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겨울이라 밤 거래가 뜸해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인 카톡방에서 밤 거래가 아주 활발했습니다. 밤나무는 많지만, 밤을 먹지 않는 키위들 사이에서는 밤이 세상 쓸데없는 가을에 떨어지는 뾰족한 가시 달린 쓰레기 중의 쓰레기죠. 이런 것을 먹는 민족이 있다면... 치치에 몇 되지 않는 한국인과 중국인...?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다른 민족들 중에서 누군가 먹긴 하겠죠 ^^
밤에 대한 열정이 그리 크진 않기 때문에 밤을 주우러 다니거나 밤 거래에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친구 잘 둔 덕분에 밤을 꽤 많이 얻었답니다. 올 겨울 내내 먹고도 남을 듯한 엄청난 양의 밤을 받고 '이 참에 밤 빵이나 만들어 봐야겠다' 마음 먹었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었죠. 갑작스러운 맹장 수술로 그렇게 가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벌써 7월이 내일이니 지금은 한겨울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밤은 크기도 큼직했지만, 뉴질랜드에서 접했던 밤은 전반적으로 알이 좀 작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가 꼭지에 십자깔집내서 에어프라이어 180도에 10분 돌렸더니 속껍질까지 아주 잘 까지더군요. 손은 좀 뜨거웠지만, 쫄깃한 식감의 달고 고소한 밤맛을 보고 나니 없던 열심이 절로 나더군요. 밤 크기에 따라서 12분, 15분으로 시간을 늘려주면 맛있는 초간단 군밤을 맛볼 수 있습니다.
체중 관리가 필요한 우리 부부가 최근 즐겨 먹은 음식이 있다면 키토김밥입니다. 탄수화물이 들어가지 않은 김밥인데요. 밥이 들어가지 않아 뭔가 부족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아주 든든하고 맛도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일반 김밥보다는 조금 헐겁게 싸지기 때문에 쌀 때 약간의 조심성이 필요했습니다. 닭고기에 살짝 밑간을 했다면 달걀에 굳이 간을 하지 않아도 단무지와 찰떡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닭고기 조차 간을 하지 않았을 때는 고추냉이 + 간장을 곁들여도 맛이 좋았습니다. 체중감량이 필요하다면 추천하는 메뉴!
한국에서 먹던 고구마 줄기 반찬이 그리워서 그 대용으로 만들어본 머위 줄기 반찬입니다. 들깨를 잔뜩 넣어서 무쳐 먹으니 맛이 좋았어요. 마당에 머위를 심어놓았는데 여기 겨울은 한국 겨울과 날씨가 조금 달라서 한겨울에도 머위가 쑥쑥 자라지 않을 뿐 죽지는 않더라고요. 가끔 줄기를 잘라서 이렇게 반찬을 해 먹습니다. 그래도 밖에서 팔지 않는 재료로 만든 귀한 반찬이다 보니 1년에 두세 번 정도 맛보는 것 같네요. 한국에 가면 엄마가 해주시는 매콤하고 짭조름한 고구마 줄기 반찬 질리도록 먹고 싶습니다.
작년부터 최근까지 질리지 않고 상당히 애정 하는 음식, 마라샹궈입니다. 제가 진심으로 대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보통 소스와 필수 재료는 중국 마트에서 구입을 하고 부수적인 것들은 냉장고 사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제가 마라샹궈를 만들 때 무조건 넣는 재료가 있다면, 마라샹궈 소스, 타이고추, 청경채, 배추, 양파, 말린 두부(빈 커드), 중국 당면, 소고기 샤브용, 새우입니다. 냉장고 사정에 따라서 당근이나 양배추, 어묵이나 만두 등을 추가로 넣기도 하는 편이죠.
마라샹궈는 마라탕과 같은 소스를 사용하지만, 마라탕만큼 얼얼하게 맵거나 속이 쓰릴 정도는 아니라서 조금 덜 부담스럽게 종종 먹을 수 있는 메뉴입니다.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가면 마라샹궈나 마라탕을 사 먹을 수 있지만, 솔직히 그 사람들이 사용하는 소스와 제가 구입하는 소스가 똑같은 제품이라... 집에서 해 먹는 게 훨씬 저렴하고 맛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면 뭐... 집에서 해먹는게 정답이죠ㅋ
집에서 만들기 조금 귀찮았지만, 그래도 맛있게 브런치 전문점에 온 것처럼 기분 내려고 홀랜다이즈 소스를 만들었어요. 수란 2개 만들어서 토스트 위에 베이컨과 함께 얹고 그 위에 홀랜다이즈 소스 올리고 샐러드 곁들여 먹었습니다. 수란에 푹 빠진 요즘... 너무 맛있어요.
