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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한국 유치원과 너무나도 다른 뉴질랜드 유치원 모습, 조카들의 등원 이야기

by Joy_Tanyo_Kim 2019.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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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프리스쿨(한국의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저희가 아이가 없다보니 프리스쿨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는데요. 가깝게 지내는 언니가 같은 지역의 프리스쿨 선생님이었고 감사하게도 자리 예약을 도와주셔서 덕분에 등록을 잘 할 수 있었어요. 조카들 덕분에 프리스쿨에 대해 많이 공부하게 되었는데요. 제게도 언젠가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를 프리스쿨에 보내게 된다면 정말 그땐 베테랑 엄마처럼 할 수 있겠다 싶었답니다. 

 

첫날 등원을 했을 때는 아이들이 굉장히 쿨하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었는데요. 다음날부터는 둘째녀석이 떨어지기 싫어서 꽤 울었답니다. 그래도 "이따가 3시 30분에 마치면 데리러 올게. 이따보자."라고 웃음띈 얼굴로 단호하게 말하며 아이를 두고 나와버렸죠. 그렇게 일주일을 울더니 이제는 정말 제대로 쿨하게 "바이바이 이모, 씨유~" 그러네요. 선생님들과도 많이 친해져서 이제는 끌어안고 부비고 난리더라고요. 잘 적응해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대견한 마음도 들고 괜시리 마음이 찡하기도 했습니다. 

 

 

(왼)첫 등원날 프리스쿨 앞에서 언니와 조카들, 신랑의 뒷모습 / (오)등원 체크표 

첫 날 등원에는 할머니 엄마와 이모, 이모부까지 총출동 했습니다. 하지만 4개월 막둥이를 데리고 이른 아침마다 나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등원 2일차에는 이모부가 더이상 함께 오지 않았고 3일차에는 할머니, 4일차에는 아이들 엄마와 4개월 막둥이 조카도 집에서 쉬었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조카들을 데리고 프리스쿨로 향했지요. "앞으로 남은 6주동안 이렇게 이모와 함께 잘 다녀보자, 조카들아!" 라고 말하며 매일매일 신나게 등원길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프리스쿨은 치치에서도 프로그램이 좋다고 소문이 난 곳이라 대기자가 꽤 많았는데요. 저는 아는 언니 버프로 굉장히 쉽게 등록을 할 수 있었답니다 ^^;; 저희집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라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믿음이 가서 이 곳으로 결정했죠. 

 

 

저희 아이들의 등원시간은 오전 8시 30분이고 하원시간은 오후 3시 30분입니다. 8시 15분부터 아이들을 맡길 수 있으며 하원시간의 경우 지켜지지 않으면 1분당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여긴 칼퇴근의 나라라서 퇴근시간은 확실하게 지켜집니다. 아이들 인원수에 맞춰서 선생님의 근무 시간이 배정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원하는 오후 3시 30분에는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모두 퇴근을 합니다.

 

저녁반 아이들을 담당하는 선생님 2명을 제외한 모든 선생님이 이 때 아이들의 하원시간에 맞춰 퇴근을 하는데 3시 30분에 아이들의 부모가 아이를 데리러 오지 않더라도 선생님들은 모두 퇴근을 합니다 ^^;; 부모들도 선생님들의 퇴근 시간을 당연하게 존중합니다. 한국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죠? 그래서 아이들 하원시간은 꼭 지켜달라고 선생님들이 당부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이였으면 전화나 문자로 "선생님, 무슨무슨일 때문에 오늘 조금 늦을 것 같아요. 우리 애 조금만 더 봐주세요~ 몇시까지 갈게요." 이런 레파토리가 아주 흔할텐데, 여기서는 얄짤없더라고요. 1분 늦으면 무조건 오버차지!

 

 

첫 날 등원하니 입구에 저희 조카들을 맞이하는 환영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영어와 한글로 첫날이라고 적혀 있었죠. 아마도 이 곳에 근무하고 있는 언니가 이렇게 한글로 적어둔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게! 

 

 

등원한 아이들은 가장 먼저 자신의 이름표를 찾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파란색 수납공간 중 빈 공간에 자신의 이름표를 붙이고 자신의 가방과 겉옷, 모자 등을 보관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등원할 때는 보통 여분의 옷을 챙겨서 보내라고 하는데요. 기저귀를 떼지 않은 유아들은 기저귀도 함께 보내야 합니다. 

