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가족들과 함께했던 2달의 시간이 벌써 모두 지나가버렸습니다. 지난 수요일 가족들은 밤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갔어요. 만날 날을 그렇게 손꼽아 기다렸는데, 벌써 2달을 모두 보내고 이렇게 돌아가버렸네요. 늘 이렇게 함께라면 참 좋으련만.. 그래도 함께할 수 있었던 지나간 시간에 더욱 감사하며 오늘을 보냈습니다.
슬픔이 기쁨보다 유익하다는 말을 처음 보았을 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으나 지금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함께 거주할 때는 몰랐던 수많은 감정들이 이렇게 떨어져 살아보니 온 몸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같은 지역에 살던 그 시절에도 가족을 사랑했지만, 헤어지는 슬픔과 아쉬움을 겪으면서 저희는 서로의 소중함을 더욱 알게된 것 같습니다.
피쉬박스에 심었던 머위를 엄마가 조금 더 커다란 공간으로 옮겨 심으셨습니다. 베테랑 농부인 엄마 앞에서 제가 할 일이 있을까요. 그저 옆에 앉아 조잘거리면서 유심히 지켜보기도 하고 간혹 시키는 일이 있을 때 엄마를 도왔답니다.
엄마가 좋아하시는 커피 한 잔 내려서 정원에서 한 잔 했지요. 이런 일상의 시간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놓치는 것 같네요. [ 머위는 아무데나 막 심어도 잘 번져. 뿌리가 잘 번지니까 이렇게 여기다가 막 심어둬 ] 엄마는 막내딸에게 이런 저런 텃밭 정보를 주셨습니다.
씨를 뿌리고 한참을 올라오지 않던 상추가 날이 풀리자 순식간에 쑥쑥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빽빽하게 상추가 자라자 엄마는 상추를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하나하나 알려주셨답니다. 상추 모종을 옮겨 심을 때도 그냥 쏙쏙 뽑으면 안되고 흙 아래를 들어서 상추를 빼내야 잔뿌리가 상하지 않는다고 했죠. 잔뿌리가 상하면 상추가 잘 크지 않는다고 했어요.
엄마는 이 외에도 파, 시금치, 미나리, 냉이, 딸기, 근대, 부추, 참나물 밭을 만들어 주시고 떠나셨어요. 대부분 씨앗을 뿌린거라서 모종으로 키워내고 있는 중이지만 여름에는 정말 풍성하게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물관을 향해서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똥깡아지들입니다. 작은 사람, 정말 작은 아이들이 저 커다란 나무 옆을 걸으니 참 귀엽네요.
막내 땡땡이는 엄마 품에 안겨 잠이 들었고 첫째와 둘째는 엄마와 함께 꽃나무를 구경중입니다. 봄맞이를 제대로 했네요.
박물관에서 바라본 헤글리 공원은 참 예뻤어요. 시원하게 뚫린 통유리 창문도 참 근사했습니다. 화장실을 잠시 이용하려고 들어갔었는데요. 평일 오전이라 워낙 조용해서 이 곳에서 잠시 여유를 즐겼네요.
1년 반 전에 함께 들렀었던 시티의 'C1 에스프레소'에서 컬리프라이를 주문했어요. 캡슐에 담긴채로 파이프를 타고 날아오는 캡슐 칩스인데요. 첫째 조카가 4세 때 먹었던 이 칩스를 기억하더라고요. 천장에 있는 관을 통해 날아왔었던 칩스가 다시 먹고 싶다는 조카의 말에 단숨에 달려갔답니다. 컬리 프라이의 가격은 9불 50센트에요.
시티에 방문한 김에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가장 큰 놀이터에도 들렀어요. 날씨가 좋지 않아서 조금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잘 논 것 같아요. 거의 다 놀고 집에 가려고 하니 비가 쏟아지더라고요. 신설이라 확실히 시설이 좋습니다. 워낙 큰 놀이터라 가족이 함께 가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여름에는 야외 물놀이장도 있어서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곳이에요. 뉴 리젠트 거리와 가까운 이 곳은 '마가렛 마히 놀이터'입니다.
둘째 조카는 아직 3살이라 겁이 많아서 대부분의 놀이기구는 저와 함께 탔습니다. 그래도 이 날 짚라인 혼자타기에 드디어 성공을 했습니다.
비숍데일 공원 놀이터에 있는 짚라인은 어른이 타도 정말 재밌을 만큼 높고 깁니다. 저도 정말 정말 좋아하는 짚라인이에요. 이 곳에 비하면 마가렛 마히에 있는 짚라인은 정말 시시하죠. 첫째 조카는 처음 뉴질랜드에 왔을 때 많이 타봐서 이 번에도 혼자 열심히 탔습니다. 치치에 오신다면 여러분들도 비숍데일 짚라인 꼭 타보시길
엄마가 이 곳에 오신 뒤 제가 가장 많이 먹은 것은 엄마표 수제비와 국수입니다. 국수도 잔치국수, 그냥 국수, 칼국수, 칼제비 등 다양하게 먹었던 것 같네요. 밀가루만 몇 번을 구입했는지 모르겠네요.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수제비와 국수는 정말 일품인데요. 공항으로 떠나기 2시간 전에도 이렇게 칼국수를 밀어주고 가셨답니다.
