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해제! 친정엄마표 손칼국수

작년 10월 16일 저녁 친정엄마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밤 10시 비행기라 9시면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도 엄마는 뉴질랜드에 남을 막내딸이 마음 쓰였는지 바쁘게 움직이시며 이 곳, 저곳 엄마의 흔적을 남기셨답니다.

 

'우리 막둥이, 칼국수 참 좋아하는데...'

 

엄마는 언제나 말을 실천으로 옮기시는 분이죠.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액션을 취해야 합니다. 엄마와 저는 함께 지낼 때도 칼국수를 참 자주 만들어 먹었었는데, 언제나 엄마가 만들어 주시면 저는 맛있게 먹었었죠. 이 곳에서 함께 지낸 지난 두 달 동안 엄마가 손칼국수 참 많이 밀어주셨는데요. 가는 마당에도 막둥이 먹을 칼국수가 신경 쓰이셨던 엄마는 팔을 걷어붙이고 밀가루 반죽을 하셨습니다. 

 

 

칼국수를 자르는 엄마의 손에서 엄마의 고된 세월이 묻어납니다. 

'우리 막내, 엄마 가고 나서 칼국수 먹고 싶으면 이거 꺼내 먹어'

 

엄마의 정성과 손길에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도 꾹 참고 웃으며 엄마를 배웅했답니다. 엄마와 언니, 조카들이 떠난 뒤 폭포처럼 쏟아지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집으로 돌아왔었죠. 그러고도 두어 시간은 울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엄마의 손칼국수는 몇 달간 냉동실에 봉인되어 있었답니다. 비 오는 날, 적적한 날, 엄마가 그리운 날... 뭐, 그래서 꼭 엄마표 손칼국수를 꼭 먹어야겠다 싶은 날이 오면 꺼내 먹겠노라 생각하며 아끼고 아꼈었죠. 그리고 오늘 꺼내 먹었습니다. 무려 4개월을 꽁꽁 간직했던 칼국수예요. 

 

 

비닐팩에 넣어서 냉동 보관했던 칼국수

한 봉지에 2인분, 총 2 봉지가 있었는데 넉넉하게 먹으려고 2 봉지 모두 꺼냈습니다. 저희 부부와 만식이까지, 세 식구 먹을 양으로는 괜찮을 것 같았어요. 

 

 

양파, 호박, 당근, 대파 골고루 채 썰어 준비했어요. 야채는 마지막에 넣지만, 미리 준비해두면 손이 덜 분주해서 일이 수월합니다.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서 사용하면 조리 시간이 조금 더 빨라지는 것 같아서 저는 보통 전기포트를 사용합니다. 끓는 물에 꽁꽁 얼은 칼국수를 퐁당퐁당 넣어줬어요. 

 

 

한쪽에서 칼국수를 초벌로 삶을 때 다른 한쪽에서는 육수를 끓였습니다. 육수는 1.5L 물에 다시 백(다시마, 말린 양파, 멸치) 넣어서 끓였어요. 육수가 팔팔 끓으면 불을 약불로 낮춰주세요. 면이 다 삶길 때까지 일단 육수는 항시 대기하는 겁니다. 

 

 

칼국수 면은 조금 덜 삶긴 채로 체에 받혀 물기를 빼준 다음 곧바로 끓는 육수에 넣어주세요. 면을 처음 삶았던 물은 모두 버리면 됩니다. 이때 면은 차가운 물로 헹구지 마세요. 그냥 바로 육수 물에 담가주면 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칼국수를 끓이는 거죠. 

 

 

면을 넣고 미리 준비했던 야채도 모두 함께 넣었습니다. 국간장 2큰술, 참기름 2큰술 넣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채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의 비는 맛이 아쉽다면 약간의 다시다 살짝 투하하시면 파는 칼국수 맛 납니다. 흣 

 

 

엄마표 칼국수 면으로 칼국수를 끓여봤네요. 엄마가 끓이라는 방법 그대로 끓이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간도 맞췄는데, 왜 엄마 맛이 안 날까요. 그것은 언제나 아이러니입니다. 엄마가 끓인 것보다는 덜 맛있지만, 그래도 맛있는 칼국수! 저희 세 식구 딱 맞게 잘 먹었습니다. 

