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질랜드/삶나눔

크라이스트처치에도 마스크가 없어요.

by Joy_Tanyo_Kim 2020. 2. 24.
반응형

다들 안녕하신가요? 이 인사가 이렇게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을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요즘은 안녕하시냐는 인사에 큰 의미를 두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듣는 한국의 소식은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지고 있어서 마음이 조금씩 다급해지고 걱정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친정엄마, 시부모님, 언니네, 오빠네 가족들, 살아오며 함께 어울렸던 많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모두 그 곳에 살고 있는데요.

 

자극적인 소식에 걱정은 앞서지만, 이렇게 멀리 뉴질랜드에 살고 있으니 제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더욱 속상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연락을 하는 것과 기도하는 것 뿐이네요. 중국에서 큰 일이 났을 때도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제 가족들이 그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하니 또 마음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무사하기를, 대구의 많은 시민들이 무사하기를, 한국의 모든 국민들이 이 위기를 잘 넘기기를 바랄뿐입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한 약국 사진 

뉴질랜드에는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진작에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비행기를 막았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아직까지 이 곳에서는 코로나가 잠잠합니다. 오늘 신랑은 긴 여름방학(뉴질랜드는 한국과 계절이 반대라서 지금이 여름입니다)을 마치고 드디어 개강을 해서 학교에 갔습니다.

 

신랑이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들 중에도 중국 유학생들이 제법 많은 편인데요. 그 중에 친하게 지내던 중국인 친구 하나는 저희 집에 자신의 자동차와 갖가지 짐을 모두 맡기고 중국으로 갔었는데, 결국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뉴질랜드로 들어오는 모든 중국발 비행기와 중국 경유 비행기가 막혔기 때문에 개강은 했지만, 돌아올 수 없었던거죠.

 

중국인 유학생의 수가 상당히 많은 관계로 뉴질랜드의 각 대학들은 막힌 비행기를 풀어달라고 뉴질랜드 정부에 청원을 넣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아마 중국인 유학생들이 앞으로 계속 들어오지 못할 경우 대학들의 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겠죠.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이 곳에서도 순식간에 마스크와 손세정제가 동이 났습니다. 정작 마스크가 필요한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이 일할 때 필요한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할만큼 여기도 마스크 대란입니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아직까지 거의 없습니다. 간혹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긴 하지만, 키위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요. 

 

'마스크 쓸 정도로 아프면 왜 돌아다녀? 집에 있어야지.' 

 

이런 생각이 아주 깊고 당연하게 깔려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더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원래 마스크 쓰는 문화가 아닌거죠. 하여튼 아무도 쓰고 다니지는 않지만, 언젠가 혹시 모를 코로나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것인지 어쨌든 마스크는 동이 난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작년부터 시작되었던 에어뉴질랜드 한국 직항노선이 안타깝게도 중단되었답니다. 뉴질랜드 정부에서는 올해 6월까지 노선 운행을 중단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직까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한국발 비행기가 중국처럼 모두 입국거부 당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누나, 여기 티마루에는 약국에 마스크 많이 있던데.. 좀 사서 보내드릴까요?'

 

일 때문에 티마루에 가있는 동생이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도 혹시 몰라서 일단 2주치를 구입했는데 필요하면 사다준다고 하더군요. 아직까지는 잠잠하고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분위기라 조금 애매하지만 혹시 모르니 좀 사놓을까 싶기도 합니다. 수술용 마스크 1개에 2불이라고 하네요.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인종차별 피켓을 든 모습 

인터넷 뉴스를 통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인종차별에 대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참 마음이 답답하더라고요. 뉴질랜드에 살면서 크게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느낀 적은 없었지만, 실제로 요즘 이 곳에서도 중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따갑습니다. 헌데 그들 눈에는 한국인과 중국인이 구분이 안되거든요. 그래서 한국인도 싸잡아서 동양인 혐오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뉴스에서 볼 수 있을법한 심각한 차별은 없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눈빛이 따갑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카페를 가도, 레스토랑을 가도 마찬가지에요. 아시안들이 주로 가지 않는 로컬 가게는 들어서는 순간 주목 당하는 기분이 참 ^^;; 걸어다니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취급당하는 것 같은 느낌.. 어쨌든 이 사태가 어서 진정이 되기를 바랄뿐입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