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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뉴질랜드 바리스타의 일상, 오늘도 수고했다.

by Joy_Tanyo_Kim 2021.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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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낙엽은 이미 다 떨어졌고 이제 앙상한 가지만 남았네요. 한국처럼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도 아니지만, 남극이 코앞이라 그런지 바람이 얼음장 같습니다. 체감으로는 한국보다 더 추운 것 같아요. 아마도.. 집 안이 춥기 때문이겠죠? 여기 와서 살면서는 집 안에서 패딩 입고 사는 게 아주 일반적인 일상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한 겨울에 집 안에서 반팔 입고 생활하던 게 어색해졌죠. ^^;;

 

한국은 이미 30도가 넘는 날이 허다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대구에 있어서 더 걱정입니다. 올해는 얼마나 더울까, 작년보다 더 더워지면 어떡하나... 더운 여름이 다가올 때면 땀이 많아 눈꺼풀이 자꾸 짓무르는 엄마가 걱정됩니다.

 

자전거 타고 퇴근하는 길, 집 앞 골목

'엄마, 올해는 쌍꺼풀 수술하는게 어때? 미용 목적도 아니고.. 아파서 의료용으로 하는 거잖아. 응?' 

 

그러면 어느새 말을 슥 돌리는 엄마를 발견하게 되죠. 아무래도 뭔가 손대는 게 싫으신 것 같아요. 그래도 매년 여름이 될 때마다 쳐지는 눈꺼풀이 땀에 짓무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번에 또 한 번 설득을 시도해봐야겠어요. 

 

 

상단 스윗 슬라이스들, 치킨아보 샌드위치, BLT샌드위치, 클럽 샌드위치(햄&치즈, 에그큐컴버)

요즘 제가 매일 만들고 있는 캐비넷 푸드입니다. 작년 9월에 박스 카페에서 바리스타 일을 다시 시작했는데요. 얼마 전 다른 카페로 이직했습니다. 이전 카페에서는 일하는 내내 거의 커피만 만들었고 캐비넷 푸드는 데워서 손님들에게 서비스 나가는 정도까지만 했었는데요. 이번에 옮기게 된 카페에서는 샌드위치 메이커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햄&치즈 토스티, 파니니(테리야키 비프, 테리야키 치킨)
브리오슈와 치킨랩(스파이시, 에이올리, 와사비)

한국에서는 제 카페를 운영하느라 다른 카페를 다닐 여유가 없었고, 뉴질랜드 와서도 커피 머신이나 핸드드립 등 집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실 카페를 거의 간 적이 없었죠. 집에서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가 참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1인 ^^ 

 

 

그래서 뉴질랜드 현지 스타일의 이런 캐비넷 푸드는 사실 굉장히 생소했어요. 먹어본 적도 거의 없는 음식을 제가 만들자니 사실 더 막막했죠. 그래도 샌드위치나 랩 자체는 집에서 종종 신랑 도시락으로 만들었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답니다. 그래도 아직 손에 완벽하게 익으려면 멀었다는... 알록달록 예쁘죠?

 

 

수제 쿠키(아프간, 초코칩, 안작)와 스콘(핀윌, 치즈, 데이트), 머핀(블루베리, 라즈베리, 더블 초콜렛)

어쨌든, 아침 일찍 출근하면 빈 캐비넷을 채우는 것이 제 일입니다. 그러다 손님 오시면 주문도 받고 커피가 들어오면 커피도 만들고 홀도 치우고 설거지도 하고...  제대로 근무를 시작한 건 고작 열흘 째라 아직 많이 미흡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를 고용하신 분과 손님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줄 수 있는 바리스타가 되길 바라며... ^^

 

 

