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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초보 농부의 하루, 토마토 심기

by Joy_Tanyo_Kim 2020.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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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라는 게 참 믿기지 않습니다. 올해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 19로 인해 참 정신없이 한 해가 지나간 것 같네요. 아주 속수무책으로 2019년을 통째로 빼앗긴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듭니다. 크라이스트처치의 11월이 이렇게 추웠던가요. 벌써 4년을 살았는데도 늘 이맘 때면 '올해는 진짜 유독 추운 거 같아, 날씨가 미쳤나 봐!'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봄의 시작은 여름처럼 뜨거웠는데, 벚꽃이 지면서 온기도 함께 사라진 것 같네요. 겨울이 돌아온 듯 추워진 날씨에 세탁해서 서랍에 넣었던 두터운 외투를 다시 꺼냈습니다. 

 

봄의 시작을 알렸던 9월 중순, 10월 초에는 봄이 왔다는 게 실감이 났었습니다. 앙상했던 가지에 조금씩 여린 잎들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봄을 알리는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며 온 동네가 꽃밭이 되었었거든요. 크라이스트처치는 뉴질랜드에서도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가든시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인데요. 꽃피는 봄에는 도시 안에 꽃과 나무가 가득한 것인지, 꽃과 나무가 가득한 숲 속에 도시가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꽃과 나무가 많습니다. 

 

 

카운트다운에서 구입한 토마토 - Gourmet Delight tomatoes 500g NZ$ 5

오늘은 토마토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뉴질랜드 마트에서는 모든 계절에 다양한 토마토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격이 좀 비싼 편이에요. 그래서 여름에는 토마토를 심으면 가계에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토마토를 즐겨먹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겠죠?

 

 

한국에서 살 때는 '짭짤이 토마토'라고 불리는 토마토를 상당히 좋아했었는데, 뉴질랜드에 와보니 그런 토마토는 당연히 없을뿐더러 토마토가 전반적으로 너무 맛이 없었어요. 신맛이 굉장히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나마 맛있는 토마토를 찾았지만,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하고 있었답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토마토는 작은 귤 크기의 토마토인데요. 그나마 가장 맛이 좋아서 늘 사 먹는 제품입니다. 여름에는 500g에 5불 정도에 구입이 가능하지만, 겨울에는 9불까지 올라가기도 하는 금토마토지요. 

 

 

마트에서 구입하는 토마토 씨앗이나 모종은 내가 원하는 맛의 토마토가 아니기에 저는 최애 토마토를 직접 심어봤습니다. 토마토를  심고 모종으로 키워야 하는데 공간이 저 바스켓밖에 없더라고요. 뭔가를 키우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남는 흙을 모아 뒀었는데 뭔가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깻잎, 상추, 잡초가 섞여서 자라고 있었아요. 심었던 것은 아니고 지난여름에 자연스럽게 떨어진 씨앗들이 싹을 틔운 것 같네요. 깻잎과 상추는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뽑아주고 잡초는 마구잡이로 뽑아 버렸습니다. 깻잎이랑 상추는 다른 곳에 옮겨 심어야겠어요. 스스로 싹을 틔워준 것도 고마운데 버리게 되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았어요. 

 

 

잘 정리된 바스켓

이미 거름이 잔뜩 섞인 흙이라 따로 거름을 추가하지는 않았어요. 이곳에 들어간 거름은 2년 이상 푹 썩힌 잡초와 잔디에요. 가든이 필수인 이곳의 집에는 보통 잔디나 잡초를 썩힐 수 있는 커다란 통이 있는 편인데요. 저희가 이 집에 이사 왔을 때는 이미 좋은 거름으로 거듭난 엄청난 양의 잔디와 잡초들이 거름통에 가득했었어요. 

 

5조각으로 자른 토마토를 흙 위에 얹은 다음 토마토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살살 흙을 뿌렸습니다. 너무 많은 흙을 덮으면 오히려 싹이 올라오기가 힘들 수도 있어요. 살짝만 덮어주시면 됩니다. 

 

 

짜잔, 2주가 지나고 토마토 싹이 이렇게 올라왔어요. 사진에 보이는 토마토 싹은 토마토 1조각에서 올라온 싹입니다. 상당히 많은 싹이 올라왔지요? 소복하게 올라온 토마토 싹은 총 5조각의 토마토에서 비슷한 모양으로 올라왔습니다. 11월 한 달 내내 날씨가 너무 쌀쌀하고 비가 자주 와서 자라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 것 같아요. 이제 12월이니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면 아마도 폭풍성장을 할 것 같습니다. 

 

 

안방에서 정원으로 나가는 문을 열면 바로 옆 화단에 깻잎이 소복하게 올라왔습니다. 여기도 깻잎을 심지는 않았지만, 깻잎을 심었던 자리의 흙을 옮겨왔더니 이렇게 깻잎이 올라왔습니다. 아마도 제가 모르게 씨가 많이 떨어진 것 같네요. 새들이 얼마나 열심히 씨앗을 쪼아 먹던지.. 제가 건질만한 씨앗이 전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 쓸 것은 이미 흙속에 다 준비가 되어 있었나 봅니다. 

