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삶나눔

뉴질랜드 락다운 12일 차, 올봄 첫 부추를 수확했어요.

by Joy_Tanyo_Kim 2021. 8. 29.
반응형

뒷마당 텃밭에 부추가 벌써 이만큼 자랐더군요. 올봄 첫 수확한 부추입니다. 델타 변이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12일 차, 집에 머무는 동안 추운 겨울은 지나가고 어느새 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봄을 알리는 꽃들이 너도나도 피기 시작해 온 동네를 아름답게 장식하는데 이 시기에 집 안에만 있으니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딱 이때 나들이를 가야 하는데 말이죠. 경보단계가 해제되면 주말에 잠깐이라도 신랑과 나들이를 다녀와야 할 것 같네요. 이 봄이 다 지나가기 전에 말이죠. 

 

 

봄비가 부슬부슬 내려 약간은 으슬했던 아침, 수제비 반죽을 했습니다. 반죽을 미리 해놓고 부추를 손질한 다음 물을 끓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다시마 듬뿍 넣고 큼직하게 썬 감자와 매콤한 타이고추도 넣었습니다. 다시마는 오래 끓이면 끈적한 진액이 나오기 때문에 5분 정도 팔팔 끓이다가 건져냅니다. 이 다시마를 버리냐고요? 아니요. 저는 이 다시마 싹 다 모아서 제 그릇에 넣습니다. 저는 삶은 다시마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신랑과 플메가 다시마를 좋아하지 않는 게 제겐 참 다행이죠. 제가 다 먹을 수 있으니까요. 

 

 

수제비를 다 떠서 넣은 다음 부추를 넣어주고 불을 끄면 완성입니다. 부추는 정말 금방 익으니까 불을 끄셔도 괜찮아요. 으슬으슬한 날에는 이만한게 없지요. 한국에서 지낼 때는 엄마랑 언니랑 참 많이 먹었던 게 수제비인데요. 타지에 와서 먹으니 가족 생각이 더 납니다. 매일 수제비를 먹으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만큼 수제비를 좋아하는 저와 언니, 엄마인데요. 아쉽게도 신랑은 수제비, 칼국수, 국수 이런 종류의 밀가루 음식을 별로 즐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아주 가끔 먹는 것 같아요. 너무 가끔이라... 한번 먹을 때 저는 끝장을 봅니다. 

 

 

깨끗하게 손질한 단나새이(냉이)

봄을 알리는 식재료가 또 있습니다. 플메가 사용하는 냉장칸에 조금 익숙하지만 플메가 절대 사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채소가 있었습니다. 

 

'이거 단나새이 아이가?'

'단나새이? 그게 뭔데요?'

'아.. 이게 표준말로 뭐더라. 그... 아, 냉이! 대구에서는 단나새이라고 부른다. 근데 니 이거 우에 먹는 줄 아나?'

'아니요. 저도 어쩌다보니 생긴 거라서... 잘 모르겠네요 ^^;; 안 그래도 버릴까 했어요.' 

'아니 아니~ 누나가 반찬 만들어줄게. 이리 줘봐!'

 

플메에게 우연히 생겼다는 냉이 1 봉지, 제가 자란 대구경북에서는 '단나새이'라고 불렀던 채소입니다. 봄철 뿌리를 단단히 박고 자라는 나새이는 향기가 좋아 된장찌개나 된장국에 넣어도 맛이 좋고 삶아서 나물을 무쳐 먹어도 참 맛이 좋은데요. 이런 걸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플메에게는 아주 생소한 채소였다고 합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나새이를 먹거나 팔지는 않지만, 뉴질랜드 땅에도 나새이는 자랍니다. 저희 집 가든에도 봄이면 나새이가 올라오거든요. 근데 이걸 한인마트에서 1 봉지에 4불씩 팔고 있는지는 몰랐네요. 

 

 

1분 삶아 차가운 물에 헹궈준 다음 물기를 제거한 단나새이

단나새이는 뿌리에 영양분이 더 많은데요. 판매하는 사람들이 뿌리를 많이 잘라낸 것 같아서 아쉬웠답니다. 그래도 남아 있는 뿌리 쪽은 잘 손질하고 흙을 열심히 씻어냈습니다. 그리고 봄에 처음 수확하는 나새이는 뿌리가 조금 질길 수 있는데요. 어린것들은 그래도 괜찮지만, 크기가 큼직하게 잘 자란 것들은 뿌리에 심지가 아주 강해서 질길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손질할 때 뿌리를 반으로 갈라서 안에 박힌 굳은 심지를 제거하는 것이 좋아요. 저는 심지를 모두 제거했습니다. 냉이는 시금치처럼 끓는 물에 1분 정도 데치면 되는데요. 데치는 순간 색감이 아주 화사하게 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된장 1큰술, 다진마늘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넣어서 조물조물 버무렸습니다. 이렇게 된장에 무쳐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야심한 시각이었지만, 맛있게 만든 나물 반찬을 두고 어찌 맛을 보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밥 한 숟갈 떠서 맛을 봤습니다. 세상 꿀맛! 

