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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분식에 진심인 신랑과 베트남 친구를 위해 준비한 분식만찬!

by Joy_Tanyo_Kim 2021.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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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학교를 다니면서 늘 함께한 친구가 있습니다. 베트남 친구인데요. 강의실에 앉을 때도 약속한 듯 함께 앉고 조별 과제가 있어서 조를 짜야할 때도 늘 한 조를 만들어 함께 공부한 친구입니다. 그렇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도움을 준 친구인데요. 그래도 집에서 밥 한번 꼭 대접하고 싶어서 이번에 초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보, 그래도 초대하는 건데 뭐 먹고 싶은지 한 번 물어볼래? 혹시 먹고 싶었던 한국 음식은 없대? 

'아니야, 그런거 물어보면 뭐든 괜찮다고 할 거야. 그냥 당신이 알아서 준비하면 될 것 같아'

'그래도 물어보는게 좋지 않을까? 아니면 선택지를 줄게. 비빔밥? 불고기?'

'음.. 그거 말고... 그래도 젊은 친구니까 떡볶이는 어때?'

'떡볶이?? 그건 분식인데... 그래도 외국인 친구 초대하는데 제대로 된 한식을 해야지'

'아니야, 요즘 베트남에서 그렇게 떡볶이가 인기래! 요즘 유행하는 그 라이스페이퍼 떡볶이도 베트남에서 유행해서 넘어온 거래~'

'흠... 그런가? 그래도 분식은... 뭔가 제대로 대접하는 느낌이 전혀 안 나는데... 괜찮을까?'

'괜찮아, 괜찮아~ 충분히 괜찮아~'

'음.. 그러면 떡볶이만 할 수는 없잖아. 분식 세트로 뭘 같이 준비하지?'

 

대략 이런 대화를 하며 저희는 메뉴를 선정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메뉴는 분식 만찬인데요. 떡볶이를 메인으로 잡고 김밥, 쫄면, 비빔만두, 김말이, 어묵탕이 선정되었습니다. 분식으로 무려 6가지 메뉴를 준비하는 것인데요. 외국인 친구를 초대해놓고 허접하게 대접하면 뭔가... 한국을 허접하게 보여주는 꼴이 될 것만 같은 생각에 이왕 하는 거 제대로 준비하려고 노력했답니다.

 

'한국 전통 길거리 음식의 끝을 보여주리라!'라는 마음을 먹으며 대차게 준비했죠. 지역 특성상 비록 순대와 간을 구하지 못했고 시간 부족으로 오징어 튀김, 고추 튀김 등의 튀김류를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했습니다. 

 

쫄면 소스 만들기

쫄면 소스 만들기

재료(2인) : 고추장 4큰술, 고춧가루 2큰술, 식초 6큰술, 설탕 2큰술, 올리고당 2큰술, 간장 1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2큰술

이 날은 월요일로 아침 7시 30분까지 출근했던 날이었습니다. 모든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월요일은 월요병에 시달리는 그런 날이죠. 퇴근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오늘 약속 시간은 오후 5시였습니다. 메뉴 선정을 일요일 오후에 했기에 그저 장만 봐놨을 뿐,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죠. 앞으로 제게 주어진 시간은 딱 2시간, 그 안에 모든 분식을 완성해야 하기에 시간을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일단 쫄면 소스를 먼저 만들었습니다. 위 재료는 쫄면 2인분 소스 기준입니다. 모든 재료를 잘 섞어서 준비해주세요. 

 

 

그다음 가장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김밥을 준비했습니다. 평소에 베이컨을 사용하는 편이지만, 스팸 밖에 없으니까 스팸 구워서 자르고 필러로 당근 얇게 잘라서 아주 살짝 볶아주고 청경채도 숨만 살짝 죽을 정도로 볶아서 준비했습니다. 달걀은 얇게 지단으로 구워준 다음 여러 장 겹쳐 돌돌 말아서 잘랐습니다. 큼직하게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요즘은 저렇게 잘게 썰어서 많이 넣는 게 더 예쁘더라고요. 

