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면 일주일? 조금 더 띄엄띄엄 갈 때는 열흘에서 2주에 한 번 마트에 장을 보러 갑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다녔는데, 락다운 레벨이 4에서 3으로 내려간 영향인지,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물론 뉴질랜드에서는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쉽게 안심하는 것은 아닌가? 괜히 걱정이 됩니다^^;;
어쨌든 레벨이 내려간 영향인지 거리는 조금 더 예전과 가까운 일상으로 돌아간 듯 보였습니다. 오전에도 낮에도 밤에도 자동차가 거의 보이지 않았던 도로에는 이제 꽤 많은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했고 가게는 여전히 문을 열지 않지만, 드라이브 스루나 포장음식은 판매가 가능해졌지요.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도 갈 수 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지요. 아마도 다음 주부터는 등교도 시작할 것 같네요.
한국에서 살 때 자주 갔던 서문시장 칼제비(칼국수와 수제비를 섞어서 만든 음식)가 종종 그립습니다. 서문시장에 가면 칼제비 가게 밀집구역이 있습니다. 소박한 테이블에 앉으면 초록 고추가 산처럼 쌓여있죠. 그 고추와 칼제비를 즐기는 맛은 정말 일품입니다. 지금도 종종 그립고요. 식당을 오래 하셨던 엄마도 서문시장 칼제비 맛을 제대로 내시는데요. 작년 이곳에 오셨을 때 종종 만들어주셨답니다.
서문시장에서 사먹던 칼제비도 그립고.. 엄마가 끓여주시던 칼국수도 그리워서 오랜만에 그 느낌 최대한 살려서 칼국수를 끓여먹었습니다. 대파, 호박, 양파, 당근 곱게 썰어 준비하고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 진하게 우려서 점심으로 먹었지요. 흉내만 낸 것이라 절대 그 맛이 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제대로 냈습니다. 만족스러운 점심이었지요.
갑자기 만식이(우리집 홈스테이 애칭)가 발가락이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동상에 걸린 듯이 퉁퉁 붓고 벌겋게 색이 변했는데, 감각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해서 깜짝 놀랐었죠. 증상은 딱 가벼운 동상 증상인데... 여긴 요즘 최고 온도 20도에 최저 온도 5도로 동상이 걸릴만한 조건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긴가민가하던 중 오클랜드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만식이 사촌 누나의 권유로 갑작스럽게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하게 되었답니다. 요즘 코로나 증상 중에 발가락이 동상에 걸린 것처럼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모두가 긴장했지요.
중앙에 있는 사진속 주황색 네모칸 자리가 코로나 검사를 하는 구역이었습니다. 저기 주차를 하고 직원을 부르니 차에 탄 채로 검사가 진행되었어요. 코 깊숙이 면봉을 넣어 콧물을 채취하고 발열체크, 발가락 체크 등을 한 뒤 저희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만식이가 받은 스트레스는 정말 컸을 것 같아요. 다행히도 코로나는 아니었지요. ^^
엄마가 분갈이를 해주고 가셨던 딸기가 이렇게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여름 내내 딸기를 꽤 많이 따먹었지요. 이제 겨울이 코앞이라 더이상 딸기는 열리지 않지만, 잎은 쌩쌩하게 잘 살아있습니다. 딸기를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딸기가 옆으로 계속 퍼지더라고요!
상자 안에만 심었던 딸기가 아래 쪽 잔디밭으로 번져있었습니다. 제대로 뿌리를 박은 것은 그냥 두고 애매한 것들은 흙에 다시 심으려고 따로 모았습니다. 다음 여름에는 더 많은 딸기를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우리 집 슬기로운 격리생활! 저희는 요즘 격리된 일상 가운데 여러 가지 즐거움을 찾아보려고 노력 중인데요. 옆방에 살고 있는 플랫 Z와 홈스테이 만식이는 서로 힘을 모아 갖가지 다양한 커버 영상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만식이가 기타로 반주하고 Z는 노래를 부르죠. 어지간한 가수만큼 노래를 잘하는 Z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촬영과 녹음 및 편집은 돌프가~
비가 와서 우동을 만들어 먹고 날이 조금 덥다 싶을 때 쫄면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우동은 일식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셰프 친구에게 받은 제대로 우동레시피로, 쫄면은 내 입에 맛있게 만들어 먹었죠. 역시 쫄면에는 군만두, 삶은 달걀, 오이, 당근이 들어가야~ 콩나물이 없는 게 아쉽습니다.
족발이 너무 먹고 싶어서 온 식구가 다함께 돈을 모아 족발을 시켜먹으려고 했습니다. 한데 우리 다섯 식구 배부르게 먹으려니 최소 100불에서 150불은 써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귀찮지만, 마트에 가서 장족을 4개 구입해서 족발을 만들었어요. 핏물을 제거할 시간이 약간 부족해서 약간 애썼지만^^;; 그래도 맛있게 잘 된 것 같아요. 배부르게 먹고도 남아서 다음 날까지 먹었답니다. 고깃 값은 총 47불! 야채값까지 포함해서 1인 10불에 해결했답니다.
족발은 그냥 수육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답니다. 그저 초벌로 삶은 뒤 간장과 올리고당 등의 양념재료를 넣어 짭조름한 간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죠. 한국에서는 족발 배달 문화가 잘 되어 있어서 보통은 시켜먹겠지만, 조금 더 건강한 재료 넣고 풍족하게 먹고 싶다면 직접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만식이 코로나 검사로 방문했었던 병원에 신랑과 함께 한 번 더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진료받기 위해서였는데요. 한달 반 정도 전부터 조금씩 아프던 오른쪽 팔뚝이 이제 꽤 많이 아파서 가게 되었지요. 락다운 기간이라 절차가 까다로웠지만,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갔습니다.
코로나 환자와는 입구가 달랐는데요. 초록색 화살표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로비에는 의자가 2m 거리를 두고 띄엄띄엄 하나씩 놓여 있었어요.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으니 '회전근개'에 염증이 생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나이에 오십견이 온건 아닐까 걱정을 상당히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어요. 파열이 아닌 염증이라면 주사와 약물치료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서 안심했답니다.
제대로 모르고 걱정만 할 때보다 확실히 진단을 받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어요.
집으로 돌아오니 택배가 도착했더군요. 반갑게도 한 달도 전에 주문했었던 필터 마스크였습니다. 시기가 안좋아서 못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늦게라도 잘 도착하니 기분이 좋더군요. 어느새 다시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 분위기로 가고 있지만 ^^;; 앞으로의 상황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물어보시는 분이 많은데, 저희는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히 크게 아픈 곳 없고요. 부족한 생필품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답니다. 뉴질랜드는 오늘 기준 총 환자 1,486명 중 1302명이 회복했으며 20명이 사망했습니다. 한 달에 가까운 전 국민 격리로 인해 비교적 큰 피해는 없었으나 아직은 안심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아요. 모두들 건강하시길, 안전하시길 바라며 또 소식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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