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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위그람에서 번사이드로, 이사 잘 했습니다.

by Joy_Tanyo_Kim 2021.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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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온 집 주방에서 바라본 가든

렌트 계약이 끝나는 날은 다가오는데 집은 구해지지 않아 걱정이 컸습니다. 4군데 정도 입주 신청을 했지만, 내는 족족 떨어졌고 당장 나가야하는 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마음이 정말 급했답니다. 정말 집이 구해지지 않는다면 지인들에게 짐을 맡기고 잠시 플랫 생활을 하거나 에어비엔비 또는 백패커에 머무를 생각도 했었죠. 법적으로 뷰잉을 갔던 집만 어플라이 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 모르니 조금 마음에 안드는 집이라도 뷰잉은 다니자고 했었는데,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집들 중 한군데 어플라이를 했고 신청서를 넣은 당일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가 마음에 들고 집주인에게 연락했다고, 그리고 아마도 계약이 될 것 같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여기라도 되서 정말 다행이었죠. 

 

 

이삿짐 전용 트럭을 4시간 빌려 신랑이 운전하는 모습

저희가 원하는 이삿날과 서류(모든 세입자들의 정보 등)를 보낸게 목요일이었고 금요일에 계약을 했으며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저희는 이사를 했습니다. 부동산에서 묻더라고요.

 

'근데 너네 왜 이렇게 급하게 들어와?'

'우리 25일까지 집 빼야해서 어쩔 수 없어'

'아...  그래, 어쩔 수 없겠다. 그럼 월요일 오전 10시에 부동산에서 봐, 그때 키 넘겨줄게.'

 

 

주방과 큰 거실

이사한 곳은 아주아주 오래된 집입니다. 뉴질랜드에 이민왔던 1세대 영국인들이 지었던 집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곳곳에 레노베이션이 되어서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했습니다. 워낙 옛날집이라 여기저기 마음에 안드는 곳이 많고 전반적으로 올드했지만, 그래도 이만한 집이라도 구해진게 어딘가 싶었죠. 

 

 

저희 집은 집을 중심으로 ㅁ자 모양의 가든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울창한 나무로 둘러 쌓여 있어요. 위그람 집에 엄청나게 큰 나무가 있어서 햇빛을 다 가렸던 기억이 있다보니 나무가 없는 집으로 가고 싶었는데요. 뭐.. 이번에도 그 꿈은 글렀습니다. 소나무, 단풍나무, 벚꽃나무, 체리나무, 레몬나무, 피조아 나무, 동백꽃 나무, 장미꽃 등 별에 별 나무와 꽃이 엄청나게 심겨진 대형 가든이 있는 집으로 오게 되었네요. 

 

게다가 다이닝 공간에서 이어지는 메인 가든에는 커다란 테라스와 함께 국기 게양대가 있습니다. 여기 태극기라도 달아야 할까요. 처음 이곳에 집을 짓고 살았던 분들의 애국심이 전해지는 것 같네요. 뭔가... 수련회나 합숙을 해도 될 것 같은 그런 분위기에요.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굉장히 깁니다. 이게 길 중간 쯤에 있는 대문인데요. 도로에서 집까지 저희집만 사용하는 있는 전용 골목길이 100m는 되는 것 같네요. 이 길을 따라 오른쪽에는 장미꽃으로 가득했습니다. 이왕이면 과일나무면 좋았을텐데... 싶네요. 저 꽃 떨어지는걸 어떻게 다 관리하나 싶기도 하고요. ㅜㅜ

 

 

메인 현관문과 게라지가 보이는 앞마당입니다. 이번 집은 워낙 옛날 집이라 집 안에서 게라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게라지와 집이 붙어 있어서 오고 갈 수 있는게 세상 편한 것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느꼈습니다. 이런 집은 처음이라... 쓸데없이 큰 테라스가 여기서도 잘 보이네요. 

 

 

다이닝에서 테라스로 나온 제 모습입니다. 빨래를 걷었을 때 모습을 신랑이 가든에서 찍었네요. 국기 게양대가 우뚝 서있습니다. 숲 속에 있는 듯한 집이라 아기자기하고 예쁘긴 하지만, 벌레는 정말 많습니다. ㅜㅜ 기겁할 것 같아요. 

 

 

역시 이사 후에는 중국집이죠. 친구 부부와 함께 집에서 가까운 한식 레스토랑 '더 봄'으로 가서 맛있는 중식을 먹었습니다. 친구가 사줘서 잘 먹은 것도 있지만, 정말 맛있었어요. 치치에서 짬뽕을 제일 잘하는 집은 역시 위그람에 위치한 '카이요'라고 볼 수 있는데요. 거긴 짬뽕만 있거든요. 근데 여긴 카이요보다는 짬뽕이 조금 덜 맛있지만, 그래도 맛있는 짬뽕과 짜장면, 탕수육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인 것 같습니다. 간만에 만족스러운 외식을 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제 날짜 안에 이사를 잘 마쳐서 정말 기쁘네요. 나중에 여기저기서 들어보니 이번에 렌트 대란이 좀 심각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도 진행형이고요. 이 동네 이사 시즌은 12월 초중순이라 볼 수 있는데요. 딱 아이들 학기가 끝난 직후입니다. 매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시기라고 해요. 그 다음으로 많이 움직이는 시즌은 10월, 11월, 1월 말, 2월이라고 합니다. 12월 중순에서 1월 중순까지는 연말 연초 연휴에 껴서 대부분 잘 움직이지 않아요. 보통 다들 여행을 다니죠.

 

뉴질랜드도 코로나 영향으로 집 값이 들썩이고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고 파는데 집중하고 있는 요즘이고 집을 팔겠다고 마음 먹고 세입자를 내보내는 집주인들이 한번에 너무 많아지면서 나오게 된 세입자들이 들어갈 집이 없어진 상황이라고 합니다. 다들 집을 팔기 위해서 집을 고치거나 거래를 하고 있다보니 그 사이 세입자들은 거리에 붕 뜨게 된 상황인거죠. 그래서 렌트 전쟁이 난 것이고 저희도 그 장단에 껴서 꽤나 고생을 했던 것입니다. 

 

'와... 우리 진짜 이 집은 절대 오지 말자. 여긴 진~~~짜 아니다.' 

 

이 집 뷰잉을 왔을 때 신랑과 나눴던 말입니다. 그리고 그 집에 제가 왔네요. 그래도 1년 계약하고 살게 되었으니 정을 잘 붙여 봐야겠어요. 조금 더 예뻐하며 정성을 들여 집을 가꾸면 조금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이 오겠죠? 짐 정리에 정신없어 이제서야 글을 씁니다. 집 정리가 좀 되면 차근차근 집도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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