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지 않은 연분홍의 장미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납니다. 적어도 2주에 한번은 연분홍의 미니장미를 한아름 안고 오셨죠. [ 우리 딸 주려고 사왔어, 이쁘지? ] 꽃보다 딸이 예쁘다던 엄마의 목소리, 엄마의 환한 웃음이 떠오릅니다. 며칠전 엄마에게 전화가 왔었는데 아프시다고 합니다. 오른쪽 다리와 오른쪽 팔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불안한 마음으로 병원을 찾으신 엄마는 자세한 검사를 위해 입원을 하게 되셨습니다. [ 내가 같이 있었더라면 한걸음에 달려갔을텐데, 당장에 차로 모시고 병원까지 가서 엄마 곁을 꼭꼭 지켜드렸을텐데... ] 라는 생각을 하며 애를 태웠죠. [ 괜찮아, 지하철 타고 엄마 혼자 잘 갈 수 있어 ] 라고 이야기하시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났습니다. 해마다 크고 작은 문제들로 병원을 출입하셨었지만 한번도 제가 곁에 없었던 적이 없었으니까요. 제가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는 신랑이 나서서 엄마를 모시고 다니곤 했었습니다.
마침 신랑이 [ 이럴 때 박서방이 한국에 있었어야 하는건데, 그치? ] 라고 이야기합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엄마와의 통화를 마친 제게 신랑이 건넨 말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 그래, 이럴 때 당신이 딱 한국에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 라고 말하며 속으로 신랑에게 많은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크게 표현하는 편이 아닌 신랑에게 저런 말 한마디가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다행히 최근 운전을 시작한 언니가 운전이 좀 익숙해져서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고 합니다. 제가 뉴질랜드로 떠나올 때까지도 운전을 하지 못했었는데, 3개월만에 많이 늘었다고 하는군요. 그래도 갓난쟁이를 데리고 다니느라 아마 정신이 없었을텐데 덕분에 한시름 덜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엄마는 MRI검사를 하셨고 다행히 머리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꼬리뼈에 있는 디스크가 왼쪽 신경을 눌러서 오른쪽 다리와 팔이 많이 저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사치료를 했고 지금은 차도를 지켜보기 위해 입원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엄마가 보고싶은 마음에 영상통화를 걸어서 엄마의 얼굴을 확인했죠. 다행히 얼굴이 좋아보였습니다. [ 밥은 드셨어? ] [ 아니, 여긴 아직 밥 때가 아니야~ 좀 있다가 밥 줄거야 ] [ 잘됐네, 오랜만에 입원하니까 친정에 온 것 같고 좋지? ] [ 그래, 좋다! 옛날에 알던 간호사도 아직 있네. 인사 시켜줘? ] [ 아니, 나 지금 꼴이 말이 아니야~ 거기 병실 분위기는 어때? 아줌마들 착해? 혼자 있으니까 간식도 챙겨주는 막내도 없고 아쉽지? ] [ 그래, 우리 막내 없으니까 아쉽네. 우리 막내 보고싶다 ] [ 히히, 나도 많이 보고싶고 사랑해 엄마. 오늘 식사 맛있게 하시고 아줌마들이랑 친하게 지내. 오랜만에 병실 티비로 아침 드라마도 보시고.. 이참에 몇일 푹 쉬셔~ ] [ 그래, 알겠어. 이제 끊어 ] 이런 저런 대화를 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래도 머리에 이상이 없다는 말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간 곳은 '헤글리파크' 안에 있는 '로즈가든'입니다. 지난번에 헤글리파크를 방문했을 때 시간이 없어서 로즈가든에 가보지 못했었어요. 장미가 한창 피기 시작할 때쯤 이었는데 시간이 너무 지나서 장미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장미가 만발해있었답니다. 뉴질랜드의 날씨가 워낙 좋아서 장미가 계속 잘 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가을이고 곧 겨울이 올테니 아마 장미 시즌도 곧 끝나겠죠? 한국에는 이제 봄이 오고 있지요? 언니가 보내주는 사진을 통해서 한국의 봄 꽃, 봄 새싹들을 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꽃이 그리 예쁜들 한국의 꽃보다 못한 것 같습니다. 언니가 보내주는 사진의 한국 꽃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지 마음은 오로지 한국에 가있습니다. 부족한 사진이지만, 곧 다가올 따뜻한 날을 기대하며 뉴질랜드의 로즈가든을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 연분홍의 장미 한송이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사진으로 담아 봅니다. 하늘의 푸름과 나무의 초록, 꽃의 수수한 연분홍이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 저는 이렇게 풍성하게 핀 하얀 꽃송이를 보면 꼭 배우 한가인이 떠오릅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예쁩니다.
