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서 쉬었던 지난 한 주간 집에서 생각보다 많은 일을 했습니다. 살림이야 매일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남고 덜 피곤하니 눈에 들어오는 일거리가 더 많아지더라고요. 이사 준비를 미리미리 해야겠다는 생각에 당장 쓰지 않는 짐들은 박스에 넣어 게라지로 옮기기 시작했고 집구석 구석 묵은 때를 조금씩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집은 3개월에 한 번씩 부동산 직원에게 인스펙션을 받습니다. 세입자가 집을 잘 쓰고 있는지, 집 상태는 어떤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등 전반적인 집 검사를 하는 것인데요. 이사를 가게 되면 파이널 인스펙션이라고 나가기 전에 받는 집 검사가 또 있습니다. 기존 인스펙션보다 파이널 인스펙션은 약간 더 빡빡하게 치러지는데요. 좋은 담당자를 만나지 못하면 나갈 때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보증금을 깎아 먹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사를 여러 번 다녀도 파이널 인스펙션은 매번 긴장되기 마련입니다. 그나저나 제가 뒷문 키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참 걱정입니다. 부동산 직원이나 집주인에게 스페어 키가 꼭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키 때문에 보증금이 터무니없이 깎일까 봐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요즘입니다.
요즘 날이 참 좋습니다. 뉴질랜드는 겨울에 비가 많이 오는 편인데요.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전반적으로 날씨가 좋아지다 보니 빨래하기 참 좋은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3일에 한번 정도 빨래를 하고 있는데 양말이나 속옷, 수건 같은 것들은 드라이어에 돌리고 손상될만한 옷은 모두 건조대에 널어서 말리고 있죠. 이런 날은 오전에 빨래를 널면 오후에 바짝 마릅니다.
참 커다란 저희 집 나무죠? 겨울이면 저 나무 꼭대기에 커다란 별을 걸어 랜드마크로 삼아도 되겠다며 신랑과 몇 번을 말했던 것 같습니다. 개인의 집에 심긴 나무지만, 이제는 너무 커버려서 집주인도 함부로 자를 수 없는 지역 보호수가 되었습니다. 이 나무만 없었다면 저희 집도 채광이 참 좋았을 텐데... 애초에 북향도 아니지만, 해가 질 때라도 빛이 들어야 하는데... 저 나무 때문에 빛이 다 가려져서 이 집은 언제나 어둡고 추웠습니다. 다음 집은 꼭 뷰잉 때 나침반을 들고 가야겠습니다.
마트에서 구입했던 대파의 뿌리를 잘라서 심은 것이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쑥쑥 자라서 대파를 마음껏 먹는 날이 어서 오기를...
이제 깻잎도 쏙쏙 올라오네요.
근대는 싹이 많이 올라왔네요. 이제 곧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2년 전 엄마가 줄 맞춰 심어주시고 가셨던 부추는 여전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사 갈 때 쏙쏙 뽑아서 가야겠어요.
이것도 2년 전에 엄마가 심어주고 간 참나물입니다. 겨울에는 거의 다 죽어가더니 공기가 따뜻해지니 싹이 무섭게 올라오네요.
뒷마당에 있는 텃밭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준 머위입니다. 하루 종일 그늘이라 다른 식물은 저기 심으면 다 죽는데 머위는 찰떡같이 자라더라고요. 제 무릎보다 높게 자라서 드디어 수확을 했습니다. 머위 잎은 여릴 때 수확해서 장아찌를 담거나 쪄서 쌈 싸 먹으면 맛있는데요. 머위장아찌는 이미 넉넉하고 저는 이번에 머위대로 나물을 해 먹을 거라서 머위대가 굵어질 때까지 오래 기다렸답니다.
머위대는 끓는 물에 6-7분 정도 삶아준 다음 톡톡 부러뜨리면서 껍질을 까주세요. 손가락에 머위 물이 검게 들기 때문에 장갑을 끼는 것이 좋습니다. 머위는 쓴 맛을 빼기 위해서 삶은 다음 차가운 물에 반나절 정도 담가 두기도 하는데요. 봄에 수확하는 머위는 쓴 맛이 거의 없어서 굳이 물에 담가 둘 필요가 없습니다.
오랜만에 만들어본 머위대 들깨 볶음입니다. 재료가 워낙 흔하지 않은 것이라 여기서는 정말 귀한 반찬이에요. 머위는 뉴질랜드에서 자생하는 식물도 아니고 이것을 파는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한인들 중에 저처럼 개인이 키워서 먹는 사람들은 종종 있어요. 저도 누구한테 얻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에 머위 뿌리를 어른들에게 얻어서 키운 것이 이렇게 커지게 되었답니다.
머위 들깨 볶음
재료 : 머위대, 들깻가루, 국간장, 액젓, 맛소금, 다진 마늘, 참기름, 식용유
1. 머위대는 끓는 물에 넣어 6-7분 정도 데치고
2. 차가운 물에 넣어 식힌 다음 톡톡 부러뜨려 껍질을 벗긴다.
3.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 다음 가열한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넣어준다.
4. 3에 다진 마늘, 국간장 2큰술, 액젓 2큰술 넣어서 볶아주고
5. 들깨가루와 물 반 컵을 넣어준 다음 더 볶아준다.
6. 부족한 간은 맛소금으로 맞춰준다.
7. 참기름이나 들기름 둘러서 마무리한다.
간단하게 적어본 머위대 들깨 볶음 레시피입니다. 저는 까나리 액젓 사용했고 참기름을 사용했지만, 들기름 넣어도 맛이 좋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서 냉장고에 보관한 뒤 차갑게 먹는 머위대 반찬을 제가 참 좋아합니다. 머위대 들깨 볶음을 만들었으니 한 며칠 밥맛이 아주 좋을 것 같네요.
본격 여름이 왔기에 이제 또 텃밭 농사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할 것 같은데요. 마침 이번 달 25일까지 집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텃밭에 심긴 농작물을 상하지 않게 잘 옮기는 게 중요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달은 정말 많이 바쁠 것 같네요. 신랑은 이제 졸업을 앞두고 학기 마지막 과제와 시험, 동시에 취업까지 준비를 하고 있어서 잠을 줄여가며 애를 쓰고 있습니다. 게다가 새벽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으니 오죽할까요. 신랑의 고생과 노력이 좋은 결과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죠. 오늘도 하루가 다 지나갔네요. 다들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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