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첫날이 지나가고 아침에 숙소 체크아웃을 하려고 보니 이게 웬일? 렌터카 한쪽 바퀴가 펑크가 났습니다. 급하게 넬슨에 있는 한인 카센터를 알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고 키위들이 운영하는 카센터로 갔지요. 보통 키위들의 일 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에 아주 작은 문제라도 보통 맡기면 몇시간에서 몇일은 기본으로 잡아먹기 때문에 솔직히 걱정을 꽤 했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일정 급한 여행객인 것을 알고 사장님께서 빠르게 타이어를 교체해주셨어요.
그 후 넬슨 시티투어와 브런치 식사를 마치고 12시 쯤에 저희는 약 3시간을 달려 타카카에 있는 아나토키 연어농장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지난번 넬슨 여행에서 굉장히 만족도가 높았던 곳이라 시부모님을 모시고 꼭 방문하고 싶었죠. 게다가 어린 조카들도 많아서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답니다.
사실 뉴질랜드 남섬에서는 마운트쿡과 푸카키호수 근처에 위치한 '하이컨츄리 살몬'의 연어가 맛으로 가장 유명하지만(*참조링크 : 테카포의 명물, 하이컨츄리 살몬) 저희가 방문한 '아나토키 연어농장'에서는 그저 구입만 하는 것이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연어낚시를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가게되었답니다. 뉴질랜드에서 연어를 낚시하려면 전용 라이센스를 구입해야만 하지만 아나토키에서는 라이센스와 관계없이 누구나 연어를 낚을 수 있습니다. 잡은 연어는 꼭 구입을 해야한다는 것, 잊지 마세요.
▲ 시아버지께서 월척을 낚았습니다. 연어 힘이 너무 쎄서 저는 혼자 그물을 들고 있는 것이 굉장히 버거웠었는데 남자들은 크게 어려워하지 않더군요. 게다가 시아버지는 연어를 잡을 때 느껴진 손 맛에 굉장한 재미와 기쁨을 느끼시며 좋아하셨답니다.
아나토키 연어농장에서 빌려주는 낚시대를 가지고 연어를 낚으면 농장에서는 빠른 속도로 연어를 조리해줍니다. 사시미 또는 훈제로 조리를 해주며 즉석에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이 넉넉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 저희는 시부모님네, 큰형님네, 작은형님네에서 각각 낚시대 하나씩 대여를 했고 총 3마리의 연어를 잡아서 먹자고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그저 구경하고 도와주고 사진도 찍어주기로 했지요. 각 집마다 아이들이 낚시대를 쥐면 어른들이 함께 도와주는 구조로 연어낚시를 즐겼습니다. 어른들도 즐거웠지만 아이들이 참 좋아해서 저희도 기뻤지요. 낚시 요령이 있었던 작은 형님네 시매부가 먼저 연어를 잡았습니다.
▲ 아나토키 연어농장의 낚시 마감시간은 오후 4시 30분인데 오후 4시가 넘어가도록 연어가 잡히지 않아서 아버님은 약간 초조한 모습을 보이셨답니다. 사실 아버님이 이 집안의 대장이시니 아버님의 컨디션이 집안의 모든 분위기를 좌우하시잖아요? 그렇다보니 [ 아버님이 꼭 한마리를 잡아서 할텐데.. ] 라는 걱정을 조금씩 하며 표정을 살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아버님은 두번째로 월척을 낚았답니다. 마지막은 저희 큰형님네 시매부가 낚았지요. 다들 정말 좋아했어요.
▲ 사시미로 준비한 연어입니다. 한마리가 한통에 쏙 들어가더군요. 양식장에서 키운 연어들은 운동량이 부족하다보니 지방량이 많아져서 연어 속살에 하얀 선이 두껍게 생기기 마련인데, 아나토키 연어농장의 연어는 흰 선이 거의 보이지 않았답니다. 아주 쫀득하고 맛있었어요.
▲ 갈릭&허브 맛으로 훈제를 한 연어입니다. 훈제 연어는 또 다른 느낌으로 참 부드럽고 담백했어요. 확실히 간을 해서 그런지 짭조름한 맛이 느껴졌는데 와인과 함께 먹어도 아주 좋을 것 같더라고요. 스테이크를 먹는 기분이었어요.
▲ 아나토키 연어농장에는 양, 장어, 공작새, 사슴 등 꽤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특히 양은 울타리에 갇혀 있지 않아서 아이들이 쉽게 접근하고 만져볼 수 있었답니다. 조카들이 양 옆에서 뛰어 놀고 있는 모습입니다.
▲ 발 빠르게 움직여 저희는 가까운 거리의 '푸푸 스프링스(Te Waikoropupu Springs)'로 이동했습니다. 마오리족의 성지인 푸푸샘은 이렇게 아름다운 숲 속에 있습니다.