[ 우리 딸, 몸이 많이 피곤하거나 힘들 때는 뜨끈하게 칼국수 끓여 먹으면 최고야. 이 정도면 5번은 먹겠다 ] 라고 말씀하시면서 정성을 다해 만들어 주셨어요. 이게 한 번 밀 때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서 엄마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만드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아까워서 이 국수 어떻게 먹나 싶네요.
막내 이유식도 여유롭게 챙기고 아이들 간식으로 과자와 마시멜로우, 사탕 등을 넣었습니다. 치치에서 광저우까지만 12시간을 비행해야하기에 간식은 무조건 넉넉하게~ 광저우를 경유하는 가족들을 위해 컵라면도 하나씩 넣었어요. 12시간 비행을 마치면 아마도 정말 라면이 땡길 것 같아서요.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광저우 공항에는 곳곳에 온수가 있습니다. 아주 팔팔 끓인 듯한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주 많아서 컵라면을 준비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하네요. 인종과 나라에 관계없이 많은 여행객들이 컵라면을 애용한다고 하니 눈치 보지 않고 드셔도 될 것 같아요. 아, 종이컵도 비치가 되어 있다고 해요.
간식이 가득 들어간 가방을 메고 장난감 피크닉 박스를 한 손에 들고 열심히 걸어가는 둘째입니다. 앞서 가는 이모부를 따라 도도도- 따라가고 있네요. 얼마나 씩씩한지요. 첫째 녀석은 [ 이모랑 헤어져야 하는거야? 너무 슬퍼 ] 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는데 이 녀석은 울기는 커녕 아쉬운 기색이 하나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정말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늦은 밤 비행기로 떠난 가족들을 배웅하고 집에 돌아오니 가족들이 쓴 방부터 여기저기에 가족들의 흔적들이 가득했어요. 늦은 시간이지만 온 집을 열심히 치웠습니다. 자꾸 눈에 보이면 더 마음이 힘들 것 같기도 했고 지금 이 감정을 다스리려면 뭔가 할 것이 필요했거든요.
엄마가 누웠던 이불, 언니와 조카들이 사용했던 침대, 아이들이 접어놓은 종이접기 등.. 온 집에 가족들의 모습이 잔상으로 남겨져서 눈에 선하게 보였죠. 눈물이 얼마나 났던지요. 방금까지 볼을 부비고 사랑을 속삭였던 가족들이 지금 내 곁에 없다는 것이 참 허전하고 아쉽고 슬펐습니다. [ 우리 각자 결혼하면 꼭 바로 옆에 살자. 그래서 매일 애들 데리고 저녁 장도 같이 보러 다니자 ] 이게 바로 어린 시절 언니와 저의 작은 꿈이었는데요. 우린 지금 가장 먼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별에는 익숙해지는 법이 없네요.
눈물이 바다를 이루었던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온 집이 고요하니 정말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이른 아침부터 시끄럽게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조용하라며 혼내는 엄마와 언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아주 허전했어요.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티가 난다는 말이 참 실감이 나더라고요.
오전 8시, 엄마가 지난 두 달 매일 아침마다 앉아서 성경을 보시던 자리에 저도 앉아 성경을 읽었습니다. 아침 시간을 이렇게 시작하니 엄마 생각이 더 나기도 하고 제게도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어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니 하늘은 참 맑고 봉봉은 횡하게 비어 있었어요. 공은 덩그러니 놓여 놀아줄 사람을 기다리는 듯 보였죠. 이제 저 봉봉은 누가 타나요 ^^;;
지난 두 달 엄마가 거의 붙박이처럼 붙어서 텃밭을 꾸렸던 정원도 주인을 잃은 듯 허전합니다. 엄마가 모종을 했으니 이제 제가 잘 키워봐야겠지요. 여름에는 풍성하게 푸른빛으로 가득해진 텃밭을 엄마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네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신랑이 깜짝 선물을 준비했어요. 오랜만에 받아보는 깜짝 꽃다발이라 더 기분이 좋았어요. 울적하고 마음 허전할 아내를 위해서 이렇게 이쁜 선물을 준비해준 신랑에게 참 고마웠어요. 사실 처갓집 식구들과 두 달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이렇게 잘 지내준 신랑에게 참 고마웠답니다.
사실 매일 매일 가족들과 함께한 시간에 대해 글을 적고 싶었는데, 함께 보내는 시간에 바빠서 글을 거의 적지 못했어요. 늦게나마 차곡 차곡 어떻게 지냈는지 올려볼게요. 모두들 즐거운 오늘이 되시길 바래요. 행복하세요. 그리고 곁에 있는 가족들에게 한 번 더 사랑을 고백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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