을 좀 준비해올걸! ]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영문으로 적은 카드도 감동스러웠지만 무엇보다 태극기 문양의 종이학을 접어서 준 것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어요. 나는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받기만 해서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슈샨을 처음 봤을 때 신랑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 여보, 우리 반에 새로 온 애가 있는데 진짜 너무 목소리가 작아서 그 친구가 이야기를 하면 알아 들을 수가 없어. 머리도 부스스한데 맨날 풀어헤치고 다녀서 보기 좀 그래. 그 친구랑 짝꿍이 안되었으면 좋겠어 ] 이렇게 색안경을 끼고 이 친구를 바라봤었어요. 어색하고 나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했었죠. 같이 트래킹을 갔을 때 슈샨이 제게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 나는 네가 너무 좋아. 늘 밝게 웃어줘서, 반의 분위기를 신나게 이끌어줘서 고마워. 너는 우리반에서 정말 중요한 존재였고 지금 네가 우리반에 없어서 나는 슬퍼 ] 으악, 제가 제 손으로 이런 이야기를 적으려니 굉장히 오글거리긴 하지만 여튼 슈샨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거에요. 그 순간 제 얼굴이 정말 화끈거렸어요. 그리고 정말 많이 민망했고 속으로 [ 아, 나 정말 나쁘다. ] 라는 생각을 했죠. 첫 인상을 가지고 한달이라는 긴 시간을 슈샨에게 말 한마디 걸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미안했어요. 그리고 트래킹을 계기로 매일 같이 화사한 웃음으로 다가오는 슈샨과 더 잘 지내게 되었었죠.
이 일을 계기로 스스로에게 조금 더 회초리를 들게 되었어요. 남을 쉽게 판단하지 말자. 내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 사람을 충분히 겪어본 다음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자. 선을 긋지 말자. 색안경을 끼지 말자. 남 이야기를 쉽게 하지 말자. 여튼 이번에 모두가 함께 했던 테일러 미스테이크 아웃팅과 바베큐 파티는 정말 즐거웠어요. 모두들 각자의 나라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더 성장하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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