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현장 바리스타로 복귀한 지 1년 1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는데요. 아이가 생기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이 없는 한 꽤 오래 일할 것이라 생각했던 카페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저희 카페에 좋은 오퍼가 들어와서 카페를 마무리하게 되었거든요. 지난주가 마지막 근무였고 이번 주부터 다시 집순이로 복귀했습니다. 뭔가 아쉬운 마음도 크고 시원섭섭하네요. 저도 이런 마음인데, 주인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마지막 날에는 사진 속 가구를 제외한 모든 물건을 다 정리했어요. 팔 것들은 팔고 가져갈 것은 가져갔죠. 한국에서 제 카페 정리하던 날이 문득 기억이 나더라고요. 그때는 참 많이 울었는데... 이번에는 제 가게는 아니라서 크게 감정의 요동은 없었지만, 그래도 유독 정들었던 단골손님이 그간 고마웠다고 안아주며 울먹일 때 저도 살짝 눈물이 나긴 했습니다. 짧은 시간 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오래 일할 줄 알고 더 애착을 가졌던 가게였는데요. 이렇게 마무리가 되어서 아쉬운 마음이 참 큽니다.
제 책상 앞에 붙어 있는 메모들입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너무나도 별것 아닌 아주 기본적인 문장이겠지만, 저는 생존 영어만 가능한 정도의 영알못이라 스몰 톡도 어려운 상태였기에 이런 문장들을 그냥 통으로 외워서 일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너무 힘들었고 주문받는 게 익숙해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외국 카페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보면서 익숙해질 때까지 쉐도잉하고 거기서 나왔던 문장들을 매번 종이에 적었어요. 그리고 제가 종종 사용할 것 같은 문장은 붙여두고 달달 외웠죠. 외운 문장도 실제로 사람에게 던지는 게 얼마나 어렵던지요. 외국에서 몇 년을 살았지만, 울렁증이라는 게 정말 있더라고요. 벌써 5년째 뉴질랜드에 살고 있지만, 신랑과 함께 한국말로 이야기하고 지난 4년은 집에서 한국어로 재택근무만 했고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도 모두 한인들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는 더 멀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 종이는 뉴질랜드에서 꽤 오랜시간 카페 일을 했던 가까운 동생에게 카페에서 주로 쓰는 문장들을 적어달라고 했던 종이예요. 처음에는 여기 있는 문장만 달달 외워서 근무를 시작했답니다. 사실 커피 주문에서는 여기 있는 문장만 외워도 충분히 근무가 가능하죠. 하지만 실전에서는 이 외에도 스몰 톡 스킬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친한 척 농담도 던지고 일상의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많이 어려웠던 것 같네요. 약간 뻘쭘하다고 할까요? 하하. 어쨌든 뉴질랜드 카페 분위기를 1도 몰랐던 제게 큰 도움이 되었던 문장들입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던 작년 9월을 돌아보면 지금은 외국인들에게 말도 자신있게 걸고 카페에서 주문받고 클레임을 해결하는 정도의 영어는 충분히 가능하니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 제게 직면한 큰 산은 영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회화 능력입니다. 그간 카페 실전 영어만 죽어라고 팠더니 이건 되는데... 카페와 관련 없는 영어는 그냥 막막하네요. 그래서 이제는 고개를 돌려 일상에 대한 브이로그나 드라마 쉐도잉을 열심히 파고 있습니다. 경력이 단절되기 전에 다른 카페로 잘 점프할 수 있도록 저의 영어를 응원해주세요.
몇 주간 맛있게 먹었던 카페 브레이크 타임 간식 사진을 가져왔어요. 특별한 음식은 아니지만, 10분의 휴식을 즐겁게 만들어줬던 맛있는 간식이었죠. 저는 딱 이 모습이 좋습니다. 한 입 마셨을 때 생겨나는 이 모양이 너무 좋아요. 쏙 빨려 들어간 모습... 플랫화이트나 라테를 주문하는 손님들을 보고 있으면 아무리 예쁘게 만들어 나가도 받자마자 티스푼으로 휘휘 저어서 그림을 없애버리는 분들도 있고 제가 마시는 것처럼 마지막까지 그림을 유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성격에 따라 이런 행동도 달라지는 게 참 재밌죠. 이 날은 커피만 가볍게 마셨네요.
