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방문한 한국, 고향의 기억

지난 12월 한국에 잠시 방문을 했었어요. 6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친정, 시댁, 언니 집에서 지내며 숙박비용을 아꼈답니다. 다행히도 친정과 시댁, 언니 집이 서로 멀지 않아서 이렇게 오고 가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오늘 친정에서 머물면 내일은 시댁에서 지냈죠.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라 매일 매일이 서로가 더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이 컸기에 어느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3군데를 골고루 다니면서 머물렀답니다. 사실 지내다보니 그래도 언니 집에서 가장 많이 머무른 거 같네요. 시간이 어찌나 짧은지요. 정말 눈 깜짝할 새에 한국에서의 6주가 다 지나가고 저희는 어느새 뉴질랜드에서 다시 10주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벌써 3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네요. 

 

한 살 먹을 때마다 세월의 속도가 빨라진다고들 하던데, 이렇게 빨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가네요. 정신없이 1월과 2월, 3월의 시간들을 뒤로하고 사진첩을 열어보니 한국에서 보냈던 12월과 1월, 그 춥고 시린 겨울이 참 그리웠습니다. 추웠음에도 참 따뜻하고 좋았던 순간으로 기억이 되네요. 오늘은 그 시간들을 조금 곱씹어 보려고 글을 씁니다. 

 

2년 만에 한국에 방문한 며느리와 아들에게 시어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밥상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갔을 때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시댁입니다. 터미널로 저희를 데리러 왔던 것은 기동성이 있는 언니네와 친정 엄마였어요.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서 눈물이 날만큼 좋았고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인 언니와 아빠처럼 나를 챙겨주는 형부는 누구보다 반가웠죠. 

 

[ 첫 날은 시댁으로 가는 게 맞아, 시댁으로 가서 어른들께 얼굴도 비추고 잠도 자고 그래야지. 엄마는 터미널에서 우리 막내 먼저 보잖아 ] 

 

뉴질랜드를 떠나기도 전에 엄마가 신신당부했던 말이에요. 사실 어쩌면 결혼한 부부에게 이런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잖아요. 신랑도 저도 동일하게 각자의 가족이 그립기 마련인데 누구 집에 먼저 가고, 누구 집에 늦게 가는 게 어쩌면 한쪽은 서운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엄마가 보고 싶은만큼 신랑도 신랑의 엄마가 보고 싶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서로의 입장을 따지며 다투기보다는 서로 먼저 서로의 집에 방문하자고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랑에게 참 고마웠고 엄마에게도 참 고마웠어요. 터미널에서 시댁으로 이동하는 30분의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친정 엄마와 많은 대화를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시댁에서 첫 날을 보내며 시부모님들과도 좋은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머니께서 밥상을 차려두셨더라고요. 며느리는 어머니께서 정성스레 만들어주신 소고깃국에 갖은 나물 반찬 곁들여서 아침식사를 참 맛있게 했습니다. 결혼 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멀리 타국으로 떠나간 제 입장에서는 어머니께 밥상 받는 것이 너무 죄송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많이 감사했습니다. 

 

친정엄마가 언니집에서 준비한 점심 밥상 

친정 엄마가 차려주는 따뜻한 밥상을 받았습니다. 이제 이 곳에는 더이상 저희의 보금자리가 없으니 어딜 가나 저희는 손님이었고 대접을 받았던 것 같아요. 멀리 타국에서 나름대로의 고생을 하며 살다가 온 막둥이들이라 그런지 어른들의 눈에는 저희가 더 많이 밟히고 안쓰러웠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엄마가 만들어주신 음식들은 어찌나 맛이 좋던지요. 그리웠던 친정엄마의 음식을 먹으니 마음이 녹아드는 것 같았어요. 따뜻하고 뭉클하고 짠한 마음이 가득했죠. 

 

뉴질랜드에 살면서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 중 하나가 바로 국밥입니다. 돼지국밥, 내장국밥, 순대국밥 모두 먹고 싶었어요. 새우젓과 부추를 썰어 넣은 푸짐한 국밥에 깍두기, 고추, 마늘, 김치 등을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지요. 치치에 이런 국밥 파는 가게가 딱 하나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먹고 싶었던 국밥은 3가지인데 3그릇을 모두 먹을 수는 없으니 모듬국밥을 주문했습니다. 내장, 돼지고기, 순대가 골고루 들어간 국밥은 제 입맛에 안성맞춤이었어요. 따뜻하고 고소한 국물에 밥 말아서 함께 먹으니 얼마나 맛이 좋던지요. 꿀맛도 이런 꿀맛이 없었답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100그릇도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먹고 오질 못했어요. 5번도 채 먹지 못했던 국밥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마음에 밟히네요. 아, 또 먹고 싶어요. 

 

한국 치킨도 정말 그리웠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3마리 치킨도 판매하더군요. 이렇게 신박할 수가 있나요. 뭘 시켜먹을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참 좋았습니다. 치치에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 치킨 전문점이 하나 있긴 합니다만 사실 진짜 한국 치킨 맛은 안나거든요.