 

'누나가 나물 기똥차게 만들어놨다~ 내일 밥이랑 같이 먹어~'

'네~ '

 

 

경보 4단계 락다운이 며칠 더 지속된다는 소식과 함께 카페 냉장고를 한번 더 정리한 사장님이 카페 식재료와 쿠키를 집 앞에 내려두고 가셨습니다. 양파, 라즈베리 숏 브래드, 토마토 2개, 우유 1통, 바질 페스토 치킨까지... 락다운 직전에 저 닭가슴살 찢는다고 내 손이 그렇게 바빴는데... 이걸 결국 못 팔고 제가 먹게 된 것이 조금 서글펐습니다. 뭐, 어쨌든 저희는 일용할 양식이 더 생겼네요. 

 

 

두 피자는 같은 피자입니다. 왼쪽이 오븐에서 갓 구운 모습이고 그 위에 야채를 약간 올려서 2분간 더 구운 것이 오른쪽 모습입니다. 크림치즈와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깔고 그 위에 체다 치즈, 모짜렐라 치즈, 스팸, 콘, 양파, 양송이버섯, 웨지감자, 아이올리 소스를 얹어서 만들었습니다. 사실 베이컨이나 닭고기를 넣으면 더 맛있는데 마침 똑 떨어져서 스팸을 넣었어요. 야채도 어린 시금치 잎을 올리면 더 맛있는데, 일단 없으니 샐러드 야채 올렸습니다. 

 

 

힝, 너무 맛있게 먹었쥬. 신랑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홈메이드 피자! 

 

 

180도 7분

슬기로운 의사생활 보는 동안 신랑이 호두 한통을 깠습니다. 그럼 저는 손질해야죠. 깨끗하게 세척한 다음 오븐에 구웠습니다. 한번 구운 호두는 식감도 바삭하고 껍질 벗기기도 쉽습니다. 껍질을 벗기면 호두 특유의 쓴맛이 사라지고 더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지요. 이렇게 한통씩 구우면 한동안 간식으로 먹기 좋습니다. 갈릭허브소금같은거 뿌려서 만들면 술안주로도 좋지요. 

 

 

락다운 기간 중 필수직업군에서 근무하는 신랑은 백신 접종 우선순위에 올라 빠르게 접종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저녁에 예약하고 다음날 아침 바로 맞았는데요. 시티에 차려진 드라이브 스루 백신접종센터에서 접종했어요. 차를 타고 저 번호를 따라 진입하면서 모든 절차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신랑이 1장 건진 사진이에요. 차 안에서 대기 중인 모습인데요. 신랑은 3번 라인을 따라 움직였고 스텝들이 종종 찾아와 안심시켜주는 멘트를 날렸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생각보다 델타 변이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았어요. 신랑은 접종을 마친 뒤 정해진 구역에 정차해 15분 동안 대기했다고 합니다. 이 15분은 혹시라도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서 경과를 지켜보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저희 신랑은 화이자를 접종했고 2차 접종은 6주 뒤라고 하네요.

 

저는 제 나이대가 이번주부터 예약이 가능해서 이제 곧 예약을 할 것 같아요. 다행히도 접종 후 신랑은 특별하게 아픈 곳은 없었고 약간의 피로와 근육통을 느꼈다고 하네요. 접종을 한 다음 날 새벽에도 출근을 했던 신랑은 일하는 내내 평소보다 더 많이 피로를 느꼈다고 합니다. 안 좋은 사례를 기사를 통해 접하다 보니 솔직히 약간 걱정도 했었지만, 다행히도 신랑 몸에 별 탈이 없는 것 같아서 참 다행이었죠. 

 

 

 

이제 이번 주 화요일까지 경보 4단계 락다운이 지속되고 수요일부터는 경보 3단계로 내려갑니다. 물론 오클랜드는 매일 80명이 넘는 사람들이 확진되고 있어서 락다운을 조금 더 지속할 것 같고요. 남섬에는 1명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3단계로 간다고 하네요. 그 사이에 혹시라도 남섬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대로만 간다면 이번 주까지 3단계를 유지하고 그다음 주부터는 2단계로 내려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2단계가 되면 저도 출근을 하게 됩니다. 얼떨결에 약 20일을 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썹씨디(보조금)이 나온다는 것인데요. 다행히도 일할 때 받던 주급과 비슷한 금액이 나와서 생활비에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에게도 동일한 보조금이 나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뉴질랜드에서는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나오는 보조금 덕분에 저는 덕을 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어서 일상으로 돌아가 출근하고 싶네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