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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크라이스트처치의 가을, 가을이 찾아온 우리 동네 모습

by Joy_Tanyo_Kim 2022.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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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얼 애비뉴와 로이드데일 애비뉴가 교차하는 사거리

산책하려고 집 앞 번사이드 공원으로 나갔다. 신랑이 출근하면 나는 오전에 잠시 산책을 다녀오는 편이다. 한 시간 정도 걷고 하루를 시작하면 괜히 더 기분도 좋고 힘도 나는 것 같다. 활력 충전이랄까. 오늘은 우리 동네의 길거리 모습을 소개하려고 한다. 

 

메모리얼 애비뉴의 모습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이렇게 큰 도로는 몇개 되지 않는다. 도로도 크고 트럭도 많이 다니는 블랜하임 로드가 대표적인 큰길이고 시티 쪽 빌리 애비뉴와 이곳 메모리얼 애비뉴 정도? 메모리얼 애비뉴는 공항 바로 앞이고 치치에서 학군 좋기로 유명한 번사이드 지역을 관통하는 길이다. 

 

번사이드 공원 입구에는 붉은 꽃이 가득 폈다. 공원이나 길바닥에 심겨지는 이런 꽃들은 아주 잠깐 폈다가 지는 꽃들이 대부분인데 이런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짧은 기간 수시로 정원 관리사들이 꽃을 새로 심고 파내는 일을 반복한다고 한다. 

 

번사이드 공원에는 큰 나무가 많다. 그리고 비상식적으로 큰 넓은 잔디 운동장

 

거대 소나무에는 거대 솔방울이 달려있다. 저 솔방울은 우리집 마당에도 같은 놈이 달린 것 같은데 최소 신생아 머리통만큼 크다. 

 

햇살 좋을 때 요런데 앉아서 빵구우면 딱 좋겠다 싶지만 실제로 뉴질랜드 햇살 맞아보면 진짜 아프다. 모자를 쓰던지 선크림을 바르던지 둘 중에 하나는 꼭 해야 함. 뉴질랜드는 오존층이 거의 없다는데 실제로 살아보니 그 말에 백번 동의한다. 

 

우리 조카들 여기 살았으면 뛰어 다니기 참 좋았겠다 싶은 그런 공원 

 

하지만 공원 한쪽 끝을 관통하는 엄청난 규모의 송전탑을 보면 좀 기겁을 하기도 한다. 

 

이 넓은 번사이드 공원에서는 럭비 시합이 종종 있다. 중간중간에 세워진 조명탑에는 이렇게 폭신폭신한 쿠션이 설치되어 있다. 혹시라도 경기중에 여기 박아서 다치지 말라고.

 

이쪽 뷰가 참 좋다. 나무가 시원시원하게 잘 뻗은 모습도 좋고 조롱조롱 줄지어 세워진 모습도 보기 좋다. 

 

공원을 쭉 돌아 다시 처음 왔던 공원의 입구. 

 

가을 소식을 도토리가 아주 신나게 알리고 있다. 도토리 왜 이렇게 귀엽지? 갈색 모자 쓴 초록 얼굴이 너무 깜찍하다. 

 

신호등 건널 때는 요렇게 버튼 꾹 눌러주기. 이거 더럽다고 발로 차는 애들 여기 참 많다. 

 

윈슬로우 거리로 들어서면 우리집으로 가는 지름길 

 

동네가 숲 같다. 나무가 많으니 새도 많은데 얼마나 시끄러운지 모른다. 짹짹짹 

 

길에 있는 잔디는 나라의 것인데 관리는 그 라인에 있는 집에 사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코너에 있는 집은 약간 별로다. 집 앞에 잔디밭이 너무 커서 미는 것만 해도 일이 많고 잔디 쓰레기 양도 부담스러울 것 같다. 

 

잉 드디어 우리집 코 앞 

 

홈, 스위트 홈 가든이 커서 참 좋은 우리 집인데 문제는 덩달아 벌레도 많다. 

 

태풍이 다녀간 후 찍은 동네 핫플레이스의 모습이다. 여긴 우리 동네에서 상가인데 데어리(동네 슈퍼)와 타이 푸드 전문점, 말레이시안 푸드 전문점, 카페, 헤어숍, 피시 앤 칩스, 네일숍, 자동차 정비소 등이 있다. 그중에서 타이 푸드 전문점과 말레이시안 푸드 전문점은 치치에서 소문난 맛집이다. 