카페 음료 메뉴

확실히 뉴질랜드 카페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중적인 메뉴는 플랫 화이트와 롱블랙입니다. 그리고 한국보다 우유 선택의 폭이 많이 넓고 그렇게 주문을 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물론 한국 카페에서도 다양한 우유를 취급하는 곳이 꽤 있지만, 조금 더 대중화가 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그 뒤를 이어 라테나 핫초콜릿, 블랙티를 드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고요. 나머지는 모두 엄청 잘 나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두어 번은 팔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차가운 커피는 정말 정말 정말 가끔..? 일주일에 1명 있을까 말까? 그 정도로 차가운 커피는 인기가 없어요. 한 여름에 30도가 넘어도 뜨거운 커피에 엑스트라 핫으로 주문하시는 분들이 꽤 많을 정도로 뜨거운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신명나는 퇴근 길 

겨울이라 바람이 정말 차가워요. 한 겨울에도 카페에서 일할 때는 땀이 뻘뻘 나는데요. 저는 반팔 입고 일합니다. 히터를 틀지 않았는데도 바는 너무 더워요. 이럴 때 자전거를 타고 가면 정말 시원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다행히 카페와 집에 자전거로 10분 거리라 좋아요! 

 

이 날은 슈퍼푸드라 불리는 '오트밀 바'를 잘랐던 날입니다. 사장님이 이렇게 판으로 구워주시면 저는 정해진 수량으로 자릅니다. 꿀이 들어가서 많이 찐득하기 때문에 자를 때 조심해야 해요. 자르다가 부서지면 정말.. 읔 상상도 하기 싫네요. 

 

 

일하는 중간에 10분 브레이크가 주어지는데요. 맛보라고 사장님이 주신 라즈베리 머핀과 롱블랙, 라테와 스파이시 치킨랩입니다. 카페에서 일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인데요. 문제는 아직 커피의 여유를 즐길 정도로 마음이 여유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출근하면 커피부터 내려서 마시면서 일하고 싶은데... 아직은 할 일이 뒤죽박죽 섞일 때가 많아서 커피 내려 마실 생각이 들지 않아요 ^^;; 

일이 좀 더 익숙해지면.. 아이스커피 뙇 마시면서 일할 거예요. 힛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기록하고 또 정리했던 노트입니다. 이렇게 그림으로 그리면서 정리하면 더 잘 기억하게 되는 것 같아요. 뭐, 사실 아직도 가끔 어떤 메뉴는 마요네즈를 발랐는지, 버터를 발랐는지 헷갈릴 때가 있어서 커닝도 슬쩍슬쩍 한답니다. ^^;; 어쨌든 실수 없이 제대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긴가민가할 때는... 무조건 더블 체크~ 

 

 

대추 향이 너무 좋은 데이트 스콘을 맛봤어요. 플랫 화이트와 함께 곁들였죠. 또 하루는 사장님이 예쁘게 플레이팅까지 해주신 프리타타입니다. 프리타타는 한국에서는 흔한 카페 메뉴인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여기 와서 처음 봤던 메뉴인데요. 이탈리아 음식이고 쉽게 생각하면 야채가 듬뿍 들어간 이탈리아식 계란찜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래서 토마토 랠리쉬와 함께 먹으면 꿀맛입니다. 아주 든든한데 칼로리도 낮지요. 베이컨 토핑은 함정. 

 

 

브레이크 중에 바라본 하늘이 참 아름다웠어요. 전 날까지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거든요. 치치 외곽의 어떤 곳은 다리가 유실되기도 했고 바다와 가까운 곳이나 시티 쪽은 하수도로 흘러간 빗물이 역류해 집이 빗물에 잠긴 곳도 있었다고 합니다. 뭐, 저희 동네는 그나마 비교적 높은 곳이라 비 피해는 없었어요. 겨울이면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지만, 여태 살면서 이렇게 비가 많이 왔던 건 처음이었어요. 며칠 만에 본 파란 하늘은 정말 반가웠어요. 

 

 

마침 이런 좋은 날에 차가 없어서 집까지 걸어갔습니다. 카페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리인데요. 걷기 참 좋은 거리고 가는 길에 중국 마트가 있어서 장보기도 좋지요. 물론 들고 가야 하니까 뭘 많이 살 수는 없고, 바나나가 너무 탐스럽고 좋은데 고작 2불이라 충동구매! 

