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인스펙션(Final Inspection), 그러니까 마지막 집 검사를 앞두고 저희 부부는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3개월 주기로 늘 인스펙션을 받았지만, 파이널 인스펙션은 또 느낌이 다른데요. 처음 입주했을 때의 집 상태와 세입자가 나갈 때의 집 상태가 비슷해야 한다는 것,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소중한 본드 비(보증금)를 무참히 떼일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조금 더 긴장감이 도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위그람 집이 두 번째 집이었기 때문에 파이널 인스펙션 또한 두 번째였는데요. 첫 번째 집인 아일람 집에서 받았던 파이널 인스펙션이 벌써 3-4년 전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 건가 약간의 멘붕이 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집을 떠날 때가 되어서야 이런 게 있다는 것을 알았답니다. 이전 집은 이런 게 없었고 부동산에서 찍어둔 사진으로 체크를 했었거든요. 이렇게 꼼꼼하게 적힌 리스트를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너무 치밀해서 약간... 짜증이 올라오는... ^^;;
모든 공간이 세분화되어 있고 그 안에 리스트가 쭉 늘어서 있습니다. 창문, 커튼, 콘센트, 오븐, 후드, 선반, 디시 워셔, 전구, 실링, 벽, 바닥 등 모든 부분에 대한 피드백이 적혀있어요.
제가 잃어버린 줄 알고 식겁했던 키 리스트입니다. 현관문 키는 애초에 1개였지만, 저희가 복사를 많이 해서 무려 6개로 불어나 있었고 게라지에서 뒷 가든으로 나가는 문 키와 거실에서 게라지로 나가는 문 키를 잃어버렸었습니다. 부동산이나 집주인에게 여분의 키가 없으면 사람을 불러서 키를 만드는데 드는 돈이 약 200불 정도가 들더라고요. 주방을 정리하면서 다행히도 잘 찾았습니다.
주방 청소는 제가 전적으로 담당했습니다. 일단 후드를 열어서 뗄 수 있는 모든 부분을 떼냈어요. 여긴 제가 거의 매주마다 청소를 했던 곳이라 크게 치울 것은 없었습니다. 아일람 집에서 식기세척기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는 후드 필터에 낀 눅진한 기름을 제거하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요. 위 그람 집에서는 식기세척기에 넣고 돌리니 세상 편했습니다. 아주 깨끗하고 완벽하게 세척이 됩니다.
처음 이 집에 이사 왔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했던 작업이 이 후드를 청소하는 것이었습니다. 필터를 떼고 안을 열어보니 최소 반년 이상 청소하지 않았을 것만 같은 모습이었어요. 오래되어 누렇게 들러붙은 기름이 가득했었죠. 오히려 제가 살다가 나가면서 처음보다 더 깨끗하게 해 주고 나갑니다. 뭐, 그래도 이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요.
전기레인지 상판도 용도에 맞는 제품으로 꼼꼼하게 닦았습니다. 지프는 굉장히 효과가 좋은데요. 그만큼 독하기 때문에 마스크 꼭 쓰고 사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문지른 다음 10분 정도만 기다렸다가 닦아도 아주 깨끗하게 닦입니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저 가루 제품은 최근 인스타에서 굉장히 많이 홍보를 하길래 충동적으로 구입했던 제품인데요. 주로 스텐에 난 얼룩이나 샤워 부스에 난 물방울 얼룩을 지우는데 최적화된 제품입니다. 뉴질랜드에서 렌트 살이를 하다 보면 보통 세입자들이 가장 고생하는 부분이 바로 샤워 부스에 난 물방울 얼룩인데요. 애초에 샤워할 때마다 온 가족이 한마음 한뜻으로 물기를 제거해주는 게 아니라면 이런 제품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레인지 아래에 있는 오븐입니다. 보통 뉴질랜드 집에는 업소에서나 볼 것 같은 대형 오븐이 꼭 장착되어 있습니다. 문화 특성상 오븐은 필수 아이템이죠. 하지만 저는 렌트 집 살면서 이렇게 장착된 오븐을 사용하는 게 약간 불편했습니다. 이 오븐은 너무 오래된 제품처럼 보이기도 했었고 안이 꽤 지저분했기 때문에 애초에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후드 상태만 봐도 이전 사람들이 얼마나 청소를 안 했을지가 눈에 선했죠. 3년을 살면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갈 때는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닦아서 처음보다 나은 상태로 만들어줬습니다.
