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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뉴질랜드에서 7년만에 불멍, 집에서 즐기는 캠핑 분위기

by Joy_Tanyo_Kim 2022.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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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 와서도 종종 캠핑을 가지만, 사실 진짜 캠핑을 많이 한건 한국에 살 때였던 것 같다. 신랑과 연애할 때부터 캠핑에 빠지기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의 세월이 흐른 것 같다. 그때는 한국에 이런 캠핑 열풍이 불지 않았던 때였다. 그래도 캠핑장에는 사람이 늘 많았고 좋은 사이트를 찾아다니는 캠퍼들도 많았다. 하지만 정작 내 주변을 돌아보면 캠핑 장비를 제대로 구축해서 캠핑을 다니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시절 주위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캠핑 취미가 약간 부담스러워 보였을 수도 있겠다.

 

사실 그때는 개인 카페를 운영하며 바쁘게 살던 시절이라 캠핑은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이자 일탈이었다. 지금처럼 캠핑 장비 브랜드가 많지 않았고 보통 알아주는 브랜드는 콜맨, 스노우피크 같은 곳이었다. 한국 브랜드 중에서는 너무 비쌌지만 가끔 코오롱 장비로 풀 세팅하고 나오는 어른들을 볼 때 '와, 돈 진짜 많이 썼겠다.' 싶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집에서 캠핑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이번에 이사온 번사이드 집은 정원이 많이 넓은 편이다. 앞 정원, 뒷 정원, 옆 정원 총 3군데로 나뉜다. 커다란 테라스가 있는 이곳은 앞 정원이다. 잔디의 초록을 보는 것은 좋으나 잔디에 닿고 싶지는 않은 애매한 청춘의 우리는 이 테라스에서 많은 만족을 느낀다. 톨피도에서 구입했던 캠핑의자를 펴고 앉았다. 의자는 뒤로 쭉 젖히면 살짝 누운 상태가 되는데 그 상태로 하늘을 보며 구름이 떠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하다. 

 

 

며칠 전 언니가 보낸 택배 박스에서 꺼낸 접이식 화로를 개시했다. 비록 제대로 된 장작을 구하지 못해 스타터 장작인 각목 비슷한 것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만족했다. 

 

 

이 스타터 나무는 말 그대로 큰 장작에 불을 붙이기 위해 사용되는 불씨용이다. 한국에서 캠핑을 다닐 때 보통 최소 2박을 했었는데 캠핑장에서 판매하는 장작으로 이렇게 장작 쌓기를 많이 했었다. 하지만 각목 느낌의 이놈으로 쌓으니 별로 예쁘지는 않다. 한국에서는 장작 1박스에 3천 원에 구입했었는데... (물론 10년에 가까운 세월의 텀이 있다) 여긴 이런 수준의 나무가 7불이나 했다. 대략 5천 원이 넘는 돈인 게지. 어쨌든 급하게 불멍 하고 싶었으나 나무 구할 길이 없어 급하게 파킨 세이브에서 구입한 나무이다. 

 

 

신랑이 불을 지피는 동안 나는 가볍게 먹거리를 준비했다. 마트에서 급하게 구입한 삼겹살, 목살, 양송이 여러 개, 볶음 김치, 쌈야채, 쌈장, 마늘, 기름장 야무지게 준비했다. 

 

 

도톰한 목살 먼저 먹어주고 

 

삼겹살을 올려서 먹었다. 한국에서는 삼겹살 올릴 생각을 절대 못했다. 기름이 많이 떨어져서 불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질랜드 돼지 삼겹살은 매번 느끼지만 기름기가 정말 없다. 프라이팬에 구우면 기름기가 너무 없어서 프라이팬이 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괜찮을 것 같아서 한번 올려봤는데 정말 괜찮더라. 탱글탱글한 식감을 즐기며 맛있게 먹었다. 구운 버섯 물은 아무 효력도 없다지만, 그래도 버섯물이라면 일단 맛있게 먹고 본다. 이미 너무 오랜 세월 좋은 것이라 여기며 그렇게 살았기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다 먹고 남은 불씨에 나무를 더 넣어 불멍을 제대로 즐겼다. 이 얼마만의 불멍인가. 뉴질랜드는 캠핑 강국이지만, 캠핑 사이트에서 불은 피우기 어렵다. 보통 불을 피우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며 간혹 불을 피워도 되는 곳이 있지만, 계절에 따라 불을 피울 수 있는 라이센스가 지급될 때 불을 지필 수 있다. 보통 겨울이 누구나 불을 피울 수 있는 시기인데 이마저도 피울 수 있는 곳에서 피워야 하기 때문에 보통 대부분 피우지 않는 분위기다. 간혹 외국 광고나 영화, 드라마를 보면 숲 속이나 또는 아주 멋진 풍경이 있는 곳에서 캠핑을 하며 불을 피우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이거 다 거짓말에 사기다. 캠퍼들은 아주 작은 캠핑용 스토브를 사용하지, 불을 지펴 고기를 굽는 사람은 없다. 한국의 불멍 문화가 너무 그립다. 

 

어쨌든 불멍이 그리워 구입한 접이식 화로는 성공적이다. 나무가 너무 얇고 작아 불이 너무 빠르게 사그라들어 아쉽긴 했지만, 첫 개시로서는 완벽했다. 아직 여름이지만, 해가 지면 약간 선선했는데 따뜻한 불 덕분에 따뜻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신랑과 함께이기에 오늘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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