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는 지금 여름이에요. 한국과 계절이 반대로 가는 모습은 언제나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집니다. 지난 12월 크리스마스이브를 기점으로 저도 연말 휴가를 받게 되었어요. 보통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2주를 쉬는 업체가 많은 편이에요. 제가 일하는 카페는 오피스 단지에 위치한 곳인데 근처 회사들이 모두 문 닫는 시기에 저희도 함께 쉬게 되었어요. 저는 조금 더 길게 1월 13일까지 휴가를 받게 되었답니다. 물론 지금은 다시 일터로 복귀했지요.
저희 부부는 이번 휴가 때 퀸스타운에 다녀왔습니다. 5박 6일이라는 꽤 긴 시간을 퀸스타운에서 보냈는데요. 뉴질랜드에 5년 가까이 살면서정말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한 번도 둘이서만 가본 적이 없었던지라 이번 여행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여유롭게 휴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에 연말을 피해 연초로 일정을 잡고 다녀왔습니다.
캠핑을 자주 다니다보니 짐을 챙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캠핑 전용 박스에 미리 수납된 재료들이 혹여나 부족하지는 않을까, 한 번 더 체크하는 정도였죠. 소금이나 후추, 식용유나 올리브 오일 등 채워야 할 것들은 채우고 식재료는 거의 준비하지 않았어요. 대신 냉장고에 두고 가면 상할 것 같은 음식은 아이스박스에 담아서 가져갔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퀸스타운으로 내려갈 때는 크게 페얼리 - 테카포 - 트와이젤 - 크롬웰 순으로 거쳐서 가게 되는데요. 저희는 보통 페얼리에서 처음 차를 세우는 편입니다. 여기에 파이 맛집이 있거든요.
오전에 출발해서 점심 전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손님이 많아 줄을 섰답니다. 코로나로 관광객이 거의 들어오지 못하는 요즘이지만, 국내 관광객 덕분인지 여전히 손님이 많았어요. 여러분도 나중에 국경이 열려 뉴질랜드 남섬에 여행 오신다면 이곳에 꼭 들러서 맛있는 파이 꼭 맛보세요.
가게는 너무 붐벼서 길 건너 놀이터로 왔습니다. 어차피 공영 화장실도 여기 있어서 페얼리 베이크 하우스에서 파이를 구입한 뒤 이 공원에서 먹는 사람들이 많은 편입니다. 작은 마을이라 더 아기자기하고 예쁜 동네인 것 같습니다.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어요.
뉴질랜드의 파이에는 고기가 들어갑니다. 저도 한국에서 살 때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메뉴인데요. 파이에는 과일이 들어간다는 편견을 깨버린 메뉴죠.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라 손이 가지 않았지만, 맛을 보니 왜 먹는지 알겠더라고요.
제가 고른 파이는 '스모크드 치킨 & 머쉬룸'입니다. 부드러운 크림이 소스로 듬뿍 들어갔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신랑은 여기 올 때마다 먹는 최애 메뉴가 있습니다. 바로 '포크밸리 & 애플'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예상치 못한 재료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신랑이 정말 좋아하는 파이지만, 저는 몇 번을 보고 또 봐도 적응이 어렵고 맛도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 파이는 올 때마다 완판이라 최근 들어 맛을 볼 수가 없었는데요. 그래도 점심 전에 가니까 구입이 가능했어요. 너무너무 맛있어서 감동했던 날입니다.
날씨가 좋아서 마운트쿡 봉우리가 멀리서도 아주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푸카키 호수는 언제 봐도 참 시원하고 아름다운 것 같네요.
블루베리를 살까, 체리를 살까 고민하다가 이것저것 섞인 과일상자를 구입했습니다. 15불에 구입한 과일인데요. 털복숭아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털복숭아가 많아서 약간 실망했어요. 그래도 역시 크롬웰에서 나온 제철과일이라 그런지 정말 달고 맛이 좋았습니다. 1시간만 더 가면 퀸스타운이 나온다는 생각에 설레서 과일 제 무릎 위에 곱게 올린 채로 갔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해서 오후 4시에 퀸스타운에 도착했습니다. 무려 7시간이 걸렸는데요. 중간 중간에 파이 사 먹고 화장실 갔던 거 빼면 6시간 동안 운전했네요. 처음 뉴질랜드에서 여행을 할 때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이제는 6시간쯤이야~ 저희에게 일반적인 일이 되었네요.
