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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하루를 여는 작은 기쁨, 텃밭을 가꾸는 행복 가운데서

by Joy_Tanyo_Kim 2022.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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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아침 기쁨으로 확인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작은 텃밭의 딸기다. 이전 집에서는 볕이 좋지 않아 딸기를 거의 수확하지 못했는데, 이사를 하고 종일 볕이 좋은 곳에 딸기 상자를 두었더니 딸기가 끝도 없이 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크기도 파는 딸기만큼 커다란 것들이 열리고 있다. 

 

딸기가 자리를 잡은 것이 하필이면 여름의 끝자락이라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만족하고 감사하며 이 기쁨을 누려야지. 

 

보통 하루에 한 두 개의 딸기를 수확하는 편이다. 신랑은 딸기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딸기는 내 몫이다. 쌀뜨물과 설탕물 번갈아 줘 가며 키워서 그런지 딸기가 매우 달았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뉴질랜드의 딸기는 달지 않다. 신맛 98%의 딸기에 단 맛 2%를 뿌려놓은 맛이랄까. 그래서 나는 딸기에 설탕물을 부었다. 

 

그리고 오늘은 9개의 딸기를 한번에 수확했다. 이틀 연달아 딸기를 수확하지 못하기도 했었고 갑작스레 찾아온 늦더위에 며칠 많이 덥기도 했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딸기가 익어서 이번에는 많이 따게 된 것이다. 냉장고에 넣어뒀더가 천천히 먹어야겠다. 

 

요즘 찬바람이 살살 불기 시작해서 딸기 박스에 비닐 옷을 지어 입혔다. 마이터텐이나 버닝스 같은 곳에 가면 농사에 쓰이는 비닐도 팔지만, 굳이 저거 하나 덮자고 돈 주고 비닐 사는 게 아까워서 집에 놀고먹는 뽁뽁이 짜깁기 해서 덮었다. 비닐은 또 뭘로 고정시키나 고민하다가 곱게 모아둔 고무줄 잘라 엮어다가 쏙 끼워줬다. 고무줄 2미터는 엮은 것 같다. 어쨌든 효과는 만점. 

 

텃밭이 있는 뒷 정원에는 체리나무가 있고 그 옆에는 피조아 나무가 한 그루 있다. 한국에서는 나지 않는 과일이기도 하고 흔하게 수입되는 과일도 아닌지라 피조아를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사실 나도 뉴질랜드에 와서 처음 알게 된 과일이다. 어쨌든 치치에서는 피조아 나무로 담장을 만드는 집도 종종 있을 만큼 사람들이 피조아를 즐긴다. 나는 호기심에 한번 사 먹어봤는데 샴푸 맛이 나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대체 이걸 왜 먹나 싶은 그런 맛이었다. 하지만 호불호가 분명한지 좋아하는 사람은 진심을 다해 좋아하더라. 

 

어쨌든 이 피조아 나무가 우리 집에 있다. 그것도 나보다 키가 큰 녀석이 말이다. 피조아는 이렇게 생긴 과일이다. 여름 내내 꽃이 폈었고 최근 열매가 자라기 시작했는데 아직 자라는 중이라 크기는 좀 작다. 아마도 가을이 되면 열매가 온전히 익을 것 같다. 같이 살고 있는 플렛 메이트 제이미가 피조아를 좋아한다고 하니 먹을 사람은 있어서 다행이다. 이런 열매를 집 앞에 내놓고 파는 사람들도 꽤 많다.

 

보통 집 앞에서 무인 판매식으로 판매하는 품목은 과일, 꽃, 달걀 등이 있다. 사람들은 계산할 때 캐쉬를 우편함에 넣거나 지정된 돈통에 넣어둔다. 세상 때가 많이 탄 내가 볼 때는 저걸 아무도 훔쳐가지 않는 게 참 신기하다 싶다. 

 

 

가을이 왔지만 아직은 초가을인지라 텃밭에 채소들이 그나마 쌩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꽃대가 올라오고 다들 색이 조금씩 누래지는 것이 빠른 수확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마트에서 파를 사면 뿌리를 잘라 하나씩 텃밭에 심었는데 그것들이 저렇게 멋지게 자랐다. 물에만 꽂아도 파는 쑥쑥 자라지만, 확실히 땅에 심으니 다르다. 

 

깻잎도 멋지게 자랐다. 봄철에 제대로 심어서 가꿨다면 지금보다 두배는 자랐을 깻잎인데, 하필 한여름에 이사를 하는 바람에 이녀석들이 제대로 자랄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래도 내가 먹고 나눌 만큼은 충분히 수확했다. 

 

그래도 조금만 더 그늘진 곳에 심었다면 깻잎이 색도 더 진한 초록빛에 조금 더 야들야들한 식감을 자랑했을텐데, 햇볕이 하루 종일 드는 자리에 바람도 잘 맞는 위치라 잎이 많이 거칠다. 