 

 

 

 

 

 

따라한 느낌만 나도 반갑다고 먹는 현실이지만, 먹을 때마다 [ 아, 이 맛이 아닌데...] 라는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한국에서 치킨 장사하시던 분이 누가 오셔서 치킨집 차리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한국에서 먹는 치킨은 그래도 비교적 저렴해서 좋았어요.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치킨은 거의 5마리 정도 먹은 것 같아요. 

 

언니와 함께 추억의 카페도 갔습니다. 제가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가게의 첫 오픈 준비부터 메뉴 레시피까지 모두 직접 만들었던 카페인데요. 한국에서 지냈던 시절 제 장사를 접고 2년 정도 이 곳에서 매니저로 근무했었어요. 언니와 함께 오랜만에 방문했었는데 시간이 멈춘 듯 여전한 이 곳이 참 반갑기도 하면서 어색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언니와 함께 먹는 커피는 정말 너무 좋았어요. 무엇보다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참 맛있었던 것 같네요. 역시 언니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죠. 

 

친정 엄마의 특제 수제비입니다. 함바집을 오래 하셨던 엄마는 어떤 음식이든, 얼마나 많은 양이든 뚝딱뚝딱 잘 만들어 내시는 마술사 같은 분이에요. 엄마의 음식 중에 제가 참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수제비입니다.

 

엄마만의 레시피로 반죽을 하고 숙성을 시켜서 이렇게 휘리릭 수제비를 떠주셨어요. 엄마의 수제비 뜨는 실력은 언제 봐도 참 신기했었는데 재빠르게 반죽을 날리되 아주 얇게 만들어내는 것이 늘 감탄사를 자아냈던 것 같아요. 저는 늘 손에 쩍쩍 들러붙어서 잘 안되던데 말이죠. 이렇게 많이 끓였지만 순식간에 다 먹었습니다. 

 

신랑과 함께 눈길도 걸었습니다. 밤은 어둡고 배는 부른데 잠은 오지 않아서 따뜻하게 입고 동네를 어슬렁 거렸어요.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밟히는 눈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았는지 몰라요. 뉴질랜드에서는 이렇게 내린 눈을 만날 일이 없었거든요. 제가 살고 있는 치치는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없는 곳이라서요. 

 

눈이 많이 녹아서 눈 쌓인 곳만 찾아다니면서 걸었던 것 같네요. 꽁꽁 얼어서 미끄러운 곳도 있었는데 신랑이 잘 잡아줘서 탈없이 잘 돌아다녔습니다. 캄캄한 밤거리를 걸으니 나름대로 낭만도 있었는데요. 볼이 터질듯 스치는 매서운 바람에 금세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와, 한국의 겨울은 정말 춥네요. 더 추워진 것 같았어요. 

 

이미 배가 터질듯 불렀지만, 야식을 준비했습니다.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냉동 똥집을 발견했거든요. 매운 양념을 만들어서 야채를 듬뿍 넣어서 볶았죠. 사실 한국에서 지냈던 6주 동안 거의 하루에 4끼를 먹었던 것 같아요. 아침, 점심, 저녁, 야식을 언제나 쉬지 않고 먹었었는데요. 아무래도 [ 이제 며칠 뒤면 떠나는데.. 언니와(가족들과) 야식 먹는 시간도 이제 못 가질 텐데...]라는 아쉬움이 매일 있다 보니 매일매일 더 열심히 야식을 먹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는 아주 포동포동하게 살이 쪘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보통 아침은 커피에 토스트나 시리얼, 점심은 사과나 바나나, 저녁은 맛있게 먹는 편이었는데, 한국에 와서 저희 패턴에 안 맞게 아침부터 한식 밥상으로 시작해서 야식까지 푸짐하게 달리니 저희 몸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힛, 그래도 즐겁고 좋았어요. 

 

친정엄마, 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시어머니, 시아버지, 신랑과 찍은 크리스마스 느낌 사진

이런 어플이 있길래 이런 사진도 찍어봤습니다. 사실 이런 어플이 있다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직접 써본적은 없었거든요. 처음 써보는 저도 신나고 어른들도 모두 이런 건 처음이라 재밌어하셨어요. 무엇보다 뽀샤시하게 사진이 나오니까 더 기분이 좋더군요. 한국에서 가족들과 보냈던 시간들에 대해서 조금 더 나누려고 합니다. 일기처럼 적어 내려가는 글을 통해 저 또한 위로가 되고 또 그 때를 되새기니 더 좋은 것 같아요. 모두가 보고싶은 오늘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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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2019.04.01 17:50

    비밀댓글입니다

    • 2019.04.03 20:31 신고

      삶을 전진할 힘을 얻긴 했는데....!! 한국에 있는 동안 살을 너무 많이 얻었습니다 ㅜㅜ 안떨어져나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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