뿌리고 30초만 지나면 곰팡이가 마법처럼 사라지는 제품입니다. 이건 타일 전용으로 나온 제품이에요. 저희는 이번에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청소도구로 가득한 주방의 모습
제가 자잘한 것들을 치우는 동안 신랑은 바닥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이건 카펫 물청소기인데요. 뜨거운 물과 전용 세제를 넣어서 카펫을 샴푸 해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기를 제거하는 작업도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물바다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양말이 약간 축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파이널 인스펙션 하루 전에는 마무리하고 하룻밤을 바짝 말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는 가까운 동네 마트 '카운트다운'에서 대여했고 전용세제도 20불에 함께 구매했습니다. 정확한 금액이 기억나지 않는데 어쨌든 100불 안에 바닥청소를 끝냈습니다. 이것도 반납할 때 상태가 더러우면 본드 비를 떼일 수 있습니다. 필터 깨끗하게 청소한 다음 반납합니다.
월요일에 90%의 이삿짐을 옮겼고 화요일에도 남아있는 짐을 더 옮겼습니다. 화요일 오후부터 수요일까지는 매일 아침마다 위그람 집으로 이동해서 청소를 했어요.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이번이 저희 신랑 대학 3년 차 마지막 학기였는데요. 11월 한 달 내내 신랑은 학교 수업과 졸업 작품, 1년짜리 프로젝트, 마지막 시험들, 취업준비(면접 준비)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잠이라도 잘자면 좋겠는데... 새벽에는 '파킨 세이브(뉴질랜드의 대형마트)'에 출근을 하다 보니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빴죠. 아침 7시에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피곤한 신랑에게 일을 더 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어떡하나요. 이사가 코앞인데... 하루 3시간 정도 자면서 이 시기를 버텨내는 신랑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창문을 잘 닦아서 반짝반짝거리는 모습에 대만족을 느꼈습니다. 정리된 현관 모습이에요.
모든 정리가 끝난 거실과 주방의 모습입니다. 거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창이 너무 커서 창 닦는데 참 많은 시간이 소비되었습니다. 창은 무조건 안팎을 다 닦아야 합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커튼이 굉장히 중요한데요. 커튼에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꼭 신경 써야 합니다. 특히 겨울에는 온 동네가 습기로 가득하기 때문에 창문과 창틀에 물이 흐르고 고이는 것을 잘 체크하고 닦아야 합니다. 그냥 방치하면 순식간에 커튼이 곰팡이로 얼룩지게 되니 조심하세요. 혹시라도 곰팡이가 생겼다면 아까 소개했던 30초 곰팡이 제거제 커튼용이 있습니다. 그거 사용하시면 드라마틱하게 곰팡이가 사라지긴 합니다. 그래도 애초에 생기지 않게 관리하는 게 좋겠죠?
정들었던 침실의 모습
번사이드 집을 보면서 느낀 점은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입니다. 이 집이 그래도 참 좋은 집이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집주인은 좀 많이 별로였고 엄청난 크기의 나무와 집이 지어진 방향 때문에 햇빛은 들지 않는 추운 집이었지만, 여러모로 좋았습니다.
사진 속 잔디밭의 라인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사실 저렇게 칼로 곱게 자른듯한 라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 장비가 필요합니다만, 저희는 잔디깎이만 있을 뿐 그런 장비는 없었기에... 잘 드는 가위로 모양을 내며 곱게 잘랐습니다. ^^;; 어쨌든 결과는 완벽!
26일, 금요일 아침 저희는 약속된 시간에 맞춰 파이널 인스펙션을 받으러 위그람 집으로 갔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인상까지 좋은 느낌을 주자는 생각에 신랑과 저는 깨끗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30분 일찍 가서 집을 안팎으로 한번 더 돌아봤고 조금 더 기다리니 부동산 직원이 왔습니다.
'와, 정말 좋다! 너무 깨끗하다~ 완벽해! 정말 완벽해!'라는 칭찬을 쏟아내는 직원의 모습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메일로 본드 폼을 보내주겠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저희는 위그람 집과 완전한 이별을 했답니다.