 

저녁에 깻잎 김치 담으려고 깻잎을 땄다.

 

부추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부추꽃은 참 앙증맞고 예쁘다. 지난 가을에 받아둔 부추 씨앗이 한가득인데 이번에도 씨를 받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 부추는 한번 심어두면 철마다 꾸준하게 올라오기 때문에 다시 씨앗을 뿌릴 일이 없었다. 

 

다음 봄에는 부추 씨앗을 좀 더 뿌려서 부추 농사 규모를 키워볼까 싶다. 마르지 않는 부추를 기대하며.

 

수확한 부추와 깻잎이다. 깻잎으로는 깻잎 김치를 담고 남는 깻잎 있으면 깻잎 전도 구워야지. 부추는 당연히 부추전을 만드는게 진리다. 부추김치도 맛있지만, 우리 집에서는 부추김치를 그리 즐기는 사람이 없다.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편이지만, 나도 갓 담은 부추김치만 좋아하고 익으면 잘 안 먹는다. 그렇다 보니 부추김치는 잘 만들지 않게 되는 것 같다. 

 

파도 이만큼 수확했다. 가장 길게 자라난 파는 1미터가 넘었는데 이렇게 튼튼하고 꼿꼿하게 손상없이 잘 자란 파는 한국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키웠다 싶은 마음에 괜히 뿌듯했다. 물론 실상은 자연이 키웠다. 부추에 깻잎에 파까지 수확했으니 오늘 저녁 식사는 기필코 모둠전이다. 파전, 깻잎전, 부추전, 부추 파전, 부추 깻잎전, 모둠전으로 다양하게 준비해야지. 

 

뉴질랜드에 와서 나는 작은 텃밭의 주인, 작은 농부가 되었다. 텃밭 채소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은 우리집에서 나 하나뿐이다. 뭐, 신랑이 도와야 가능할 정도의 큰 규모도 아니기에 스스로 조금씩 하고 있다. 텃밭을 관리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는 것은 잡초이다. 잡초 중에서도 가시가 돋아 찔리면 독에 감염되는 독초들이 많이 있는데 그래서 장갑은 필수다. 

 

처음 이 집에 이사왔던 지난 11월 말, 이 집의 텃밭은 엉망이었다. 1미터가 넘게 자란 잡초에 내가 깜짝 놀랐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독초가 많이 섞여 있었다. 친구 남편이 한번 보더니 찔리면 붓고 아픈 독초가 많이 있다고 조심하라고 했고 나름대로 조심했지만 몇 번을 찔렸던 것 같다. 그래도 한번 그렇게 잡초를 모두 제거하고 나니 텃밭다운 텃밭이 되었다. 물론 매일 같이 잡초들은 머리를 들고 올라오지만 뿌리가 깊지 않아 슥슥 뽑아내기도 좋다. 

 

최근에 텃밭용 장화를 샀다. 텃밭에 들어가서 일을 하면 신발에 흙이 잔뜩 묻게 되는게 그렇게 신발을 더럽히는 게 너무 싫었다. 마이터텐에 가서 가장 저렴한 장화를 하나 샀고 이제는 이 장화를 신고 텃밭에 들어간다. 예초기를 돌릴 때도 편하다. 장화에 날려 붙은 풀 찌꺼기는 물로 씻어내면 간편하다. 간편한 스트링 예초기에, 내 발에 딱 맞는 장화에 확실한 행복을 느꼈다. 

 

친구가 야채 종합 선물세트를 가지고 집으로 왔다. 농사꾼 남편이 바리바리 싸준 야채박스. 아주 감동적이었다. 

 

대파, 토마토, 오이, 옥수수, 감자, 수제 토마토 랠리쉬, 블루베리를 잔뜩 담아왔더라. 

 

블루베리는 좋아하지만 가격 부담에 늘 냉동된 것만 사먹었는데 이렇게 받으니 정말 감사했다. 게다가 직접 키우고 갓 딴 블루베리라 정말 신선하고 맛도 좋았다. 

 

달걀 18개입 한 박스와 사과도 잔뜩 보냈다. 이제 내게 주어진 과제는 하나도 버리지 않고 잘 먹는 것이다. 야무지게 소분하고 정리해서 다 먹어야지. 이렇게 받아먹었으니 친구와 친구 남편을 위해 이제 나는 달달한 쿠키를 구워야겠다. 쿠키 종합세트로 나의 마음을 표현해야지. 

 

내 텃밭의 규모는 작다. 하지만 딱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거창하진 않지만 매일 기쁨을 느낄 수 있을만큼의 크기. 딱 그 정도가 나는 좋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 먼 섬나라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 곁에 둔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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