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마루 홀리데이 파크에서 생각보다 따뜻한 밤을 보냈습니다. 지난번 마운트쿡 캠핑에서 추위에 꽤 떨었던 밤이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이번에는 핫보틀(뜨거운 물주머니)을 준비했거든요. 바닥용 에어매트도 준비하고 담요도 깔고 침낭도 각각 2개씩 준비했는데 핫보틀까지 있으니 정말 따끈따끈한 밤을 보낼 수 있었지요.
신랑은 캠핑할 때 추위를 많이 타지 않는 편인데, 저는 뉴질랜드의 야외취침이 왜 이렇게 춥고 견디기 힘든지 모르겠네요. 게다가 지금은 뉴질랜드의 한여름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오리털 침낭을 사용하면 속옷만 입고 자도 될만큼 따뜻하다고 하던데, 저희가 가진 침낭은 모두 솜이라 그런지 아주 춥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핫보틀 덕에 성공적인 밤이었죠.
캠핑할 때 스팸보다 좋은 반찬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식빵에 얹어도 맛있고 찬밥에 얹어도 맛있죠.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스팸은 캠핑 다닐 때 보물같고 보석같은 존재입니다. 반짝이는 스팸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는 저의 사랑하는 드립세트입니다. 어린 나이에 커피가게를 시작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제 곁에 있어줬지요. 이제는 반짝이던 빛도 잃고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지만, 아직도 견고하고 한결같은 내구성으로 제게 만족을 줍니다. 저도 이런 내구성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가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자라는 중이에요. 흣
왼쪽 지도를 보시면 모에라키 볼더스 해변으로 향하는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집니다. 하얀색 화살표 방향이 모에라키 해변 공영주차장이고 노란색 화살표는 모에라키 해변에 위치한 카페와 카페 주차장이 있는 곳입니다. 물론 이 곳에서도 주차는 무료입니다. 어차피 어느쪽으로 가나 이쪽 해변은 모두 동글동글한 바위로 가득한 곳이고 담이 없기 때문에 서로 이어지는 해변입니다.
저희는 카페도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노란색 화살표가 있는 카페 방향으로 가서 주차를 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성수기인데 오전이라 그런지 자리는 꽤 많았습니다. 모에라키 볼더스 카페의 외관은 모에라키 바위와 비슷한 모양이었어요. 지붕이 둥글둥글하죠?
맛있는 음식들이 정말 많았어요. 이 정도 퀄리티의 브런치라면 여기서 먹어보는 것도 좋았을텐데, 이미 스팸에 밥을 너무 든든하게 먹고 왔던터라 음식을 주문하지는 못했어요.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되면 그 때는 속을 비우고 방문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날씨도 좋지 않고 바람도 쌀쌀해서 저희는 핫초코를 구입했어요. 큼직한 마시멜로우를 두개나 올려주셨는데 바로 핫초코에 퐁당퐁당 담가서 먹었지요. 부드럽고 달콤한 핫초코는 모에라키 해변을 구경하는 내내 저희에게 따뜻함을 전해줬습니다.
카페에서 모에라키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2불을 넣어달라는 표시가 있었으나, 누구하나 돈을 넣고 통과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아요. 누구하나 돈을 내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 무조건 내야한다는 표시도 전혀 없었기에.. ^^;;
먼저 다녀갔던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카페에서 뭔가를 사먹은 손님들은 보통 그냥 패스하는 편인데, 그저 모에라키 바위만 보러 온 사람들은 카페의 사유지를 지나가는 것이기에 2불을 내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 기억에는 그런 사람들도 그냥 막막 지나가더라고요. 일단 저희는 핫초코 두 잔 사먹었으니까 당당하게 내려갔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모에라키 공영주차장 쪽으로 가시면 이런거 전혀 없어용.
오.... 사진으로만 만났던 꿈에도 그리고 고대하던 모에라키 바위의 모습을 드디어 실제로 만났습니다. 사람의 손이 아닌 자연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라는게 정말 놀라운 것 같습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물 때가 좋지 못했어요. 그래서 돌이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죠. 뉴질랜드의 물 시간은 스마트폰 어플인 'My Tide Times'를 통해서 아주 편하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저희는 물이 많이 차올랐을 때 방문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돌의 흔적조차 보지 못하고 돌아간다고 하는데요. 저희는 다행히도 이 정도는 봤습니다. 물이 다 빠졌을 때 이 곳에 가면 정말 수없이 많은 모에라키 바위를 만날 수 있다고 해요. 저기 물 속에 숨어 있는 동글동글 바위들이 굉장히 많다는 말이겠죠?
