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먹었지만, 오늘 또 치킨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이번 주만 벌써 3번째인데요. 왜 이렇게 자주 치킨을 튀기냐고 물으신다면 첫째, 큰맘 먹고 튀김기에 콸콸 부어 넣은 기름이 아까워서. 둘째, 성공적인 치킨 반죽과 양념치킨 소스에 반해서. 셋째, 신랑이 닭고기를 사다놔서. 뭐, 이렇게 3가지로 추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함께 먹어서 맛있고 좋았습니다.
반죽을 하고 닭을 버무려 1차로 튀기고 2차로 또 튀기고 고구마 칩스와 떡튀김도 함께 넣어 튀겼습니다. 어제는 신랑과 둘이서 먹었지만, 오늘은 플랫 메이트 J도 함께 먹을 거라서 조금 더 넉넉하게 준비했어요.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주 성공적으로 잘 튀겨진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치킨입니다.
한 번에 다 담을 예쁜 접시가 없어서 그냥 오븐 팬에 유산지 깔고 담았습니다. 고구마랑 떡 튀김, 후라이드 치킨 취향 따라 찍어 먹으라고 양념도 따로 부어서 준비했어요. 점심에 아주 배를 팡팡 두드리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랜만에 개운하게 눈을 떴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오전 7시에 칼같이 일어났어야 했지만, 락다운으로 출근을 안 하니 알람을 다 끄고 잤었거든요. 일어난 시간은 무려 오전 10시입니다. 이게 또 오래 누워있으니 더 뻐근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냉큼 일어나 조금 늦은 아침을 준비했습니다.
아침으로 준비한 것은 간단한 카페 음식입니다. 락다운이 시작되기 직전 카페에 들러 챙겨 왔던 음식은 이제 거의 다 먹었지만, 아직 몇 개가 남았습니다. 비프 파니니와 크로와상을 냉장고에서 꺼내고 카페에서 손님에게 나갈 때와 똑같이 준비했습니다. 파니니는 레인지 45초, 크로와상은 레인지 30초. 이후 토스터에 올려서 구웠습니다. 빵이 토스트 되는 동안 우리 두 사람의 커피를 준비했어요. 잠 덜 깬 상태에서 손 떨며 만든 플랫화이트 2잔... 덜덜덜...
커피는 언제나 맛있습니다. 아침에 하늘 보면서 먹는 커피는 더 맛있죠. 락다운이라 마음이 무겁지만, 그 덕에 여유도 느끼는 중입니다.
어제 찍은 카운트다운(대형마트)의 휴지 코너, 우유코너, 달걀 코너의 모습입니다. 정말 싹 빈 모습을 본 건 참 오랜만인 것 같네요. 미국처럼 심각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도 패닉에 빠진 사람들의 일단 쓸어가는 '패닉 바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마트에서 밤새 일을 하고 돌아온 신랑이 장을 잔뜩 봐서 냉장고를 채워놨더군요. 일단 신랑은 물건을 가장 먼저 채우는 직원이라 채워진 물건을 마트 오픈과 동시에 가장 먼저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뭐... 일단 저희는 걱정이 없는 상황입니다 ^^;;
고기 코너에서 소뼈를 사 왔네요. 현지 마트에서는 소뼈, 돼지뼈 등을 굉장히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살이 두툼하게 붙은 것이 보이면 일단 사 오라고 부탁을 했었습니다. 신랑이 제 말을 잊지 않고 이렇게 종종 사 옵니다. 지난번에는 돼지뼈를 사 와서 맛있게 먹었는데요. 이번에는 소뼈가 굉장히 저렴해서 이것으로 구입했다고 합니다. 아주 두툼하게 살이 붙은 소뼈는 고작 2달러 11센트입니다. 한국 돈으로 1,600원 정도 될 것 같네요.