 

 

김 위에 고슬고슬하게 준비한 조미 밥(소금, 참기름, 깨)을 올려서 살살 펴주세요. 끝부분은 조금 남겨 둬야 말기 편합니다. 중앙에 청경채, 당근, 달걀, 햄, 단무지, 우엉지 듬뿍 올렸습니다. 

 

 

돌돌 말아서 이렇게 쌓아두면 자연스럽게 끝부분의 김이 착착 붙습니다. 처음에 바로 붙지 않는다고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오늘 저녁식사에 먹을 김밥은 딱 3줄이지만, 이왕 싸는 거 넉넉하게 싸서 내일 신랑 점심 2줄, 플랫 메이트 점심 2줄, 그리고 카페 사장님 드릴 김밥 2줄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총 9줄을 준비했네요. 저는 꼬다리로 충분.... 

 

 

쫄면과 비빔만두를 한 접시에 준비했습니다. 채 썰어 준비한 양배추, 삶은 콩나물, 파채와 당근채를 넓은 접시 가쪽으로 둘러 얹고 그 위에는 군만두, 중앙에는 쫄면을 올렸습니다. 식사를 시작할 때 미리 준비해둔 쫄면 소스를 부어주면 됩니다. 쫄면은 참기름을 발라두면 들러붙지 않습니다. 

 

 

맛있는 김밥이 완성되었어요. 단단하게 잘 싸져서 자르기 좋았습니다. 색이 참 곱네요. 

 

 

떡볶이도 완성되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굵은 가래떡을 잘라서 떡볶이를 만들었습니다. 떡볶이 떡으로 만드는 것보다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가 더 맛이 좋은 것 같더라고요. 뭐, 지극히 개인 취향입니다. 대신 떡 안쪽까지 양념이 잘 스며들도록 약불에 진득하게 졸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떡볶이에는 양배추, 파채, 당근채를 조금씩 넣어서 준비했어요. 다른 야채를 준비하기보다는 쫄면에 쓰였던 야채를 사용했죠. 

 

 

오븐에 넣어뒀던 김말이도 완성되고 어묵탕도 완성이 되었습니다. 어묵탕은 무, 다시마를 조금 넣어서 밑국물을 만들고 모둠어묵, 다시다 약간, 후추 조금, 소금 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아, 매콤한 타이고추도 넉넉하게 넣어서 칼칼한 국물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다 준비하고 보니 분식치고는 생각보다 뭔가 차린 느낌이 났습니다. 다행히 베트남 친구 입맛에 한국 분식이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하다가 알았는데 요즘 베트남에는 한국 분식 프랜차이즈가 많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이 중에서 쫄면과 떡볶이를 가장 맛있게 먹는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먹는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참 좋았어요.

 

두 사람이 학교 공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아서 저는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갔습니다. 확실히 제가 빠지니 두 사람이 더 재밌게 대화하는 것 같았어요. 서로 공감대가 확실해서 그렇겠죠. 졸업반인 두 사람은 공부, 취업, 앞으로 뉴질랜드에서 어떻게 정착해나갈지 등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듯했습니다. 

 

 

'친구가 잘 먹는거 같아서 다행이더라' 

'응, 그건 그렇고 내가 진짜 맛있게 먹었어~ 너무 행복해!'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떡볶이 좋아한다는 말은 둘째고.. 당신이 먹고 싶었구나?'

'사실은... 응 ㅋㅋㅋ 덕분에 내가 정말 호강했어!'

 

저희 신랑은 언제나 분식에 진심인 편입니다. 특히 떡볶이는 이 사람의 최애 음식인데요. 죽기 전에 먹을 수 있는 한 가지 음식이 있다면 떡볶이를 먹겠다는 사람이 바로 저희 신랑입니다. 친구가 맛있게 먹은 것도 좋지만, 그래도 남편이 맛있게 잘 먹었다는 게 가장 중요하죠. 시간에 쫓기듯 바쁘게 준비했던 분식이지만, 그래도 잘 지나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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