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으로 또다시 시작된 슬기로운 집콕 생활입니다. 벌써 오후 4시가 넘어 해가 지고 있는데요.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저녁 준비를 일찍 했습니다. 오늘 저녁은 한국 치킨입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아주 사소하지만 늘 마음에 들지 않아 투덜거리는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치킨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물론 크라이스트처치에도 한인 사회가 형성이 되어 있으며 당연히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치킨집도 몇 군데 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로 한국에서 파는 치킨과 맛이 다르며 두 번째로 가격이 많이 비싸며 세 번째로 배달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우버이츠에 등록된 곳도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판매하는 메뉴와 우버 이츠를 통해 주문할 수 있는 메뉴의 차이가 커서 한번 실패하고 주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지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해 우버 이츠에서 주문하는 메뉴는 치킨 반마리에 칩스 이런 식으로 팔더라고요. 저희는 2만 원이 넘는 돈을 주고 치킨만 먹고 싶지, 감자튀김을 먹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집에서 요리를 꽤 하는 편이지만, 사실 제게 치킨이라는 것은 하나의 성역같은 곳이었습니다. 뭔가... 전문가의 손길이 꼭 필요할 것만 같고 나는 절대 못 만들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솔직히 치킨 만들기를 제대로 시도해본 적이 없었는데요. 마침 치킨은 너무 먹고 싶고... 한국 치킨집들은 양념이 마음에 안 들고... 락다운이라 KFC도 못 가는 상황에 마침 딱 냉장고에 닭봉과 날개가 있어서 치킨을 만들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요. 성역이 어디에 있나요. 하면 하는 거죠.
치킨 만들기
주재료 : 닭고기 900g (저는 정확히 934g 사용했어요)
염지재료 : 마늘 허브 소금, 후추
반죽 재료 : 튀김가루 5큰술, 전분 3큰술, 카레가루 1작은술, 마늘허브소금 1작은술, 물 100ml, 후추 조금
저는 닭 봉과 닭 날개가 골고루 섞인 닭고기를 사용했습니다. 닭다리나 다른 부위로도 대체 가능하며 크기가 클 경우 튀기는 시간만 조금 늘려주시면 될 것 같네요. 마늘허브 소금이 없다면 맛소금을 사용해도 되고 맛소금도 없다면 일반 소금 사용하셔도 됩니다. 취향에 따라 카레가루를 더 넣으셔도 되고 카레가루가 싫다면 생략도 가능합니다. 물 대신 차가운 맥주를 넣으면 더 맛있게 튀김이 됩니다. 저는 집에 있는 재료만 사용하다 보니 없는 재료는 있는 것으로 대체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물로 반죽해도 충분히 맛있답니다. 있는 재료 선에서 가장 맛있게 만들어 봅시다.
잡내를 없애기 위해서 우유에 재우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당장 치킨을 먹어야겠고 미리 준비하지 못한 저는 그냥 바로 염지에 들어갔습니다. 뒤늦게 알았지만 백종원님의 양념치킨 소스 만들기 영상에서도 우유에 재우는 게 별 효과가 없다고 그냥 안 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크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염지는 소금과 후추로 했습니다. 소금은 조금 적은가? 싶은 정도로 뿌리는 게 좋습니다. 반죽도 짭조름하고 소스도 찍어먹어야 하는데 닭고기 속까지 짭조름하면... 뭐, 맥주나 콜라를 부르는 맛일 것 같긴 합니다.
미리 준비한 모든 재료를 한 번에 넣어 잘 섞었습니다. 반죽이 또르르 떨어질 정도로 만들었는데요. 혹시 치킨 튀김 옷을 두껍게 입히고 싶으신 분들은 물 양을 약간 줄이시면 됩니다. 반대로 튀김옷을 입은 듯 안 입은 듯 아주 얇게 입히고 싶다면 약간 더 묽게 하셔도 됩니다.
조금 좁지만 그래도 후드가 있는 곳에서 튀김을 하기 위해서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나름 최선의 동선을 고려해 각각 자리를 잡아줬죠.
