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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지금 뉴질랜드는 체리시즌! 체리나무가 있는 집에서 살고 있어요.

by Joy_Tanyo_Kim 2021.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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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주일 비가 계속 왔습니다. 여름에도 비는 종종 내리지만 미스트 뿌리듯 살짝 흩날리는 정도가 보통인데요. 이번에는 비가 엄청난 양으로 쏟아졌답니다. 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내리는 비는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의 불안감도 있었답니다. 저희 집 가든에는 시냇물이 흐르는데요. 생각보다 물이 많이 불어나서 지대가 낮은 곳의 가든은 아예 물에 잠겨버렸답니다. 물론 집은 조금 더 높은 곳에 있기 때문에 잠길 일은 없겠지만, 벌레가 많아질 것 같고 뭔가 습해지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물에 잠긴 아래쪽 가든의 모습입니다. 저희 집 가든은 메인 가든이 있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이어지는 가든이 하나 더 있는데요. 그 옆으로 흐르던 시냇물이 범람해 이 모양이 된 것입니다. 저기 물고기도 있습니다. 사실 이 물줄기는 헤글리 파크(크라이스트처치에서 중심에 위치한 가장 큰 공원)로 이어지는 물줄기인데요. 물이 조금 더 깊어지거나 많아지는 지점에서는 종종 커다란 장어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저희 집에는 장어가 오지 않기를.... ^^;; 

 

 

그래도 맑은 물이 이렇게 흐르니 참 예쁘고 좋긴 합니다. 고인 물이라면 모기가 많을 것 같아서 조금 꺼려지지만... 언제나 흐르는 물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는 마음이 조금 놓여요. 고사리 나무가 예쁘게 잘 자랐습니다. 뉴질랜드에는 약 90종이 넘는 고사리가 존재한다고 하죠. 

 

 

첫 체리를 수확했습니다. 저희 집 뒷 가든에 3m가 넘는 커다란 체리나무가 있다고 말씀드렸던가요. 사다리가 없는 관계로 손이 닿는 곳의 체리만 열심히 땄습니다. 검붉은 빛의 체리와는 조금 다른데요. 검붉은 체리가 나오기 직전에 먼저 나오는 종의 체리, '애플 체리'입니다. 다 익었을 때도 색이 사과 색을 뗘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온 나뭇가지에 포도송이처럼 이렇게 주렁주렁 흐드러지게 열매가 달렸었는데요. 

 

 

하룻밤 사이에 이런 모양이 되었답니다. 새들이 먹어치운 흔적이에요. 너무 슬펐습니다. 망을 치자니 규모가 너무 크고 사다리도 없어서 사실 별 방법은 없었는데요. 새가 건드리지 않은 부분도 꽤 많아서 멀쩡한 것만 골라서 열심히 땄습니다. 

 

 

15분 정도 땄는데 이만큼 땄습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체리가 이 정도 양에 요즘 60불(약 4만 8천 원) 정도 하는데요. 생각보다 맛도 너무 좋아서 대만족이었습니다. 

 

 

현관문 옆에 있는 커다란 레몬나무입니다. 뉴질랜드에서는 레몬나무가 있는 집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레몬나무가 자라는 속도가 있다 보니 요즘 지어진 집이나 지은 지 10년 남짓 된 집에서는 레몬나무를 볼 수 없으며 오래된 집, 오래된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레몬나무의 크기와 그 집의 나이가 알맞게 비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집은 참 오래된 집이죠. 70년대에 지어졌다고 했으니 이 레몬나무도 아마 어르신일 것입니다. 

 

 

레몬 나무에 붙은 벌레는 너무 싫지만, 레몬은 좋기에... 요리할 때 레몬이 필요하면 바로 하나씩 따서 쓰면 되니 이런 부분은 참 편하죠. 한국에서 먹던 레몬은 눈이 찌푸려질 만큼 새콤한 맛이 전부였는데요. 여기서 레몬을 먹어보고 느낀 점은 레몬에도 단맛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잘 익은 레몬을 따서 먹으면 귤껍질처럼 껍질도 잘 까지고 단맛도 많이 납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찍어본 사진... 일주일 넘게 비가 오고 나니 맑은 하늘이 너무 반가웠습니다. 

 

 

웰컴웰컴! 온라인 집들이 시작~

레몬나무 옆에 있는 저희 집 현관입니다. 오른쪽에 있는 얇실한 나무는 이름은 모르겠으나 보는 사람들마다 '이거 비싼 나무야'라는 말을 하더군요. 비싸거나 말거나 일단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생겨서 게라지에 널브러져 있는 집주인의 트리 장식 불빛을 둘렀습니다. 낮에 보면 칭칭 감은 것이 조금 흉스럽지만... 밤에는 생각보다 예쁩니다. 

