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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조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갔었어요.

by Joy_Tanyo_Kim 2019.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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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아이들, 제 조카 녀석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국가에서 운영되는 곳인데 발도르프 교육을 하는 곳이라고 들었어요. 사실 발도르프 교육이 뭔지도 저는 잘 모릅니다만, 제가 보고 느낀 발도르프는 일단 자연친화적인 것 같다는 거? 뉴질랜드로 떠나기 전에는 그래도 가끔씩 아이의 하원을 돕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렇게 2년이 지나 다시 방문을 하니 마음도 새롭고 괜히 더 좋더라고요.

 

제가 이 어린이집의 학부모는 아니라서 이 어린이집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정말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하나하나 자연의 향기를 담아 선생님들이 직접 준비하는 정성스러운 장식부터 아이들이 사용하는 갖가지 물건들에 애정이 담겨 있는 듯 보였거든요.

 

무려 2년만에 방문했지만 여전히 동일한 선생님들이 그대로 계셨고 감사하게도 저를 여전히 아시더라고요. 몇 번 뵌 적도 없는데 [ 어머, 땡땡이 이모님 아니세요? ] 라고 반갑게 웃어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 네! 저 땡땡이 이모예요~ ] 우리 조카의 이모라는 것이 이유도 없이 참 자랑스럽고 행복했어요. 

 

▲ 방문했던 때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이렇게 겨울 장식으로 가득했어요. 하나하나 직접 만든 진짜 식물이라 더 새롭고 예뻤어요. 

 

 

▲ 아이들의 동지축제 때 사용된다고 하는 거대한 마당 장식이에요. 동글동글한 이 모양이 어떻게 쓰일지 궁금했어요. 

 

 

▲ 둘째 조카녀석이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꼼지락 거리며 종이접기를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보라색은 제가 접어봤는데요. 동지 축제에 참석을 하니 이런 걸 만들라고 주시더라고요. 8가지 색상의 아주 작은 종이였는데 아이 1명에 한 세트씩 준비해주셨어요. 

 

 

▲ 짠, 이렇게 예쁜 별이 탄생했어요. 이 알록달록 예쁜 별이 어떻게 쓰일지 궁금해졌어요. 

 

 

▲ 정말 예쁜 별이죠? 종이의 재질이 참 궁금했었답니다. 빳빳한 일반 종이는 아니였어요. 

 

 

▲ 첫째 조카녀석이 유리창에 자신의 별을 자랑스럽게 붙이고 있습니다. 딱풀로 슥슥 발라서 붙였는데 이 별의 용도를 물어보니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이 별이 흡수해준다고 해요. 어떤 원리인지는 아마 이 종이의 재질 속에 답이 있겠죠? 하여튼 아이들에게 향할 해로운 자외선은 모두 이 별로 가버리길! 

 

 

▲ 다른 사람들도 하나씩 별을 붙이기 시작했어요. 어린이집 건물 안에도 여기저기 많은 장식들이 있었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자연에서 가져온 장식들이었어요. 커튼도 모두 순면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고요. 봉이 아닌 끈을 달아서 걸쳐놓은 커튼이 부실해 보이면서도 뭔가 따뜻해 보였어요.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거요. 

 

 

▲ 이건 이따가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리면 아이들이 직접 들고 다닐 등불이에요. 종이로 만들고 손잡이는 나무를 깎아서 만들었는데 안에는 초가 들어 있어서 불을 밝힐 수 있답니다. 이런 것도 모두 선생님들이 직접 만든다고 하는데요. 종이가 참 빳빳한게 신기해서 물어보니 여러 번 풀을 먹여서 가능하다고 했어요. 보기에도 참 예쁘고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에 플라스틱이 없도록 노력하는 이 곳의 정성이 보였어요. 

 

 

▲ 아직 종이별을 완성하지 못한 아이들이 엄마, 아빠 또는 삼촌과 열심히 별을 만들고 있네요. 여기 저기 보이는 아이들의 장난감들도 모두 순면으로 만들어졌거나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었어요. 

 

 

▲ 종이별을 다 만든 아이들과 부모들은 옆방으로 이동해서 간단한 간식을 먹었어요. 우리 둘째가 이모와 엄마를 위해서 깍두기를 열심히 담고 있습니다. 숟가락과 포크도 함께 가져오라고 시켰더니 아주 잘 해냈어요. 

 

 

▲ 조리 선생님이 가져다 주신 동지 팥죽입니다. 우리 둘째 땡땡이가 듬뿍 떠다준 깍두기와 함께 먹으니 더 맛있었어요. 