날이 좋은 어느 날에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모여 뒷마당에서 고기를 구웠습니다. 뉴질랜드 삼겹살은 한국 삼겹살에 비해 기름기가 적은 편인데요. 잘린 고기보다 덩어리 고기가 많이 저렴해서 큰 거 사서 집에서 먹기 좋게 썰었습니다. 돌에 칼을 잘 갈아서 사용했더니 손목 부담 없이 잘 자를 수 있었어요.
신랑 도시락으로 준비한 김밥과 새벽 간식으로 준비한 스팸 무스비입니다. 겨울이라 시금치가 너무 비싸진 요즘... 저는 청경채를 볶아서 김밥에 넣습니다. 청경채는 특별한 향도 없고 색감도 좋아서 살짝 볶아 김밥에 넣으면 시금치의 빈자리를 제대로 채워준답니다. 요즘 마트 가면 시금치 반 단 정도에 한국 돈으로 5천 원 가까이하는데요. 손이 떨려서 쉽게 구입하지 못하겠더라고요 ^^;;
사시사철 저렴한 청경채와 당근, 달걀, 베이컨이 김밥 재료 단골손님입니다. 신랑 도시락으로 김밥 싸는 날에는 함께 사는 플랫 메이트 김밥과 가까운 친구네 김밥까지 싸는 편입니다. 여기서는 김밥이 흔한 음식이 아닌데요. 한인마트에서 구입하려면 1줄에 보통 8-9불(7천 원대) 정도입니다. 안에 내용물은 제가 싼 김밥의 절반도 들어가 있지 않은데.. 가격이 비싸니까 아무래도 쉽게 구입하기가 어렵죠. 이왕 싸는 거 여러 줄 싸서 나눠 먹는 게 소소한 기쁨입니다.
신랑이 도시락을 싸가면 제가 혼자 점심을 먹는 일이 생깁니다. 이런 날은 파티하는 날이죠. 보통 다시마와 야채를 듬뿍 넣은 칼제비(칼국수 + 수제비)를 끓이거나 해물(오징어, 주꾸미, 다시마, 미역, 새우, 홍합)이 잔뜩 들어간 특제 라면을 끓입니다. 제가 수제비랑 칼국수, 해물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신랑은 수제비와 칼국수에 애정이 없고 해산물이 몸에 맞지 않아 일절 먹지를 못해서 아무래도 함께 있을 때는 이런 음식을 거의 먹지 않다 보니 혼자 밥 먹는 날에는 꼭 이런 메뉴를 먹습니다.
비빔밥 재료를 준비해서 비빔밥 나눔을 했습니다. 키위랑 결혼해서 한식이 언제나 그리운 친구 밀리를 위해 2인분, 주말에도 일하는 바쁜 지인 부부를 위해 2인분, 그리고 우리 부부와 플랫 메이트를 위해 3인분을 준비했어요. 시금치는 금값이나 비빔밥에 시금치가 빠지는 것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기에 ^^... 콩나물은 구할 수 없으니 숙주나물 잔뜩 넣어서 만들었죠. 반숙 달걀에 참기름, 깨, 고추장 얹어서 슥슥 비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날이 너무 좋았어요. 어두운 거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문을 통해서 보이는 푸른 하늘과 초록 잔디, 나무도 아름다웠고... 햇빛이 우리 집 거실 벽에 만들어준 작은 스크린도 참 마음에 들었던 날입니다. 영화관에서 영화가 상영되듯.. 거실 가장 안쪽 모퉁이 벽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쳤지요. 이런 작은 일에도 기쁨이 넘쳤던 날!
비빔밥을 받아갔던 밀리는 요즘 집 마당에서 닭을 몇 마리 키운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꾸준하게 달걀을 배달해주고 있어요. 최근 몇 달간 달걀을 구입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신선한 달걀을 매번 몇 판씩 배달해주는 친구 덕에 요즘 저희는 건강을 잘 챙기고 있습니다.
신랑과 점심으로 급하게 만들어 먹은 꼬마 김밥들입니다. 오밀조밀 한 입 크기로 만든 것들이 얼마나 귀엽던지요. 이거 먹고 부족해서 결국 라면까지 끓여 먹었습니다.
아침 일찍 신랑을 학교에 내려주고 출근하는 길에 만난 무지개입니다. 사진으로는 선명도가 떨어지지만, 실제로 봤을 때는 참 예뻤어요. 금요일 아침에 만난 무지개는 왠지 더 기분이 좋습니다. 주말까지 그냥 쭉 행복한 느낌...
닭을 키운다는 친구 밀리가 시아버지가 농장에서 가져왔다는 많고 많은 고기 중에 한 덩이를 줬습니다. 냉동실에 있던 것을 하루를 녹여 먹기 좋게 잘랐어요. 부위가 좋은 것은 굽기 좋게 잘라 구워 먹었고 모양이 애매한 부분은 작게 잘라 볶음밥 용으로 분류했죠. 이렇게 넣어두면 아마 일주일은 거뜬히 먹겠지 했는데... 4일 만에 다 먹었습니다. 역시 저희 부부는 고기파입니다.
