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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델타 경보 2단계가 시작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일상

by Joy_Tanyo_Kim 2021.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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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부터 경보 레벨이 2단계로 내려가면서 저는 다시 출근을 했습니다. 3주를 쉬다가 출근을 하니 뭔가 조금 어색하기도 했고 혹시나 실수를 할까 봐 조금 걱정도 했던 것 같네요. 하지만 몸이 잘 기억해서 일을 하는데 불편함은 전혀 없었습니다. 캐비닛이 완전히 텅텅 빈 상태라 평소보다 음식도 더 많이 만들었는데요. 레시피를 까먹은 게 있을까 봐 레시피 노트까지 챙겨갔지만, 볼 일이 없을 정도로 일이 익숙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곳 일이 더 많이 손에 익었던 것 같아요. 일하는 내내 오랜만에 보는 단골들과 반갑게 인사하기 바빴고 오늘이 출근 첫날인지, 백신은 맞았는지, 별일은 없는지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던 것 같네요. 

 

 

경보 2단계에는 카페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흔적을 기록해야 합니다. QR코드를 스캔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혹시라도 스캔이 어려운 경우 수기로 이름과 연락처 등의 기록을 남깁니다. 도서관이나 맥도날드 같은 곳에서는 4인 이상이 그룹으로 앉을 수 없었지만, 저희 카페 같은 소규모 카페의 경우 특별한 조치가 없었습니다.

 

기존의 레벨 2단계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실내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써야한다는 것, 상점이나 카페 등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마스크를 끼는 것이 진작에 일상화가 되었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 굉장히 어색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일하는 내내 마스크를 낀다는 것이 저 또한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착용하는 마스크는 덴탈 마스크로 가장 저렴한 마스크인데요. 한국처럼 등급 높은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솔직히 거의 없습니다. 저는 한국인 외에는 사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덴탈 마스크와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이 천 마스크와 입 가리개입니다. 자전거 탈 때 종종 사용하는 목 스카프를 코까지 올려서 쓰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네요. 어쨌든 뭘로 가리든 가리기만 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10세 이하의 어린아이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출입구를 분리했습니다. 평소 사용하던 문은 들어오는 것만 가능한 입구로, 평소 닫혀있던 여닫이 문은 나가는 것만 가능하는 출구로 분리되었습니다. 아주 큼직하게 입구 전용, 출구 전용을 표시했지만 생각보다 잘 지켜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리 적어놔도 지키지 않는 사람은 지키지 않더라고요. 

 

 

점심 손님이 싹 빠지고 조용할 때 찍어본 카페 내부의 모습입니다. 햇살이 잘 들어와 따뜻한 느낌을 주는 밝은 카페입니다. 

 

 

쿠키자에 이름도 다시 쓰고 이번에 판매할 수프 싸인도 새로 썼습니다. 이렇게 싸인을 바꾸면 한 일주일정도 판매합니다. 저희는 다섯 가지 정도의 수프를 차례로 돌려가며 만들어 팔고 있습니다. 차례가 되지 않더라도 제철에 맞는 식재료가 있다면 식재료에 맞게 수프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한동안 날이 추워서 수프 인기가 굉장히 좋았는데요. 락다운 3주를 보내며 어느덧 따뜻한 봄이 되어 이제 잘 나가지 않을 것 같네요. 벌써부터 시원한 스무디를 찾는 손님들이 꽤 있더라고요. 커피는 더워 죽어도 뜨거운 것만 마시는 키위들이지만, 시원한 음료는 잘 사 먹습니다. 시원한 커피를 안마실뿐... 

 

 

주말 저녁으로 플메와 함께 먹은 샤브샤브와 월남쌈입니다. 아직은 야채값이 너무 비싸서 파프리카나 오이 같은 채소는 꿈도 꾸지 못합니다. 주먹만 한 파프리카 하나에 5천 원 정도인데 월남쌈에 넣겠다고 사려니 손이 떨리더라고요. 오이도 가격이 비슷하고요. 사시사철 가격 변동이 없는 청경채와 숙주나물이 가장 만만한 샤브샤브 채소입니다. 월남쌈에 넣을 채소로는 적양파와 양상추 준비했어요. 벌써 봄이 왔지만, 저녁에는 조금 쌀쌀한 기온이라 샤브샤브를 먹기에는 좋은 것 같습니다. 마무리로 쌀국수까지 아주 알차게 잘 챙겨 먹었습니다. 

 

수요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더니 한 주가 굉장히 빠르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수, 목, 금 3일만 일했는데 벌써 주말을 보냈으니까요. 일요일 저녁이 되니 월요일에 출근하는게 부담스럽고 싫습니다. 쉴 때는 어떻게든 빨리 출근하고 싶었는데, 출근하기 시작하니 쉬고 싶네요. 사람 마음이 참 변덕이 심하죠. 오늘은 부디 푹 잘 자고 개운하게 내일 아침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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