한 2시간 푹 삶았습니다. 락다운 중에 할게 뭐가 있을까요. 그저 이것저것 집에 필요했던 것들, 평소에 미처 못했던 것들, 이렇게 뼈 오래 삶기 등...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고기를 푹 삶기 참 좋았습니다. 2시간을 삶으니 살코기가 뼈에서 훌훌 떨어지더라고요.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소고기 쌀국수를 만들었습니다. 국물에 치킨 스톡 살짝 넣었어요. 집에 언제나 비축되어 있는 쌀국수 면을 삶아서 준비하고 숙주 잔뜩 넣고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맞춰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와, 소뼈 2시간 삶으니까 진짜 국물도 진하고 여기 캄보디아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쌀 국숫집 쌀국수 맛이 제대로 나더라고요. 이 정도의 맛이라면 더 이상 외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고기를 2시간 동안 삶은 내 수고와 정성을 생각하니... 뭐, 사 먹는 것도 나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오늘 하루가 또 지나갔습니다. 자기 전에 잠시 밖으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레벨 4 락다운이지만, 건강을 위한 산책은 가능합니다. 물론 멀리 갈 수는 없고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를 산책할 수 있어요.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면 1시간 정도 걷는 것 같은데요. 이렇게 찬 바람 쐬면서 걷다 보면 신랑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신랑 손도 좀 잡아보고 좋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같이 있어도 서로 할 일이 많아 이야기를 별로 나누지 못하거나 같이 있어도 TV, 핸드폰 등 서로의 대화를 방해하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산책 시간은 달라요. 이때는 오직 우리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가득해집니다. 그래서 참 행복하고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지금 뉴질랜드는 델타 변이 지역 감염자 1명이 나왔을 때 레벨 4 락다운을 발령했습니다. 어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오늘 아침 델타 변이 감염자가 21명으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일단 내일까지는 레벨 4를 유지할 것이고 주말부터 어떻게 바뀔지 잘 모르겠네요. 일단 지역감염이 나온 오클랜드는 최소 2주는 레벨 4를 유지하겠지만, 크라이스트처치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이상 레벨 3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경보 4단계 락다운에 대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꽤 있으셔서 간단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경보 4단계 주요 수칙
1. 꼭 필요한 개인적 이동을 제외하고 무조건 집에 머물러야 한다.
2. 꼭 필요한 개인적 이동을 위해 집 밖으로 나갈 때는 외부인과 최소 2m의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3. 운동을 하거나 장을 볼 때는 평소 즐겨 가던 곳이 아닌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원이나 슈퍼를 가야 한다.
4. 필수 업종 종사자를 제외한 모든 근로자는 출근할 수 없다.
5. 모든 사업장의 대면 영업 활동은 중지된다. (약국, 슈퍼, 병원 등 필수 업종의 경우 제외)
6.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는 무조건 착용해야 한다.
7. 자신이 방문한 모든 곳을 기록해야 하며 NZ COVID Tracer앱을 사용한다.
8. 모든 유아교육 센터, 유치원, 초'중'고'대학교는 폐쇄된다.
9. 모든 공공장소는 폐쇄한다. 도서관, 박물관, 영화관, 식당, 카페, 체육관, 풀장, 놀이터, 시장 등이 해당된다.
10. 대중 모임은 열 수 없다. 스포츠 경기, 결혼식, 장례식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필수 서비스
1. 슈퍼마켓 등 공급망 서비스
2. 필수 서비스 근로자와 자가 격리자를 위한 숙박 서비스
3. 뉴질랜드 세관, 이민부, 1차 산업부
4. 중요 인프라, 가정과 직장에서 건강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즉시 필요한 건축 및 건설
5. 법원과 재판소
6. 선거 위원회
7. 소비재 관련 서비스(식품, 음료, 기타 주요 소비재 공급과 납품, 유통업)
8. 금융서비스(은행, 보험사 및 기타 금융기관)
9. 건강 관련 서비스(병원, 1차 진료소, 약국, 앰뷸런스 등)
10. 장례 서비스
11. 동물 건강과 복지 서비스
12. 운송 및 물류 택배 서비스(버스, 택시, 우버, 쓰레기 등)
더 많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조금 추려서 적어봤습니다. 어쨌든 그래서 저희는 집콕 생활을 하고 있네요. 사실 동네 거리에는 낮이든 밤이든 원래 사람들이 거의 안 보여서 락다운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가 출근을 하지 않는 게 아마도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은데요. 빠르게 퍼지는 속도를 보니 델타 변이가 다르긴 다른 것 같네요. 모두들 슬기롭게 코시국을 잘 이겨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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