 

 

▲ 간단한 식사 후에는 모든 아이들이 작은 강당(교실)에서 모여서 선생님들이 준비하신 인형극을 봤습니다. 선생님들은 불이 꺼진 캄캄한 공간에서 아주 조용한 소리로 인형극을 진행했는데, 신기한 것은 우리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면서 말을 들어라고 할 때는 본 척도 하지 않던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다 죽어가는 작은 소리에도 집중을 하고 잘 따른다는 것이었어요. 비결이 뭘까요. 저희가 배워야 할 부분이겠죠.

 

 

 

 

 

 

 

인형극의 내용은 등불에 불이 꺼진 소녀가 캄캄한 밤길을 걸어 걸어 햇님에게 가서 불을 얻어 돌아오는 것이었어요. 해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만났던 불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해님에게 얻어온 불을 나눠주는 따뜻한 이야기였죠. 

 

 

▲ 인형극이 끝나자 모두 함께 밖으로 나갔습니다. 동글동글한 마당 장식 중앙에 원장 선생님이 서 계셨는데 아이들은 한 명씩 부모의 손을 잡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원장 선생님께로 나아갔어요.

 

동글동글한 장식을 지나 중앙으로 가니 원장 선생님께서 [ 올 한해 참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지내줘서 너무 고맙다. 새해에도 더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야 해 ]라는 내용의 덕담과 축복을 해주시며 등불에 불을 밝혀 주셨어요. 아이들이 뭘 알까요. 그저 불을 밝혀주는 모습이 참 예쁘고 신기했을 것 같아요. 뭔가.. 이 모든 것이 아까 봤던 인형극과 이어지는 것 같아서 더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 마당 한쪽에는 각종 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어요. 하나하나 참 예쁜 잔들이 놓여 있었고 장식도 준비된 모든 티세트도 참 예뻤어요.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이렇게 준비를 해주셨어요. 이런 날이 아니더라도 이 곳의 아이들은 종종 이렇게 예쁘게 차려놓고 티타임을 즐긴다고 해요. 아이들은 귀엽고 깜찍한 어린이용 그릇만 사용할 줄 알았는데, 색달랐어요. 

 

 

▲ 해가 떨어지자 더 추워지기 시작했는데 우리 둘째녀석이 차를 한 잔 하네요. 꽃 차를 즐기는 아이들이라니 참 예뻐요. 

 

 

▲ 캄캄해지자 모두 함께 어린이집 일대의 각 상가와 길거리를 돌기 시작했어요. 이 날 모든 부모들은 집에서 작은 사탕이나 카라멜, 초콜릿 등의 간식을 잔뜩 챙겨 왔었는데요. 그 용도는 아이들이 등불을 들고 다니며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작은 간식을 나눠주며 건강하시라고 말하는 것이었어요.

 

 

 

 

 

 

 

한 편으로는 [ 흠.. 애들이 이 맛있는걸 남에게 양보할 수 있을까? ] 싶었는데요. 하하, 생각보다 너무 잘 나눠주더라고요. 불이 켜진 상가마다 똑똑 뚜드리고 들어가 [ 할모니, 이거 드떼요. 건강하떼요 ]라고 혀 짧은 소리로 말하는데 얼마나 예쁘던지요. 어떤 분들은 아이들이 예쁘다며 용돈도 주시려고 했었는데 사양하며 돌아 나왔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배우는 거겠죠. 양보와 사랑과 축복을.. 이렇게 따뜻한 행사를 어린이집에서 한다는 것이 참 멋지게 느껴졌어요. 아이들에게 진짜 교육을 하는구나 싶었죠. 

 

 

▲ 동네를 한바퀴 돌아 파출소까지 들어가서 경찰 아저씨들에게도 사탕을 나눠준 우리 조카들이었어요. 모두 각자 등불을 들고 다시 어린이집 마당으로 모였습니다. 등불을 들고 둥글게 둥글게 선 다음 모든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서로를 축복했어요.

 

지난 1년간 우리 아이를 위해 함께 힘써준 모든 선생님들과 다른 학부모들에게 감사를 전했지요. 저희 언니도 고마운 게 참 많은지 이런저런 축복의 말, 감사의 말을 했어요.

 

 

▲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습니다. 밖에서 오래 있었더니 따뜻한 밥상이 더 맛있었던 것 같아요. 이 강추위에도 열심히 행사를 치뤄낸 조카들이 대견했어요. 언젠가 나도 내 아이가 생기면 이렇게 좋은 곳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죠. 

 

한국에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인 모습이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어린이집의 행사였어요. 애를 안키워봐서 한국의 모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이런 모습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따뜻한 기억을 갖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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