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신랑과 함께 프리블턴(Prebbleton)에 있는 블루베리 농장에 다녀왔어요. 제가 살고 있는 치치의 도심에서는 차를 타고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답니다. 한국에서는 블루베리의 가격이 워낙 비싸서 자주 먹지 못했던 고급과일이었는데, 이 곳에서는 블루베리는 정말 흔하고 흔한 과일입니다. 지금 한국은 한겨울이죠? 가장 추운 계절인 지금 저는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2월은 가장 더운 한여름인데 지금 한창인 블루베리는 각 농장마다 'PYO(Pick Your Own)'를 합니다. 체리는 아마 거의 시즌이 끝났을거에요. 구매자가 필요한 만큼의 과일을 직접 따가는 것인데 한국에서 농장 체험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국에서도 직접 수확해서 구입하는 농장체험이 있죠. 어떤 과일이든 수확하는 사람에 대한 인건비가 붙으면 가격이 올라가잖아요? 'PYO(Pick Your Own)'를 통해 소비자에게는 농장 체험의 기회와 저렴하게 과일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농장주인은 인건비가 절감이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체험의 기쁨을 제공할 수 있으니 서로가 좋은거죠.
그런데 한국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 있었습니다. 농장에서 블루베리를 수확하다가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 자유는 나무에 따라 더 달고 맛있는 블루베리가 있으니 하나씩 맛을 보고 골라가면서 수확을 하라는 이유에서 주어진 자유입니다. 보이는 대로 다 먹으라는건 아니에요. 누구도 감시하지 않고, 누구도 간섭하지 않은 곳에서 농장 주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면서 적당히 먹어야하는 거죠. 그래야 농장 주인도 남는게 있지 않겠어요^^?
이제 치치에서는 맛을 보면서 블루베리나 체리를 딸 수 있는 농장은 흔하지 않습니다. 남섬 아래로 내려가면 대부분의 농장은 아직 맛을 볼 수 있게 해주지만, 치치 시내에 워낙 많은 중국인들이 들어오면서 체리농장, 블루베리농장의 과일을 너무 무분별하게 먹었다고 하네요. 한국인 비율이 많이 적은 편이지만, 한국인도 [ 이게 왠 떡이야? ] 라는 마음으로 한 몫을 하긴 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농장주인들이 맛을 볼 수 없도록 바꾸거나 입장료를 받는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맛을 보면서 딸 수 있는 키위의 좋은 문화가 조금씩 사라진다는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된다면 언젠가 남섬 전체의 농장이 모두 맛을 볼 수 없도록 규칙을 바꿀겁니다. 더 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저희부터 노력해야겠죠? 키위들의 아주 좋은 문화를 함께 지켜가자구요. 이제 농장 소개를 좀 해볼게요.
↗ 농장 주인의 집입니다. 집 앞에 아주 커다란 정원과 농장이 펼쳐져 있는거죠.
'보이즈 블루베리 농장(Boyds Blueberries Farm)'
주소 : 828 Shands Rd, Prebbleton 7676
가격 : $15 per kilo
↗ 농장 주인은 자기 집 게러지(차고) 한켠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계셨습니다. 많은 연장들과 함께 'PYO'에 대한 가격 안내가 적혀있군요. 호두도 판매하는지 몇 봉지 묶어서 준비을 해놓으셨어요.
↗ 1인당 바스켓을 하나씩 주셨어요. 아이들이 오면 아주 작은 바스켓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보통 10kg 사이즈의 바스켓을 줍니다. 여기 가득 담으면 10kg이라는데, 얼마나 딸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군요.
↗ 오른쪽에 농장 입구가 보입니다. 블루베리는 새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펜스를 치고 공중에는 그물 네트를 쳐놨어요. 중앙에 보이는 철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바람을 막기 위해 심은 큰 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있네요. 그 앞에는 벼인지, 보리인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 블루베리 농장의 모습입니다. 블루베리 나무들이 줄을 지어 있고 사이 사이에 쏙쏙 들어가서 이제 블루베리를 따면 됩니다.
↗ 제가 선택한 곳은 바로 이 곳입니다. 크고 탐스러운 블루베리가 많이 열려 있기를 바라며 Go!
↗ 덜 익어서 아직 초록색의 블루베리도 있었는데, 이미 사람들이 블루베리를 딴 자리에는 또 새로운 블루베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무한정으로 열리는 건가요? 궁금해서 요건 개인적으로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 이제 익기 시작해서 분홍빛, 연보랏빛을 띄는 블루베리도 많이 보였습니다.
↗ 오, 잘 익은 블루베리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 짠, 처음 따 본 블루베리입니다. 생각보다 알이 그렇게 크진 않지만 맛이 아주 좋습니다. 맛보고 따고 자리 옮기면 또 맛보고 따고.. 입이 달달하니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온도가 높은 날씨였지만 구름도 많고 바람도 조금씩 불어서 생각보다 덥지 않았어요.