↗ 살구색이라고 해야 할까요? 풍성하게 핀 장미의 모습입니다. 장미의 종류가 아주 많았는데, 솔직히 저는 꽃을 좋아하지만 꽃을 잘 몰라서 그냥 보면 예쁘다, 예쁘다 합니다. 그래서 이름을 자세하게 적을 수가 없었답니다^^;;
↗ 같은 살구색의 장미였지만 생긴 모양이 달랐습니다. 이게 조금 덜 풍성합니다.
↗ 만지면 부숴질듯 고운 곡선을 가진 장미 송이입니다. 이 색깔을 입술에 바르면 굉장히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로즈가든의 중앙에 위치한 해시계입니다. 이건 어느나라에 가든 있는 것인가 봅니다. 한국에서 봤던 것과 아마 다르겠지만? 제 눈에는 언어 외에 딱히 다른점이 없었습니다. 예쁜 문양과 함께 영문으로 월이 적혀 있습니다. JUN, JUL, AUG, SEP....
↗ 중간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벤치가 있습니다. 저 곳에서 책을 본다면 그 것도 아주 좋을 것 같군요.
↗ 너무 사랑스러운 소녀가 생각나는 색감의 장미입니다. 와, 이런 꽃이 어울리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 꽃길을 걸을 수 있도록 아치형으로 작은 꽃 터널도 만들어놨습니다. 저런 곳은 꼭 신랑 손 잡고 걷고 싶어요.
↗ 정열적인 사랑이 떠오르는 붉은 장미입니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이 꽃을 입에 물고 탱고를 추는 모습이 머리에 박혀 있습니다. ^^;;
↗ 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올 것만 같은 그런 정원입니다. 시계를 든 토끼 한마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어요. 그냥 토끼만 만났어도 굉장히 반가웠을거에요. 물론 뉴질랜드에서 토끼는 굉장히 미움을 받는 불청객이지만 말이죠.
↗ 색색의 장미, 각기 다른 종류의 장미들이 나란히 나란히 줄을 지어 심겨져 있습니다.
↗ 이별을 뜻한다고 했었던 노란장미, 아직도 같은 뜻으로 사용되나요? 음, 이별의 의미로 사용되기엔 노란장미가 너무 예뻐요.
↗ 로즈가든이 처음 생길 당시의 사진이 남아 있네요. 흑백이지만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렇게 작았던 장미나무가 지금 이렇게 많이 컸네요.
↗ 로즈가든에는 동, 서, 남, 북으로 통하는 입구가 있어요. 이 곳은 식물원으로 통하는 입구 입니다. 방향감각이 없어서 동서남북으로 구분하긴 어려웠어요.
↗ 식물원 쪽 입구 앞으로 작은 관광차량이 지나가네요. 헤글리 파크에서 운영하는 것인데 운전기사분이 마이크를 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세요. 리스닝이 확실하게 된다면 이 차량을 꼭 타보고 싶답니다. 중간 중간에 차를 세워서 사람들이 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니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아, 헤글리 파크는 크라이스트처치 시내의 반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데 총 면적이 544,500평이라고 해요. 엄청난 규모죠? 한번에 걸어서 다 보는 것은 어려우니 짧은 시간에 관광을 마쳐야 한다면 이 차량을 이용하시는게 좋아요.
↗ 사진만 찍고 결국 나가는 것은 옆 쪽인 정문으로 나갔습니다. 총 4군데의 입구 중에 이 거대한 모형장미가 꽂혀있는 곳이 정문입니다. 철제로 만들어진 단단한 장미 조형물인데, 정말 예쁘게 잘 만들어놨어요. 로즈가든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주는 아주 효자 장미입니다. 다음번에는 이어서 식물원에 대해서 포스팅을 할게요. 뉴질랜드의 초록 식물을 구경하러 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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