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매주 적어도 1번은 외국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취지는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입니다. 약속이 많이 잡힐 때면 한 주에 2번은 모임을 가집니다. 그 이상은 에너지 소모가 너무 심해서 부담스러워요. 간단하게 피자나 스낵을 구입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늘 한국음식을 직접 준비를 하다보니 그 이상의 모임을 가지면 요리를 하는 제가 지칠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외국인 친구들을 초대할 때 늘 먹고 싶은 한국 요리가 있는지 물어 봅니다. [ 먹고 싶은 한국 요리 없어? ] 라고 물으면 보통 일본 친구들은 [ 음, 나는 김밥이 먹고 싶어 ] 라고 말하는 편이고 중국인 친구들은 대부분 [ 떡볶이가 먹고 싶어! ] 라고 이야기 합니다. 각 나라마다 잘 알려진 한국의 음식이 있는지 대부분의 친구들의 답은 비슷했답니다. 그래도 가끔 일본인 친구들은 삼겹살, 김치찌개, 비빔밥 이야기도 했는데 중국인들은 하나같이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여튼, 보통 초대를 하면 3명을 초대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특별하게 신랑 클래스의 모든 친구들을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신랑 반에 많은 일본인 학생이 있었는데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일본으로 모두 돌아가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신랑이 친구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었나 봅니다.
↗ 바쁘게 준비한 김밥 재료입니다. 저희 부부는 파트타임 학생이라 12시에 2교시 수업이 끝나면 자유시간입니다. 나머지 풀타임 학생들은 3교시까지 수업을 듣기 때문에 1시에 마치죠. 어학원과 저희 집의 거리가 걸어서 10분 거리라서 저희는 굉장히 바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점심을 대접하기로 했는데 늦어도 1시 30분이 되면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도착할 것 같았거든요. 전날 깜박하고 구입하지 못한 일회용 포크와 접시를 구입하려고 가까운 카운트다운에 가서 급하게 구입을 했고, 집으로 돌아오니 이미 12시 20분이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넉넉히 1시간인데 그 사이에 15인분의 음식을 모두 준비할 수 있을지 굉장히 두려웠지요. 그래도 다행히 밥짓기를 예약으로 맞춰놔서 집으로 돌아 왔을 때 밥은 준비가 되어 있었답니다. 신랑 클래스가 모두 온다고 하니 엄청나게 긴장이 되었답니다. 저희 식구와 클래스 친구들, 선생님까지 포함해서 총 15명의 인원이 같은 시간 한 집에 있는거니까요. 무엇보다 선생님이 온다는 것이 가장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 바쁘게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번거로운 것들은 전날 밤에 미리 준비를 해놨었지요. 그래도 한번에 멀티로 움직여야 했답니다. 메뉴가 총 3가지였거든요. 김밥, 떡국, 부침개를 준비했는데 여러 나라의 친구들이 모이는 날이라 매운 음식은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어요. 1시간 안에 13인분의 김밥, 떡국, 부침개를 준비하려니 아주 어려웠답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는 말을 실감했던 날이었습니다. 일단 떡국 물을 얹어 놓고 물이 끓을 동안 김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4가지 종류의 김밥을 준비했는데 기본 김밥, 참치김밥, 소세지김밥, 치킨김밥입니다. 치킨은 순살닭고기를 구입해서 전날 튀겨 놓았더니 아주 편하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참치도 마요네즈에 미리 버무려 준비를 했고 소세지도 칼집을 내서 노릇하게 구워놨었죠. 햄 대신 베이컨을 사용했는데 베이컨은 끓는 물에 담궈 첨가물을 제거한 다음 구워서 준비했답니다. 가장 비싼 재료는 역시 단무지와 우엉지입니다. 그 다음은 김이죠. 단무지와 우엉지는 코스코에서 묶음으로 함께 구입을 했는데 몸값이 아주 비싼 녀석입니다. 시금치 대신 값싼 청경채를 볶아서 준비했고 당근은 채썰어서 볶았습니다. 도톰한 계란을 만들기 위해서 저는 적당한 굵기의 계란말이를 만든다음 썰어줬어요. 저한테는 이 방법이 가장 쉬웠답니다.
↗ 가든에서 키운 유기농 깻잎으로 바닥을 장식하고 그 위에 단무지, 우엉지, 당근, 청경채, 계란, 베이컨을 올려줬습니다. 요건 기본 김밥이에요.