한 번에 모든 닭고기를 반죽에 쏟아 부어 버무린 다음 튀길 수도 있겠지만, 약간 고상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일단 하나씩 찍어 바르듯 반죽을 입혀 튀김기에 넣었습니다. 처음만 그랬고요. 두 번째부터는 그냥 다 버무려서 한 번에 작업했습니다. 예전에는 냄비에 기름을 부어 튀김을 하기도 했지만, 요런 전용 튀김기를 사용해보니 너무 편해서 도저히 냄비에 튀김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무엇보다 온도 조절이 확실해서 너무 좋습니다. 원래는 이 튀김에 전용 튀김 망이 있지만, 사용 후 씻는 것이 벌써부터 귀찮았던 저는 그냥 튀김 망 없이 튀김을 시작했습니다.
꺄악, 후라이드 치킨이 나왔습니다. 1차로 7분 튀겨주고 건져낸 다음 잠시 식혀주고 2차로 다시 3분을 더 튀겼습니다. 저는 닭고기 양이 많아서 2번 나눠서 튀겼는데요. 첫 번째로 튀겼던 치킨들을 건져 식히는 동안 두 번째 닭을 넣어 튀겼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닭을 1차로 튀겨 건져내 식히는 동안 처음 튀겼던 닭을 다시 넣어 2차로 튀겼습니다. 빵가루를 입히지 않아서 어디 굽네같은 대형 치킨집에서 파는 세련된 치킨 느낌은 안 났지만, 옛날 통닭 느낌도 약간 나는 것이 냄새도 비주얼도 아주 좋았습니다.
지글지글 튀겨지는 모습만 봐도 아주 그냥 배가 불렀습니다. 튀김기가 높아서 생각보다 옆으로 기름도 튀지 않아 좋았던 것 같아요.
전날 미리 준비했던 양념치킨 소스에 뜨거운 치킨을 살짝 버무려 그릇에 담았습니다. 반반 치킨으로요.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제가 완전 원하던 딱 그런 치킨인데요. 치킨무 꺼내고 남은 치킨 양념 덜어서 담고 콜라까지 꺼내 놓으니 완전 마음에 드는 한상이 되었습니다.
양념치킨 소스는 백종원 양념치킨 소스를 사용했습니다. 외국에 살고 사람들을 위해서 대용량 양념치킨 레시피를 공개하셨는데요. 마침 저도 대용량이 필요했던지라 그대로 만들었답니다.
양념치킨 소스
재료 : 물엿 2컵 반, 케첩 1컵, 고추장 반컵, 진간장 반 컵, 간 마늘 반 컵, 설탕 1컵, 물 반 컵
실제로 백종원 양념치킨 소스에는 간마늘 1컵이 들어갔지만 지난번에 만들었을 때 마늘향이 너무 강해서 별로였던 기억이 있어서 반 컵으로 줄여봤습니다. 반 컵으로 줄인 게 저희 부부에게는 신의 한 수였어요. 정말 맛있더라고요. 완성된 치킨 양념은 냉장고로 쏙 들어갔습니다.
아, 양념을 만들 때는 이 모든 재료를 냄비에 넣고 강불에 끓이면 되는데요. 포르르 거품이 나면서 끓어오르기 시작할 때 불을 끄면 됩니다. 약 달이듯 달이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끓어오를 때 딱 불을 끄고 식혀주세요.
후라이드 치킨도 아주 맛있게 잘 튀겨졌습니다. 튀김옷도 두껍지 않고 바삭했어요.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양념치킨인데요. 갓 튀긴 후라이드 치킨을 바로 뜨거운 양념에 버무려내니 뭔가 눅눅하지 않지만 너무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을 가진 양념치킨이 되었답니다.
'와, 여보 진짜 맛있다. 내가 했지만 진짜 완전 맛있다. 그렇지??'
양으로는 거의 한 마리 반에서 두 마리 정도였는데요. 한 끼에 저걸 둘이서 다 먹었답니다. 아주 배부르게 치킨으로 파티를 했어요. 확실히 치킨무를 같이 먹으니 아삭하고 시원하고 달큼한 맛으로 튀김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줬습니다. 게다가 콜라까지 함께 먹었으니 부족함이 없었죠. 락다운으로 모두 집에서 콕 틀어박힌 채 보냈던 하루지만, 나름대로 잘 보냈습니다. 내일 또 만나요.
*락다운 1일 차, 슬기로운 집콕 생활 1편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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