 

구름이 많은 날의 번사이드 공원도 예뻤다. 하지만 이 엄청난 송전탑은 어쩌누. 지나갈 때마다 혹시라도 안좋은 영향을 받을까 바쁘게 지나간다. 저게 있는 근처에는 살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우리 집은 좀 거리가 있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ㅜㅜ 언니는 이 사진을 보고 이곳을 고압 공원이라 불렀다. 

 

제대로 가을이 왔다. 몇 번의 비가 오고 이제 날도 제법 쌀쌀해진 것 같다. 곧 온 집에 낙엽이 쌓일 것을 생각하니 심기가 약간 불편해졌다. 

 

동네를 걷다보면 이렇게 꽃을 파는 집이 꽤 있다. 이 꽃은 한 다발에 5불인데 이 정도면 꽃집이나 마트에 비해 많이 저렴한 셈이다. 이렇게 우체통 앞에 두고 무인 판매를 하기도 하고 간혹 어린아이들이 집 앞에 매대를 펴고 앉아서 꽃을 팔기도 한다. 가든에 꽃이 많으니 이런 건 참 좋다. 꽃 다음으로 많이 파는 것은 달걀이다. 닭을 키우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달걀을 모아서 프리 레인지 달걀로 판매하면 인기가 좋다. 

 

 

그리고 오늘 비는 오지만 잠시 산책을 다녀왔다. 한 며칠 비가 퍼붓듯이 오더니 오늘 그치기 시작했는데 아주 약간 미스트 같은 비가 흩날렸지만 그냥 걸었다. 산책은 소중하니까. 

 

오늘은 평소 가던 공원 방향 말고 반대쪽 동네 안쪽으로 걸었는데 위치상 대략 우리집 뒷집인 것 같은 집에서 나무를 판매하고 있는 싸인을 발견했다. 안에서 집주인이 나무를 얼마나 열심히 자르고 있던지... 요 며칠 집에서 하루 종일 들렸던 나무 자르는 굉음이 이 집이었구먼. 제발 좀 그만 자르길 바라며 지나갔다. 우리 집에도 저런 싸인 세워두고 나도 뭔가 좀 만들어서 팔아 볼까?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고양이 한마리가 길 한중간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사람이 지나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지도 익숙한 거지. 여기 고양이들은 비를 맞는 게 싫지 않은가 보다. 이렇게 비를 맞으며 어슬렁 거리는 고양이들을 꽤 자주 본다. 

 

길을 걷고 걷다 동네 교회 앞에서 이런걸 발견했다.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빵이 있던지 참 신기했다. 가장 아래 박스에는 누군가 과일을 잔뜩 가져다 놓았더라. 나도 집에 뭔가 넉넉할 때 여기다가 좀 넣어야겠다. 우리는 이 박스를 사용할 정도로 빠듯한 삶을 살지 않음에 감사했다.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내가 가진 것에서 최대한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하며 지나갔다. 

 

나 외에도 비를 맞으며 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여기는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 편인데 나도 이제 익숙해져서 어지간한 비에는 우산을 쓰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뉴질랜드는 햇빛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산책할 때는 이런 날씨가 더 좋기도 하다. 

 

간혹 이렇게 길가 잔디가 관리되지 않은 곳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전반적으로 잔디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앞서 소개한 길거리 사진만 보더라도 잔디가 칼각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깔끔하다. 하지만 동네에 따라서 동네 전체가 이렇게 잔디가 관리되지 않는 곳도 있는데 그런 동네는 이사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길가 잔디 및 가든 관리는 동네의 안전성을 판단하는데 큰 지표가 되고 있다. 

 

길바닥에 익숙한 꽃이 떨어진 것을 보았다. 몇 개 주워서 자세히 봤는데 구멍이 송송 뚫렸고 약간 단단한 것이 감꽃 떨어질 때 모습과 비슷했다. 어릴적 언니 오빠와 함께 감꽃 떨어지면 실을 엮어 목걸이를 만들곤 했었다. 추억 소환의 시간. 

 

다시 걷고 걸어 우리집이 있는 길가에 접어들었다. 나무가 우거져 머리에 닿이더라. 고개를 숙이고 지나갔다. 동네 한 바퀴를 도니 딱 50분이 지났다. 아침 산책 잘했지 뭐. 아직 온전한 가을이 된 것은 아니다 보니 여름의 모습이 약간은 남아 있었다. 온전히 물들게 된 가을의 우리 동네는 어떨지, 겨울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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