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고민을 하다가 좋은 트래킹(trekking) 코스를 찾았습니다. 굉장히 귀여운 이름을 가진 이 트래킹 코스는바로 '테일러 미스테이크 베이(Taylors Mistake Bay)'입니다. 지난번에 포스팅했던 '썸너비치'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이 곳은 캡틴 테일러의 실수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리틀턴인줄 알고 정박했지만 그 곳이 아니었던거죠. 그렇게 붙여진 이름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테일러 미스테이크는 썸너와 같은 바다를 끼고 있으며 사뭇 한국의 동해바다의 해변가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사람들의 패션이죠. 비키니는 아주 당연한 패션입니다. 물론 저는 서해와 남해를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살던 곳에서는 서해와 남해가 너무 멀어서 언제나 바다하면 동해였죠. 여튼 날씨를 너무 좋아서 [ 아, 수영을 하러 갔어야 했어! ] 라고 말하며 많이 아쉬워 했었습니다. 이 더위에 트래킹만 한다는 것이 많이 슬펐죠. 2~ 3시간의 테일러 미스테이크 코스를 완주하진 못했고 반 정도 갔던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고 꽃도 바라보며 신랑과 함께 그저 즐겼답니다. 함께 보시죠.
↗ 트래킹을 떠나기 전에 아침겸 점심으로 brunch를 든든하게 챙겨 먹었답니다. 보통 아침은 식빵 한 조각이나 바나나를 먹는게 보통인데 그래도 기분 좋은 주말에 브런치니까, 뭔가 이쁘게 차려서 먹고 싶었답니다. 맥모닝을 좋아해서 집에서 종종 해먹는 편인데 전용 빵을 구입하고 치즈와 햄, 계란, 잘 키운 상추를 듬뿍 넣어서 만들었어요. 거기에 시리얼 요거트, 사과를 함께 준비하니 완벽한 브런치가 되었습니다.
↗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차로 40분이 걸리는 이 곳은 썸너와 마찬가지로 크라이스트처치 자유여행을 올 때 필수코스라고 합니다. 그만큼 아름답고 볼거리가 있다는 거겠죠. 썸너에서 테일러미스테이크 베이까지 겨우 5분 거리라서 썸너에 가신다면 이 곳까지 꼭 다녀가시길 바랍니다. 이 곳에 오시면 캐시미어힐과 마찬가지로 산 위로 구불구불하게 도로가 나있는데 이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위의 사진은 반 정도 올라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워낙 길이 좁고 S자 모양에 아차하는 순간에 절벽으로 떨어지는 도로라서 위험하긴 하지만 이 곳의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쌩쌩 잘 달립니다. 저희는 가슴이 후달려서 두통에 멀미까지 났습니다. 그렇지만 정상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모든 고난은 사라지고 그저 좋았습니다. 그렇게 썸너의 반대편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테일러미스테이크가 나옵니다. 산도 아니죠. 그저 작은 언덕입니다. 이 곳에서는 Hill이라고 부르죠.
↗ 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공용주차장이 있습니다. 주차는 무료로 가능합니다.
↗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잘 되어있습니다. 샤워시설까지 모두 무료입니다. 어느 해변가를 가든 샤워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고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샤워비용을 받는데 말이죠. 작년 거제도 여행을 갔을 때 1인당 샤워비용이 3천원씩 들어서 온 가족이 대략 3만원을 내고 샤워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옆에 물을 마시는 곳도 있으니 물 걱정도 마시고요. 크라이스트처치의 물은 만년설이 녹은 물인 천연수입니다. 그래서 맛도 굉장히 좋고 모든 가정의 물이 무료입니다. 크라이스트처치 안이라면 어디서든 안심하고 건강한 물을 드시면 됩니다.
↗ 화장실 옆으로 난 작은 길을 오솔길을 통해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왔습니다. 이 길의 끝에 바다가 보입니다.