↗ 열심히 따는데 열중한 타뇨입니다. 너무 작아서 따도 따도 통이 차지를 않습니다. 적어도 3kg은 구입하고 싶은데, 시간이 될라나 모르겠습니다.
↗ 블루베리를 따다보니 요령이 생겼는데, 햇볕이 드는 방향의 블루베리는 작고 시든게 굉장히 많았고 그늘진 곳의 블루베리는 더 크고 싱싱했습니다. 그 중에 최상급의 블루베리는 대부분 잎사귀 뒤에 숨어 있었는데, 사람들의 손이 잘 닿지 않는 안 쪽에 많이 있었습니다. 블루베리의 크기 차이가 아주 엄청나더라구요. 그에 비해 햇볕에 직접적으로 노출이 된 블루베리는 다 크기도 전에 말라 죽는 것 같아서 약간 속상했습니다. 물론 제 블루베리는 아니지만.. ^^;; 뭔가 아까웠어요.
↗ 저희가 1시간 동안 딴 블루베리의 양은 대략 1.9kg입니다. 28불을 주고 구입을 했습니다. 한국 돈으로 23,800원입니다. 엄청 저렴하죠?
↗ 신랑이 계산을 하는 동안 저는 주인 아저씨의 작업장이자 차고인 게러지를 둘러봤습니다. 엄청난 연장들의 종류에 놀랄뿐입니다^^;; 키위들은 대부분 게러지에 냉동실을 보관하는데, 이 곳에도 냉동실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만들 수 없는 물건이 없을 것만 같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 $5(한화 4,250원)에 판매중인 호두는 거의 다 팔리고 1봉지가 남았습니다. 겉모습이 예쁘지 않아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2등급(2ND GRADE)이지만 그래도 속은 멀쩡하니 정말 괜찮은 거죠.
↗ 마지막 호두 1봉지는 제가 가져왔습니다. 인기가 좋아서 금새 다 팔리는 것 같아 조금 서둘렀죠. 사진의 중간에 서있는 가로수들이 보이세요? 그 나무들이 모두 호두나무 입니다. 농장 주인 아저씨가 저 나무들을 통해 호두를 얻는 것 같습니다^^
↗ 집으로 돌아와 블루베리를 볼에 부었더니 이렇게 가득 찹니다. 딸 때는 기분이 무척 좋았는데, 냉장고에 넣을 생각을 하니 공간 걱정이 앞섭니다^^;;
↗ 플라스틱 통에 소분했더니 3통이 나왔습니다. 한통은 바로 먹으려고 냉장고로 넣고 나머지 2통은 냉동실에 넣었습니다. 집에 오자 마자 블루베리를 잔뜩 먹었는데 오늘 하루 먹은 블루베리가 여태 살면서 먹은 블루베리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100g에 1,275원이면 정말 저렴하죠? 뉴질랜드에 살 때 마음 껏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체리 시즌은 이제 끝이 났고(아직 판매는 하지만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블루베리도 막바지죠. 체리도 블루베리도 시즌이 많이 짧아서 정말 아쉽습니다. 과일을 챙겨 먹지 않던 저희 신랑도 체리와 블루베리는 맛있다며 참 좋아하더라구요.
↗ 두 손 가득 블루베리를 담아 찍어봤습니다. 싱싱하고 탐스러운 블루베리가 너무 먹음직스럽습니다. [ 여보, 우리 여기 매주 올까? ] [ 왜? 그렇게 좋아? ] [ 많이 저렴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좋다! ] [ 그래, 자주 오자! ] 신랑과 자주 오겠노라 약속을 했으니 시즌이 가기 전에 적어도 한번은 더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계획을 해도 워낙 할 일도 많고, 갈 곳도 많으니 마음처럼 잘 실천이 되지는 않더라구요^^;; 한창을 먹다가 신랑이 이런 말을 합니다. [ 여보, 오늘 블루베리 100개 넘게 먹은거 같은데.. 혹시 부작용 있는건 아니겠지? ] 요런 걱정을 하는 당신이 참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블루베리 많이 먹으면 부작용이 있습니다. 당이 많아서 살이 찐다고 합니다. 좋은 것도 과하면 해로울 수 있으니 매일 매일 적당히 먹는게 가장 좋습니다. 여러분, 뉴질랜드 오시면 어떤 농장에 가시던지 꼭 'PYO'해보시길 바랍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정말 재미있고, 좋은 추억도 됩니다.
타뇨의 추천글▼▼
출입국 심사 후기 |
'뉴질랜드 > 남섬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테일러미스테이크 베이(Taylors Mistake Bay), 걷기 좋은 트래킹코스 (2) | 2017.03.04 |
---|---|
아름다운 길목에 위치한 '썸너비치(Sumner Beach)' (0) | 2017.02.10 |
도심속의 휴식공간 '헤글리파크(Hagley Park)' (2) | 2017.01.13 |
따뜻한 마음이 모여 세워진 곳, 뉴브라이턴 피어 (9) | 2017.01.07 |
남섬의 국립공원 '아서스패스 국립공원'을 가다 (3) | 2016.12.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