곧장 달려간 곳은 맥도날드입니다. 이사와 동시에 신랑 학기도 완전히 끝났고 시험도 레포트도 모든 것이 다 끝난 마당에 스트레스를 좀 풀자는 생각으로 온 곳이 바로 맥도날드!
신랑은 아이스 모카, 저는 콜라를 시켰고 각각 치즈버거와 감자튀김, 맥모닝과 해시브라운을 먹었어요. 해롭고 살찌는 맛있는 맛에 감격.
같은 날 점심 겸 저녁으로 먹은 삼겹살, 정리되지 않은 집이라 엉망이지만... 그래도 이사가 끝나서 행복했어요.
위그람 집에 없었던 디스포저가 번사이드 집에는 있습니다. 이게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주부의 일상을 바꿔주는 매력적인 아이템입니다. 한국에서는 논란의 아이템이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완전한 합법입니다. 한국에서는 갈린 음식물을 따로 걸러줘야 한다는 말도 있던데... 이건 그냥 물을 틀고 갈면서 흘려보내는 방식입니다.
다음날 아침 식사는 호텔 조식처럼!
점심 겸 저녁으로 고기고기고기! 제육볶음에 신랑이 좋아하는 떡 듬뿍 넣어서 먹었습니다.
며칠 뒤 '에코 드롭'에 갔습니다. 에코 드롭은 쓰레기를 버리는 곳인데요. 재활용 쓰레기부터 일반 쓰레기, 가든 쓰레기 등 모든 것을 이곳에 버립니다. 모든 집에 있는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쓰레기통을 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그 통에 다 들어가지 못할 때는 에코 드롭에 직접 쓰레기를 가져가서 버리기도 합니다. 이사할 때는 쓰레기가 많이 나오죠. 에코 드롭에서 쓰레기를 버리면 돈이 들기 때문에 저희는 최대한 집에 있는 레드빈을 사용했었는데요. 감당이 되지 않는 부분이 약간 있어서 결국 에코 드롭으로 갔습니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곳이 일반 쓰레기와 가든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 통과해야 하는 곳입니다. 검문소 같은 저곳에 차를 세우면 직원이 어떤 쓰레기를 버릴 것인지 물어봅니다. 저 위치는 바닥이 아주 커다란 체중계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차와 사람, 쓰레기의 총무게를 잰 다음 쓰레기를 버리고 나올 때 한번 더 무게를 잽니다. 그리고 차이가 난 무게만큼의 요금을 지불하면 됩니다.
여긴 재활용품을 버리는 곳입니다. 이곳에 버리는 것은 무료예요. 냉장고, 세탁기, 디시 워셔, 세탁 드라이어, 자동차 배터리, 전자레인지, 오븐 등 웬만한 가전제품과 건전지는 여기서 무료로 버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버려진 가전제품들은 고치고 닦아서 다시 '에코샵'으로 보내집니다. 에코샵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세컨핸드 샵(중고 전문점)'인데요. 뉴질랜드에서는 세컨핸드 샵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습니다.
여긴 일반 쓰레기를 버리는 곳입니다. 기사님이 분주하게 트랙터를 움직이며 쓰레기를 치우고 계셨습니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곳이 주차를 하는 곳인데요. 여기 차를 알아서 세우고 쓰레기를 저곳으로 던지면 됩니다.
저희 차에 딱 가득 들어갈 정도의 쓰레기를 이곳에 버렸습니다.
일반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서 바라본 가든 쓰레기를 버리는 곳입니다. 그린빈에 들어가는 쓰레기죠. 일반쓰레기보다는 저렴한 편이지만, 그래도 잡초를 돈 주고 버린다는 게 사실 돈이 아깝죠. 최대한 집에 있는 그린빈을 잘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윽, 쓰레기 버리는데 23불을 지불했네요. 약 2만 원 돈을 주고 쓰레기를 버린 게 약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에는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도록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벌써 12월의 중순이 되었네요. 이제야 집 정리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약간 어수선한 공간이 있기도 합니다. 며칠 지내지 않았는데, 벌써 이곳에 적응을 했는지 여러 공간이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이전 집에 비하면 꽤 오래된 집이라 벌레가 많아서 조금 속상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집이 예쁘고 동네도 안전해서 곧 정이 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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