↗ 이야, 바다입니다. 가까운 썸너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붐볐는데 이 곳은 비교적 많이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죠. 모래를 한 줌 손에 떠서 보니 모래 색이 신기합니다. 백사장에 익숙한 저희에게는 굉장히 새로웠죠. [ 와, 이런 색깔의 해변가도 있구나. 예쁘다! ] 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여자분들은 비키니를 입고 왔습니다. 아이, 청년, 장년, 노인 가릴 것 없이 모두들 비키니를 즐깁니다. 한국에서는 몸매가 좋은 사람만이 비키니를 입을 수 있는 분위기인데, 이 곳에서는 누구든 여자라면 입을 수 있습니다. 누구도 뭐라하지 않고 누구도 거슬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죠. 그래서 지금이 제게는 기회인건데 그래도 용기가 나지 않아서 시도를 할 생각을 못했습니다. 한국의 정서가 아마 제 안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거겠죠. [ 나는 못입어, 나는 뚱뚱해 ] 라는 생각? 이 곳 사람들의 자신감, 넘치는 당당함이 솔직히 많이 부러웠습니다.
↗ 테일러미스테이크 베이의 끝자락에 가면 트래킹 코스가 시작되는 입구가 보입니다. 사람들은 이 트래킹 코스를 '고들리 헤드(Godley Head)'라고 부르기도 하고 베이와 묶어서 테일러미스테이크 트래킹 코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누구나 알아 들으니 상관없습니다.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봅니다.
↗ 돌계단 옆에는 작은 쉼터가 있는데 낡은 나무벤치가 꼭 돌 들에게 삼켜진 듯한 모습입니다. 나무 그늘이 잘 되어 있어서 쉬기에 딱이죠. 대신 입구인만큼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기에 쳐다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영어공부를 하려면 여기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 인사만 해도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 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에는 이렇게 펜스가 쳐져 있습니다. 약간의 경각심을 주기 위함일까요? 안전을 고려한 모습이 보입니다. 신기했던건 정말 더운 날씨였는데 철로 만들어진 펜스가 뜨겁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닷바람이 차가워서 그런걸까요? 여튼^^
↗ 이야, 위에서 바라본 테일러미스테이크 베이의 모습입니다. 아까 보셨던 검은 빛의 모래가 제 역활을 톡톡히 합니다. 해변이 검은빛으로 가득하네요. 이 곳에 파도가 적당히 좋아서 초보 서퍼들이 종종 찾는 곳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 이 곳에 나있는 대부분의 꽃들이 이 놈이었는데, 제가 보기엔 다육이 같습니다. 여러분들 보시기에는 어떤가요? 다육이가 이렇게 엄청난 크기로 자란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 와, 날 좋고 물 좋은 곳에서는 다육이가 이렇게도 자라는구나.. 한국에는 정말 콩만한데.. 엄마 보여줘야지 ] 라고 말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엄마가 다육이를 엄청 좋아하시거든요. 게다가 꽃까지 핀 모습이 신기하고 예쁘기까지 했습니다.
↗ 조금 더 걷다가 다시 해변가를 바라보니 커다란 암초가 보입니다. 신랑이 말하길 [ 저기 악어 있다! ] 라고 이야기 합니다. 히히 비슷하긴 합니다. [ 저기 올라가 보고 싶은데, 여기서 보면 이렇게 예뻐도 가까이에서 보면 바다벌레 많겠지? ] 라고 물어봅니다. 굉장히 귀여웠어요.
↗ 중간에 작은 벤치도 있습니다. 이 곳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면 기분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햇빛이 과하므로 저희는 지나갔습니다.
↗ 중국여성으로 추정되는 분이 저 멀리까지 가셔서 셀카를 찍고 계십니다. [ 에메랄드 빛 바다속에 저 시커먼게 뭘까? ]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마를 닮은 못 먹는 해초류였습니다. 꼭 머리카락 풀린 것처럼 무서웠어요.
↗ 베이에 있는 작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몇 가구 안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옹기종기 굉장히 좋아보여요.
↗ 다시 트레킹 코스 방향으로 눈을 돌려보니 신랑이 열심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 절벽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소나무와 비슷한 것이 있었습니다. 물 색깔이 정말 예쁩니다. 몰디브처럼 투명하진 않지만 그래도 너무 예쁩니다.
↗ [ 여보, 저기 끝까지 가서 포즈 취해볼래? 대신 조심해야해 ] 라고 말하며 신랑을 멀리 보냈습니다. 두 팔을 벌려 멋지게 포즈를 취한 신랑을 찍어봅니다.