전날 넬슨에 도착한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당일 일정이 다음날로 미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모든 일정이 다 밀려버렸습니다. 여행 첫날에 끝내야 했던 시티투어와 대성당투어가 둘째날로 미뤄지니 둘째날 오전에 해야했던 연어낚시가 오후로 밀렸고 그렇게 하나씩 밀리다보니 남섬 최북단의 '와라리키 해변(Wharariki Beach)'은 포기해야만 했지요. 그래도 푸푸샘은 꼭 가보자고 이렇게 방문을 했습니다. 다행히 뉴질랜드의 여름은 밤 9시가 되야 노을이 지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은 받지 않았답니다.
▲ 세상에서 가장 맑은 샘물로 유명한 푸푸샘은 햇살이 좋은날의 가시거리가 무려 63m입니다. 게다가 1초당 분출되는 물의 양은 무려 1만 4천리터입니다. (*참조링크 : 세상에서 가장 맑은 샘물, 푸푸샘)
▲ 물 속으로 보이는 돌멩이가 코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죠. 푸푸샘 안에서는 소용돌이가 많이 일어나는데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이 곳에서 정기적으로 스킨스쿠버를 할 때가 있다고 합니다. 물 속은 더 아름다울 것 같아요.
▲ 푸푸샘을 구경하고 트레킹 코스를 따라 코너를 돌면 한번 더 푸푸샘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나옵니다. 이 곳은 푸푸샘을 측면에서 바라본 곳인데 사진에서 가장 물이 맑게 나온 중간 지점을 '댄싱샌드'라고 부릅니다. 물의 움직임으로 인해 물 속의 모래들이 쉬지않고 춤을 추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그 모습이 참 신기하긴 했습니다.
▲ 푸푸샘을 구경하고 타카카 마을로 이동했습니다. 이제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갈 일만 남았는데, 무려 7시간을 달려야한다는 것이 큰 걱정거리였죠. 뉴질랜드 여행은 기본 3시간, 길게는 7시간, 8시간을 달려서 이동을 해야하는데 이 곳에 숙소를 미리 잡는 것이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여행경비를 아껴보려고 치치에 있는 저희 집을 베이스캠프로 최대한 활용해 보려고 했던 것이 욕심이었던 것 같아요. 저녁을 먹어야해서 타카카에 들러 피쉬앤 칩스와 치킨랩을 주문했습니다. 타카카에 도착한 시간이 이미 오후 6시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은 이후였죠.
▲ 마을의 상점마다 처마 끝을 따라 예쁜 꽃 화분이 매달려 있었는데 참 소박하면서 아담하고 사랑스러웠답니다.
▲ 베이 테이커웨이에서 주문한 피쉬앤 칩스입니다. 피쉬를 잘 먹지 못하는 돌프도 이 곳에서 판매하는 피쉬는 맛있다고 잘 먹는 편입니다. 아주 신선한 피쉬를 사용하는지 비린내와 잡내가 전혀 나지 않아서 넬슨에 갈 때마다 들르게 되었습니다.
▲ 칩스와 함께 주문한 치킨랩입니다. 풍성한 야채와 구운 치킨을 토르티야에 돌돌 말아 주는데 그 맛이 일품입니다.
▲ 타카카의 공원에 앉아 모두 함께 간단한 저녁식사를 즐기고 저희는 치치로 이동을 했답니다. 공원에는 원목으로 만들어진 너무 아름다운 놀이터가 있더군요. 아이들이 이 곳에서 잠시나마 신나게 뛰어 놀았습니다.
차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힘든 가족들이 많아서 공원에서 먹고 가다보니 조금 더 시간이 지체가 되었는데 저녁 7시에 타카카에서 출발하니 치치에 새벽 2시 30분에 도착을 했답니다. 무려 7시간 30분을 운전한 신랑도 함께 여행한 모든 가족들도 다들 고생했지만 그 중에서 나이가 많으신 시어른들은 정말 엄청난 고생을 하셨죠. 뉴질랜드에서 이런 여행을 처음 해본 저희의 큰 불찰이었고 방심했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남은 모든 일정을 약간씩 조정을 했답니다. 아깝더라도 빼야할 부분은 과감하게 버리고 꼭 가야하는 곳에 집중했지요. 운전도 신랑과 제가 최대한 번갈아 가면서 하도록 노력했고 어른들을 배려하기 위해 한두시간 텀으로 차를 세워 자연을 느끼며 쉬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가셨지만 여행 첫날부터 4시간의 시차와 함께 장시간 차를 타며 너무 큰 고생을 했던 시댁가족들에게 참 미안하네요^^;; 다음 번 포스팅에서 저희 가족 12명의 뉴질랜드 여행 이야기를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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