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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뇨의 주방/타뇨의 레시피

멸치 볶음 만들기, 들러 붙지 않고 맛있는 멸치 볶음 만드는 방법

by Joy_Tanyo_Kim 2022.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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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 멸치 볶음

 

재료 :
멸치 150g, 호두 1컵(계량컵), 아몬드 슬라이스 1/2컵, 건 크랜베리 1줌, 통마늘 2줌, 매운 타이고추 5개
식용유 5큰술, 진간장 2작은술, 올리고당 3큰술, 참기름 1큰술, 통깨 3큰술

 

 

▲ 타뇨의 뉴질랜드 이야기, 유투브 영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집에서 숱하게 먹은 반찬이 있다면 바로 멸치 볶음이 아닐까.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멸치 볶음에는 보통 꽈리고추와 마늘이 들어가 있었고 멸치는 잔 멸치와 큰 멸치의 중간에 있을 법한 애매한 사이즈의 멸치였다. 잔 멸치는 확실히 큰 멸치에 비해 가격이 비쌌는데, 그 시절 우리 집 형편이 그리 좋지는 않았었기 때문에 잔 멸치가 멸치볶음으로 올라오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철없던 어린 시절의 나는 엄마에게 가끔

 

'우리도 잔 멸치로 멸치 볶음 만들어 먹으면 안 돼? 나도 그거 먹고 싶단 말이야'

 

라는 투정을 부렸었다. 친구들이 도시락에 싸오는 잔 멸치 볶음이 나도 먹고 싶었다. 내 멸치만 너무 크니까... 그땐 그게 참 싫었다.

 

 

잔 멸치는 지금도 많이 비싸다. 특히 뉴질랜드에서 구입하는 잔 멸치의 가격은 바가지에 바가지를 얹은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무엇보다 신랑이 해산물을 거의 먹지 않기 때문에 멸치 반찬을 만들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나는 멸치볶음을 좋아한다. 근데 나만 그런가? 남편이 즐기지 않는 음식은 자연스럽게 만들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나 혼자 맛있게 먹는 게 즐겁지 않고 이왕이면 같이 맛있게 먹는 음식을 선택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냉장고에서 멸치볶음이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큰 돈 들여서 잔 멸치를 샀다. 150g 멸치 주제에 2만 원이 넘는다는 것이 괘씸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말 먹고 싶어지는 순간에는 나를 위해 멸치 볶음을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예열한 팬에 멸치와 호두, 아몬드를 몽땅 넣은 뒤 볶아주며 수분기를 날려준다. 이때는 식용유를 두르지 않는다. 멸치와 견과류를 따로 볶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볶든 중요하지 않다. 그저 수분만 잘 날리면 된다. 

 

처음에는 멸치가 눅눅해서 섞을 때 약간 뻑뻑한 느낌이 드는데 잘 볶아서 수분이 제대로 날아간 멸치는 굉장히 가볍게 잘 섞인다. 이건 직접 볶아보면 어떤 느낌인지 손 끝으로 알 수 있다. 

 

볶은 멸치와 견과류는 체에 밭쳐서 지저분한 가루를 걸러준다. 생각보다 많은 가루가 나오는데 이런 것들을 잘 걸러줘야 더욱 깔끔한 멸치 볶음을 완성할 수 있다. 뭐, 귀찮으면 스킵해도 되는데 맛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예열한 팬에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통마늘과 매운 타이고추를 모두 넣어서 중강불에 노릇하게 볶았다. 기름에 튀기듯 볶은 통마늘은 완성되면 쫀득한 식감이 나서 제대로 별미다. 만약 아이들과 함께 먹는 반찬이라면 매운 고추를 생략하거나 안 매운 꽈리고추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볶은 마늘과 고추 위에 모든 재료를 다 넣어준다. 이때 크랜베리도 함께 넣어준다. 

 

마늘과 고추를 볶은 기름이 온 재료에 잘 묻을 수 있도록 잘 섞으며 볶아준다. 

 

불을 끄고 진간장 2작은술, 올리고당 3큰술, 참기름 1큰술, 통깨 3큰술 넣었다. 불을 꺼도 한동안 인덕션과 팬에 열기가 가득하다. 

 

이제 잘 섞어주면 멸치 볶음은 완성이다. 

 

맛있는 멸치볶음이 완성되었다. 멸치 반, 부재료가 반인 푸짐한 멸치볶음이다. 

 

6년 전 처음에 멸치볶음을 만들었을 때는 잘 몰라서 인터넷에 있는 여러 사람들의 레시피를 보고 따라 만들었었다. 특별한 레시피를 기록하지 않고 그저 손맛으로 음식을 만드는 친정 엄마에게 레시피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 먼 타국에서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랴, 그저 몇 번을 실패하고 실패하며 얻은 레시피라고 볼 수 있다. 멸치볶음의 재료가 다 거기서 거기기에 나만의 레시피라고 볼 수도 없다. 

 

처음에는 간장으로 맛을 내는 줄 알고 간장을 많이 넣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고 설탕을 잔뜩 넣었다가 멸치볶음이 돌처럼 굳는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냉장고에 넣을 때까지만 해도 분명 일반적인 멸치볶음이었는데, 이게 다음 날 꺼내보니 통 모양 그대로 굳었더라. 이제 더 이상 그런 실패는 없다. 멸치는 기본적으로 짭조름하게 간이 되어 있는 식재료이다. 그래서 멸치볶음은 따로 간을 할 필요가 없다. 간장은 그저 간장의 향을 입히기 위해 살짝만 곁들여주는 것이고 참기름이나 통깨도 고소함을 더해주기 위한 작은 보조 재료일 뿐이다. 

 

신랑은 좋아하지 않는 반찬이지만, 이렇게 만들어 두면 플랫 메이트 제이미와 내가 잘 먹는다. 비싼 식재료라 자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가끔 정말 먹고 싶을 때는 만들어 먹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먹고 싶은데 이런저런 생각에 못 먹으면 괜히 마음 상한다. 잔뜩 만들었으니 한 달은 족히 먹을 것 같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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