 

 

여기저기에서 무더기로 올라오는 깻잎을 모두 뽑아 넓은 텃밭에 줄을 지어 심었습니다. 지금은 작지만, 어느새 깻잎으로 가득해질 텃밭이 아주 기대가 되네요. 올해도 깻잎 농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가져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쪼그리 방석

몇 년 전에 언니가 택배로 보내줬던 '쪼그리 방석'입니다. 매번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파서 '내가 올해는 절대 텃밭 농사 안 해야지! 올해는 사 먹을게다!'라고 호언장담을 하는데요. 막상 마트에서 비싼 야채값을 마주하고 나면 어느새 또다시 텃밭에 심을 씨앗을 구입하고 모종을 심게 되는 저를 발견합니다. 이 방석이 없었다면 허리가 참 많이 아팠을 것 같네요. 뉴질랜드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이기에 저희 집에 방문하는 한국분들은 하나같이 탐내는 물건이랍니다. 

 

 

바스켓에 심은 오이, 좁아서 저 중에 2개 정도는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희는 11월 말 계약기간을 끝나면 재계약을 하게 될지, 이사를 가게 될지 확실히 몰라서 텃밭 농사를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당장 11월에 이사를 가야 한다면 텃밭을 가꿀 필요가 없으니까요. 1년을 더 사는 것으로 결정이 되면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11월 초 오이와 쥬키니 호박 씨앗을 사서 키우게 되었어요. 보통 9월에 싹을 틔웠어야 하는데... 11월이면 많이 늦었다고 볼 수 있지요.

 

 

헌데 다시 이사를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예상으로는 내년 2월쯤으로 날짜를 보고 있는데요. 지금 심고 가꾸는 야채를 2월에 또 싹 회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약간 마음이 무겁네요. 그래도 적어도 3개월은 맛있게 먹을 것이라 기대하며 텃밭 가꾸기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숨어있는 딸기 
올 봄, 첫 수확한 딸기 2개 

그래도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것은 역시 딸기입니다. 몸에 해로운 건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조금이나마 달콤한 딸기를 먹고 싶은 생각에 설탕물 듬뿍 주고 키웠어요. 뉴질랜드에서 사 먹는 딸기는 정말 맛이 없어요. 당도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보기에는 정말 빨갛고 맛있어 보이지만 신맛이 전부랍니다. 설탕물 먹였더니 그래도 달달하네요. 

 

 

쌀뜨물 주며 정성들여 키우고 있는 딸기 
열매가 맺힌지 2달이 넘었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익지 않고 있는 블루베리 
일종의 모기장(?) 설치 

왼쪽은 딸기, 오른쪽은 블루베리 나무입니다. 최근 잘 익은 딸기를 새에게 빼앗긴 뒤 야심 차게 만들었어요. 천장에 끈을 연결해서 그물망을 모기장처럼 늘어뜨린 다음 아래쪽은 빨래집게로 고정시켰습니다. 블루베리와 딸기는 온전히 저 혼자 다 먹고 싶어요. 

 

 

레몬나무에 레몬이 주렁주렁

작년에는 열매가 맺히면 떨어지고, 맺히면 떨어지더니... 올해는 열매가 상당히 크게 잘 자랐습니다. 조금만 더 익혀서 수확하면 레몬청 만들어야겠네요. 아마 올여름 레모네이드 걱정은 없을 것 같네요. 

 

 

미나리도 부쩍 잘 자라고 있는 요즘입니다. 겨울에는 성장을 멈춘 채 살아있기만 했었는데요. 봄이 오자 엄청 자라고 있네요. 

 

 

거름을 조금 더 추가해서 다시 심었던 부추는 어느새 자리를 잘 잡았습니다. 새카만 진드기가 너무 심각하게 생겨서 스트레스가 꽤 심했는데요. 마요네즈 희석한 물을 뿌려줬더니 순식간에 진드기가 박멸되었습니다. 진드기가 소복하게 붙어있을 때는 이렇게 잘 자라지도 않았는데, 해충이 없으니 식물이 생기를 되찾고 잘 자라기까지 하네요. 

 

 

첫 수확한 부추로 만든 전입니다. 부추에 당근, 양파, 매콤한 타이고추 잔뜩 넣어서 맛있게 먹었어요. 제철 음식은 보약이라는데, 그런 식재료가 가득 들어가서인지 더욱 맛있게 먹었던 것 같네요. 어린 시절 농부의 딸로 살았지만, 스스로 식물을 키워본 적은 없었는데요. 지금은 뉴질랜드에서 소량이지만 이것저것 다양한 야채를 직접 키워서 먹고 있네요. 한국에서 살 때는 사시사철 모든 야채가 참 저렴한 가격에 구하기도 쉬웠는데요. 여기서는 현지 토종 식물이 아닌지라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울 때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12월이니 한국은 이제 진짜 겨울이 되었네요. 일반적인 연말이라면 당연히 한국에 갔을 텐데... 이제는 불가능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아직 비자가 안정되지 않은 저희 입장에서는 한국으로 잠깐이라도 들어가면 이곳으로 다시 재입국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아직 신랑이 학기 중이기 때문에 졸업할 때까지라도 여기서 잘 버텨야겠지요. 국경이 풀리더라도 앞으로의 세상이 과거의 세상처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을지도 사실 잘 모르겠네요.

 

아, 그리고 뉴질랜드는 하루에 한두 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보통 해외유입 확진자(해외에 거주하다가 뉴질랜드로 돌아온 국민)들입니다. 지역감염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거리제한이나 마스크 없이 지내고 있고요. 국경이 열리면 얼마나 심각한 단계로 바뀔지 잘 모르겠지만, 현재는 코로나 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마스크 없는 일상이 그저 감사할 뿐이죠. 모두들 오늘도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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