 

 

가방을 수납한 아이들은 자신의 도시락과 물병을 각각 정해진 자리에 수납하게 됩니다. 이 모든 것들은 아이들이 직접 해야하는 일이죠. 물병은 물병 자리에 둔 다음 필요할 때마다 와서 물을 마시게 되고 도시락의 경우에는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그 날의 점심 당번을 맡은 아이들이 모든 도시락을 식탁 위로 옮긴다고 하네요. 자기 도시락을 자기가 꺼내는 것이 아니라고 해요. 

 

 

아이들의 화장실 사진도 하나 찍었어요. 화장실은 딱 하나만 문이 있었고 나머지 공간에는 문이 없었어요. 발판까지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작은 아이들도 쉽게 변기에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었죠. 

 

 

평소 퍼즐을 좋아하던 첫째는 첫 날 바로 퍼즐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하원시킬 때도 등원 때와 동일하게 하원 싸인을 해야만합니다. 싸인이 가장 중요하니 절대 잊지 않아야해요. 첫 날 아이들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를 주셨어요. 가방에 달아서 보내달라고 하셨죠. 

 

 

이 사진들은 모두 저희 조카들이 어떻게 놀았는지를 소개하는 사진들이에요. 뉴질랜드의 프리스쿨은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실 분들이 그래도 꽤 있을 것 같아서 사진을 많이 첨부했습니다. 한국 놀이터에 비해서 조금은 위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았어요. 아이들은 모두 선생님의 눈길 속에서 스스로 해내는 방법들을 터득하고 있었습니다. 

 

사진 속 아이들은 모두 만 2세부터 만 5세까지의 어린 아이들이에요. 높은 곳이 워낙 많아서 저희 조카들도 몇 번이나 다쳐서 왔었는데요. 그 때마다 선생님들의 말은 동일합니다. "팔 다쳤어? 와~ 그럼 이제 팔이 더 튼튼해지는거야~" 이 말은 살짝 까져서 피가나도 팔이 부러져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질랜드에서는 한겨울에도 아이들이 반팔에 반바지를 많이 입히는데요.(실제로 남자 아이들의 교복이 사계절 반바지) 아이들이 추워하면 그 것 또한 "추워? 강해지는거야~"라고 말한다고 하네요. 물론 모든 현지인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 이런 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자란다고 합니다. 확실히 키위들은 추위에도 강한 것 같긴해요 ^^ 

 

 

말도 안통하는데 우리 땡땡이들은 얼마나 잘 어울려 노는지.. 선생님들의 피드백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아마도 아이들이기 때문에 언어에 큰 지장없이 잘 어울릴 수 있는거겠죠. 

 

 

김밥을 싸줬던 날의 사진이 올라왔네요. 도시락을 매일 준비하는 것도 생각보다 큰 일이었습니다. 신랑 도시락은 밥만 딱 사면 끝이었는데, 아이들 도시락은 밥부터 간식, 과일까지 모두 골고루 챙겨야하니 더 마음이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혹여나 좋지 못한 것 먹일까봐 최대한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내 조카, 내 이쁜 땡땡이들이라 그런지 무엇이든 좋은 것으로 잘 해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이모 마음 알까요~ 

 

 

중간에 엄마가 하루 따라갔었던 날이에요. 프리스쿨 입구 앞에서 뒷모습을 살짝 찍어봤어요. 이놈들 한국에 두고 떠나올 때는 그렇게 작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서 뉴질랜드로 이모 찾아왔네요. 

 

 

둘째 조카에게는 등원 2일차부터 단짝 친구가 생겼습니다. '마야'라는 이름의 일본인과 키위 혼혈아이인데요. 일본어와 영어를 함께 시작하는 마야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말이 조금 느린 편이라고 해요. 저희 조카는 영어를 아예 할줄 몰라서 말이 안통하는 거지만 일단 둘 다 서로 안통하는 것이 더 잘 통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손 꼭 잡고 다니고 서로 손도 씻어주고 서로의 집에 가겠다고 울기도 하더라고요. 

 

 

프리스쿨에 매일 아이를 등원시키면서 느낀 점은 이 곳 선생님들이 참 대단한 것 같다는 것? 보통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면 늘 있는 자리에 똑같은 장난감이 있기 마련인데요. 이 곳은 매일 새롭게 준비하고 하원시간에 모든 것을 다 치웁니다. 다음 날에는 또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내죠. 아마도 가이드북이 있겠지만, 한국에서 봤던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뭔가 조금 더 발상의 전환이 된 것 같은? 

