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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크라이스트처치의 아름다운 공원, 모나베일에서 신랑과 데이트를 했다.

by Joy_Tanyo_Kim 2022.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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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에 거울처럼 비치는 나무의 모습이 심히 아름다웠다.

'너 아직도 거길 안 가봤어?' 

 

얼마 전 친구와 모나베일 공원으로 소풍을 갔었다. 모나베일은 처음이라는 내 말에 친구가 보인 반응이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온 지 벌써 만 6년, 횟수로는 7년 차가 되었지만 아직 내게 낯선 공간이 많다. 

 

 

 

Mona Vale

Mona Vale is a delightful place to relax in peaceful surroundings. Enjoy a garden of mature trees, sloping lawns and herbaceous borders. The sheltered setting also showcases a number of impressive buildings of regional historic significance.

ccc.govt.nz

 

모나베일

 

뉴질랜드에서도 가든 시티라는 이름이 붙은 '크라이스트처치'는 온 도시가 큰 정원 같다. 집이 있는 곳에 나무를 심은 느낌보다는 숲 속에 집을 지은 듯한 느낌이랄까. 동네를 걷다 보면 숲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공원도 참 많다. 동네마다 공원이 있지만, 이곳에서도 유명한 공원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도시 중심의 공원이자 가장 큰 공원이 바로 헤글리 파크이다. 헤글리 파크는 예전에 쓴 글의 링크를 통해 소개한다. 

 

 

도심속의 휴식공간 '헤글리파크(Hagley Park)'

주말을 맞이한 저희 부부가 들른 곳은 시내 중심에 있는 '헤글리 공원(Hagley Park)'입니다.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는 자연이 아름다운 뉴질랜드에서도 '정원의 도시(Garden City)'로 유명한 곳

tanyodol.com

 

그리고 오늘 소개할 공원은 바로 모나베일이다. 헤글리(544,500평)의 규모에 비할 수는 없지만, 모나베일은 12,000평의 비교적 큰 공원이다. 1899년에 지어진 개인 주택이며 1905년 뉴질랜드 남섬에서 가장 큰 부자였던 애니 타운앤드가 이 집을 구입했다고 한다. 이후 4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현재는 크라이스트처치 시의 소유로 공원으로 용도 변경 및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모나베일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가장 부자 동네로 유명한 펜달톤에 위치했으며 에이본 강이 흘러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에이본 강을 따라 걸으면서 조금 신기했던 것은 강변 양쪽이 다 공원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내가 서있는 쪽은 공원이고 반대편은 펜달톤 어느 부자들의 집이 있는 곳이다. 이런 강변에 내 집이 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마침 집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나와 가드닝을 시작하셨다. 눈이 마주쳐 손을 들어 인사했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함께 걸었다. 날씨는 좋은데 구름이 잔뜩 껴서 햇빛도 없고 좋았다. 사람 손이 꾸준하게 닿고 있는 티가 나는 공원이었다. 모나베일에는 총 4개의 건물이 있다. 현재 레스토랑 겸 카페로 사용되고 있는 모나베일 저택, 공원 양쪽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게이트 하우스와 롯지, 바스 하우스와 식물원이다. 게이트 하우스는 과거 문지기가 머물렀던 공간이며 롯지는 마부들과 정원사들의 숙소로 쓰였던 곳이다. 현재 롯지는 모나베일 정원사들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이 집도 참 좋다. 신랑이 주목한 건물은 사진 속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건물이다. 저 안에는 돌로 만들어진 큰 원형 테이블이 있었고 사람 대여섯 명이 함께 둘러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런 데서 고기를 구우면 어떤 맛일까. 일단 신랑은 저렇게 약간 가려진 폐쇄된 공간이 있는 게 참 좋아 보인다고 했다. 환경은 너무 좋은데 반대편이 일단 공원이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구경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약간 저렇게 가려진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유독 눈에 띄는 집이 있었다. 뉴질랜드와 영국 국기가 동시에 휘날리는 것을 보니 아직도 열렬히 영국을 사모하는 1세대 영국 이민자의 집인 것 같다. 집 앞에 있는 아주 작은 섬에 국기를 세워두고 명패를 달아 '아일랜드'라고 적어뒀더라. 집 정원에 이어 흐르는 강물과 뒤로 이어지는 모나베일 공원까지, 이런 뷰를 가진 집이라면 정말 비싸겠지. 휴양지가 따로 없었다. 