한 손엔 핫초코, 한 손엔 숨은 모에라키 바위. 모에라키 카페에 가면 화장실 옆 벽면에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으니 바위에 대한 궁금증은 그 곳에서 풀면 될 것 같고요. 저렇게 숨어 있는 바위들도 꽤 있었는데요. 파도가 치고 물이 드나들면서 흙더미가 무너지고 자연스럽게 땅 속에 숨어있던 동글동글 바위들이 하나씩 굴러나온 것 같아요.
이 곳에는 꽤 높은 절벽같은 곳도 많았는데, 그 높은 곳에서 돌이 떨어져 나와 데굴데굴 굴러서 해변 저기 안쪽까지 자리 잡았다는 것을 상상하니 꽤 재밌었어요. 이 돌들은 굉장히 오랜 세월 전에 죽은 동물들의 사체, 물고기 사체 등의 화석이 한데 뭉쳐지면서 만들어진 퇴적암이라고 해요. 그래서 이 쪽 지역의 땅 속에는 아직까지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이런 바위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고 하네요.
바위 위에 올라가는 것은 일반적인 것이라 괜찮아요. 하지만 고의적으로 바위 손상을 일으킬만한 행동은 법적인 제재를 받는다고 합니다.
모에라키 바위 구경 잘 하셨나요? 아, 모에라키 바위의 마지막 사진과 함께 마오리 전설 하나 알려드릴게요. 이 동글 동글한 바위들은 역사적으로는 화석이지만, 전설은 많이 다른 내용입니다.
마오리 전설에 의하면 반신반인 '마우이(디즈니 모아나에 나왔던 그 분)'의 거대한 카누가 좌초되었을 때 그 카누에 달려 있던 조롱박과 뱀장어를 잡아서 보관하던 바구니가 떠내려와 지금의 모에라키 바위가 되었다고 합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굉장히 신박하고 재밌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모에라키 볼더스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카티키 등대'에 잠시 들렀습니다. 사실 여긴 애초에 가려고 했던 곳은 아닌데, 지도를 보니 더니든으로 향하는 길목에 등대가 하나 떡하니 있길래 한 번 가보자고 말이 나와서 방문하게 되었지요. 요렇게 무계획하고 갑작스러운 것이 또 자유여행의 묘미아니겠습니까 ^^
펜스가 쳐져 있어서 등대는 먼 발치에서 바라봐야했어요. 일단 여기가 해안절벽이라 저희는 길을 따라 끝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뭐, 바로 코앞이 절벽이었거든요 ^^ 근데 여기 펜스... 전기 펜스였어요. 곳곳에 동물 사체가...
바람에 날리는 갈대가 얼마나 이쁜지요. 어머, 하나는 꺾였네요. ㅜㅜ
길을 따라 거의 끝까지 오니 조금 진한 색감의 익숙하지 않은 모래가 보였어요. 그리고 그 위에 죽은 듯 보이는 엄청난 물개들을 발견하게 되었죠. 정말 쥐죽은 듯이 가만히 있어서 '저거 죽은거 아냐?'라고 신랑에게 재차 물어봤던 것 같아요. 물개들이 보이시나요?
세상에나, 이렇게 물개가 많은건 처음 본 것 같아요.
이 모든 물개들이 다 야생 물개라는 것이 참 놀라웠죠. 제 인생에 가장 많은 물개를 만난 순간이었어요.
이 곳에서도 전복 채취가 가능했어요. 전복들은 미역 같은 해초 먹고 살아서 그 밑에 많다고 하던데, 아마 여기도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곳에는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노란색 전복도 있더라고요.
흑전복도 노란전복도 모두 하루 1인 3개까지 잡을 수 있었고 사이즈 제한은 흑전복 12.5센티, 노란전복 8센티였어요. 근데... 물개가 너무 많아서 여긴 물에 들어가는게 좀.. 무서울 것 같아요. 물개가 육식인가요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목에 바닷바람 맞으며 풀 뜯는 자유로운 소들도 만났습니다. 팔자 좋군요.
차를 타고 1시간 7분을 달려 곧장 더니든으로 내려갔습니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내려가는 길에 해안가로 가서 '하링톤 포인트'와 '케이프 사운더스'에 들렀다면 더 좋았을텐데, 안타깝게도 저희는 2박 3일 일정이라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다음 번에 꼭 들러야지 했지요.
그리고 도착했습니다. 더니든 홀리데이 파크는 생각보다 훨씬 예쁘고 컸고 시설이 좋았어요. 제 맘에 쏙 들더라고요. 텐트 사이트 2개를 예약했었고 무사히 텐트를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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