 

 

색칠 놀이도 굉장히 많이 했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그림인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그린 둘째입니다. 

 

 

첫째는 최근 들어 저렇게 작은 그림의 속을 채우는 것이 가능해졌어요. 크게 죽죽 그어대기만 하던 그림실력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한거죠. 색칠 이쁘게하고 그림 이쁘게 그리는게 예뻐서 오늘은 색연필도 사줬답니다. 48색에 무려 3불(2,200원)밖에 안하더라고요! 

 

 

그림 그리는 첫째와 친구들, 밀가루로 촉감 놀이를 하고 있는 둘째와 친구입니다. 

 

 

도대체 뭘 풀었는지를 알 수 없는 알록달록 색감의 물과 거품이 가득하네요. 이 곳에서 아이들은 물을 용기에 붓기도 하고 거품기를 돌리기도 합니다. 주방 놀이를 하기에 딱이었어요. 

 

 

지난주의 알파벳은 S였고 이번주의 알파벳은 T입니다. 대문자 T와 소문자 t를 만들었어요. 마지막 사진은 친구들과 함께 몸으로 알파벳 T를 만드는 모습입니다. 

 

 

칙칙폭폭, 훌라후프로 기차도 만들었어요. 

 

 

잔뜩 쌓인 모래가 무겁지도 않은지, 줄을 당겨 번쩍 들어올리는 친구의 모습도 볼 수 있었어요. 

 

 

신나게 흙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네요. 옷이 엉망진창이 되어도 괜찮아요. 

 

 

 

공주님 옷이 비치된 옷장이 있는데 쌍둥이 아이들이 드레스와 면사포를 쓰고 거울을 보고 있었어요. 너무 예쁘죠? 아가야 인형에게 옷을 입혀주는 아이도 있었답니다. 

 

 

못질하는 만 3세 어린이들의 모습입니다. 처음에 아이들이 망치를 들고 못을 두드리는 모습을 봤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첫 등원했을 때 저희 첫째 조카가 못질을 해서 장난감을 만들었었거든요.

 

위험하지 않냐는 제 질문에 선생님들은 "위험하지 않아, 어떻게 해야 안전한지 설명해준다면 아이들도 모두 할 수 있어"라고 말하더군요. 톱질(어른이 사용하는 진짜 톱)로 나무를 자르고 망치로 못을 박아서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한 조카의 모습을 보니 참 신기했답니다. 한국에서도 만 3세, 4세, 5세 어린이가 유치원에서 톱질에 못질 하나요? 

 

 

톱질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에요. 아이들이 적당한 크기의 나무 조각을 가지고 오면(나무 조각이 모여있는 통이 있어요) 선생님들은 나무 고정만 시켜줍니다. 고정시키는 것은 어른의 힘이 필요하거든요. 그 후에는 모두 아이들이 스스로 하더라고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직접 자르는 거죠. 

 

 

아이들이 하나씩 박은 못이에요. 선생님들이 가이드라인을 잡아주면 아이들은 저대로 못을 콩콩 박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아이라고 무조건 '안돼, 하지마, 네가 하는거 아니야, 위험해'라고 말하기 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생각의 틀과 제 선입견을 조금 더 버리고 아이들을 대할 수 있는 이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오늘 제가 보여 드린 사진으로 뉴질랜드의 프리스쿨 구경 많이 하셨나요? 한국의 어린이집, 유치원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오늘 하원할 때 물어봤어요. "땡땡아, 한국에서 다니던 어린이집이 좋아, 여기가 좋아?" 아이들은 힘차게 "여기가 좋아!"라고 말했답니다. "왜? 왜 좋아?"라고 물었더니 조카는 이렇게 말했어요. "한국에서는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 것만 해야 했는데 여기는 내가 하고 싶은걸 할 수 있어서.." 라고요.

 

 

 

맞아요. 여긴 모든 것들을 준비해놓고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둡니다. 아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만 선생님이 돕고 그 외에는 오직 '왓칭' 눈으로 지켜보는 것만 해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스스로 터득하도록 두는 편이죠.

 

가볍게 흘릴 수도 있는 아이의 말이었지만, 제게는 꽤 생각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대답이었어요. 또 프리스쿨 이야기와 새로운 사진으로 글 올릴게요. 모두들 좋은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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