미리 예약했던 사이트에 주차를 하고 텐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폴대가 있는 텐트를 사용했었지만, 뉴질랜드에 와서 폴대가 아닌 에어텐트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바람때문이었는데요. 일반 텐트로 마운트 쿡에서 캠핑을 했던 어느 날, 거센 바람에 폴대가 휘어서 자다가 얼굴을 맞은 적이 있거든요 ^^;;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폴대가 진짜 휘거나 부러진 것은 아니었지만, 산 밑에서 부는 거센 바람에 힘없이 쓰러지는 텐트를 보면서 사람들이 왜 에어텐트를 쓰는지, 왜 캠핑카를 타고 오는지 이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에어텐트로 같은 장소에 다시 갔었지만, 거센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에어텐트의 견고함을 느끼며 '잘 샀다!'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었죠.
텐트를 치고 챙겨온 짐을 모두 안으로 옮겨 가장 편한 형태로 텐트 안을 정리했습니다. 앞으로 5박 6일 동안 이 텐트는 저희 집이 될 곳이니 최대한 편하고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야겠죠.
텐트를 치고 짐 정리를 모두 하고 나니 너무 피곤해서 둘 다 의자에 앉아 한참을 쉬었습니다.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고 있으니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래, 이 맛에 캠핑하는 거지~!
쓰레기통도 만들고 코베아 쓰리웨이도 딱 챙겨왔답니다. 한국에서 캠핑 다닐 때 사용하던 제품인데, 뉴질랜드까지 가져와서 오랜 세월 잘 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이에요.
차를 오래 타서 그런지 뭔가 얼큰한 음식, 국물이 땡기더라고요. 그래서 냉큼 라면을 끓였죠. 라면 2개에 집에서 가져온 눌림 고기와 쌈야채를 꺼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후식을 먹으러 거리로 나갔습니다. 저희가 지내는 '퀸스타운 레이크뷰 홀리데이 파크'는 퀸스타운 곤돌라 바로 밑에 위치했어요. 번화가로 나가는데 걸어서 5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래도 퀸스타운에 왔으니 아이스크림은 파타고니아에서 먹고 싶었지만, 줄이 너무너무너무 길어서 도저히 기다리다 지쳐 퍼그에서 젤라또 아이스크림 사 먹었어요. 퍼그 버거에서 오픈한 아이스크림 가게인데요. 여기도 충분히 맛있었어요.
해가 질 무렵의 와카티푸 호수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저녁 9시 30분 정도에 촬영했던 모습인데요.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아름다운 모습이었던 것 같네요.
보통 이 시즌의 퍼그 버거는 하루 종일 줄이 너무 길어서 보통 주문하는데 적어도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고 또 그 음식을 받는데 30분 이상 걸리는 편인데요. 줄을 서기는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해서 그런지 비교적 사람이 정말 없었습니다. 퍼그 버거는 퀸스타운의 명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세계 3대 버거로 뽑힌 아주 맛있는 버거입니다.
퍼그 버거를 주문한 뒤 앉을 곳을 찾아 길 건너 벤치에 앉았어요. 길 건너에서 퍼그 버거가 있는 쪽을 바라본 모습인데요. 정말 한산하죠?
인터넷에 저희 버거가 나왔다는 싸인이 뜬 걸 보고 곧장 버거를 받으러 갔습니다. 이른 저녁으로 라면을 먹었으니, 야식은 퍼그 버거! 그래도 자중하자는 마음으로 둘이서 1개를 나눠 먹는 것으로 결정했어요. 아쉬운 마음이 커야 내일 먹는 퍼그 버거가 더 맛있겠죠? ㅋㅋ
텐트로 돌아오니 이제 꽤 캄캄합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저녁 6시같은 느낌이었지만, 벌써 밤 10시가 넘었어요. 비어있던 사이트에도 캠핑카들이 빼곡하게 들어섰습니다.
옆 사이트에는 6인 가족이 캠핑을 왔는데요. 제일 큰 아이가 중학생, 막내가 이제 막 걷는 어린아이였어요. 저희보다 약간 늦게 도착했는데 텐트를 치고 보니 저희와 같은 시리즈의 에어텐트였습니다. 같은 시리즈라 그런지 서로 굉장히 반가워했답니다.
오미오미 드디어 실체를 드러낸 퍼그 버거입니다. 저는 피클과 베이컨이 들어간 퍼그 디럭스를 먹고 싶었으나, 야식인데 자중하자는 신랑의 말에 기본 퍼그 버거를 주문했답니다. (내 베이컨...) 둘이 나눠 먹으니 약간 부족해서 그런지 정말 더 맛있더라고요. 6일 동안 1일 1 퍼그를 먹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불태우며 퀸스타운에서의 첫날이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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