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아침은 매일 커피로 시작합니다. 제가 마실 커피를 내릴 때도 있지만, 보통 그 시작은 손님의 커피인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8시 30분 근무를 시작하는데 이 때는 출근길에 커피 사러 오는 손님이 많은 시간입니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캐비넷 푸드에 들어갈 야채를 손질하고 준비하는 것인데요. 오늘 하루 판매할 캐비닛 푸드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손님이 오시면 주문도 받고 커피 주문이 들어오면 커피 포지션으로 들어갑니다. 손님 커피를 모두 서브하면 다시 캐비닛 푸드 만들기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3가지 포지션(주문, 커피, 캐비닛 푸드)을 모두 커버하면서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참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한겨울인 요즘에도 카페 안은 너무 더워서 온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있죠. 반팔 티셔츠를 입고 근무하지만 그래도 이마에 땀이 나서 요즘에는 앞머리를 포기하고 머리를 하나로 핀으로 모두 고정했습니다. 헤어롤로 곱게 말아 드라이하고 출근해도 순식간에 앞머리는 땀에 젖어버리니... 아쉽고 슬프지만, 어쩔 수 없었죠. '일하는 동안 나도 예쁘고 싶다!!!!!'
사장님이 만들어주신 에그 베네딕트 하프 사이즈와 아메리카노입니다. 브레이크 10분 만에 먹으려니 바쁘게 먹긴 했지만, 그래도 꿀맛!
현지 레스토랑에서 쉐프로 일한 경력이 있는 사장님의 요리 실력은 상당합니다. 잉, 너무 맛있어서 감동했지 뭐야...
다음날 브레이크에 먹은 호박 수프와 토스트, 초콜릿 듬뿍 얹은 뜨거운 우유입니다. 일하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너무 많이 마셨더니 커피보다는 그냥 고소한 우유가 당기더라고요. 뉴질랜드에서 먹는 호박 수프는 한국에서 흔하게 먹는 호박죽과는 거리가 멉니다. 한국의 호박죽은 달콤한 맛으로 먹지만 여기 호박 수프는 짭조름한 맛으로 먹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호박 본연의 맛과 양파, 마늘, 크림, 견과류 등이 들어가 더 풍부한 맛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호박죽 먹듯이 그냥 먹기에는 조금 강할 수 있고요. 식빵 토스트나 치아바타 빵 토스트 한 것을 곁들여서 함께 먹으면 참 맛있고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치아바타 완전 추천해요.
그 다음날 브레이크에 먹은 에그 클럽 샌드위치와 초콜릿 가루 얹은 카푸치노입니다. 브레이크에 안 먹어야 살이 빠질 텐데, 워낙 잘 주셔서 잘 먹다 보니 늘 든든하게 일을 하고 있네요.
목요일에 먹은 맥시칸 포크 필로우와 토마토 랠리쉬입니다. 커피는 텀블러에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곁들여서 먹었어요.
금요일 브레이크에 먹은 크리스피 치킨 치아바타 롤입니다. 크기가 워낙 커서 구운 다음 잘라서 사장님과 반씩 나눠먹었어요. 바삭하게 튀긴 치킨과 채 썬 양배추, 돈가스 소스와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가서 맛이 아주 좋았어요. 어릴 때 경양식 돈가스 전문점에서 먹었던 소스에 푹 절여졌지만 맛있었던 돈가스 맛이 나더라고요. 아마도 소스 효과겠죠?
카페에서 먹었던 호박죽이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집에 있던 호박을 잘라 호박 수프를 만들었어요. 한국식 호박죽만 먹어봤던 신랑은 처음에 호박 수프만 먹고는 '윽, 내 입맛에 안맞아, 맛이 너무 강하고 이상해'라고 말했는데요. 나중에 토스트를 구워서 제대로 준비해주니 '와, 이렇게 먹으니까 맛있네?'라고 하더군요. 빵을 곁들여 먹는 수프 너무 좋은데, 빵 너무 많이 먹으면 속에 안 좋을까 봐 그게 조금 걱정되긴 해요.
카페에서 매일같이 만드는 음식이 맛도 좋다보니 집에서 신랑도 맛 보여주려고 자꾸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없던 재료도 구입하고 자꾸만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네요.
카페에서는 거의 매주마다 새로운 수프를 선보이고 있어요. 한번 만들 때 10인분 정도를 만드는 것 같은데요. 일주일 안에 보통 거의 다 팔리기 때문에 주말에는 또 새로운 수프를 준비해서 그다음 주에 판매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크리미 머쉬룸 수프가 너무 맛있었어요.
뉴질랜드 카페에서 근무를 시작한지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너무 오랜 기간 카페 일을 쉬기도 했었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영어 실력도 뒤쳐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처음 근무를 시작할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단순한 주문을 받는 것도 너무 어려웠죠. 손님이 말하는 영어는 들리지 않고 내가 말하는 영어 또한 발음 문제나 자신감 부족으로 손님에게 전달되는 게 어려웠던 것 같네요. 물론 지금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보다는 조금 더 나은 제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남은 연말까지 더 발전하는 제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겠어요.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일상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제가 되도록...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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