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기억은 먹고 또 먹고 먹은 기억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사실 대부분의 시간은 언니와 보냈답니다. 내겐 가장 소중한 친구, 하나뿐인 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그리웠거든요. 뉴질랜드에서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지만 30살이 넘어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관계는 사실 그리 깊지 않잖아요. 누가 얼마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할까요. 언니만큼 나를 알고 나를 아끼는 친구는 없죠. 물론 다른 가족들도 모두 그렇지만 그래도 자매라서 그런지 언니가 참 좋고 그리웠답니다.
이젠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언니는 참 바쁜 사람입니다. 아이들도 돌봐야 하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새롭게 시작한 대학 공부를 해야 하는 대학생으로서 언니는 참 바쁘게 살아갑니다. 그런 언니에게 제 방문은 어쩌면 사실 굉장히 고단한 일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저와 길고 짧은 시간을 보내준 언니에게 참 고마움뿐이에요. 우와, 추억을 곱씹으니.. 또 참 그리운 가족입니다. 보고 싶네요.
▲ 언니와 함께 점심으로 시켜먹은 도미노 피자에요. 뉴질랜드에도 도미노는 동일하게 있지만 메뉴는 아주 많이 다르답니다. 아마 한국 도미노처럼 토핑이 올라가는 곳은 전 세계에 하나도 없을 거예요.
뉴질랜드에서 먹는 피자는 토마토 맛이 다인데 한국에는 별에별 메뉴가 다 있잖아요. 와, 진짜 그리웠어요. 한데 가격은 정말 비싸긴 하네요 ^^;; 한 판에 3만 원 정도 하는 이 가격은 참 적응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재료의 차이겠죠.
▲ 언니와 간식으로 먹었던 어묵탕이에요. 언니와 제가 20대 초중반일 때 둘이서 살았던 적이 있어요. 그 때 야식으로 둘이서 이 어묵탕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몰라요. 밤만 되면 야식으로 한 냄비를 끓여서 그렇게 많이 먹었었답니다. 특히 저 다시마 듬뿍 넣어서요.
언니도 저도 어묵탕의 어묵보다 다시마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잘 익은 다시마를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요. 신랑과 입맛이 맞았으면 아마 매일 밤 이걸 먹었을 거예요. 오래간만에 언니와 함께 이렇게 먹으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먹은 야식으로 굽네치킨 고추바사삭을 먹었어요. 한국에 가면 꼭 먹겠다고 생각했던 음식 중 하나인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이었어요. 구운 달걀도 맛있었고 어른들과 함께한 시간도 즐거웠어요.
▲ 귤에 장난을 좀 쳐서 아버님께 드렸어요. 아버님이 [ 우리 새아기, 귤 먹어라~ ] 그러시면서 하나 주시길래 제가 볼펜으로 슥슥 장날을 쳐서 다시 드렸지요. [ 아버님~ 이거 보세요! 짠~ ] 했더니 아버님이 [ 이건 안 먹고 보관해야겠다! ] 그러시면서 선반에 얹어두셨답니다. 아마 나중에라도 드셨을 것이라 생각되네요 ^^
▲ 이튿날 시부모님과 함께 만복이 쭈꾸미전문점에 가서 점심을 먹었어요. 매콤한 쭈꾸미에 밥을 슥슥 비벼서 먹었더니 꿀맛이었답니다. 예전에는 이 메뉴를 참 자주 먹었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이런 걸 먹는 게 참 어려워요. 판매하는 곳도 없고 간혹 냉동 주꾸미가 한국 마트에 수입되지만 맛이 다른 것 같아요.
▲ 친정에 갔다가 외출을 하려고 나서니 2층으로 가는 계단에 눈이 소복하게 쌓였더라고요.
▲ 눈이 내리는 것도 2년만에 봤지만 이렇게 함박눈이 내리는 것은 더 오랜만이라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뽀득뽀득 소리도 좋았고요.
▲ 절인 배추 헹구는 것을 신랑이 돕고 있어요. 이 날 함박눈이 내렸지만 저희는 굉장히 바빴답니다. 엄마 친구분께서 배추 농사를 지으시는데 아직까지 밭에 팔리지 않은 배추가 많다고 하셨어요. 엄마는 친구의 어려움을 그냥 넘기지 못하셨고 친구분 밭에 남아 있던 많은 배추를 구입하셨어요. 그리고 저희는 김장을 했답니다. 사실 김장은 진작에 하셨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두 번째 김장을 하게 된 거죠.
그러고 보니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가 아주 추운 12월이었는데 그 때 저희도 배추 농사를 지었었어요. 아빠 장례를 치르다 보니 배추 밭에 가득한 배추를 제때 처분하지를 못했죠. 그래서 그때 아주 많은 양의 배추를 갈아엎었던 기억이 나요. 주위 사람들에게 가져가라고 말하기도 했었지만 워낙 양도 많았고 눈을 잔뜩 맞아 배추가 얼었었거든요. 아마 밭에 가득한 배추를 보면 엄마도 그때 갈아엎었던 배추와 아빠가 생각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빠가 온 정성을 다해서 키웠던 배추였으니까요.