↗ 깻잎을 깔아준 다음 그 위에 단무지, 계란, 우엉지, 베이컨, 청경채, 당근, 마요네즈참치를 올려줬습니다. 참치김밥은 사랑입니다.
↗ 단무지, 우엉지, 당근, 청경채, 계란, 소세지를 넣어서 만든 소세지 김밥입니다. 요놈은 아주 두툼하더라구요!
↗ 단무지, 우엉지, 베이컨, 계란, 청경채, 당근, 순살 치킨을 넣은 치킨김밥입니다. 치킨과 아주 잘 어울리는 칠리소스를 추가로 넣어줬어요.
↗ 총 10줄을 준비해서 잘랐습니다. 너무 바쁘고 마음도 급해서 예쁜 접시에 예쁘게 담지는 못했지만 맛은 좋았답니다. 종류별로 구분해서 놓았다면 더 먹기가 좋았을텐데, 솔직히 정신이 없어서 막 섞어서 손에 데이는 대로 막 놓아서 내보냈습니다. 가장 먼저 준비한 김밥은 사진을 남겼는데 떡국과 부침개는 사진을 남기지 못했네요. 조금 궁금했던 것은 일본에도 김밥과 거의 똑같이 생긴 스시가 있는데 왜 일본 친구들이 김밥을 먹고 싶어하냐는 것이었는데, 일본인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일본의 김밥에는 참기름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와사비 간장에 보통 찍어 먹는다고 해요. 들어가는 재료와 먹는 방법이 다르다보니 한국의 김밥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 수가 많아서 일회용 그릇과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했는데 정말 좋은 선택이었답니다. 덕분에 저의 손목이 살아 남았죠. 1차로 김밥과 떡국이 함께 나가고 다 먹어갈 때 쯤 2차로 나간 파전과 삼겹살김치전은 인기가 아주 좋았답니다. 이렇게 젊은 청년들이 모여서 술 한잔 없이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모두 영어를 쓰면서 대화를 했으니 서로에게 아주 유익한 시간이 되었답니다.
↗ 한국, 프랑스, 일본, 중국, 브라질의 사람이 함께 모였습니다. 햇살이 아주 좋은 날이라서 사진도 예쁘게 잘 나왔어요. 이 곳의 친구들 중 반이 모국으로 돌아갔는데 지금도 아주 많이 보고싶습니다. 길어봤자 2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인데 그래도 매일 함께 보내며 삶을 나눴더니 정이 많이 들었었나봅니다. 물론 저희 반 친구들은 아니지만 바로 옆반이기도 하고 신랑 덕분에 대부분의 친구들과 굉장히 많이 친해졌습니다. 도쿄에 오면 함께 디즈니랜드에 가자는 친구, 오사카에 오면은 같이 타코야키 먹자는 친구, 홋카이도에 오면 같이 눈구경하러 다니자는 친구, 베이징에 오면 함께 베이징덕 먹으러 가자는 친구, 방콕에 오면관광 시켜주겠다는 친구, 타이페이에 오면 재워주겠다는 친구 등 참 많은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물론 모두가 이 약속을 지킬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국적의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서 참 좋습니다. 언어라는게 참 마법같은 것 같아요. 한가지 언어를 쓸 수 있다는 것을 통해 장벽없는 많은 대화와 나눔을 할 수 있습니다. 영어의 중요성을 이 나이에 새삼 깨닫습니다. 여튼, 아주 바쁘게 준비했는데 모두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고 배불러하며 만족해줘서 고마웠습니다.
↗ 위의 사진은 다른 일본인 친구와 중국인 친구를 초대했을 때 먹었던 저녁 밥상입니다. 일본인 친구인 타카푸미가 먹고 싶다고 했었던 김치찌개와 삼겹살, 중국인 친구 홀리가 먹고 싶다고 했었던 떡볶이를 함께 준비했었지요. 김치찌개는 아무리 덜 맵게 만들어도 일본인들의 입맛에는 많이 매운가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친구들의 모습이 약간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맛있다고 끝까지 먹는 모습에 조금 안심을 했었죠. 가장 인기가 좋은건 떡볶이입니다. 떡볶이는 살짝 매콤하지만 달콤함도 강해서 모든 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음식인 것 같습니다.
약간 신기했던건 4개월간 정말 많은 외국인들을 만났고 집으로 초대했지만 단 한명도 불고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먹고 싶은 메뉴로 언급을 하지도 않았죠. 생각보다 인기가 없는 불고기와 비빔밥이 아쉬웠고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좋아하고 먹고 싶어하는 김밥과 떡볶이에 자부심이 쑥 올라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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