보통 브레이크 때는 웬만하면 플랫화이트 싱글 샷으로 마셨던 것 같네요. 평소보다 피곤하거나 힘들어서 달콤한 맛이 생각나는 날이면 초코 파우더 듬뿍 뿌려서 마셨어요. 크리미 펌킨 수프에 치아바타 빵 곁들였습니다.
너무 더웠던 날, 얼음은 넣지 않고 차가운 우유만 부어서 치즈 스콘과 함께 먹었어요. 배가 크게 고프지는 않아서 1/3만 잘라먹었어요.
핀웰 스콘과 1/2 조각에 플랫화이트입니다. 핀웰 스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콘이기도 한데요. 안에 크림치즈가 꾸덕하게 잔뜩 들어가 있어서 너무 맛있어요.
커리 스파이스드 롤과 플랫화이트입니다. 한국 카레와는 조금 다른 맛의 인도 커리가 들어가 맛도 향도 묵직한 편입니다.
마침 바나나 스무디 주문이 들어와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양이 조금 많아서 남은 것을 제가 먹었습니다. 터키쉬 브래드와 크리미 펌킨 수프 함께 먹었어요.
스크램블 에그 온 토스트와 플랫화이트
카페에서 베이글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스텝용으로 사다 놓은 베이글 열심히 먹기. 심지어 여기 사람들은 베이글 먹는 문화가 아니라서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네요. 한국 카페에서는 베이글 많이 먹었던 것 같은데 여기는 식문화가 다르죠.
멕시칸 포크 필로우와 플랫화이트
스트레스가 많았던 어느 날에 마셨던 초콜릿 파우더 잔뜩 플랫화이트
데이트 스콘과 함께 마신 플랫화이트
클럽 샌드위치 2종 세트를 하나씩 먹은 날입니다. 햄치즈 클럽은 만들 때 햄 돌돌 말린 모양내는 게 관건입니다. 흣
바질 페스토 치킨 토스티와 초콜릿 파우더 듬뿍 플랫화이트
베이컨과 스크램블 에그, 시금치, 토마토가 들어간 크로와상에 플랫화이트
아이올리 치킨랩과 플랫화이트. 어제 아침에 싼 게 하나 남아서 제가 먹게 되었네요. 이거 남는 날은 잘 없어서 먹는 날은 좋은 날ㅋ
데이트 스콘에 플랫화이트
저는 데이트 스콘 달콤하고 계피향이 가득해서 아주 좋아합니다. 손님들은 보통 치즈 스콘을 더 좋아하지만?
호박, 달걀, 감자, 당근, 시금치, 치즈 듬뿍 들어간 펌킨 프리타타와 플랫화이트. 프리타타는 일종의 달걀찜이죠.
바질 페스토 치킨 토핑을 넣은 식빵 꼬다리 토스티와 플랫화이트
3단 튤립 작지만 이쁘게 나와서 기분 좋았던 날
본격 여름이 시작됨을 크게 느꼈던 아주 더웠던 날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입니다.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의 동네 풍경입니다. 보통 차를 타고 다니는데, 이 날은 신랑이 차를 써서 제가 걸어 갔어요. 차로 5분, 걸어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카페였죠. 하늘이 참 푸르고 햇살도 좋았던 날 기분 좋게 퇴직했네요.
봄은 빠르게 지나가고 순식간에 여름이 코 앞에 왔습니다. 이른 봄을 알리던 꽃들은 모두 지고 봄과 여름의 사이에서 여전히 아름답게 피어있는 꽃들을 많이 구경하며 걸었습니다. 집집마다 가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볼게 참 많아요.
30분을 걸어 저희 집 앞 골목에 도착했습니다. 퇴사에 이어 11월에는 이사도 해야하는데요. 이 골목이 참 예뻐서 좋았는데, 지난 3년간 익숙해진 이 골목도 이제 떠나야할 때가 되었네요. 초록 잎이 하루가 다르게 무성해지고 있어요. 한국은 벌써 추워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모두들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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