▲ 신문지를 꼼꼼하게 깔고 숙성시킨 양념과 배추, 무도 채썰어서 준비했어요. 엄마와 언니, 저희 부부가 둘러 앉아 열심히 김장을 했지요.
▲ 4명이 손을 모으니 김장이 빨리 끝났어요. 엄마 김치통, 언니 김치통, 오빠네 김치통 모두 모아서 김치를 가득 넣었습니다. 저도 한 통 들고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쩌겠어요 ^^;; 뉴질랜드 가면 제 김치는 제가 담아야죠. 에휴, 엄마 김치가 참 좋은데 말이죠.
▲ 그 와중에 책장에서 오빠의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했어요. 아마 오빠가 초등학생 때 썼던 일기 같아요. 순대에 얽힌 이야기인데 제가 할머니에게 혼나는 것을 보면서 참 재미있었다고 적어놓은 오빠를 보니 참... 어이가 없었답니다 ^^;;
▲ 엄마가 준비한 수육에 김장김치를 함께 먹으니 제대로 꿀맛이었어요. 역시 겨울에는 김장, 김장에는 수육이죠.
▲ 오후에는 근처 카페에 가서 제가 카페 운영할 적 단골이었던 언니를 만나서 같이 커피 한 잔 했어요. 오랜만에 만나니 얼마나 좋던지요.
▲ 한국에 지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바로 미세먼지예요. 분명 한 낮이었고 날씨도 굉장히 좋았던 날인데 미세먼지가 너무 심각해서 도저히 좋은 날씨의 낮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뉴질랜드의 하늘만 보다가 이 곳의 하늘을 경험하니 마음이 참 아팠어요.
제가 누리고 있는 환경이 감사하면서 동시에 이런 환경에서 엄마와 언니, 오빠와 모든 가족들이 살고 있다는 거잖아요. 아직 어린 조카에게 기관지 질환이 생겼다는 것도 가슴 아팠고 아주 잠시 동안 밖을 걷기만 해도 목이 따가워지는 현실이 참 씁쓸했어요.
▲ 밤늦게는 야식을 먹으로 반야월 막창에 갔습니다. 이야, 이렇게 숯불에 고기를 굽는 게 얼마만인지요. 붉게 물든 숯이 참 예쁘게 느껴졌어요. 참 오랜만에 방문했지만 이 곳의 분위기는 여전하더라고요.
▲ 마음 맞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 맛있는 야식 이보다 좋은 건 없죠. 치치에 이런 가게 하나만 있으면 좋겠네요.
▲ 언니를 위해 만든 스팸 아보카도 마요예요.아직은 아보카도가 어색한 언니와 조카들에게 아보카도의 부드러운 맛을 전해주고 싶었지만, 다들 그렇게 맛있어하지는 않더라고요 ^^;;
▲ 서류를 떼기 위해 잠시 들렀던 동사무소에서 '나의 영웅, 소방관'이라는 책을 발견했어요. 오빠가 소방관인 제게는 이런 것들이 늘 눈에 띄는 것 같아요. 언제나 물속으로, 불 속으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드는 오빠를 생각하며 기도한답니다. 물이 오빠를 침몰시키지 않도록, 불이 오빠의 털끝도 사르지 않도록 지켜달라고.
흰머리가 이제 검은 머리보다 더 많아지신 엄마를 볼 때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엄마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는데, 엄마의 늙어가는 순간순간에 내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엄마의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어요. 그런 마음이 들 때면 늘 다짐을 해요. [ 어서 정착해서 신분을 확실하게 만들어서 엄마를 모시고 와야지 ]
▲ 친정 식구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어요. 다 같이 차를 타고 구룡포 대게 맛집으로 가서 대게도 먹고 대게라면도 먹고 회도 먹었죠. 게딱지에 밥 비벼 먹는 게 얼마만인지요. 맛도 맛이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참 즐거웠어요. 해산물은 먹는 것도 냄새를 맡는 것도 힘들어하는 신랑은 친구들 모임으로 피신을 보냈었어요 ^^
▲ 집으로 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서 모두 함께 커피도 마시고 간식도 먹었어요. 예전에는 엄마, 언니, 오빠, 저뿐이었는데 이제는 각자 짝을 이루고 아이들도 생겨서 아주 많아졌어요. 저희도 아이가 생긴다면 얼마 뒤에는 더 시끌시끌 대가족이 되겠죠? 하늘에서 아빠가 이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뿌듯해하실지, 기대가 되네요.
▲ 구룡포 대게 맛집에서 구입해온 과메기예요.제가 과메기를 참 좋아하거든요. 뉴질랜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과메기를 정말 배부르게 먹었답니다. 물미역, 김, 청양고추, 마늘, 쪽파, 배추, 초장 모두 듬뿍 넣어서 쌈 싸 먹으니 제대로 꿀맛입니다. 두 번은 먹고 싶었는데 딱 1번 먹고 돌아온 게 너무 아쉬워요. 다음에 한국 가면 3번은 먹어야지 다짐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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