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마다 장학기금 마련을 위해 열리는 바자회가 있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무산되었지만, 올해는 그래도 레벨 2가 유지되어서 바자회를 잘 진행할 수 있었어요. 저는 어쩌다 보니 달고나 코너에서 하루 종일 달고나를 만들었는데요. 집에서 진짜 국자랑 호떡 누르개를 사용해서 할 때보다 너무 쉽게 잘 돼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뭐야? 집에서는 엄청 망하더니 왜 이렇게 잘 되는 거야? 장비가 진짜 문제야??'
진정한 실력자는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이거 해보니 진짜 장비 문제가 맞더라고요. 물론 진짜 국자로도 잘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약 50번 이상의 실패를 통해 깨우쳤지만... 제대로 된 장비를 사용해서 만들 때 이렇게 쉽다는 것을 느끼고 참 씁쓸했습니다.
바자회는 크라이스트처치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도 꾸준하게 홍보를 했었지만, 신문 광고를 통해 키위(현지인)들에게도 광고를 했기 때문에 키위들도 많이 왔습니다. 건물 안에서는 김치, 잡채, 불고기, 고추장 불고기, 호떡, 달고나, 커피, 돈가스, 잔치국수, 김밥 등 많은 음식들이 판매되었고 야외에서는 옷, 가구, 전자제품, 그릇, 신발, 생활 잡화 등이 다양하게 판매되었습니다.
'나랑 별 보러 갈래?'라는 메시지를 담아 별과 자동차를 함께 찍어서 신랑에게 보여줬지만 별 감흥이 없더라고요. 내 마음을 못 읽은 건지.. 어쨌든 손님은 굉장히 좋아하시면서 1개에 3불에 구입하셨습니다. 이 작은 달고나를 하나에 3불에 판매한다는 게 약간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많은 정성과 노동을 요구하는 달고나였기에 이 정도도 저렴하게 파는 것이라 생각의 마무리를 지었답니다. 달고나 손님이 어찌나 많던지요. 뉴질랜드에서도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드라마 1위를 달리고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키위들도 회사에서 만나면 모두 오징어 게임 이야기만 한다는데요. 실제로 최근 카페에 오셨던 손님들과 나눴던 스몰 톡의 주제도 대부분 오징어 게임이었습니다.
'너 오징어 게임 봤어? 한국에서는 진짜로 그런 놀이를 해? 너도 해봤어?'
등등의 질문을 많이 받았던 것 같네요. 어쨌든 그 여파로 달고나의 인기는 상당했습니다. 처음에는 저 혼자 만들다가 주문이 밀리자 신랑이 옆에서 같이 만들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다른 친구도 합류해 총 3명이서 함께 만들었는데요. 만드는 족족 팔리고 점심 이후에는 후식으로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주문이 밀리고 밀리기 시작했답니다. 장사 잘했어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 먹을 여유도 없이 달고나만 만들었더니 팔도 아프고 많이 피곤했는데요. 집에 오니 문득 의심이 들었어요.
'오늘 하루 종일 완전 마스터처럼 잘 만들었는데.... 설마~ '
집에서 쓰던 국자를 꺼내 호떡 누르개로 똑같이 만들었지만 역시나 실패했습니다. 기름도 바르고 설탕도 뿌렸지만 완전 다 달라붙었어요. 저는 완전한 마스터는 아닌가 봅니다. 장비빨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 보통 사람이었죠. 이게 정말 뭔가 있나 봅니다. 결국 호떡 누르개를 사용하지 않고 달고나를 최대한 촉촉하고 부드럽게 만든 뒤 손잡이가 달린 사탕 형태로 만들어서 쿠키 틀로 모양을 찍어봤습니다.
힛, 포장까지 했더니 그래도 빵실 빵실한 것이 이쁘네요. 곧 할로윈이 다가오는데 집에 애들이 찾아오면 이걸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할로윈 분장을 하거나 할로윈의 의미를 지지하거나 할로윈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찾아오면 사탕 정도는 챙겨주고 있습니다.
친구에게 받은 달걀과 퇴직선물로 받은 호이츠 2인 티켓입니다. 힝 영화 보러 안 간 지 백만 년 된 것 같은데 친구 덕에 팝콘 씹으면서 영화 보게 생겼네요. 우리 마동석 님 보러 가야겠어요.
요즘 저희 동네는 보는 맛이 있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에서도 '가든시티'로 유명한 지역인데요. 실제로 높은 데서 보면 하나의 커다란 정원 같은 느낌이 듭니다. 건물보다 나무나 숲이 더 큰 것 같기도 하고요. 집집마다 꽃나무가 다양한 색상으로 피어나니 봄과 여름이 되면 알록달록 참 아름다워요. 앞마당에서 하늘을 보니 꽃봉오리가 보이고 하늘은 정말 푸르네요. 나이 들면 들수록 꽃 사진 많이 찍는다는데... 저도 점점 늙어가나 봅니다.
우리 집 우체통에 꽃이 폈습니다. 이렇게 틈새에서 자라나는 꽃이 저는 참 대견하고 좋더라고요. 가끔 지붕 처마에서 끈질기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감격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흙도 영양분도 온전치 못한 곳에서 자라고 피어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싶네요. 꽃도 바람도 좋은 오늘이네요. 어려운 순간이 있을지라도 이렇게 곱게 피어나는 날을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가야겠어요.
저녁에는 신랑과 함께 오랜만에 리카톤에 있는 캄보디안 쌀 국숫집에 갔습니다. 저희는 늘 가성비를 따지는 편인데요. 맛있고 저렴하고 양이 많은 이 3박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여긴 딱 그 3박자에 미치는 곳이고요. 콤비네이션 쌀국수를 주문했습니다.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가 모두 들어가 있는 쌀국수예요. 숙주는 아래에 깔려 있고 고수는 좋아하지 않아서 올리지 않았습니다.
Khmer Satay Noodle House
그리고 저는 치킨 본을 참 좋아합니다. 여기서는 주문할 때 치킨 본을 달라고 하면 무료로 줍니다. 육수를 끓이고 나온 치킨 프레임인데 사람들이 원하면 무료로 제공하고 더 달라고 하면 더 주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살이 많이 붙어있고 딱 삼계탕 먹는 맛이 나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국수에 닭뼈까지 뜯어먹고 나면 배가 엄청 부르죠. 여기서 먹을 때면 예전에 캄보디아에서 먹었던 쌀국수 맛이 느껴져서 종종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치치에서 쌀국수가 생각난다면 여기 가서 꼭 드시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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