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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정원에 핀 꽃을 잔뜩 잘랐다.

by Tanyo 2022.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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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선물이나 꽃 포장하는 것을 참 좋아했었다. 그런 일을 하는 전문가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기 때문에 직업으로 선택할 기회는 없었지만, 내 삶 속에서 소소하고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뉴질랜드에 살면서 별것도 아니지만 참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있다면 가든에 예쁜 가지가 많다는 것이다. 나는 알록달록한 무늬가 있는 포장지보다 갈색 소포지를 가장 좋아하는데 마끈으로 리본을 묶어 초록잎가지를 끼워주면 정말 예쁘다. 소박해 보이지만, 정성이 잔뜩 들어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내가 이런 선물을 받는다면 참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물론 아무도 내게 이런 포장을 해서 주진 않더라.)

 

지금도 기회가 있다면 포장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포장에도 정말 다양한 방법이 많아서 배우는 내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실생활에 정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선물하는 재미로 남은 삶을 살지도?

 

가든에 핀 꽃을 조금 잘랐다. 소이 왁스에 넣을 재료가 필요했기 때문인데, 마침 볕이 너무 좋은 날이라 예쁜 놈들로 골라 싹둑 잘랐다. 

 

라벤더를 닮은듯, 로즈메리의 잎을 닮은 듯 보이는 이 예쁜 꽃은 사실 향도 없는 잡초다. 그래도 뭔가 장식하기에 예쁠 것 같아서 잘랐다. 

 

요즘 뉴질랜드는 한창 여름인데 기온이 높은 날은 31도까지 오르기도 하고 추운 날은 10도 이하를 겉돌기도 한다. 뉴질랜드의 하루에는 사계절이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 날이 좋은 구름 한 점 없는 30도의 날이라 꽃을 말리기에 참 좋았다. 

 

바삭하게 마른 장미를 혹시나 싶은 마음에 햇빛이 잘 드는 실내 창가에서 며칠 더 말렸다. 

 

소이 왁스를 녹여 작은 초를 만들고 그 위에 말린 꽃을 살포시 얹었다. 생각보다 장미보다 이 이름도 모를 보라색 꽃이 참 예쁘더라. 예쁜 뚜껑과 한 세트로 나온 이 유리용기는 한국에서도 초 만들 때 종종 사용되고 있는 제품이었다. 사실 구입하고 싶었지만 여긴 한국이 아니기에 이런 용기를 어디서 구하나 고민되었었는데 2달러 샵(주로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일종의 1000원 샵)에서 $3.99에 판매하고 있길래 잔뜩 사버렸다. 받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이건 잼 병에다가 대충 만든 소이캔들이다. 말린 장미를 2개 박아 넣었는데 별로 예쁘진 않다. 그저 우드 심지의 사운드를 확인하고자 시험용으로 만들어봤다. 우연히 소이 왁스를 넉넉하게 얻었는데 덕분에 온 집이 캔들로 가득하다. 

 

제이미(우리 집 플랫 메이트)를 위해서 죽부인과 비슷한 용도로 사용될 커다란 베개를 만들었다. 재봉틀이 없는 관계로 손바느질을 했는데 손가락이 정말 많이 아팠다. 그래도 한국에서만 파는 이런 베개를 오랫동안 갖고 싶어 했던 제이미를 위해 이번에는 큰맘 먹고 만들어봤다. 울퉁불퉁 바느질은 엉망이었지만,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다.

 

제이미와 우리는 벌써 만 3년을 함께 살았고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다. 뉴질랜드에서 처음 만났지만, 이렇게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플랫과 함께 산다는 것은 사실 불편한 일이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내 집을 공유한다는 것인데 특히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부분에서 서로의 감정이 상하기 쉽다. 그래서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참 중요하다. 뉴질랜드 유학생활을 아주아주 오래 했던 제이미는 사실 플랫 하우스에 익숙했던 상황이라 우리와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도 딱히 불편한 부분이 없었다. 암묵적인 플랫의 룰을 너무 잘 안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우리 부부도 제이미를 너무 좋아하고 제이미 또한 우리 부부와 함께 사는 것에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이제는 가족 같은 사람이다. 

 

최근 들어 신랑이 로즈메리 향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로즈메리를 키우는 분께 가지를 조금 얻었다. 

 

로즈메리 가지는 물에 꽂아두면 뿌리를 내린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누군가의 글을 봤는데 뿌리가 난다는데 솔직히 아직 내 로즈메리에는 뿌리가 안 나서 확신은 없다. 열흘 정도까지 기다려보고 안되면 포기할지도...)

 

햇살이 좋은 곳에 두고 매일 지켜보는 중이다. 혹시나 물이 상할까 봐 물도 매일 갈아주고 있다. 로즈메리는 음식에 사용해도 좋지만, 우리 신랑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는 수저 아래이다. 테이블을 세팅할 때 포크와 나이프 또는 수저 아래에 로즈메리 가지 하나를 깔면 향도 좋고 보기에도 참 예쁘다. 

 

파머스에 주방코너에 프라이팬을 사러 갔는데 한국어로 가득한 테팔이 있었다. 수입 국가가 잘못 배정된 것 같은 느낌? 

 

연말에 받은 웨스트필드 몰(치치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쇼핑몰) 상품권으로 구입한 것들이다. 꼭 필요했던 계량스푼과 테팔 24cm 사이즈 프라이팬, 두께감이 좋은 도마이다. 50% 세일할 때 구입해서 총 $100에 이 모든 것을 다 구매할 수 있었다. 완전 행복! 

 

연말이구나 싶었는데 어느새 연초가 되었고 눈 깜짝할 새에 벌써 1월의 열흘이 지나갔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시간이 가장 빠른 나라이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현재 시차는 4시간. 연말도 연시도 4시간 먼저 맞이했다. 생일에 엄마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참 섭섭하다. 내가 나와 있는 것이니 할 말은 없다만, 그래도 참 섭섭하고 보고 싶다. 아침에 눈뜨면 너무 일찍이고... 점심때쯤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옛날 옛날의 오늘에 나를 낳아줘서 너무 고맙다고, 추운데 많이 고생했다고,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너무너무 보고 싶다고 마음을 전해야겠다. 올해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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