 

오는 길에 기브 웨이 싸인을 봤는데요. 보통 찻길에서 양보 싸인으로 있습니다. 저는 마침 이 싸인이 한 텀 쉬어 가라는 싸인으로 보였어요.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양보하며 쉬어가는 제 삶이 되기를 오늘도 소망해봅니다. ^^ 

 

 

브레빌 커피머신 920(듀얼 보일러)

오늘은 오랜만에 커피 촬영하는 날이었어요. 제가 실력 있는 바리스타는 아니지만... 소소한 취미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습도 할 겸? 오늘 저 우유를 다 쓰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2리터 우유 3병을 꺼냈어요. 

 

 

튤립은 아주 기본적인 라떼아트라고 하지만, 저는 상당히 어렵고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너무 오래 쉬었던 나머지 기본기가 모두 무너진 것만 같은 기분이 종종 들었어요. 어렵게 다시 시작했는데, 제대로 잘하고 싶었죠. 요즘 인스타나 유튜브에 라테아트 잘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요. 도움을 얻고자 그런 영상들을 볼 때마다

 

'와, 나도 정말 잘하고 싶다!', '세상에는 진짜 실력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될까? 잘하고 싶은데... 뭐가 문제일까?'

 

이런 생각들이 종종 듭니다. 가끔은 내 실력이 너무 부끄러워서 오히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죠. 그래서 소소한 일상의 기록으로 찍던 커피 영상도 띄엄띄엄 찍게 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나 또한 저렇게 잘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에 쉽게 포기는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도 노력했어요. 튤립 예쁘게 만들기.... 물론 아직 멀었지만...? 흣 

 

 

신랑과 달콤한 티타임

오늘 힘든 발표를 무사히 마치고 귀환하신 신랑님과 함께 달콤한 티타임을 가졌어요. 카페서 파는 라즈베리 숏 브래드의 자투리 부분(별 모양)을 2개 챙겨 왔는데, 신랑이랑 하나씩 맛있게 뇸뇸 먹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커피 컵은 '에크미' 제품으로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만들어지는 뉴질랜드 브랜드 컵이에요.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판매되고 있더라고요. 조금 더 바가지 가격이긴 하지만... ^^;;

 

뉴질랜드에 와서 만난 친구 '에밀리'랑 같이 짬뽕도 먹었죠. 오늘 마침 차가 없던 저를 데리러 카페까지 온 쏘스윗한 친구... 에밀리는 뉴질랜드에 살면서 느끼는 허전한 제 마음을 잘 다독여준 사람이에요. 이렇게 나이 들어서 마음으로 위해주는 따뜻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점점 계산하게 되고 관계의 이득을 따지게 되는 게 사람이잖아요. 사실 다시는 이런 친구를 얻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감사하죠. 

 

 

얼마전 실제로 만난 월식 모습, 슈퍼블러드문

여러분, 저 진짜 오랜만에 다시 블로그로 돌아온 것 같아요. 글 쓰는 것이 너무 좋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작년부터 지금까지 카페 일에 집에 오면 또 영상 작업 일에 치여서 사실 블로그에 글을 쓸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글을 쓸 때 시간이 조금 걸리는 편인데요. 이게 최근 들어서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아.. 글 쓸 시간이면 영상 작업을 더 해야겠지.. 그래 일해야지. 일할 시간도 부족해'라는 생각?

 

집에서 영상 작업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끝이 없거든요. 작업을 하다보면 보통 밤 10시, 11시를 넘기는 건 일반 적이라... 아마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분들은 무슨 말인지 더 잘 이해가 되실 것 같아요.

 

'그래도 여유를 조금 더 가져야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지. 그래, 내가 좋아했던 일상의 기록을 다시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오늘 갑작스럽게 다시 글을 썼네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어려운 시기에 모두들 건강하시길 바라고 좋은 소식이 더 많은 날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오늘도 모두들 수고하셨어요. 푹 쉬는 좋은 밤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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