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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작지만 확실한 기쁨을 누리는 텃밭 가꾸기

by Joy_Tanyo_Kim 2019.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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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병원에 갔었어요. 수술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술 전의 체력과 건강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혹시라도 다시 아프면 안되니까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 갔었어요. 뉴질랜드에서 머무는 동안은 병원비가 터무니없이 비싸고 접근도 한국처럼 쉬운건 아니니까요. 


[ 선생님, 저 가끔씩 허리가 너무 아파요. 혹시 수술한 곳이 탈난건 아닐까요? ]

[ 주로 뭐하고 나면 아파요? ]

[ 평소에는 괜찮은데 차를 오래 타거나, 가드닝을 하고 나면 적어도 하루 이상 몸져누워요. ] 

[ 에헤이, 그건 건강한 사람들도 하고 나면 아파요~ 안아프고 싶으면 풀도 뽑지 말고 차도 오래 타면 안되요 ] 

[ 하지만 뉴질랜드 집은 가드닝은 선택지가 없고 땅도 워낙 커서 이동하려면 차 오래 타는건 기본인데.. ] 

[ 그러면 차 탈 때는 무조건 등 받침대랑 발판 놓고 자세 교정하고! 풀 뽑아야할 때는 허리 꼿꼿이 세우고 하세요. 왠만하면 하지말고~ 그래야 재발 안합니다! ] 


그렇게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한국에 온 김에 수술했던 병원에서 MRI까지 찍을줄 알고 그 날 입원 준비까지 해서 갔었거든요. 10년이라는 세월동안 꾸준하게 뵈었던 선생님이라 제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시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엑스레이 한장 안 찍고 10분만에 진료가 끝날줄은 몰랐어요. 하여튼 여전히 건강한 상태라는 말씀에 마음에 안심을 얻고 돌아갔었지요.




그렇게 한국에서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온 지금 저는 여전히 가드닝도 하고 차도 오래 타는 것 같습니다. 이사온 새 집은 가든은 이전 집에 비해 훨씬 넓지만 잔디밭이 대부분이라 사실 풀 뽑을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야채 값이 비싼 탓에 제가 또 몇가지를 심어버려서 그거 관리한다고 가끔 쪼그리게 되네요. 


[ 올해는 12월에 한국 다녀오느라 농사 시기도 놓쳤고(뉴질랜드의 본격적인 여름은 12월이 시작입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이번에는 다 사먹어야겠다! ] 



분명히 이렇게 맹세를 했었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몇가지를 심어서 이렇게 키우고 있더라고요 ^^;; 야채값이 세이브 되는 것도 확실한 이유지만 사실 이렇게 작고 소소한 것들이 생각보다 큰 기쁨을 주기도 하더라고요. 




▲ 한국 호박은 심지 못했지만, 쥬키니라도 심어봤습니다. 모종보다 씨앗이 확실히 싸다보니 씨앗을 심어서 키웠습니다. 여름이 곧 지나갈 것이라 과연 열매를 따 먹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인 많이 되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심었답니다. 




▲ 걱정과 달리 생각보다 주키니가 잘 자라줬습니다. 순식간에 자란 쥬키니 잎을 보면서 참 신기했었던 것 같아요. 호박 씨앗을 심어서 이렇게 열매를 얻은 것은 처음이라 만족감과 기쁨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조롱조롱 쥬키니가 한 번에 굉장히 많이 열렸답니다. 




▲ 볶아 먹으려고 크기를 조금 키우고 있는 쥬키니에요. 오늘 저녁에는 이거 따서 밥상에 올리려고 합니다. 처음 쥬키니 호박을 심을 때 열심히 줄을 달았습니다. 작년에는 애호박처럼 이 놈도 당연히 줄을 타고 위로 올라가며 클 것이라 생각했었죠. 열심히 줄을 다 달고 한참이 지나서야 엄마를 통해 쥬키니는 땅바닥에서 조롱조롱 열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쥬키니도 똑같은 호박이니 잎사귀를 쪄서 먹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쥬키니는 잎이 거칠어서 삶아서 먹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 많이 배웠습니다. 




▲ 어쩌다가 배추 모종을 조금 얻었습니다. 이제 모종이 조금 컸으니 큰 화분으로 옮겨야할 것 같아요. 올 겨울에는 이 놈들 잘 키워서 김치 담가 먹어야겠습니다. 잘 크라고 줄 건 없고 그저 쌀뜨물만 열심히 부어주고 있답니다. 




▲ 여름은 지나갔지만 아직은 전반적으로 햇살이 따뜻합니다. 상추를 조금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심었습니다.




▲ 고추 꽃이 피자 곧이어 고추가 맺혔습니다. 열심히 물을 주고 정성을 주니 고추가 쑥쑥 커서 요리에 몇 번 넣어 먹었던 것 같네요. 뉴질랜드의 늦봄인 11월 말에 작은 고추 모종을 심어 놓고 12월 초에 제가 한국으로 갔었지요. 비가 오지 않는 뉴질랜드의 뜨거운 여름에 물주는 이 없는 빈집에서 이 놈들이 안죽고 살아 있었던게 아주 용했지요. 




