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한국에서 보냈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사진 정리도 하고 블로그에 감정도 많이 적어 내려 갔던 것 같아요. 이제 한국에서 보냈던 마지막 시간들입니다. 사실 마지막으로 올릴 사진들을 돌아보니 먹었던 사진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참 웃음이 많이 나왔어요. 정말 먹방을 찍으러 한국에 갔었구나 싶을 만큼 먹었던 사진 밖에 없었거든요.
헌데 사먹었던게 더 많았던 것 같아서 그게 참 아쉬웠어요. 사 먹기보다는 언니랑, 엄마랑, 시어머니랑 더 많이 해 먹을걸 그랬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뭐, 후회하면 뭐해요. 다음에 가면 꼭 그래야지 했네요. 동네에 맛있었던 집, 좋은 기억이 있던 집 하나씩 소개해드릴게요. 근처에 사시는 분이 계시다면 여러분들도 한 번 방문해보세요.
▲ 다인케이크(Dain Cake)에서 구입했던 1호 백설기 케이크예요.인스타그램에 있는 수많은 케이크 중에서 디자인을 골라서 주문했고 원하는 멘트와 필요한 날짜를 미리 말하면 맞춰주세요. 예약제로 판매되는 정성스러운 케이크이니 특별한 날, 좋은 날에 주문해보세요.
저는 시어머니의 특별한 날에 맞춰서 다인 케이크에 미리 주문을 했었어요. 어머니께서 떡케이크를 받으시며 너무 좋아하셨던게 아직도 눈에 선해요. 앙금 떡케이크는 기존의 케이크보다 어른들의 입맛에 더 잘 맞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더 예쁜 것 같기도 해요. 앙금으로 저렇게 아름다운 꽃을 만든다는 것이 참 놀라웠죠. 만약 뉴질랜드에도 이런 상점이 있었다면 제가 아마 단골 했을 것 같아요.
▲ 뽀얀 순두부찌개가 아주 환상적인 이 곳은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단골집이었던 '토담'이에요. 신랑과 연애할 때도 자주 갔었고 엄마, 언니, 시어머니 가릴 것 없이 함께 자주 방문했었던 진짜 제대로된 동네 맛집이에요. 일단 건강한 먹거리라는 확신이 너무 분명한 곳이라 믿음도 갔지만 맛도 정말 좋답니다. 함바집을 오래 하셨던 엄마도 인정한 '음식으로 장난 안치는' 맛있는 집이죠.
반찬과 밥도 부족하면 충분히 더 먹을 수 있으며 가격도 굉장히 착한 곳이에요. 사장님이 친절한건 기본입니다. 비지가 있을 경우 손님들에게 무료로 나눠주시니 필요하신 분은 나갈 때 미리 물어보세요. *고등어는 따로 주문하셔야 해요.
▲ 그 와중에 형부의 부탁으로 재능기부를 했었어요. 뭐, 사실 재능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 그래도 형부가 책임지고 진행하는 벼룩시장에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답니다. 이 것을 빌미로 치킨을 뜯어먹었죠. 역시 처제사랑은 형부입니다.
▲ 베트남 음식과 타이 음식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 '더 포'에서 먹었던 식사해요. 야채가 많이 나와서 다이어트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만한 곳이었어요. 물론 맛도 좋았답니다. 뉴질랜드에서 자주 먹는 베트남 음식과 타이 음식에 비해 자극적이지 않았고 간이 심심했던 것 같아요. 양은 또 얼마나 푸짐한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뉴질랜드에서는 타이 사람들이 운영하는 타이 음식 전문점, 베트남 사람들이 운영하는 베트남 음식 전문점 등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어떤 나라 음식이든 모두 한국 사람이 만들어 파는 한국과는 다르게 외국 음식은 모두 그 나라 현지인들이 만드는 편이죠.
▲ 배가 터질 듯이 먹었지만 그래도 후식 배는 따로 있는 법, 뉴질랜드에서 만날 수 없었던 한국 스타일의 커피와 케이크를 잔뜩 먹었어요. 뉴질랜드에서는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는데 특히 얼음이 들어간 커피는 더 만나기 어려워요. 원한다면 커스텀으로 주문을 해야 하죠. 커피도 케이크도 한국이 진짜 맛있는 것 같아요. 뉴질랜드의 케이크는 그냥 엄청 달고 달고 또 달아요.
▲ 한 번에 치킨 2마리와 똥집 큰 사이즈 2개를 시켜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성인 5명이 함께 먹었으니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어요. 한국에 와서 100마리는 먹을 것 같았던 치킨을 10마리도 먹지 못하고 돌아온 게 가장 후회가 됩니다. 뉴질랜드에도 한국식 치킨집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지만, 한국에서 배워오거나 장사를 하다가 오신 분들이 아니다 보니 어딜 가나 이 맛이 안 나요. 한국의 이 혁신적인 치킨 맛이 안 납니다.
▲ 많고 많은 바깥 음식보다 가장 귀하고 가장 맛있는 것은 역시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이죠. 엄마랑 둘이서 먹었더라면 아마 청국장에 김치, 야채만 잔뜩 놓고 먹었을 텐데, 엄마가 막내 사위 왔다고 집 앞 슈퍼에서 급히 대패 삼겹살을 사 와서 구우셨어요. 사위는 백년손님인 건가요!