 

칼국수를 다 먹고나니 배는 든든한데, 마음은 허전함을 느낍니다. 이제 저 냉동실에 엄마 손길 묻은 봉인된 칼국수가 없다는 게 참 아쉽고 허전하고 그렇네요. 힝 언젠가 한국 들어가면 1일 1 칼국수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답니다. 

 

 

텅텅 비어가는 파킨세이브의 통조림 코너

쌀이 똑 떨어져서 밥 먹고 장보러 갔었는데요. 대형마트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와 가성비를 자랑하는 '파킨 세이브'는 바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훨씬 조용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통조림 코너에서는 깜짝 놀랐답니다. 파킨 세이브는 한국에서 주부들이 코스트코 가는 것처럼 약간의 대량 구매가 이루어지는 곳이긴 하지만, 여태 4년이라는 시간을 이 곳에서 지내면서 통조림 코너가 저렇게 속이 보일 정도로 텅텅 비어 가는 모습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보통 꽉 차있기 마련인데...

 

 

 

얼마 전 뉴질랜드에도 첫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에 이 곳 사람들도 사재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뉴스로 보다가 실제로 보니 약간 이상하더라고요. 스팸은 거의 찾기가 어려웠고 파스타 종류는 대부분 동이 나서 저희도 구입하지 못했답니다. 아마 제가 본 모습은 주말이라 조금 더 그렇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일단 저희는 딱 필요한 것만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현관문 앞에 누군가 두고 간 빵 

누군가 넉넉한 마음을 전하고 갔네요. 

 

'저거, 문 앞에 저 박스 뭐지? 혹시 산타 아니야~?'

 

신랑이 주차를 하면서 기대에 부푼 멘트를 날렸습니다. 산타가 맞더군요. 기대 이상의 내용물을 확인한 돌프는 진심 기뻐했답니다. 우리집 빵돌이 광대 승천했지요. 빵은 워낙 넉넉해서 며칠 째 맛있게 잘 먹는 중입니다.

 

요즘 뉴질랜드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습니다. 마스크를 쓰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 여기는 이 곳의 문화와 인식이 참 놀라울 뿐입니다. 정부에서도 마스크 쓰는 것을 권하지 않고 그저 손만 잘 씻으라고 이야기한답니다. 

 

'마스크 쓸 정도로 아프면 밖에 나오지를 말아야지~' 

 

 

 

이게 이 나라의 인식이기 때문에 아무도 쓰지 않죠.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는 1월부터 품절입니다. 어디서도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어요. 약국에도 입고 자체가 안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들 얼마나 집에 쟁여두고 계신 것인지...^^;; 제대로 터져서 선택지가 더 이상 없는 순간이 오면 쓰려고 집에 모셔두는 걸까요. 저는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천으로 마스크를 만들까 싶기도 합니다. 친정 엄마랑 영상 통화하면서 농담 반 섞어서 이런 말도 했지요. 

 

'엄마, 여기 외국인들 중에 이슬람 쪽 사람들이 쓰는 얼굴이랑 전신 다가리는 히잡? 차도르? 여하튼 그 시커먼 거~ 코까지 가리는 그거 두르고 선글라스 끼면 다 가리는 거 아니야? 지금 마스크 못 구하면 그거 뒤집어써야 할 판이야' 

 

엄마와 저는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깔깔대며 웃었지만, 참 웃픈 것 같습니다. 그저 오늘도 기도로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대구에 있는 엄마와 모든 가족들이 안전하기를, 경북권에서 소방대원으로 출동 중인 오빠가 안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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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2020.03.03 23:58

    이젠 칼국수를 만들어주실 어머니는 계시지 않아서 제가 종종 만들어먹는데 어머니께서 직접 면 밀어서 만들고 끓여주셨던 그 맛은 흉내를 낼 수가 없습니다.

    • 2020.03.04 07:30 신고

      토리님도 많이 그리우시겠어요. 저도 한 번 밀어봤는데 ^^;; 뭔가 제가 만드니까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먹고싶을 때는 차라리 냉동으로 팔고 있는 칼국수 면을 사먹게 됩니다. 엄마 손 맛은 카피가 안되네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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