치즈 듬뿍 넣은 떡볶이와 위에 손질했던 고기 넣어서 만든 제육볶음입니다. 요즘 저희는 점심 겸 저녁으로 한 끼를 먹는 편인데요. 아침에는 제가 출근이 이르고 신랑은 아주 이른 새벽 출근이라 잠을 저녁식사 시간에 자기 때문에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은 딱 점심시간입니다. 그것도 약간 늦은 점심시간인데요. 보통 3시쯤에 함께 식사하는 것 같아요. 1일 1식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신랑이 인터넷에서 요즘 핫한 음식을 봤다고 카톡으로 링크를 보내줬습니다. 닭고기를 밑간 해서 라이스페이퍼로 돌돌 싼 다음 에어프라이어에 바삭하게 구운 것인데요. 탕수육보다 맛있다고 해서 만들어 봤는데 정말 쉽고 간편하고 맛도 좋았습니다. 많이 바삭해서 입천장이 조금 까지긴 했지만... 맥주 좋아하시는 분들은 술안주로 드셔도 아주 좋을 것 같더라고요. 저희는 식사로 먹었기에 볶음밥에 곁들였습니다.
저희 카페에서 제가 매일 만드는 클럽 샌드위치 2종을 집에서 만들었습니다. 손님맞이용 간식으로 준비했는데요. 하나는 햄치즈, 하나는 에그 큐컴버지만 오이 못 드시는 손님이 있는 관계로 오이 대신 양상추를 넣었습니다. 햄치즈 클럽 샌드위치는 햄 돌돌 마는 게 관건입니다.
잉, 오랜만에 김치 담갔어요. 배추가 조금 작은 요즘이지만, 그래도 속이 꽉 차서 괜찮았어요. 김치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한번 만들 때 4포기 정도만 만들어서 보관합니다. 이 정도만 만들어도 밀리네 조금 덜어주고 저희 먹기에는 충분한 양인 것 같아요.
김치 담글 때 사용하는 굵은소금은 한국 마트에서만 구입 가능한데 수입이라 엄청 비쌉니다. 그래서 저는 현지 마트에서 구입 가능한 가장 저렴한 테이블 솔트(고운 소금)를 사용합니다만, 이번에는 소금이 똑 떨어져서 집에 널려있는 히말라야산 핑크 솔트를 사용했습니다. 알맹이가 크고 굵은소금에 비해 잘 녹지 않기 때문에 그라인더에 넣어 살짝 갈아서 사용했어요.
한국에 있는 언니에게 보여줬더니 '힉? 한국에서 저 소금 진짜 비싼데~ 저걸 썼어?' 그러더군요. 여기서는 히말라야산 핑크 솔트가 그리 비싼 편은 아니라서 부담 없이 사용했답니다 ^^;; 어쨌든 완성된 김치는 꿀맛입니다. 히말라야 소금이라서 더 맛있는가...?
김치 양념에 빠질 수 없는 풀죽과 함께 넣을 깍두기입니다. 깍두기는 핑크 솔트 살짝 뿌려서 절여서 사용했어요. 김치 양념은 전날 미리 만들어두고 하루를 숙성시킨 다음 사용했습니다. *김치 양념 만들기 < 클릭
밤 10시쯤 소금에 절여 다음 날 퇴근하고 1시 조금 넘어서 배추를 건졌어요. 숨이 죽은 배추는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딱 저 정도의 양입니다.
물에 4번 정도 헹궈줬어요. 너무 푹 절여지면 어쩌나 일하는 내내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딱 알맞게 절여졌습니다.
2포기씩 나눠 담고 깍두기를 나눠서 담았어요. 저는 보통 김치 담을 때 이렇게 깍두기를 함께 넣어두는 편이에요. 이렇게 넣어두면 깍두기에서 나오는 물이 김치에도 스며들고 더 맛있더라고요. 밀리네 1포기 주고 깍두기 한 통 덜어주고 저희 조금 먹고 이제 2포기 남았습니다. 이번 김치는 특별히 더 맛있어서 술술 들어가는 것 같아요. 아마 조만간에 또 4포기 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밀린 일상을 또 주저리주저리 적었네요. 일기장이다 생각하고 마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가끔 신랑이 학교를 가야 하는 시간과 제 출근 시간이 겹칠 때는 제가 걸어서 퇴근을 하는데요. 일하고 피곤한데 30분을 걸어서 집으로 오는 것은 다리가 조금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걷는 내내 행복을 느낀답니다. 하늘이 너무 예뻐서, 잔디의 초록빛이 좋아서, 바람이 시원해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듣기 좋아서, 집집마다 가든에 피어난 꽃이 아름다워서... 그냥 모든 게 다 예쁘고 좋아 보이는 저는 아직도 청춘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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