 

앞서 소개한 작은 섬과 국기가 휘날리던 그 집의 옆모습이다. 참 커다란 대저택이었다. 별채도 있었는데 신축인지 건물이 조금 더 모던했다. 

 

모나베일의 식물들은 크기가 거대했는데 180cm가 넘는 우리 신랑의 키를 넘어섰다. 저런 식물은 조금 징그럽기도 하다. 뿌리 부분을 자세히 보니 약간 머위와 생김새가 닮았었는데 만약에 머위가 이렇게까지 큰다면 얼마나 좋을까, 참 먹을게 많겠다 싶기도 했다. 

 

토요일 낮인데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헤글리는 언제나 사람이 너무 많은데 여긴 조용해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구름이 약간 끼긴 했지만 날이 그래도 맑은 편이라 비가 올 줄은 몰랐다. 뉴질랜드 비답게 분무기로 분사하는 듯한 비라서 맞을만했다. 뭐, 신랑과 함께 손잡고 걷는 순간에 비가 오면 어떠하랴. 

 

카페로 들어갔는데 커피를 시키고 앉으니 또 비가 그쳤다. 하늘은 또 얼마나 맑은지. 야외 테이블에 앉고 싶었지만 주말이라 모두 예약이 꽉 차있었다. 주말에 이런 곳에 온 적이 거의 없다 보니 예약할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음에는 꼭 예약하고 와야지. 신랑에게 이 아름다운 공간을 소개하고 또 함께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어서 실내 구석 테이블에 앉아 벽을 구경했다. 

 

친구가 추천했던 스콘을 주문하고 사진에는 없지만 아몬드 크로와상을 주문했다. 신랑은 플랫 화이트, 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신랑 커피 꼴이 말이 아니었다. 바리스타로 살아온 세월이 반평생이라 이런 것만 눈에 보인다. 그래도 원두가 좋아서 맛은 선방했다. 뉴질랜드에서 만나는 스콘은 조금 퍽퍽한 감이 있는데 여기 스콘은 한국 KFC에서 사 먹던 비스킷 같은 식감과 맛이 났다. 크림과 딸기잼을 함께 발라 먹으니 세상 맛있더라. 

 

카페 앞 잔디밭에서 찍은 카페의 모습이다. 여기서는 결혼식이나 음악회 등 크고 작은 행사도 종종 열리고 있다. 식사도 가능하며 요즘에는 그랍온을 통해 하이티 할인 쿠폰이 많이 뿌려져서 하이티 손님이 많은 것 같다. 

 

카페 옆에 위치한 바스 하우스이다. 목욕탕 중앙에는 수영장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온실로 꾸며진 사진을 봤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기대하고 왔지만, 지금은 텅텅 비어 있었다. 

 

바스 하우스 앞에서 바라본 에이본 강이다. 강도 삼거리라고 말할 수 있나? 어쨌든 강이 세 갈래로 나뉘는 곳이다. 이 강물은 헤글리로 이어진다. 

 

모나베일은 헤글리보다 조금 더 앙증맞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드는 공원이다. 아무래도 개인의 정원이었던만큼 조금 더 그런 손길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일주일 내내 피곤했던 신랑은 체력이 방전되었다고 집으로 가자고 했다. 약 2시간의 모나베일 데이트가 막을 내렸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 밤나무를 만났다. 이제 가을이 오는지 밤송이가 주렁주렁 달렸더라. 다음에 올 때는 아마도 단풍이 가득 지고 밤송이도 노랗게 물들어 있겠지. 밤나무도 열매를 맺었는데 우리도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다. 신랑이 노력한 만큼, 내가 애쓴 만큼. 많은 열매가 아니더라도 좋다. 하나의 열매라도 확실한 수확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오랜만에 신랑과 함께 한 데이트는 너무 좋았다. 같이 걷고 떠드는 것 하나로도 충분히 힘이 된다. 가을에 단풍 지면 단풍놀이 오자고 약속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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