 

 

현관으로 들어가면 바로 나오는 것은 스파룸입니다. 사실 여기가 원래는 뒷문인가 싶기도 한 게 현관에 스파가 있는 게 좀 이상하잖아요? 흠.. 하지만 하나 더 있는 진짜 현관 방향인 것 같은 문은 유리로 된 슬라이딩 도어고 게다가 신발을 벗어서 놓는 공간도 없답니다. 어차피 스파는 작동도 안 되는 상황이라 저희는 이 스파를 봉인하고 현관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입구로 사용하면서 신발장을 놓기로 한 거 바닥을 더 잘 쓰기 위해서 카펫을 깔고 있습니다. 상점이나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조각 카펫인데 몇 장 가진 것이 있어서 차곡차곡 깔았습니다. 비는 공간에도 카펫을 잘라서 깔아야 하는데 아직 조금 귀찮아서...^^;; 천천히 하고 있습니다.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첫 번째 거실이 나옵니다. 방 3개, 큰 거실, 세탁실, 주방, 샤워실 등 모든 공간으로 다 갈 수 있는 허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은 거실에서 큰 거실로 들어설 때는 계단 2칸을 내려가야 합니다. 이런 계단이 있어서 약간 더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하네요. 거실이 조금 아래에 있는 거 생각보다 마음에 들더라고요.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곳이 큰 거실이고 특별히 문은 없지만, 건너편에도 동일하게 계단이 있는데 저 계단을 올라가면 식탁이 놓인 다이닝 공간으로 이어집니다. 

 

 

피아노 맞은편 코너에 설치한 크리스마스 트리

큰 거실에서는 TV를 보거나 악기 연주를 합니다. 플메 제이미의 드럼과 피아노입니다. 신랑은 꽤 오랫동안 현역에서 드럼을 쳤던 드러머인데요. 물론 지금도 꾸준하게 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강사로 일했던 적도 있었는데 요즘 제이미는 신랑에게 매주 강습을 받고 있습니다. 돈을 받고 하지는 않지만, 전문 학원에서 배우는 것과 같은 레슨 방법과 교재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죠. 그 덕에 저도 곁다리로 옆에서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 드럼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밌더라고요. 피아노는 코드를 모르는 관계로 소곡집 연주만 종종 연습하고 있네요. 큰 거실은 천장도 약산 ㅅ자 모양이라 뭔가 예배당에 온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여기가 앞서 말했던 원래 현관문 방향이었을 것 같은 곳의 슬라이딩 도어입니다. 앞으로는 가든과 함께 엄청나게 넓은 테라스가 있는데요. 고기를 구우려니 햇빛이 너무 직접적이라 내키지 않고 빨래를 널거나 바스켓 야채를 키우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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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기에 큰 현관문이 달려 있었던 흔적이 있는데요.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문을 떼어내고 앞쪽으로 살짝 공간을 내 썬룸 같은 공간을 살짝 만든 것 같습니다. 주방에서 곧장 이어지는 공간이 이곳이라 저희는 여기를 다이닝룸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방에 들어서면 코너가 전면 유리로 만들어져 있어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비가 올 때는 빗방울 떨어지는 모습, 빗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서 좋고 햇살 좋은 날에는 푸른 하늘과 초록 광경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뉴질랜드의 집은 보통 냉장고 넣는 자리가 정말 협소합니다. 정말 얇실한 1인 냉장고 같은 것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대부분인데요. 저희 냉장고가 떡하니 들어갈 공간이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주방에서 곧장 세탁실로 이어지며 세탁실을 지나면 공동 화장실 겸 샤워실과 작은 거실로 다시 돌아갑니다. 

 

 

설거지통 위에도 이렇게 커다란 창이 있습니다. 여기가 방향으로는 동쪽이라 햇빛이 참 좋은 곳인데, 보시다시피 나무가 너무 우거져 빛을 다 가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 나무가 없었으면 옆집이 좀 훤히 보였을 것 같긴 합니다. 장단점이 있어요. 

 

주방 작업대는 높이가 너무 높아 저는 칼질이 어려울 정도인데요. 감사하게도 신랑이 뚝딱거리며 발판을 만들어줬습니다. 

 

 

체리 나무 아래에 있는 텃밭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공간은 텃밭의 절반도 나오지 않은 것인데요. 이제 겨우 이만큼 밭을 갈았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뽑고 호미질을 정말 열심히 해서 밭을 일구고 있습니다. 사진 저 끝으로 아직도 가득한 잡초가 보이시죠? 날이 조금 흐릴 때 또 열심히 밭을 갈아 이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네요. 지금은 깻잎, 부추, 참나물, 대파 정도만 열심히 심었답니다. 이 자리는 하루 종일 햇빛이 드는 자리라 나머지 공간에는 모두 파를 심을까 싶습니다. 1년 내내 파는 참 많이 먹는 채소이고 게다가 겨울에는 파값이 너무 비싸서 말입니다. 

 

 

갓 구운 모카빵과 함께 맛있는 커피 즐기기, 신랑과 함께 즐거운 휴식 

 

 

콩나물 불고기 / 돼지껍데기 두루치기 / 마라탕 

집들이 겸 연말 식사로 만난 카페 큐브 사장님, 정말 배 터지도록 먹었습니다. 

 

 

다음 날 신랑과 함께 먹은 오픈 샌드위치입니다. 사실 신랑은 빵 3장을 넣어 두툼한 샌드위치를 만들어줬고 저는 빵이 많은 게 싫어서 빵 1장에 오픈 샌드위치로 먹었답니다. 달걀 으깨서 올려 먹으니 너무 맛있었어요. 

 

 

연말입니다.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 되어 다음 새해를 기다리고 있네요. 돌아보면 뭐하나 제대로 해낸 것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힘든 순간도 많았고 감사와 기쁨의 순간도 참 많았네요. 다들 따뜻한 오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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