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8 April It's cool and warm day! 오늘은 저희집 홈스테이 M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에요. 1월 말부터 오늘까지 무려 3개월을 함께 먹고 잤는데 이렇게 떠난다니 아쉬움이 많이 큰 것 같아요. 그저 돈을 내고 내 집에 숙박하는 객으로 대하기 보다는 가족처럼 생각하고 가족처럼 챙겼더니 짠한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저에게 M은 문법을 쉽게 가르쳐주곤했죠. 함께 생활하며 정말 편하게 지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언제 저런 엘리트를 만나보겠나 싶기도 해요. 우스갯소리로 [ M, 내가 언제 너같은 명문대생 한번 만나 보겠냐? 반갑다 엘리트! ] 라는 대화를 하기도 했었죠. M은 한국의 명문대인 K대학을 졸업하고 영어의 필요성 때문에 이곳에 왔는데 이제 돌아가면 오랜 기간동안 연구실에서 교수님을 도와가며 연구를 해야한다고 했어요. 이제 가면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알수는 없지만 그녀는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하네요. 물론 한국에서 본인의 맡은 자리의 책임이 커질수록 그 소망이 꿈으로 간직될 가능성이 커지겠지요. 여튼, 오늘은 M을 위해 마지막 식사를 준비했답니다.
↗ 저녁식사를 마치고 몰래 준비했던 작은 머핀과 숫자 '1' 모양의 초입니다. 오늘은 M이 떠나는 날이지만 한 편으로는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입문하는 첫 걸음이 되는 날일테니까요. 첫걸음을 내딛는 M의 삶을 응원하며 준비한 기념초 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M의 한국생활이 멋지길 바라며!
↗ 오늘 아침에 준비했던 런치박스 '가츠동'입니다. 사실 얼마전에 M에게 [ M, 먹고 싶은거 없어? 먹고 싶은거 있으면 말해. 만들어 줄게 ] 라고 했었는데 M이 [ 언니, 저 가츠동 먹고 싶어요 ] 라고 말을 했었습니다. [ 알겠어 ] 라고 대답해놓고 깜빡했었지 뭡니까. 그래서 마지막 가는 날인데 마음에 자꾸 걸려서 점심으로 준비를 했지요. 아침부터 4인분의 가츠동을 준비하는 것은 굉장히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마음 먹고 만드니 어떻게 가능했었답니다.
↗ M이 먹고 싶다고 했던 소고기 가지볶음 입니다. 간다고 하니까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이 안쓰이는 것이 없었답니다. 그저 더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요. [ M, 마지막 날 저녁에 먹고 싶은 음식이 뭐야? ] 라고 물었더니 [ 언니 해주는거 다 괜찮아요! ] 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래도 집요하게 계속 물었더니 [ 언니, 저 언니가 해주셨던 가지볶음 먹고 싶어요 ]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간만에 가지를 구입해서 가지볶음을 만들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가지가 귀해지니 가격이 올라서 작은거 하나에 $5(대략 한화 4천원)에 팔더군요. 평소 같으면 비싸서 쳐다도 보지 않았을 가격인데 M이 먹고 싶다고 하니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M이 떠나는게 내심 많이 서운했나봅니다.
↗ 완성된 소고기 가지볶음입니다. 파, 마늘, 양파, 가지, 소고기, 매운고추가 들어갔답니다. 한국에 살 때 가지 특유의 맛과 냄새가 싫어서 가지를 먹지 못했었는데 간장으로 간을 맞춘 소고기 가지볶음을 여기서 처음 먹어보고 가지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 나름 뿌듯했습니다. 뭔가 한 사람의 식습관을 바꾼것만 같은 굉장한 기쁨이 솟구쳤지요. 오늘 메인요리가 파스타라서 그닥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M을 위해서 준비했답니다.
클릭 → 가지볶음 만드는법
↗ 그리고 오늘 저녁의 메인요리인 로제파스타를 만들었어요. 이 것도 M이 좋아하는 요리에요. 사실 뭐든 잘 먹던 친구라 뭘 만들어줘야할지 굉장히 고민을 했었는데 신랑이 [ 어차피 한국 가면 한국요리 질리게 먹을거니까 다른거 하는게 어때? ] 라고 말하길래 고른게 이거에요. 그래도 파스타 중에 가장 좋아하는 파스타가 로제라고 해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지요. 기분 좋은 김에 덩어리 체다치즈 꺼내서 크게 잘라 듬뿍 넣었답니다.
↗ 저 큰 접시를 놓을 자리가 부족해서 여기저기 예쁘지 않게 얹혀있네요. 조금 지저분하지만 요리할 때 제 주방은 이런 모습이랍니다^^;; 신랑도 홈스테이 친구들도 워낙 잘 먹는 편이라서 오늘도 파스타 면은 넉넉하게 삶았어요.
↗ 평소같으면 귀찮아서 얹지 않았을 프라이에그에요. M이 먹는 마지막 식사라는 생각에 귀찮다는 생각은 할 틈도 없었지요. [ 노른자가 터지면 M이 좋아하지 않을거야 ] 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구웠어요.
↗ 면 위에 로제 소스를 듬뿍 올려주고 프라이에그를 올린 뒤 체다치즈를 조금 더 올려줬고요. 마지막은 파슬리 가루를 솔솔 뿌려서 마무리 했어요. 로제는 크림파스타처럼 느끼하지도 않으면서 토마토 파스타처럼 강하지도 않아요. 딱 적당한 부드러움과 고소함, 상큼함을 가지고 있어서 저도 굉장히 좋아한답니다. 크림파스타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느끼한 맛의 음식을 잘 먹지 못해서 피클없이는 먹지를 못하는 편이지요. 그렇지만 로제는 괜찮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맛있게 잘 먹을 수 있답니다. 마지막 식사도 남김없이 맛있게 잘 먹어준 M입니다.
↗ 저녁식사를 마치니 1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았었어요. 송별기념을 했던 빵을 잘라서 함께 나눠서 먹으며 못다한 이야기들을 했지요. 중국인 홈스테이 친구가 있어서 영어를 사용했어야 했기때문에 속 깊은 이야기는 많이 하지 못했어요. 저의 영어 실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지요. 그래도 마음은 충분히 전한 것 같아요.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저희 모두 함께 공항으로 갔답니다. M과 함께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부쳤지요. 짐이 워낙 무거워서 약간 아슬했지만 딱 맞게 잘 통과했고 M은 한국으로 떠났답니다. 보내는 입장에서 참 아쉬움이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후회들이 밀려왔었지요. [ 조금 더 잘해줄걸, 조금 더.. ] 라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어요. 어쨌든 이미 떠났기에 되돌릴 수는 없지만 다음 홈스테이에게는 더 잘해야지 라고 마음 먹었지요.
↗ 저희집 게시판에 M이 남기고 간 메세지입니다. 뭔게 저 좋은말만 적어둔 것 같아서 이리 찍어 올리는 것이 약간은 민망하지만 그래도 자랑하고 싶어서 올렸습니다. 한국으로 가는 길이 20시간이 걸린다고 하는데 아무쪼록 잘 도착하기를 바랍니다. 지금 쯤 비행기는 하늘 위를 날고 있겠네요. 아마 시간상 비행기에서 준비한 저녁식사를 먹고 있을 것 같습니다^^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한 M의 다짐이 지켜지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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