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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마스크 만들려고 옷을 뜯었습니다.

by Joy_Tanyo_Kim 2020.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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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뉴질랜드의 상황은 지난 며칠 사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희는 현재 확진자 355명으로 락다운(Lock down) 경보 4단계 2일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필수 업종에 속하는 병원, 약국, 슈퍼마켓, 버스기사 등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4주간 무조건 집에 있어야 하며 생존을 위한 슈퍼 방문과 병원 또는 약국을 가는 일 외에는 외출이 어렵습니다. 집 앞에서 가벼운 산책 또는 운동을 할 수 있지만, 동네를 벗어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죠. 또한 함께 살고 있는 구성원이 아닌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 또한 현재는 불법입니다. 

 

 

조용한 크라이스트처치의 거리 

모든 학교, 유치원, 교회, 레스토랑, 카페, 술집, 영화관, 패스트푸드점 회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상점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쉴 수 없는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이 일에는 선택지가 없었죠. 락다운 기간인 4주는 무조건입니다. 이 것도 최소 기간이라서 사실 얼마나 더 오랜 기간 동안 집에서 지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한국의 대응과는 꽤 많이 다른 모습이죠. 바다에 가거나 가까운 근교로 나들이 가던 일, 외식을 하고 영화를 보러 다니던 일상이 이렇게 감사한 것인지 새삼 느끼는 오늘입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진작에 중국발 비행기를 모두 막았고 한국발 비행기도 막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는 이란, 이탈리아, 미국, 덴마크 등의 다른 나라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1명, 2명, 5명으로 시작되었던 코로나는 순식간에 이렇게 퍼졌네요.

 

 

저희는 결국 마스크를 한 장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1월 말 쯤, 코로나 사태로 중국이 난리가 났을 때 진작에 마스크를 구하러 약국을 다녔지만, 마스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1월에 이미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죄다 사재기를 했었다고 합니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저희 소식에 한국에 있는 언니가 면 마스크를 몇 장 만들어서 필터지와 함께 보내주고자 했지만, 프리미엄 EMS택배를 포함한 한국에서 오는 모든 항공택배가 전면 금지되어서 받을 수가 없었답니다. 최근 한국 정부에서는 외국에서 머무는 유학생들을 위한 일회용 마스크를 한 달에 8장씩, 면 마스크는 수량에 제한 없이 보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하는데요. 이 곳 정부에서 문을 걸어 잠그니 방법이 없습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마스크 도안을 살짝 뽑았습니다. 판매하시는 분 죄송해요. ㅜㅜ 

그래서 마스크를 직접 만들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면 마스크 만드는 키트도 팔고 필터지도 팔아서 여러모로 간편하게 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았지만, 제게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옷을 뜯기로 했죠. 미세먼지조차 없는 이 나라에서는 면 마스크를 만들 재료 같은 건 팔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현재 열린 천 가게는 없을게 뻔하니까요. 

 

'천을 햇빛에 비췄을 때 틈새가 많이 보이지 않고 촘촘한 것으로 만들어야 해'

 

 

 

언니가 한 말을 생각하며 여러 옷을 꺼내서 체크했는데 생각보다 좋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작년에 다녀간 언니의 막내아들, 우리 막둥이 조카 녀석이 입던 옷입니다. 면도 부드럽고 촘촘해서 이걸 뜯으면 아주 좋은 재료가 될 것 같았어요. 몇 번 안 입은 옷이라 나중에 저 아기 가지면 입히려고 뒀던 옷인데, 이렇게 사용하게 되었네요. 

 

 

왼 - 애기옷 / 오 - 제가 입던 면 티 

겉감과 안감을 구분해서 2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두 가지 옷을 준비했어요. 

 

 

바느질이랑 전혀 친하지 않아서 다양한 바느질 이름도 하나도 모르겠지만, 일단 언니와 영상통화하면서 조금씩 진행을 했습니다. 언니가 시침질이 어쩌고, 박음질이 어쩌고 뭐 여러 가지 말을 했는데 뭐가 뭔지 사실 잘 모르겠더라고요. ㅜㅜ 

 

 

끈을 준비하라고 하는데 끈이 어딨나요. 고무줄도 없고.. 몇 년 잘 입었던 트레이닝복 바지에서 끈을 쭉- 뽑아냈습니다. 

 

 

입체감 있는 마스크가 조금 덜 답답하다는 말에 요렇게 각도 세워줬답니다. 

 

 

안감, 겉감 모두 각 잘 세워서 바느질 하고 두 장을 겹쳤어요. 나중에 뒤집을 거니까 방향을 잘 체크하는 게 중요해요. 

 

 

마스크 끈도 안쪽으로 잘 놓고 박았습니다. 사실 바느질도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래도 떨어지지만 않으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박았어요. 

 

 

마지막에 뒤집어주려면 구멍을 남겨야한다고해서 왼쪽에 보이듯이 구멍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뒤집었어요. 

 

 

짜잔, 파는 것에 비하면 진짜 허접하지만, 마스크가 완성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겉감과 안감, 마스크 끈의 색감이 잘 어울리는 것 같네요. 

 

 

착용 샷입니다. 숨 쉬는 것도 편하고 크기도 나름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손 바느질이라 꽤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대만족! 

 

 

힛, 이제 신랑 마스크도 만들어야겠어요. 우리 홈스테이 만식이, 플랫 메이트 두 녀석 것도 함께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뜯을만한 옷이 더 있어야 할 텐데... ^^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사네요. 집에서 나갈 일은 딱 마트 갈 때뿐이니 그때 딱 쓰고 바로 세탁해서 햇볕에 제대로 말려주면 아마 꽤 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죠.

 

 

 

총리가 공식 연설을 통해 락다운이 시작될 것이라는 통보를 할 때 저희는 곧장 가까운 마트로 달려갔습니다. 브리핑이 끝나면 곧 사람들이 몰릴 것 같아서 조금 서둘러 갔었죠. 파스타는 이미 매진이었고 양파가 쌓여있던 매대에는 3개 한묶음 양파가 딱 4개 남아있더라고요. 플랫친구가 2개, 제가 2개 챙겨서 구입을 했습니다. 이틀에 걸쳐서 저희는 로컬마트와 한인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최선의 음식을 구입했어요. 4주간 먹을 전투식량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오후에 이런 모습들이 발견되었답니다. 저희가 낮에 갔을 때는 저렇게 문을 걸어 잠그고 줄을 세워서 한 번에 몇 명씩만 들어가도록 제한하지는 않았었는데,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저렇게 되었네요. 이제 파킨세이브, 카운트다운, 뉴월드 모두 줄을 서서 들어가게 되었고 경찰력이 동원되어서 모든 마트에는 경찰들이 주둔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도 여긴 호주나 미국같은 사재기는 없는 것 같아서 마트 분위기는 훨씬 좋습니다.

 

 

그리고 락다운 직전 저희는 점심으로 버거킹 햄버거 세트를 먹었어요. 플랫 2명, 우리 만식이, 저희 부부 총 5명이 함께 옹기종기 앉아 패스트푸드를 즐겼습니다. 앞으로 최소 4주간은 먹을 수 없을 음식이니... 다들 같은 마음으로 구입하러 왔었던 것인지, 사람이 정말 많았답니다.

 

다음날 아침 겸 점심으로는 길거리 토스트 느낌나게 만들어서 먹었어요. 그래도 집에서 지내는 동안 저희 모든 식구들이 더욱 가까워지고 스트레스 없이 잘 살아냈으면 좋겠네요. 한국에서도 모두들 건강하세요. 저는 마스크 더 만들러 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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