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밤 배달을 다녀가니 가을이 조금 더 실감이 났다. 매번 꾸준하게 호두나 밤, 야채, 과일 등을 보내주는데 올해 밤은 유독 알도 굵고 상한 곳도 벌레도 없었다.
▲ 타뇨의 뉴질랜드 이야기, 유투브 영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먹던 크기의 밤은 오랜만이다. 어쩌다 한 번씩 직접 밤나무 아래를 서성이며 밤을 줍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큰 밤을 주워본 적은 없었다. 이 정도 크기라면 까는 맛이 날 것 같다. 그나저나 양이 상당하다. 끼리끼리 만나는 것인가. 나도 손이 큰 편인데 친구도 손이 굉장히 크다. 매번 넉넉한 인심을 담아 보내는데 덕분에 내 주위 사람들도 함께 덕을 보고 있다. 수확물의 양이 많을 때는 함께 나눠 먹는 즐거움도 크다. 갓 딴 밤을 햇볕에 말리려고 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뭐하노? 그기 뭐꼬?'
'엄마~ 이거 밤이다. 받았는데 양이 많아서 나눠 먹을까 싶다.'
'뭐 많다고 나누노. 냉동실에 싹 다 얼려서 먹으면 많지도 않다. 1년 내내 먹겠구만...'
'냉동실에 자리가 어딨노. 카고 우리집에는 밤 좋아하는 다람쥐 없어서 안된다. 이래 많은데 누가 다 먹노~'
엄마는 알도 실하고 상품성 좋아 보이는 햇밤이 꽤나 아까웠던 모양이다. 냉동실에 얼려두고 1년 내내 먹으라고 말씀하셨지만, 아쉽게도 우리 집 냉동실은 여유가 없다. 잘 말려서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그래도 좀 더 오래갈 것 같아서 이틀 째 열심히 말리고 있다.
밤 까는 게 매번 일이라 나는 에어 프라이어에 돌린다. 에어 프라이어에 돌리면 군밤처럼 조리가 되는데 간식으로 먹기 좋다. 먼저 밤은 물에 30분 이상 담가 불리는 게 좋다.
밤 꼭지 부분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냈다. 이렇게 칼집을 내면 껍질 벗겨내기가 쉽다. 칼집은 칼로 내도 되지만 그 방법이 어렵다면 주방 가위를 사용해도 된다. 물에 불린 밤 껍데기는 말랑해서 가위로도 쉽게 칼집을 낼 수 있다.
에어 프라이어에 가득하게 넣어준 다음 180도에 25분간 돌렸다. 조금 더 촉촉한 군밤을 원한다면 에어프라이어 아래쪽에 물을 조금 부으면 된다.
짜잔, 180도에 25분 돌려서 완성된 군밤이다. 속껍질까지 쏙쏙 잘 벗겨져서 밤 주름이 다 보인다. 쫄깃하고 달콤했다. 이렇게 만들어두니 하룻밤 사이에 군밤이 사라졌다. 우리 집에는 다람쥐가 없는 줄 알았는데, 다람쥐가 무려 3마리였다. 나, 신랑, 플메까지.
그래도 잘 먹으니 좋았다. 이튿날 한번 더 에어프라이어에 밤을 돌렸다. 이번에는 조금 더 쉽게 까지라고 밤 아래쪽에 길게 칼집을 넣었다. 이렇게 칼집을 넣으면 밤 껍데기가 한 번에 쏙쏙 까진다고 했다.
이렇게 완성된 군밤이다. 확실히 아래쪽에 길게 칼집을 낸 밤이 손질이 더 쉬웠다. 밤 속껍질 까는 게 매번 약간의 스트레스였는데, 이렇게 만드니 쏙쏙 잘 까졌다.
또 1통을 완성되었구먼. 이제 우리 집 다람쥐들이 퇴근하길 기다려야지. 오늘 또 한통을 다 비우면 내일 한번 더 작업을 해야겠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시내에서 '약단밤'이라는 것을 팔아본 적이 있다. 알바 사이트를 통해 일을 구했었는데 그때 밤을 많이 구워봤었다. 물론 그때 특별한 기술을 배웠던 것은 전혀 아니지만, 한겨울에 약단밤 팔면서 고생했던 추억이 많아서 군밤을 보면 그때 생각이 난다.
또 더 어렸던 시절에는 엄마가 집에서 밤 치는 일을 하셨었는데 온 집에 밤이 가득했었던 기억이 있다. 커다란 고무대야에 밤도 가득하고 물도 가득했지. 작은 밤칼을 들고 수없이 많은 밤을 치며 엄마가 돈을 버셨었다. 나는 이거 한 통 까는 것도 손가락이 아프고 어깨가 아픈데... 엄마는 오죽 힘드셨을까 싶다. 밤을 붙들고 있으니 별 생각이 다 난다.
어쨌든 에어 프라이어로 군밤 만들기 참 쉽다. 조금 더 촉촉한 군밤을 원한다면 에어 프라이어 트레이에 물을 조금 부으면 된다. 굳이 물을 붓지 않더라도 밤을 물에 푹 담갔다가 사용하면 촉촉하다. 180도에 25분만 조리하면 완벽한 군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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