↗ 다육이로 추정되는 식물과 함께 찍어보니 더 예쁘게 나오는 테일러미스테이크의 모습입니다. 아, 정말 뛰어들고 싶은 욕구가 충만합니다.
↗ [ 저기 언덕으로 가보자! ] 라고 말하며 신나게 올라가는 우리 신랑입니다. 사진으로 보이진 않지만 바람을 따라 일렁이는 풀들의 모습이 꼭 파도치는 바다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 정말 너무 좋습니다.
↗ 뒤를 돌아보니 바다가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국도 보이고요.
↗ 햇볕이 가장 따가운 나라, 피부암 발생율 1위인 나라, 뉴질랜드라고 해서 얼굴이 탈까봐 챙 넓은 모자까지 든든하게 챙겨쓰고 왔는데, 어떤 사람은 윗도리를 벗어버리고 트래킹을 합니다. 참 대단하죠?
↗ 저희가 서있는 이 곳에서 사진에 보이는 사람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 오른쪽으로 길을 따라가면 저기 반대편 끝까지 넘어갑니다. 계속 이어지는 작은 길이 보이시죠? 더 위쪽으로는 차가 지나갈 수 있는 도로도 있습니다.
↗ 너무 더워서 트래킹 코스를 완주하진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다시 돌계단을 타고 내려오니 오른쪽에 작은 키위하우스가 보입니다. 키위하우스는 키위들의 홀리데이하우스와 비슷한 것인데 한국으로 치면 작은 펜션 또는 민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해변가로 가면 발이 자꾸 빠져서 키위하우스가 밀집해 있는 곳으로 돌아서 갔습니다. 이 길에서 바라본 바다도 굉장히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입니다.
↗ 키위하우스입니다. 길을 따라 수많은 키위하우스가 있습니다. 부산이나 포항에가면 해안가를 따라 있는 민박촌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신 이 곳은 집을 통으로 빌립니다. 딱 2~4인이 머물 수 있는 정도의 사이즈입니다.
↗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름다운 도시와 바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언덕의 윗자락에 차를 세웠습니다. 잠시 주차를 하고 바라본 썸너의 모습은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썸너는 캐시미어 힐과 마찬가지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가장 부유한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입니다. 솔직히 처음에 크라이스트처치에 왔을 때는 [ 이 넓은 땅을 두고 왜 산에 집을 지었지? ]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부산이 떠올랐죠. 그리고 서울의 달동네가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야경이 보이는 전망 때문에 이 높은 곳에 사람들이 집을 짓는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에 나온 집만 해도 너무 예뻐서 카페라고 해도 믿겠다 싶었습니다. 2층의 테라스와 햇살이 들어오는 작은 테이블이 보이니 부러움이 제 속에서 막 올라왔죠. [ 와, 좋겠다 ] 하긴 저 높은 절벽에 집을 지으면 해가 뜨고 지는 것이 다 보일 것이고 아침에 바다를 바라보면서 눈을 뜰 수 있을 것이고 밤에는 야경이 대단히 아름답겠죠. 뭔가, 나와는 다른 세계라는 생각이 들자 괜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 에잇, 돈 많이 벌자! ] 라고 말하며 웃었죠.
↗ 저 꼭대기에 있는 집들은 다니기가 조금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야, 절대 걸어서는 못다니겠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이 곳은 주거지역과 상권의 분리가 확실해서 중간에 슈퍼가 없습니다. 가끔 골목에 데어리(작은 슈퍼)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거의 없어요. 대부분 도로가나 번화가에 모여있는 편이죠. 뭐 필요하면 차로 무조건 아랫동네까지 내려가야하니 참 번거로운 일입니다. 히히 괜히 제가 시비거는 건가요?
↗ 윗동네에서 바라본 아랫동네의 모습입니다. 밤이 되어 깜깜해지고 불이 켜지면 야경이 참 예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빌딩숲이 아니니 서울만큼 화려하지는 않을거에요. [ 다음엔 꼭 테일러미스테이크 트래킹코스를 완주해야지! ] 라고 말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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