▲ 남의 집에 가보니 그 집 고추나무들은 1미터가 넘는 장신으로 굉장히 튼튼하게 자라서 고추가 어찌나 풍성하게 많이 열렸던지요. 저희 집 고추나무들은 제가 한 달을 방치했더니 아이들이 죽지는 않았지만, 크지를 못했어요. 



고추 하나 열리지 못했던 이 놈들도 물을 꾸준하게 주고 정성을 다하니 느즈막에 이렇게 열매를 많이 맺고 있습니다. 청양고추가 아주 맛이 좋았어요. 




▲ 레몬 나무가 워낙 작고 약해서 열매가 클 새도 없이 떨어지고 떨어졌는데요. 이번에 열린 레몬은 꽤 오래 가고 있습니다. 크기도 조금씩 커가는게 보이고요. 잘 크고 노랗게 잘 익어서 꼭 이번에는 레몬을 수확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 사실 토마토도 자랄 때 가지를 잘 잡아주고 가지치기도 해줘야한다는데, 한달 이상 집을 비우며 방치했더니 이리저리 엉망이 되어 바닥을 기고 있었답니다. 늦었지만 그래도 타이로 여기저기 묶어주며 위로 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어요. 토마토도 올망졸망하게 어찌나 많이 열리는지요. 토마토 씨앗 봉투에 적혀 있었던 '머니 메이커'가 빈 말은 아니었습니다. 




▲ 3일에 한 번은 이 정도 양의 토마토를 수확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 가을이 오면 끝물이라 이 재미도 곧 끝나겠지요. 토마토를 다시 사먹을 생각을 하니 아주 많이 아쉽습니다. 




▲ 딸기도 많이 달리고 있습니다. 허나 대부분의 딸기는 딱 맛있을 때쯤 새들에게 뺏기는 것 같아요. 하루 이틀 뒤면 먹을 수 있겠다 싶어서 나가보면 어느새 새들이 다 쪼아 먹고 없더라고요. 가끔 새보다 먼저 딸기를 획득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먹어보면 정말 꿀맛입니다. 판매하는 딸기보다 훨씬 달고 맛있는 것 같아요. 


뉴질랜드의 딸기는 전반적으로 너무 새콤한 맛만 강해서 맛이 없는 편입니다. 농사하는 분들에게 [ 딸기 키울 때 설탕 물을 좀 부어 주세요~ ] 라고 말하고 싶을만큼!?




▲ 깻잎도 고추, 토마토와 마찬가지로 한국으로 떠나기 전 바쁘게 심었던 작물이에요. 출국 일주일 전에 이사를 했으니 출국 앞두고 이삿짐 정리하랴, 농작물 정리하랴 정신이 정말 없었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그냥 깻잎 모종 다 버릴까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아까운 마음에 캄캄한 밤에 대충대충 심어뒀던 깻잎들이 이렇게 잘 자랄줄 몰랐죠. 덕분에 너무 맛있게 올해도 잘 먹었습니다. 




▲ 종종 따서 깻잎 김치도 만들고 장아찌도 만들고 쌈도 싸먹고 찌개에도 넣었던 것 같네요. 깻잎은 키울 때 손도 안가고 알아서 잘 크는 맛있는 작물인 것 같아요. 




▲ 머위도 키우고 있습니다. 요 놈들은 워낙 옆으로 잘 퍼진다고 해서 바스켓에 가둬버렸어요. 물론 이번 집에는 심을 곳도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 엄마나 할머니가 머구라고 불렀던 기억도 나네요. 이 놈들은 쌈 싸먹을 때도 좋고 삶아도 좋고 나물 무치거나 장아찌를 만들어도 맛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소개할 작물은 파에요. 왼쪽 작은 바스켓에 심겨진 파는 씨를 뿌려서 쭉 키운 파고 오른쪽 큰 바스켓에 심겨진 파는 마트에 판매하는 파를 사서 뿌리를 잘라서 심었던 것들이에요. 이렇게 저렇게 모으고 모으니 파가 이렇게 많아졌습니다. 이제 필요할 때마다 잘라 먹으니 파가 부족할 날이 없는 것 같네요. 



적고보니 생각보다 작물의 종류가 많은 것 같은데요. 하지만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별로 없습니다. 내년에는 근대, 시금치, 청경채, 오이, 애호박 등 더 많이 심어보려고 해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땅에 작물을 심지는 않을 것 같아요. 바스켓에 심을 경우 잡초를 뽑을 일이 없어서 솔직히 굉장히 수월하거든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건 제 건강이니까요. 


한국도 이제 봄이 오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밭을 갈고 거름을 뿌리고 씨앗을 심었거나 심으려고 준비하고 계시겠네요. 여긴 이제 농사를 마무리하는 계절이 오고 있는데 말이죠. 서로 거꾸로 가는 계절을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 새롭게 느껴집니다. 텃밭이 없더라도 베란다에서 화분이나 큰 통을 이용해서 소확행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요. 올 봄에는 여러분들도 살림에 필요한 몇가지 필수 채소를 키워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손도 많이 가고 약간 귀찮을 수도 있지만, 작고 확실한 기쁨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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