엄마의 밥상에서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숭늉인데요. 숭늉 한 그릇으로 식사를 마무리하면 왠지 더 든든하고 기분도 좋아요. 한 번은 제가 엄마를 따라 한다고 밥을 냄비에 열심히 눌여서 누룽지를 만들어 봤는데.. 망했어요. 정말 어려웠고 잘 안되더라고요.
▲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시내에 나갈 일은 진짜 진짜 없는데 오랜만에 친한 동생을 만난다고 시내에 나갔어요. 함께 먹은 신라 식당의 낙지요리입니다. 시내를 언제 한번 가본 적이 있었어야죠. 시내를 발이 닳도록 다닌 적이 있지만 그때가 벌써 언젠가요. 십수 년도 더 된 시절의 이야기다 보니 시내 맛집을 알 턱이 없죠.
어딜 가야 하나 고민을 하며 돌아다니다가 맛있어 보이는 집이라 들어갔더니 이게 진짜 맛집이었어요. 줄 서서 들어가는 제대로 전통 있는 맛집이었는데 딱 줄이 없는 타이밍에 저희가 들어간 거죠. 진짜 맛있더라고요. 결국 여길 한국에 머무는 동안 무려 3번이나 갔어요.
▲ 좀 부끄러운 사진이지만, VR게임방에 갔었답니다 ^^;; 너무 재밌었어요. 이건 제가 옥상에서 떨어질까 봐 두려워하며 아래를 보고 있는 장면이에요. 1만 5천 원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VR 게임이 가능했는데 저는 생각보다 멀미가 나서 많이는 못하겠더라고요. 이제 늙었나 봐요. 근데 정말 재밌었어요. 신랑이 가장 좋아했는데 나중에 돈 많이 벌면 VR기계 꼭 사자고 그러더라고요.
▲ 친정엄마와 단 둘이 먹은 점심 식사예요. 엄마가 배추전을 잔뜩 구워서 내주셨어요. 배추가 참 달아서 전이 너무 맛있다고 하시면서 주시는데 추운 겨울이었는데 엄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걸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엄마의 전매특허 비지찌개를 드디어 먹었답니다. 정말 먹고 싶었던 메뉴였거든요. 뉴질랜드에서도 비지를 구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죠. 흠, 제가 한 번 만들어 볼까요?
▲ 55 온족발에 가서 온족발, 냉채, 불족발을 주문해서 먹었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 부부와 함께 먹은 야식이었어요. 온족발도 신랑과 연애할 때부터 자주 갔었던 맛집이에요. 집으로 주문도 가능하지만 가서 먹는 게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코끝이 짜릿한 냉채족발도 별미지만 불내 솔솔 나는 불족발도 정말 맛있죠. 둘 중에 하나 선택하는 게 언제나 힘들었던 것 같아요.
▲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또 하나 나왔네요. 바로 프레즐입니다. 프레즐 중에서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치즈 듬뿍 프레즐이에요. 언니와 함께 시내 지하상가에서 잔뜩 사서 배부르게 먹었답니다. 조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조금 남겨서 갔는데 정말 정말 잘 먹더라고요. 조금 더 사 올걸, 후회했죠.
프레즐은 치치에도 들어왔었는데 망해서 나간 브랜드라고 해요 ^^;;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 곳의 사람들에게는 장사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셰프 친구의 말에 의하면 점심을 먹으러 매일 오는 단골들이 참 많은데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똑같은 점심을 사 먹는다고 해요. 아무리 많은 메뉴가 있다고 한들 먹던 것만 고집한다는 거죠. 단적인 예지만 프레즐이 망해나간 이유를 보여주는 작은 예라고 생각해요.
▲ 일월산 생고기 직화구이집에 가서 오랜만에 꿈에 그리던 갈비를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일월산은 다양하고 맛있는 반찬도 맛있지만 매력적인 불판과 진한 소스가 베인 갈비, 함께 먹는 냉면이 참 맛있는 곳이에요. 가격이 조금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 번 갈 만큼 좋아요. 냉면에 갈비 싸 먹으면 정말 맛있는 거 다들 아시죠?
▲ 후식으로 함께 먹었던 투썸의 커피와 케이크이에요.갈비를 잔뜩 먹고 1인 1 케이크까지 먹으려니 정말 배가 터질 것 같았어요. 하나, 멈출 수 없죠. 이제 곧 뉴질랜드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멈출 수가 없었어요. 신랑, 친구와 함께 앉아 먹고 마시니 정말 재미나게 시간을 보냈답니다.
뉴질랜드로 돌아온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어요. 그리고 이제 다음 주면 오빠네가 뉴질랜드로 여행을 옵니다. 오빠, 새언니, 조카 2명 총 4 식구가 방문하게 되는데 함께 여행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여러 번 방문했던 테카포, 마운트 쿡, 퀸스타운, 밀포드 사운드지만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그 여행은 또 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오빠가 소방관인데 강원도 산불 상황이 좋지 않아 지원을 나갔었다고 들었어요. 어제오늘 연락을 해보지 않아서 집에 잘 돌아왔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네요. 아무쪼록 피해지역이 잘 수습되고 잘 복구되기를 바랍니다. 오빠도 무사히 돌아와서 뉴질랜드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어서 만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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