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세 번째 만드는 양념 깻잎지입니다. 코비드19으로 시간이 멈춘 듯 온 거리가 조용해졌지지만, 시간은 열심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저희 집 뒷마당에도 가을이 찾아와서 텃밭에서 키우던 온 작물들이 울긋불긋 단풍 들고 조금씩 말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깻잎은 씨가 가득 맺히고 잎이 마르기 시작했지요.
이제 이게 올 시즌 마지막 깻잎이겠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땄습니다. 어차피 팔 것도 아니고 집에서 편히 먹을거라서 벌레 먹은 깻잎, 단풍 든 깻잎, 너무 작은 깻잎 등 먹을 수 있겠다 싶은 깻잎은 모조리 수확했습니다. 뉴질랜드에 찾아올 긴긴 겨울에 깻잎 생각날 때마다 꺼내 먹어야 하니까요. 한국에서는 사계절 모두 쉽게 깻잎을 구입할 수 있지만, 이 곳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우리 집 식구 중 누구보다 만식이(홈스테이 학생)가 깻잎 반찬을 정말 좋아합니다.
'만식아, 깻잎 따자~'
'네, 이모~'
'아마도 네가 다 먹을 거니까 열심히 따~'
'넼ㅋ'
만식이는 예스맨입니다. 준비된 일꾼처럼 언제나 곁에 와서 뭐든 도우려고 하지요.
깻잎지 양념
양념재료 : 간장 30큰술, 액젓 9큰술, 물엿 6큰술, 매실액 9큰술, 고춧가루 15큰술, 간 마늘 6큰술, 볶은 깨 넉넉히
선택재료 : 양파 1개 반(주먹 크기), 당근 반개, 매운 타이고추 4개(또는 청양고추)
깻잎지를 담을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양념이죠. 지난번에는 깻잎지 100장 기준으로 양념을 준비했었습니다. 오늘은 300장 기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양념도 딱 3배 많게 준비를 했지요. 사실 장 수로는 300장보다 훨씬 많았지만,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워낙 크기가 들쭉날쭉한 깻잎이라 300장 양으로 준비한 양념이 딱 맞더라고요. 양이 너무 많을까 걱정되신다면 100장 기준으로 준비하셔서 부족하면 더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양념을 모두 잘 섞어준 다음 준비한 야채 재료를 넣어서 섞어주세요. 취향에 따라 야채는 생략하셔도 되고 쪽파를 넣어도 맛이 좋습니다. 저는 냉장고에 있는 야채로만 준비했어요.
양이 정말 많긴 많지요? 힛, 집에서 잔디 거름으로 키운 유기농 깻잎입니다. 깻잎은 식초 물에 잠시 담가 깨끗하게 씻어서 준비했습니다. 물기를 뺀 다음 크기대로 깻잎을 모으고 꼭지를 일정하게 잘라서 준비했어요. 준비한 저 투명한 통은 2리터 기준인데요. 2리터 통에 가득 총 3통이 나왔습니다.
짜잔, 저는 깻잎 5-6장을 한 번에 놓고 그 위에 양념 1큰술 씩 올려서 펴 발라줬어요. 3장씩 겹치는 분도 있고 10장씩 겹치는 분도 있는데요. 처음에는 꽤나 중요한 줄 알았지만, 여러 번 만들어보니 하나도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그냥 막 올려주세요 ^^
양념을 발라줄 때는 대충대충 올리셔도 됩니다. 어차피 절여지면서 자연스럽게 양념이 모두 스며들거든요. 양념이야 부족하면 더 만들면 되겠지만, 처음부터 너무 많이 올려서 나중에 부족한 일 없도록 조금씩 분배 잘해주세요. 양을 대충 봐가며 맞춰가시면 됩니다.
아기 손바닥만큼 작은 깻잎은 찌개에 넣어 먹으려고 따로 지퍼락에 담아서 준비했어요.
반나절이 지나고 숨이 죽은 깻잎을 차곡차곡 통 1개에 모두 모아 담았습니다. 처음에는 2리터 통 3개가 필요했는데, 숨이 죽으니 통 하나에 쏙 들어가네요. 이렇게 옮겨 담으면서 위쪽에 있던 깻잎은 아래로 가게 되고 아래쪽에 있던 깻잎은 위로 가게 됩니다. 자리를 바꿔주면서 자연스럽게 양념이 조금 더 꼼꼼하게 스며들게 된답니다.
이렇게 반나절이 지난 깻잎은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숨만 죽으면 바로 드실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때가 가장 맛있는 것 같습니다. 흰쌀밥에 싸 먹으면 제대로 꿀 맛, 밥도둑 중에 밥도둑입니다.
한국에서는 사시사철 마트나 시장에서 깻잎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부럽습니다. 그렇게 쉬운 게 불가능한 저는 오늘도 열심히 깻잎을 저장합니다. 깻잎지 만들기 여러분도 시도해보세요. 정말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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